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256)

윤서아 선생의 경우 

“잠자리에서 여성을 기쁘게 해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 정신과 전문의 윤서아 선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아직 젊지만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온 여자다.

정신과 전문의란 허울은 좋지만, 어지간한 3D업종 보다 힘든 감정노동자였다.

매일 온갖 정신이상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적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이 아이, 진선후에 한해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이 아이는 지금도 ‘괜히 말했다!’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순한 성희롱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선후에게도 드디어 그런 고민을 할 여자 친구가 생겼단 거구나.

왠지 모르게 섭섭한 기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표정에는 내지 않고 축하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네. 실은 3, 40대 정도로.”

하지만 이어진 대화에서 밝혀진 사실에 윤서아 선생은 충격을 받았다.

연상이라는 말에 조금 파고들어 봤더니, 거의 엄마뻘이 아닌가.

이렇게 순진한 아이를 속여 먹는 여자가 있다니.

윤서아 선생은 조용한 분노를 느꼈다.

“……그래. 선후는 그 정도 연상도 괜찮은 거구나?”

윤서아 선생의 그 말에는 무거운 회한이 담겨 있었다.

눈앞의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윤서아 선생은 어찌할 수 없는 분함을 삼켜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어디의 누군지도 모를 아줌마한테 넘겨줄 바에는.

그게 선후를 위해서도 더 좋았을 텐데.

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그녀도 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있었다. 그리고 선후처럼 순진한 아이의 사고를 유도하는 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욕망도 있었다. 성공한 기업가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남편과의 부부관계에서 만족감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능력은 있어도 남자로서의 매력은 없는 남자였다. 섹스도 자기중심적이었다.

그런 그녀의 성적 판타지에 딱 들어맞는 존재.

그게 진선후라는 아이였다.

외모는 물론이고 순진한 성격도.

요즘 아이들에게선 거의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좋았다.

매일 같이 스트레스와 싸우는 윤서아 선생에게 있어선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선후는 깨지기 쉬운 예술품과 같은 아이.

손을 대는 순간 그 순수함을 잃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단지 관상용으로.

윤서아 선생은 지켜보기만 할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어디의 누군지도 모를 아줌마가……!

“혹시 선후만 괜찮으면 선생님이 확인해봐도 될까? 눈으로 보면 좀 더 구체적인 조언도 해줄 수 있을지 몰라.”

평상심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불필요한 진료.

하지만 거기까진 괜찮았다.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신체 특정 부위를 보고 조언하는 것도 그녀의 업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선후를 유도하는 순간까지도 그녀는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다.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만약 하더라도 조금씩 선후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면서 천천히 접근할 생각이었다.

소극적인 선후의 성격상, 서두르다간 분명 일을 그르칠 테니까.

하지만 선후가 바지를 벗고 남성기를 내놓았을 때.

윤서아 선생은 생전 느껴보지 못한 강한 충동을 느꼈다.

떠올린 것은 오래전에 본 어떤 영화의 이야기.

향에 미친 남자가 특수한 향수를 만들어내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내용이었다.

그 향을 맡은 사람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그 향수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윤서아 선생은 자신이 마치 이야기 속에서 조종당하는 인간처럼 느껴졌다.

그런 이상한 향수라도 맡은 것처럼, 최면이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눈앞의 남성기에 손을 댔다.

하지만 거기까지도 와서도 만회할 길은 있었다.

그녀의 특기인 화술로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번 손을 댄 뒤에는 혀를 대고, 그다음엔 입을 댔다.

그리고 입안에서 애무해 사정까지 유도했다.

빼도 박도 못할 유사성행위였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비릿한 액체의 감촉.

그제야 윤서아 선생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한 행위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리고 당황했다.

자신은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행동은 미쳤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진료 중에 어떻게 이런 짓을.

자신이 저지른 일에 당황하면서도, 윤서아 선생은 냉정하게 머리를 돌렸다.

선후는 마음이 약한 아이다.

특히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후에게 가족을 꺼내 호소한다면 설득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없었던 일로 하는 게 베스트.

이걸 계기로 조금 정도는 야한 관계가 된다면 그것도 좋았다.

하지만 선후의 반응이 그녀의 예상과 달랐다.

“……선생님. 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엄마한테 꼭 말하기로 약속했거든요.”

“그건 안 돼!!”

선후의 양모인 배우 임신혜.

그게 윤서아 선생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 임신혜도 아들을 끔찍이 아낀다.

돈도 있고 인맥도 있는 엄마. 무마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알려지면 그걸로 자신은 끝장이었다.

어떤 조건을 걸더라도 선후에게서 말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내야만 했다.

“선생님이 섹스를 알려주세요.”

하지만, 선후의 입에서 그런 노골적인 요구가 나올 줄이야.

윤서아 선생이 아는 진선후라는 아이는 이런 협박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기껏해야 머뭇거리면서 선생님 말을 받아들이고, 답례로 조금은 야한 일도 하게 될지 모르지.

하지만 지금 선후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말도 행동도 표정까지도.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해리성 정체성 장애)? 하지만 그건…….’

흔히 이중인격, 다중인격이라고 부르는 정신장애.

어려서 당한 학대나 트라우마에 대한 자기방어 기제로 발현하는 정신병증이라는 점에서 선후는 그 조건에 부합했다.

하지만 그런 병증이 실재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학계에서도 분분했다.

윤서아 선생도 그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는 몇 번이나 봤다.

하지만 대부분은 환자 본인이나 부모의 착각이었고,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뿐이었다. 확실하게 그런 병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는 환자는 없었다.

하지만 선후를 보면서 윤서아 선생은 이중인격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진선후라는 아이를 한두 해 봐온 게 아니다.

무려 7년. 아마 가족 보다, 어머니 임신혜보다도 선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의 성격을 알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거의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선후는 완전히 예상외의 행동을 했다.

앞서 상담 중에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여전히 소극적이고 얌전한 아이였다.

하지만 성적인 쪽으로 이야기가 되자 사람이 바뀌었다.

첫 경험 후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그건 병아리가 닭이 되는 정도지, 닭이 돌고래가 되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급격한 변화였다.

윤서아 선생의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선후가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게 그녀가 바라는 방향이었다.

‘선후에게 협박당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내미는 나.’

그녀의 정신은 몹시 흥분해 있었다.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황에 취해 있던 윤서아 선생은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이 없었다.

완벽하게 설계된 인생만을 살아온 윤서아 선생.

그녀는 은밀하게 파멸을 바라고 있었다.

* * *

“예뻐요. 선생님.”

진료실에서 속옷 차림이 된 윤서아 선생을 보고 선후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남자 앞에서 보여주기에 부끄러운 몸은 아니었다.

임신혜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도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니까.

윤서아 선생은 수치를 참는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가슴 속은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입바른 소린 됐어. ……하지만 칭찬해주면 보통은 기분이 좋아져서 더 잘 느끼게 될 거야.”

윤서아 선생은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이 선후의 명령을 따르는 자신’을 연기한다.

그러면서도 선후에게 섹스를 알려준다는 초기 목적도 잊지 않고 있었다.

선후도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귀담아듣고 있었다.

여자의 속옷을 벗기는 방법, 애무하는 순서, 대화하는 방법 등등.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마다 다르니까 스스로 경험하면서 깨우칠 수밖에 없어. 내 말만 다 믿지 말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게 중요해. 그리고 꼭 공식대로 행동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담겨 있다면 상대도 기뻐할 거야.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정서적 교감을 중요시하니까.”

윤서아 선생도 사실 남을 가르칠 정도로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이 됐으니까 흉내는 내고 있지만, 그녀도 또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것이다.

적당히 그럴듯한 말을 하고서, 어쨌든 스스로 깨달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경험을 쌓으란 말씀이시네요.”

그리고 선후는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선생님은 어떤 게 좋으세요?”

“나?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떠올랐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체면이라든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라도.

“……입으로, 빨아줘.”

하지만 선후의 눈을 보고 있자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절로 입이 열렸다.

윤서아 선생이 남자에게 그런 요구를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오로지 수동적인 역할이었다. 다른 남자와 할 때도 적극적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선후 앞에서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천박한 말을 하는 자신에게 쾌감을 느꼈다. 기묘한 해방감도 느껴졌다.

선후는 윤서아 선생의 말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선생님다운 단정한 흰색 팬티를 무릎 아래까지 끌러 내렸다.

선후가 가족 이외의 여자 성기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서아 선생의 음모는 의외로 무성하고, 은은하게 땀 냄새 섞인 여자다운 체취도 났다.

그가 경험한 다른 여성들의 성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누나와 미소는 아예 털이 없었고, 엄마 임신혜도 음모는 깔끔하게 손질된 역삼각형이었다.

하지만 윤서아 선생의 그곳은 정돈되지 않은 채였다. 

완벽한 겉모습과는 달리 무신경한 듯한 그곳의 형태에 선후는 오히려 흥분을 느꼈다.

선후는 두말없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혀를 놀렸다.

“아앗!”

윤서아 선생은 쾌락의 비명을 지르며 선후의 머리를 붙잡았다.

음부를 기어 다니는 미끈한 감촉이 그녀의 이성을 박탈해갔다.

“아아, 좋아! 거기!”

똑같은 애무인데도 사람이 바뀌면 이렇게나 느낌이 달라지는 걸까.

선후를 가르쳐야 할 입장인 윤서아 선생이 오히려 선후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배우고 있었다.

“아아, 아─!”

주로 환자의 상담이 이루어지는 이곳 진료실의 방음은 완벽하다.

부르지 않으면 간호사가 함부로 들어오는 일도 없다.

그러니 윤서아 선생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정도로 자신을 해방한 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한편 선후는 윤서아 선생의 격렬한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반응이 큰 만큼 어디를 어떻게 공격해야 더 좋아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의 반응이 이렇게 좋은 것도 자신에게 알려주기 위해 과장되게 반응하는 거로 생각했다.

“응핫, 아핫!”

허리를 움찔거리며 선후의 얼굴에 하체를 밀어붙이는 윤서아 선생.

평소 이지적인 태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쾌락에 미친 모습이었다.

“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마치 짐승 같은 소리를 지르며 절정에 다다랐다.

그 쾌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던 윤서아 선생.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풀썩 소파에 쓰러졌다.

선후의 얼굴은 그녀가 뿜어낸 투명한 액체로 젖어있었다.

“……선생님. 이제 넣을게요. 넣게 해주세요.”

선후도 이제 참을 수 없었다.

순수한 그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흉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윤서아 선생은 황홀에 젖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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