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아 선생의 경우2
윤서아 선생은 처음으로 남자의 몸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마 애무를 받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거기는 충분히 젖었으리라.
마치 세계적인 조각가가 빚어놓은 청동상 같은 몸.
아니, 이건 신이 빚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로 선후의 나체는 특별했다.
물리적인 체형의 이야기가 아니다.오라가 달랐다.
거기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선생님. 이제 넣을게요. 넣게 해주세요.”
만약 선후가 말하지 않았어도 그녀가 먼저 넣어달라고 애원했을 것이다.
“어서…….”
윤서아 선생은 다리를 벌리고 선후를 불러들였다.
남자 앞에 모든 걸 드러냈다. 상스러운 행동이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 남자의 유전자를 받고 싶다.
여자의 본능이 눈앞의 남자에게서 씨를 받고 싶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선후의 시선은 그녀의 벌어진 다리 사이의 한점에 고정돼 있었다.
이제 설명은 필요 없었다. 선후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윤서아 선생의 위에 올라탔다.
단단하고 강인한 남자의 몸이었다. 여자의 연약한 피부에 그의 몸이 닿을 때마다 윤서아는 감탄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남자는 남자가 아니었다. 남자의 흉내를 낸 무언가였을 뿐.
“아아, 아아앗!”
단단히 발기한 남자의 성기가 여자의 성기를 벌리며 파고 들어온다.
몸을 뚫을 기세로 쳐들어오는 선후의 기세에 윤서아 선생은 처녀처럼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어디까지? 대체 어디까지 들어오는 거야?
여자의 몸은 처음으로 맞이한 남자의 육체에 환희했다. 동시에 이대로 정말 뚫려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도 느꼈다.
선후의 자지는 한 번도 자극받은 적 없는 깊은 곳까지 치고 들어와 그녀의 아기집을 노크했다.
“아흑!”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을 덮는 강렬한 쾌락.
마약성 진통제를 맞은 것처럼 아픔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이거였구나. 이게 진짜 섹스였구나.
윤서아 선생은 몸을 관통하는 쾌락의 기둥에 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직업 특성상, 배우자의 불륜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많이도 봐왔다.
일도 가정도 내팽개치고, 남자에 미쳐서 모든 걸 바치는 여자도 봐왔다.
지금까진 그런 사람들을 미쳤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지도,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래서야 어쩔 수 없었겠지.
그 사람들이 느낀 쾌락이 이런 거였다면, 남자에 미쳐 모든 걸 버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이런 쾌락을 몰랐으니 이해하지 못했던 것뿐.
지금은 그런 여자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윽. 선생님, 너무 좋아요.”
선후의 쥐어짜내는 듯한 그 말에 윤서아 선생은 자궁이 저렸다.
이 남자가 자신의 육체에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이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
더 칭찬받고 싶었다. 더 자신의 몸으로 즐겨줬으면 했다.
윤서아 선생은 남자에게 짓눌린 골반을 억지로 움직였다.
빙글빙글.
오로지 그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 그에게 아첨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수동적인 섹스만 해온 그녀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안을 보람이 있는 여자라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아아… 선생님…….”
그런 노력은 그녀의 남자, 선후에게도 전해졌다.
윤서아 선생의 어설픈 골반 놀림조차 아직 미숙한 그에게는 넘치는 쾌감이었다.
역시 선생님은 어른이라고, 이런 자세에서도 잘도 허리를 돌린다고 감탄했다. 그게 윤서아 선생의 필사적인 몸놀림이라는 것도 모르고.
“선후야, 기분 좋니?”
“네! 네, 선생님! 너무 좋아요!”
“선생님도, 좋아, 그러니까, 어서……!”
숨을 할딱이는 그녀의 애타는 목소리에 선후가 허리를 당긴다.
귀두의 갈고리가 질 주름을 하나하나 긁어내며 빠져나갔다.
그 무거운 움직임에, 윤서아 선생은 자궁째로 뽑혀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으윽, 선생님!”
그리고 다시 들어올 때는 쿵, 하고.
단번에 안쪽까지 침입해 입구를 두드렸다.
“하악!”
숨이 막힐 정도로 강렬한 충격.
그와의 섹스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윤서아 선생은 이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선후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아래에 윤서아 선생을 깔아뭉갠 채 연속으로 허리를 두드렸다.
“아아아아──!!”
그 한번 한 번의 왕복마다 그녀는 극락 같은 쾌락을 맛본다.
소화할 수 없는 쾌락에 미쳐버리는 게 아닌가 두려워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도 않고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몸을 짓누르는 강인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쾌락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그녀는 허우적댈 뿐이었다.
“하앗, 아아앗!!”
그저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지르며 버텼다.
이 지옥 같은 쾌락이 끝날 때까지.
왕복운동은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됐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윤서아 선생은 자지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릴 뿐.
시작부터 가파르게 페이스를 올렸던 선후도 슬슬 힘이 빠지고 있었다.
섹스에 쓰는 근육은 운동할 때 쓰는 근육과 달랐다.
내일부턴 운동하는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선후는 생각했다.
“선생님! 쌀 거 같아요!”
그리고 어김없이 사정의 때도 찾아왔다.
그때 선후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피임’.
윤서아 선생은 배우도 아니고 운동선수도 아니다. 아마 약은 먹고 있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선생님을 보았지만, 그녀는 이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넋이 나간 윤서아 선생님은 입가에 침까지 흘리며 헐떡이고 있었다.
강제로 밀려 올라오는 사정감에 선후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몸에서 자지를 뺐다.
“윽!”
총을 쏘듯 튀어 나간 정액은 여자의 배와 가슴에 뿌려졌다.
몸도 정신도 한계까지 몰려 있었던 윤서아 선생도 낯선 감각에 잠시 정신이 돌아왔다.
‘아아. 끝났구나.’
가슴에 느껴지는 뜨거운 액체.
지금까지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수컷의 씨앗이었다.
아쉬웠다. 아까운 씨앗이 그렇게 낭비되는 게.
우수한 유전자를 남길 수 없는 게.
하지만 다행이기도 했다.
임신하지 않으면, 또 할 수 있으니까.
윤서아 선생은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
* * *
윤서아 선생이 눈을 뜬 건 약 5분 뒤.
그녀는 알몸인 채 소파에 누워 의사 가운만 달랑 덮여 있었다.
기절한 동안 선후가 덮어놓은 거였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선후는 정신을 잃은 윤서아 선생의 곁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사람을 불러야 할지, 아니면 119를 불러야 할지.
일단 물티슈로 그녀의 몸을 닦고 탈취제를 뿌리긴 했지만, 그 뒤엔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랐다.
간호사를 부르면 당연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닫게 되겠지.
선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제발 윤서아 선생님이 빨리 깨어나 주기만을 빌고 있었다.
“선후야.”
윤서아 선생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소릴 질렀는지 목이 다 쉬어있었다.
허리도 아프고 뼈마디가 쑤셨다. 낯선 곳까지 삽입하는 바람에 질 안쪽도 따가웠다.
아마 오늘은 계속 앉아 있기 힘들 것 같다.
수험생 시절 처녀를 잃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윤서아 선생은 허무하게 웃었다.
하지만 만족감이 그 아픔을 다 덮고도 남았다. 오늘은 그녀가 여자로서 완성된 날이었다.
지금도 자궁이 저리고 질 안쪽에선 아직 선후가 남아 있는 것 같은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이 타락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이 그토록 경멸했던, 남자에게 미쳐서 인생을 전부 갖다 바친 여자들처럼.
그러면서도 그녀의 냉정한 부분은 생각했다.
아마 선후는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버려지고 말 거라고.
집착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없다.
선후에게 버려지고 싶진 않았다.
이런 쾌락을 알고서 선후에게 버려졌다간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단 5분간의 휴식이 그녀에게 그런 냉정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선후야. 이번에 잘못한 게 뭔지 알겠니?”
그러니까 그녀는 선후가 필요로 하는, ‘윤서아 선생님’을 연기하기로 했다.
* * *
윤서아 선생님과 섹스했다.
지금도 자신이 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역시 나는 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상대를 잘 보고 배려해주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이었던 거 같다.
피지컬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고도 들었다.
선생님 말씀처럼 섹스 중에는 흥분해서 경황이 없었다.
성장하려면 좀 더 인내심을 기르고 자제하도록 해야겠지.
엄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 * *
진선후: 선생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진선후: 2주 뒤에도 상담 잘 부탁드립니다.
진선후: (인사하는 이모티콘)
윤서아: 그래. 선후야.
윤서아: 다음에 또 보자.
* * *
문자는 보내지 말랬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선생님 대답도 평범했고.
의사와 환자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 전화?”
진동을 느끼고 폰 화면을 확인한다.
휴대폰에 뜬 이름은 무려 ‘황수아 배우님’.
미소와 데이트하기 전, 황수아 배우와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떻게 저 사람을 잊을 수 있을까 싶지만, 쓰러진 뒤로 너무 충격적인 일들이 많이 있었으니까. 오늘도 그렇고.
나는 조금 긴장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예. 진선후입니다.”
『선후 씨, 저예요. 황수아.』
“네 수아 씨. 안녕하세요.”
『쓰러졌다면서, 괜찮으세요?』
“아, 네. 이제 괜찮아요.”
황수아 배우와 서로 적당히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지난번에 말했던 레슨 말인데요.』
그리고 나온 본론.
혹시 취소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그 스케쥴을 잡기 위해 전화했다고 했다.
정말 하는 건가. 그 레슨…….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일단 해보고 안 된다 싶으면 역시 안 되겠다고 하고 와야지.
돈이야 안 받으면 되는 거고.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고마워요, 선후 씨. 그럼 몸조심하시고 그때 뵐게요.』
“아 네, 수아 씨도…….”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그 앞에 미소가 째려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수아 씨에게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누구야? 수아 씨? 여자야?”
“그냥 아는 사람.”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다른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 냄새. 병원 간다면서 여자 만나고 왔어?”
미소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냄새나나? 탈취제도 뿌렸는데.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는 잘 모른단 말이지.
“병원 갔다 왔어. 냄새나면 미안. 지금 씻을게.”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선 얼른 욕실로 도망쳤다.
뒤에선 미소가 계속 째려보고 있었다.
“휴.”
무서워라.
진심으로 삐친 미소는 삐친 척하는 미소와 차원이 달랐다.
최근엔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미소도 바쁘다곤 하지만 한집에 살면서 마주치지 않을 순 없으니까.
미소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땐 현자 타임 탓에 미소까진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선택지를 잘못 누른 것 같다.
거절할 때 하더라도 좀 더 미소를 배려해서 이야기했어야 했다.
그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리가 없는데.
“일단 씻고 나와서 얘기해볼까…….”
어쨌든 미소는 일로도 스트레스받는데 나 때문에 더 스트레스받게 할 순 없었다.
무작정 거절한 건 내 잘못이었다.
솔직하게 사과하고 대화로 적당한 절충안을 찾아봐야지.
하지만 어느 때보다 냉랭한 미소의 태도에 제대로 된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그날 밤, 미소는 물리적인 행동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