소설리스트

45화 (45/256)

미소와 화해의 섹스 

“미소야, 이거…….”

성분표를 읽던 나는 당황했다.

뭔지도 모를 약을 미소한테 바를 수는 없으니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일본어와 영어로 된 설명서에는 약이 아니라 마사지 젤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본산 러브젤이었다.

그러고 보니 통도 좀 야하게 생겼다.

“오빠! 여자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모른 척하지 마! 나도 부끄럽단 말이야!”

침대에 엎드린 미소는 귀 끝까지 빨개져 있었다.

그래. 미소가 말하는 대로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 남자도 아니다.

나도 각오를 정하자.

미소도 안 들키게 한다고 하니까.

미소는 한다면 철저하게 하는 아이다. 아마 숨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나보다 훨씬 더 잘 숨길 것이다.

잠시 올렸던 미소의 잠옷 하의를 다시 내린다.

엉덩이를 다 내놓는 T팬티에 드러난 엉덩이에는 새빨갛게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내가 때린 손바닥 자국이다.

“……미소야, 미안.”

가슴이 아팠다.

미소한테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아무리 미소가 그런 말을 했어도 때리는 건 아니었다.

미소도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닐 거다. 화가 나서 나오는 대로 내뱉은 것뿐이겠지.

나는 반성하며 빨갛게 물든 미소의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응…….”

엉덩이에 손이 닿자 미소가 아픈지 살짝 떨었다.

나는 맨손으로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내 손자국이 찍힌 미소의 엉덩이는 살짝 열을 내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양 손바닥으로 엉덩이 두 짝을 빙글빙글 문지른다.

미소의 엉덩이는 단지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젊음의 탱탱함과 단련된 에너지로 차 있었다.

“아. 오빠…….”

애처로운 엉덩이에 입을 맞춘다.

쪽, 쪽. 미소의 기뻐하는 반응을 보고 몇 번이나 더 엉덩이에 키스한다.

Kiss my ass는 서양에선 욕이지만 어째서 그런 게 욕인 걸까. 미소 같은 여자애 엉덩이에는 얼마든지 키스할 수 있는데.

“오빠, 나, 못 참겠어……. 앞쪽도…….”

“응.”

미소가 소곤거리고는 돌아눕는다.

미소의 팬티 앞쪽은 이미 젖어있었다.

안 그래도 허술하고 작은 팬티는 그 기능을 거의 잃고 있었다.

나는 그 팬티도 벗겼다.

털 하나 없이 깨끗한 여성기가 드러났다.

언제 봐도 미소처럼 예쁘고 귀여운 보지다.

나는 그 귀여운 보지에 애정을 담아 입을 맞추었다.

“아!”

미소가 깜짝 놀라 허리를 튕겼다.

눈동자를 움직여 미소의 표정을 확인한다.

부끄러워하고는 있지만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윤서아 선생님도 나한테 한 첫 요구가 입으로 빨아달란 거였고.

여자들도 부끄러워서 말은 못 하지만, 남자처럼 입으로 빨아주는 걸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미소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겠지.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보지를 벌리고 그 안에 드러난 진홍색 속살을 혀로 핥았다.

“아앗!”

미소가 목소리를 높이며 파르르 떨었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너무 좋아서 걱정될 정도였다.

윤서아 선생님도 상대의 반응을 잘 살피고 배려해주라고 하셨었지.

분명 미소의 이 안쪽 속살은 어른들의 것보다 예민하다.

자주 손이 닿는 곳도 아니고, 남자가 처음 포피를 벗길 때처럼 익숙하지 않으면 아플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조심, 너무 자극적이지 않도록 약하게 혀를 움직였다.

기분 좋게 해주는 건 좋지만, 너무 열심히 해서 윤서아 선생님처럼 기절이라도 해버리면 안 되니까.

“오빠! 아!”

미소가 양손으로 내 머리를 잡는다.

그 힘이 강하지는 않다.

내 머리를 밀어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가만히 애무를 받아야 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미소의 심정이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었다.

미소는 불안한 거다.

이런 애무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낯선 감각에 몸이 잘못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다.

“미소야, 괜찮아. 오빠를 믿어.”

나는 가능한 한 미소가 안심할 수 있도록 상냥하게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

미소의 얼굴에도 살짝 안심한 듯한 기색이 돌았다.

나는 다시 미소의 보지를 핥기 시작했다.

안쪽의 예민한 살은 약하게, 겉 부분은 좀 더 강하게.

“아아! 오빠, 좋아! 너무 좋아!”

미소가 기뻐하는 목소릴 들으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는 턱이 얼얼해질 때까지 미소의 보지를 빨았다.

거기선 끊임없이 샘이 흘러넘쳤다. 야한 냄새가 나는 여자의 샘이다.

미소도 그 긴 애무 도중에 몇 번이나 오르가즘에 오른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슬슬 괜찮겠지?

미소가 낸 즙으로 침대보가 축축해졌을 때쯤, 나도 옷을 벗고 미소 위에 올라탔다.

내 자지는 이미 한참 전부터 팽팽하게 커져 있었다.

언제든지 미소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오, 빠…….”

내가 뭘 하려는지 미소도 알았을 것이다.

녹아내린 얼굴에 긴장의 그늘이 내려앉았다.

나는 미소가 준 러브젤을 뜯어 꿋꿋이 선 기둥에 치덕치덕 발랐다.

미소는 처녀다.

누나도 처녀였지만, 그 누나도 아파했을 정도다.

아마 누나보다 미소가 더 아파하는 건 틀림없겠지.

이걸 써서 조금이라도 처녀 상실의 아픔을 덜 수 있다면 아낄 필요가 없다.

나는 자지 전체에 젤을 바르고 미소의 보지에도 젤을 짜내 손으로 펴 발랐다.

“으응, 응…….”

민감해진 미소의 보지는 젤을 바르는 내 손길에도 느끼는지 움찔거렸다.

준비는 마쳤다. 이제 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미소의 어린애 같은 보지에 비해 내 자지는 너무 흉측하게만 느껴졌다.

이게 정말 들어가긴 하는 건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니. 이제 와서 망설이면 어쩌자는 거야? 미소도 이렇게 각오하고 있는데.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다.

“미소야. 넣을게.”

“……응. 오빠.”

미소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불안감을 애써 감추려는 듯한, 애처로운 얼굴이었다.

미소의 첫 경험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처녀를 기쁘게 해주는 섹스의 방법 따위 아직 배우지 않았는데.

나는 미소의 뺨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자지가 구멍을 파내며 미소의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윽! 으그그…….”

미소가 아픔을 참으려 이를 악물었다.

그런 가엾은 표정을 보면서도 내 자지는 무자비하게도 흥분해 있었다.

좀 더 작아지면 아픔도 덜할 텐데, 내 자지에 그럴 의지는 조금도 없는 것 같았다.

아파하는 미소를 보면서 자지는 더 기뻐하고 있었다.

빡빡했다.

누나와 했을 때는 누나도 나도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처녀 보지의 다른 점을 알 수 있었다.

말하자면 고속도로와 비포장도로의 차이였다.

잘 길들여진 윤서아 선생님의 질은 남자의 자지를 받아들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물도 많이 나오고, 반응도 좋고, 그야말로 섹스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멍이라는 느낌이었다. 남자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한 구멍 말이다.

반면에 한 번도 남자의 몸을 받아들인 적 없는 미소의 질은 빽빽하게 나무가 심어진 정글을 벌목하면서 내가 스스로 길을 뚫고 나아가는 것 같았다.

질 입구에서 자궁까지 길을 낸다.

이렇게 보면 말 그대로 아이를 낳기 위한 준비작업이구나.

“오빠, 오빠아아아……!!”

미소는 연신 나를 부르며 울고 있었다.

처녀 상실의 아픔 같은 건 상상 밖에 할 수 없지만, 당사자인 미소가 느끼는 아픔은 내 상상을 초월하겠지.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어중간하게 빼서는 의미도 없이 아프기만 했다는 결과밖에 남지 않는다. 

한 번 할 때 확실히 길을 열어두어야 했다.

미소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미소의 몸으로 한 번은 사정해야 했다. 괜히 했다는 후회만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

“아!”

미소가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부릅떴다.

내 귀두가 미소의 질을 마침내 전부 뚫고, 그 끝에 존재하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미소의 질은 얕은 편이었다. 길이가 조금 남을 정도로.

“미안해, 미소야. 괜찮아?”

“미안하다고 하지 마. 바보.”

미소는 울면서 불만스럽게 칭얼거렸다.

“응. 고마워. 잘 참았네.”

숨을 할딱이는 미소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 넘겨주며 다시 말했다.

“응. 오빠, 나 참았어. 죽을 거 같아도 참았어.”

미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를 위해 아픔을 견디는 여자의 얼굴이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

“고마워. 조금만 더 참아줘. 금방 끝낼게.”

“응, 괜찮아. 나 참을 수 있어. 오빠를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어.”

기특한 말을 하는 미소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사랑해. 미소야.”

그리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소는 괴로운 듯이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아아아! 오빠! 사랑해! 나도 사랑해!”

충분히 애무하고 젤까지 발랐는데도, 미소의 질이 워낙 단단히 조이고 있어서 잘 빠지질 않는다.

힘을 줘서 억지로 빼내고, 억지로 다시 넣었다.

미소의 몸이 고통으로 경직되는 걸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미소를 위해서라도 빨리 끝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려면 더 강하고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럼 미소는 더 아파할 것이다.

이게 딜레마란 건가.

“안아줘, 오빠! 더 세게 안아줘!”

미소의 요구에 응해 나도 꽉 안아준다.

나에게 매달리는 미소에게 애틋함이 솟아오른다.

미소를 끌어안고서 그 귓가에 끊임없이 사랑해, 기분 좋아, 하며 속삭였다.

그걸로 미소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길 바라면서.

“아아, 오빠, 나도, 나도 기분 좋아!”

미소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정말일까. 이렇게 아파 보이는데.

내 죄책감을 덜어주려 그러는 걸까.

기특하게도.

미소의 노력도 있어서, 나도 슬슬 사정의 기미가 올라왔다.

“혹시 미소도.”

“응?”

미소도 약 같은 거 먹어?

그렇게 물으려던 나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큰일 날 뻔했다.

“미소도, 기분 좋으니?”

“으응, 기분 좋아.”

말재주가 좋지 않은 나는 그렇게 어설프게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잘못하면 큰 말실수를 할 뻔했다.

미소도 약 먹냐는 말은 약을 먹는 다른 여자와도 이렇게 했다는 뜻이다.

눈치가 빠른 미소라면 그 말 한마디로 단숨에 거기까지 해석할 것이다.

지금도 정신이 멀쩡했다면 내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설마 그 다른 여자가 엄마와 누나라고는 미소도 생각하지 않겠지만.

“미소야. 슬슬 나올 거 같아.”

“응, 오빠. 안에 싸줘. 생리 같은 건 안 하니까 괜찮을 거야. 배란 조절제 먹고 있으니까.”

역시 미소도 약 먹고 있었구나.

그럼 안심하고 질내사정 할 수 있겠네. 

나는 좀 더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으응! 응! 응!”

괴로워하는 미소의 몸으로 쾌락을 채운다.

나는 정말 나쁜 오빠다.

그래도 오늘 섹스가 끝나면 앞으론 더 잘해줄 테니까.

나는 그렇게 위안 삼는 수밖에 없었다.

“윽! 나온다!”

“아아아! 오빠!”

사정 신호에 맞춰 미소가 나에게 꽉 매달렸다.

미소의 안에 씨를 뿌린다.

비록 열매를 맺는 일은 없겠지만, 오늘 너희의 희생은 잊지 않으마.

미소의 배 속을 가득 채울 기세로 벌컥벌컥 쏟아냈다.

아아. 기분 좋다. 행복하다

나만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걸까. 

미소의 희생 위에 쌓아 올린 쾌락에 죄악감을 느끼고 만다.

“아……. 오빠, 좋았어.”

미소는 눈물로 범벅이 된 지친 얼굴로 그렇게 웃었다.

그런 기특한 미소의 이마에 키스하고, 잠시 우리는 그대로 연결된 채 부둥켜안고 있었다.

미소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느껴졌다.

행복한 밤이었다.

미소, after 

미소와의 첫 섹스를 마치고.

나는 미소를 안고서 욕실로 갔다.

땀과 피와 정액으로 얼룩진 미소를 씻겨주기 위해서.

물론 나도 씻어야 하고.

“오빤 아직 부족하지? 입으로 빼줄게.”

조금 전까지 다 죽어가던 미소가 욕실에 들어오니 다시 팔팔해졌다.

이전처럼 서로의 몸을 씻겨주고 나선 내 걸 또 입으로 빨아줄 정도였다.

나야 좋지만 무리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기운에 찬 미소를 보고 있자니 왠지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욕실에서 장난치고 떠들던 어린 미소와 겹쳐 보였다.

그렇게 작았던 미소가 이렇게 커서 오빠와 섹스를 다 하다니.

감개무량했다.

피가 묻은 침대보와 이불은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렸다.

혹시 흔적이 남아 있으면 누군가 볼 수도 있으니까.

그 뒤엔 미소 침대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물론 둘 다 알몸으로.

미소의 체취가 배어있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날이 샐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미소는 다음에는 어떤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거나, 수갑도 의외로 괜찮을지 모른다거나, 주로 야한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아프거나 무서운 건 싫지만, 최대한 미소의 요망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그렇게 아파했는데 바로 다음에 섹스할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미소는 씩씩하구나.

혹시 아파했던 것도 다 연기였던 건 아니겠지?

그러는 동안에도 미소는 내내 내 자지를 장난감처럼 주무르고 있었다.

나도 미소가 가슴까진 허락해주었으므로 계속 가슴을 만지고 있었지만.

결국 욕실에서 한 번, 미소의 침대에서 또 한 번.

그날은 미소에게 총 3번을 쥐어짜였다.

그렇게 나와 미소는 화해했다.

싸우기 전보다 사이가 좋아진 건 틀림없었다.

어지간한 남매보단 분명 사이가 좋은 거겠지. 섹스까지 했을 정도니까.

누나와 엄마, 거기에 미소까지.

나는 결국 집안 여자들 전원과 섹스했다.

외부인인 나를 가족의 받아준 모두와.

서로가 서로에게 비밀로.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그게 잘못된 일이란 건 안다.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을 일이란 것도.

하지만 이미 넘치도록 고민했다. 충분히 괴로워했다.

우린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다.

그저 서로 사랑했을 뿐이다.

……그럴듯한 소릴 하고는 있지만, 3명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쓰레기라고 욕해도 상관없다. 이게 내가 찾은 행복이니까.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비밀은 지킨다.

나를 사랑해준 새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 * *

“할로, 에브리원!”

그날 아침, 안무 연습실에 나온 진미소는 몹시 기분이 좋았다.

“미소!”

그런 미소를 보고 먼저 와 있던 같은 그룹 멤버 진이 달려왔다.

“어떻게 됐어?”

“뭐가?”

다급하게 묻는 진에게 미소는 시치미를 뗀다.

미소가 소속한 아이돌 그룹 Spring.

그 멤버는 세아(Se-ah), 에이(A), 미소(Miso), 진(Jin).

그렇게 4명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중학교 연습생 시절부터 괴로운 무명시절을 거쳐 정상의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

모든 굴곡을 함께 겪어온 네 명의 멤버는 서로 비밀이란 게 없었다.

오히려 서로의 비밀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고민을 상담하고 있었다. 알려지면 세상이 멸망한다고 선후가 생각하는 남매의 비밀조차도.

“빨리! 어제 궁금해서 잠도 못 잤단 말이야!” 

“실은…… 나도 어제 하나도 못 잤어.”

“성공했구나!?”

몸을 배배 꼬며 말하는 미소의 말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진.

미소의 고민을 듣고 젤과 수갑을 빌려준 것도 다름 아닌 그녀였다.

침식을 같이하는 멤버들에게 언제까지나 비밀을 숨길 수 있을 리 없다고 판단해 그룹 결성 초기부터 멤버 네 사람은 아예 서로의 비밀을 전부 오픈하기로 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그 비밀이란 거의 사랑 이야기였다.

연습생이었던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소속사 사장을 먹어버린 그룹 리더 세아. 지금은 사장과 연인 관계가 됐다.

성별 관계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바이섹슈얼 에이. 물론 바닐라인 그룹 멤버는 건드리지 않는다.

매달 남자친구의 얼굴이 바뀌는 자유연애 주의자 진. 지금까지 사귄 남자친구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 안에서 양자로 들어온 의붓오빠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미소는 귀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공개연애 금지인 아이돌 특성상, 멤버 중 누구 하나라도 터지면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 될 수위의 비밀이었다. 거기에 자신의 비밀 또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로 간의 억지력이 되어 더욱 철저하게 기밀을 유지하게 했다.

그리고 혼자 속으로 안고 있던 비밀을 서로 상담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음으로써 자연히 멤버 간의 유대감도 커졌다. 불화설 같은 건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운명공동체.

가족이 들으면 서운해하겠지만, 이제는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같은 미소와 진은 특히 친했다.

미소의 피가 이어지지 않은 의붓오빠와의 사랑 이야기에 진은 불타올랐다. 쉽게 사랑을 하고 남자를 바꿔온 진이었기에 미소의 순애보는 더 빛나 보였는지 모른다.

반대로 미소에게 진은 연애의 마스터, 섹스의 프로페셔널이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남자를 사귀어온 진에게 미소는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이번 ‘한밤의 수갑 작전’도 진의 발안이었다.

“아니. 실은 실패했어.”

“실패했어?”

“응. 수갑 채우려다 들켜서 엄청나게 맞았어!”

“맞았어?!”

방긋방긋 웃는 미소의 말에 진은 어이가 없었다.

말하는 내용과 표정이 전혀 매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지──”

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소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설명이라기보단 오빠 자랑에 가까웠지만.

원래는 오빠가 자는 사이에 손발을 전부 침대에 묶은 다음 억지로 정액을 착취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한쪽 손에 수갑을 채우자마자 들키는 바람에 작전은 실패.

‘나한테는 이제 안 선다며? 그럼 이건 뭐야?’ 같은 대사까지 써준 진으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그래도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 아닐까. 오히려 미소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된 게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샌가 다른 멤버들도 연습실에 도착해 진지하게 미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도 때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다음에도 수틀리면 폭력으로 해결하려 할 텐데.”

“아니지. 엉덩이라며? 그건 플레이의 하나라고 봐야…….” 

도중에 참가한 세아와 에이도 각각 의견을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미소보다 연상이면서 연애의 선배였다. 그리고 똑같이 어려운 사랑을 하는 처지였으니, 미소의 사랑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응원자이기도 했다. 진지하게 미소의 이야기를 듣고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뒤로도 멤버들은 미소와 오빠의 일로 한참이나 떠들어댔다.

나름 연예계의 거물이 된 그녀들은 연습실도 통째로 전세를 내서 쓰고 있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짓궂은 말도 오갔지만, 그것도 다 미소를 응원해서 하는 말이었다.

오래전부터 미소를 보며 애태워온 멤버들은 누구보다 미소의 사랑 성취를 축하했다.

“근데 때리고 나서 상냥하게 대하는 건 전형적인 선수들 수법인데.”

“그러게. 미소가 나쁜 남자한테 속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언닌 걱정이란다.”

“맞아맞아.”

“거기가 팔뚝만 하다는 것도 믿을 수 없어.”

“넣자마자 느낀다는 것도 좀.”

“무슨 요술봉도 아니고.”

“미소가 남자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거라니까.”

“경험이 없으면 더 못 느끼는 게 정상아냐?”

오빠를 모르는 멤버들이 멋대로 떠드는 말에도 미소는 시종일관 싱글벙글할 뿐이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는 무적이었다.

“그래도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데. 미소네 오빠.”

“맞아. 그 정도 꼭꼭 숨겼으면 이제 보여줄 때도 됐잖아?”

그리고 결국 그런 얘기가 되고 만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고 미소도 예상하고 있던 전개였다.

“사진 보여줬잖아.”

“사진은 못 믿지.”

“자랑만 하면서 얼굴은 안 보여주고.”

“그러지 말고 한 번 데려오라니까.”

“안 돼. 대인기피증 있는 거 알잖아.”

신나게 떠들던 멤버들도 미소네 오빠가 쓰러지는 영상을 본 이상 물고 늘어지진 못했다.

그때도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억지로라도 데이트로 끌고 가라고 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달이 났으니, 이번에도 강요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소도 언젠간 멤버들을 오빠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누구보다 가까운 멤버들에게 우리 오빠를 자랑하고 싶었다.

부끄럼쟁이 오빠라도 이 멤버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다 같이는 안 되지만, 한 명씩 집으로 와. 얼굴 보게 해줄게.”

“진짜?”

“난 됐어. 사장 오빠가 시끄럽게 구니까.”

“난 갈래! 숙식 제공으로! 팔뚝만 하다는 오빠 그거도 확인할래!”

“너 미쳤니? 사진 꼭 찍어와라.”

깔깔대는 여자 아이돌들의 웃음소리가 연습실을 울렸다.

그리고 결국 가장 적극적이었던 진이 미소의 오빠를 만나기로 했다.

“일찍 왔으면 몸이나 풀고 있을 것이지, 뭣들 하고 있어?”

소란을 뚫고 여성의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무가 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사랑 얘기하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언제 시집가세요?”

“시끄러워 이것들아! 준비운동이나 해!”

그렇게 아이돌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미소! 시간 비는 날 진짜 갈 거야! 이번엔 빼기 없어!”

“알았다니까.”

엉뚱한 곳에서 미팅 약속이 잡히고 있다는 사실을 선후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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