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역습!(실패)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흥분한 탓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엄마나 누나와의 일, 거기에 윤서아 선생님과 했던 일.
그리고 미소에 대한 것도.
생각할수록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컸다.
사람이 분수를 모르고 살면 언젠가 큰 사고를 치고 만다.
그리고 일이 터지고 나서는 후회해도 늦는다.
지금 나는 불륜투성이였다.
엄마나 누나는 말할 것도 없고, 윤서아 선생님도 유부녀라 해서는 안 되는 관계였다.
분명 어느 것 하나라도 들키면 모든 게 끝장날 것이다.
지금의 행복한 가족도, 쾌락에 절은 생활도.
하지만 이미 일은 저질렀고, 없었던 일로 할 방법도 없다.
이젠 무작정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각들로 잠 못 이루는 밤.
그 덕분에 나는 새벽의 침입자를 눈치챌 수 있었다.
끼이.
조심스럽게 문이 열린다. 아주 천천히.
나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미소였다.
엄마는 새벽 촬영, 누나는 해외 스폰서 초청으로 외국에 나가 있다.
오늘 집에는 나와 미소 둘뿐.
설마 도둑이 들진 않았을 테니 이 방에 들어올 건 미소밖에 없었다.
뭘까. 또 그때처럼 자위라도 하러 온 걸까.
아까 오후에는 그렇게 냉랭하게 대하더니.
어쩌지? 모른척해야 하나?
아니면 화해의 의미로 미소의 자위를 도와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런 태평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자는 척을 계속했다.
정말로 태평했다.
설마하니 미소가 그런 강경수단을 쓸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찰칵.
오른쪽 손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뜨고 눈앞에 보인 그림자를 붙잡아 침대 위에 내던졌다.
“꺅!”
짧은 비명소리.
아니나 다를까 미소의 목소리였다.
미소 위에 올라타 누르면서 베개맡에 놓여있던 리모컨으로 전등을 켠다.
내 오른 손목에서 은색 수갑이 전등 빛을 반사해 빛나고 있었다.
“오, 오빠? 일어나 있었어?”
헤헤.
미소는 웃으며 얼버무리려 했다.
“미소, 너…….”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등에는 소름이 돋고 식은땀도 흘렀다.
지금은 희미해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려 한다.
아니. 떠올리지 마라. 그 일은 이제 나랑 상관없어. 그 사람들이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날 일도 없다.
그러니까 떠올리지 마라. 떠올리면 나는 망가지고 만다. 미소를 상처입히고 만다.
“너……지금 뭐 하는 거야?”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상한 티는 안 났을까.
“뭐 하긴. 오빠 잘 때 쪼~끔 장난치려고 했지.”
거기에 미소는 순진하게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해맑게 미소지었다.
자고 있을 때 수갑을 채우는 게 남매 사이에선 그렇게 흔한 장난인 걸까.
미소는 내가 어렸을 때 학대당한 건 알지만, 자세한 내용까진 모른다.
그러니까 정말 가볍게 장난칠 생각이었을지도.
“오빠, 근데 나 아픈데 놔주면 안 돼? 나 갑갑해.”
나는 미소 위에 올라탄 채 팔을 누르고 있었다.
“……열쇠 줘.”
“주머니에 있어.”
미소의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는다.
팔은 놓아줬지만, 여전히 몸은 올라탄 채로.
미소의 주머니에선 열쇠와 함께 다른 수갑이 3개나 더 나왔다.
그것도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이 아니라, 열쇠 없이는 풀 수 없는 진짜 같은 수갑이었다.
“……이런 걸 어디서 구했어? 이걸로 뭘 어쩌려고?”
나는 내 손목의 수갑을 풀고서 미소에게 물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
“친구한테 빌렸어! 그리고 그냥 장난친 거뿐이라니까!”
미소의 목소리에 조금 짜증이 섞였다.
나는 가만히 미소를 노려보았다.
“풀었으면 됐잖아! 무거우니까 비켜줘!”
“진미소. 이게 장난이야? 누가 너한테 수갑 채워도 장난이라고 넘어갈 수 있어?”
“뭐야! 오빠가 먼저 잘못해놓구선! 비켜! 비키라니까!”
미소는 이제 내 밑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지션도 내가 유리한데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나는 다시 미소의 팔을 억제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진미소!”
“……왜? 때리기라고 하려고? 때려봐! 바로 경찰에 신고해줄 테니까!”
“너…….”
역으로 화내는 미소에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흥! 어차피 때리지도 못할 거면서! 어차피 또 도망갈 거면서! 비겁자! 겁쟁이! 배신자!”
미소의 잔인한 말이 날아와 가슴을 찌른다.
나는 미소의 사랑에서 도망쳤다. 들킬 위험이 크다는 핑계로.
엄마나 누나와는 했으면서, 미소에게선 도망쳤다.
비겁자고 겁쟁이고 배신자였다. 그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미소야. 너도 알잖아. 들키면 우리 가족 다 끝이라는 거.”
“그게 뭐? 난 겁 안 나! 엄마도 언니도 다 버려도, 나 혼자서라도 오빠 하나쯤은 먹여 살릴 수 있어!”
“그럼 엄마랑 누나는? 엄마랑 누나가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당해도, 슬퍼해도, 넌 아무렇지도 않아?”
“그딴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가족이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충격이었다.
미소가 가족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나는 당연히 미소도 나처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
“너……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행복한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란 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해도 아마 미소는 이해하지 못할 거다.
미소는 다른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가족 때문에 괴로운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 아무래도 오빠가 널 너무 오냐오냐 대한 거 같네. 엄마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오빠?”
미소는 눈치가 빠르다. 내 분위기가 바뀐 걸 민감하게 알아챘다.
“꺅!”
나는 미소를 뒤집어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팔을 뒤로 꺾어 양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미소가 가져온 수갑이었다.
“아파아! 오빠! 뭐 하는 거야!”
무서울 정도로 유연한 미소가 이 정도로 아플 리가 없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빠! 지금 이거 장난으로 안 끝나는 거 알지? 지금 바로 안 풀면 진짜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나는 이어서 미소의 양쪽 발목도 수갑으로 연결했다.
“오빠? 진짜 이러지 마. 오빠 잡혀가면 엄마가 슬퍼하신다니까.”
엄마는 신경도 안 쓴다고 방금 말했으면서, 바로 엄마 얘기를 꺼내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미소의 잠옷 바지를 내렸다.
미소와는 어울리지 않는 야한 T팬티를 입고 있었다. 통통하고 귀여운 엉덩이가 드러났다.
“아이~ 뭐야. 오빠도 야한 거 하고 싶었어? 그럼 솔직하게 말을 하지. 그래도 난 수갑은 싫어~ 풀어줘~.”
미소는 아직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어떻게든 장난으로 치부하려는 걸까.
미소는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빠 없이 자랐다.
엄마도 누나도 바빴고, 나도 그저 날 따라주는 여동생을 귀여워했을 뿐이었다.
곁에 없는 미소의 아빠 대신 미소를 훈육할 의무가 나에겐 있었다.
“오빠? 내 말 안 들려? 풀어달라니까? 야한 거라면 내가 해줄 테니까. 응?”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이 일로 미소가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경찰에 잡혀가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남매 싸움이라는 걸로 어떻게든 변명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들어 올린 손바닥을, 미소의 엉덩이에 내리쳤다.
철썩!
“꺄악!”
미소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엉덩이가 펄쩍 튀어 오른다.
손발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그렇게 튀어 오르다니. 재주도 좋구나.
“아파! 아파! 때렸어! 오빠가 때렸어!”
미소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나는 날뛰는 미소를 다시 붙잡아 눕히고는 또 손바닥을 내리쳤다.
철썩!
“꺄악! 변태! 폭력남! 신고할 거야! 꺄악!”
펄떡 거리는 미소를 붙잡아 다시 원래대로 눕힌다.
그리고 또 손바닥을 휘둘렀다.
철썩!
“꺄아악! 아파! 오빠! 진짜 아프다니까! 그만 때려!”
이 집으로 이사 온 뒤로는 한 번도 층간소음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 다른 집도 마찬가지일 거다. 광고에서도 특수 시공으로 층간소음을 완벽하게 잡았다고 선전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괜찮겠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있었다.
“시끄럽게 굴면 더 세게 때릴 거야.”
나는 목소리를 깔고 최대한 위협적으로 말했다.
“오빠? 오빠? 내가 수갑 채워서 그래? 미안해! 앞으로 그런 장난 안 칠게! 말도 잘 들을게! 가족 필요 없다는 소리도 안 할게!”
철썩!
“꺄악!”
펄쩍거리며 침대 위를 구르던 미소가 순식간에 침대 저편으로 사라졌다.
“앗.”
쿵.
바닥에 머리를 찧는 소리가 울렸다.
“미소야! 괜찮아?!”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미소한테로 달려갔다.
손발이 구속된 미소는 바닥을 짚지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린 것이다.
“으앙! 우와앙!”
내가 안아 일으키자 미소가 내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가 때렸어! 오빠가! 나 때렸어! 우와앙~!”
“미안해, 미소야. 오빠가 미안해. 때려서 미안해. 어디가 아파? 머리 부딪혔어? 머리 아파?”
“엉덩이…… 엉덩이 아파……! 으앙!”
과장된 우는 소리에 가짜 울음이란 건 알았지만,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오버였다. 내가 아무런 가책도 없이 사람을 때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도 미소를.
그렇게나 나를 따라주고 좋아해 준 미소를 때리다니.
나는 미소를 끌어안고 도닥이면서 괜한 짓을 해버렸다고 후회했다.
“미안해. 다신 안 때릴게. 아프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 미소야.”
나는 미소를 끌어안고 울었다.
“……오빠? 울어?”
왜 나까지 울었는지 모르겠다.
미소의 눈물이 전염됐는지, 아니면 어렸을 때 맞고 울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랬는지.
내가 우는 걸 보고 미소가 당황해할 정도로 울었다.
* * *
“오빠. 이제 괜찮다니까.”
미소가 가짜 울음을 멈추고 손발에 채웠던 수갑을 푼 뒤에도 나는 한참을 울었다.
오히려 이제는 미소가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아프지도 않았고. 솔직히 조금 흥분하기도 했고.”
“……흥분했다고?”
“아무튼! 여자의 눈물을 그대로 믿으면 안 돼! 언젠간 나쁜 여자한테 홀랑 속아 넘어갈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훌쩍였다.
부끄럽다. 남자가 이렇게 엉엉 울어버리다니.
오빠답게 혼낼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완전히 입장이 역전되고 말았다.
“정말 내가 못 산다니까.”
미소가 한심하다는 듯이 웃으며 내 머리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약한 몸에 비해 풍만한,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훌륭한 가슴이었다.
거기에 얼굴을 묻고 나는 눈물을 삼켰다.
“오빠, 미안해. 나쁜 말 해서. 진심이 아니었어.”
“응.”
“앞으론 좀 더 가족을 소중히 여길게. 그러니까 나한테 실망하지 말아줘.”
“응.”
“근데 오빤 정말 나랑 야한 짓 하기 싫어?”
“……아니.”
“그럼? 하고 싶어?”
“…….”
“만약 내가 아무한테도 안 들키게 조심한다고 약속하면 할 거야? 엄마한테도 언니한테도 아무한테도 안 들키게 한다고 하면.”
“……응. 하고 싶어.”
“……오빠. 엉덩이 아프니까 약 발라줘.”
“응.”
“그럼약 가져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미소는 벌떡 일어서더니 후다닥 방을 나섰다.
잠시 후 방에 돌아온 미소가 나에게 척하고 약병을 건넸다.
“자! 발라줘!”
그리고는 침대에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내밀었다.
미소가 나에게 건넨 약.
그건 약이 아니라 삽입 보조용 윤활제, 일명 러브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