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256)

상담 중에 선생님과2 

“선후야. 미안해.”

“서, 선생님?”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은윤서아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도 내가 왜,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선생님이 잠깐 정신이 나갔나 봐.”

선생님은 패닉에 빠진 것처럼 허둥대고 있었다.

정신과 선생님 정신이 나가다니.

농담이라도 웃을 수가 없는 농담이었다.

“사과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건 알아. 의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것도. 하지만…….”

선생님이 무릎 꿇은 채 나를 올려다본다.

안경 안쪽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다.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선생님도 가족이 있어. 지키고 싶은 가정이 있어. 이런 일 한 게 알려지면 나는… 우리 가족은…….”

나는 멍하니 선생님을 내려다본다..

선생님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갑자기 내 자지를 만지더니, 빨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무릎 꿇고 빌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없었던 일로 해줄 수 없을까?”

“선생님…….”

천천히 흥분이 가라앉고 머릿속이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그런가. 선생님은 그때 그 여자들과 같은 짓을 한 거다.

내가 중학생 때 당했던 것과 같은 짓을.

‘울어? 겨우 이런 일로? 남자가?’

‘솔직히 너도 즐겼으니 된 거 아냐?’

‘어디 가서 말하기만 해봐. 인터넷에 다 뿌려버릴 테니까.’

그때 일은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남녀 간의 행위는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

그러나 서로 간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행위는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그 죄는 특히 무겁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선생님은 잃을 게 많다는 것.

그리고 법과 도덕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른이란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어떻지?

그때처럼 상처 입고 있나?

아니. 지금은 기분 좋은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현자 타임이었다.

그럼 선생님에게 벌을 주고 싶을 만큼 화가 났는가?

그것도 아니다. 놀라긴 했지만, 오히려 기분은 좋았다.

고마워할지언정 화를 내다니당치도 않았다.

하지만…….

‘선후야. 만약 또 이런 일 있으면 그땐 엄마한테 꼭 말해야 해. 혼자서 끌어안고 있으면 안 돼. 알았지?’

그때 엄마와 한 약속은 아직도 귀에 생생했다.

“……선생님. 다음에 또 이런 일 생기면 엄마한테 꼭 말하기로 약속했거든요.”

내 말에 윤서아 선생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건 안 돼!!”

당연하지만 선생님도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알고 있다.

애초에 그 일 때문에 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거니까.

우리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윤서아 선생님도 방송에 자주 나와서 전국에 얼굴이 팔린 유명인이다.

그런 선생님이 성범죄 피해로 상담을 받아온 환자를 다시 추행했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 엄마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일을 크게 벌일지 말지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선생님이 무사히 넘어갈 수는 없겠지.

의사 면허 취소, 이혼, 잘못하면 징역을 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삶은 완전히 파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후야. 선생님 좀 봐. 응? 선생님이 이렇게 빌게. 선후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선생님…….”

“응? 선후야, 말해봐. 선생님이 어떻게 할까? 선후한테 어떻게 하면 용서해주겠니?”

선생님은 필사적이었다.

무릎으로 바닥을 기어와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을 나는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각도 탓에 의사 가운 안쪽으로 가슴골이 살짝 보였다.

끌려 올라간 치마 아래로 허벅지도 드러나 보였다.

후회할 거면 처음부터 하지 않았으면 됐을 텐데.

선생님이 어떤 심정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귀신이라도씐 걸까.

“선생님.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내 말에 선생님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선후야. 도저히 안 되겠니? 선생님이 이렇게 빌어도?”

가여운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진다.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가슴이 살짝 아렸다.

나는 선생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기로 했다.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지만, 순서를 바꿀 수는 있겠죠.”

“……그게 무슨 말이니?”

내 말에서 희망의 기색을 찾아낸 윤서아 선생님의 얼굴에 조금이나마 빛이 돌아왔다.

“선생님, 제 고민이 뭔지 들으셨잖아요? 섹스를 더 잘하고 싶다고.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저한테 섹스를 알려주세요.”

“…….”

“만약 선생님이 승낙하신다면 저희는 섹스 파트너니까, 선생님이 한 일도 ‘강제추행’이 아니라 ‘애정 행위’가 되는 거예요. 비록 선생님이 순서를 착각해서 앞질러 가버리긴 했지만, 성범죄에 비하면 그 정도는 큰일도 아니겠죠. 어때요?좋은 생각 아닌가요?”

이렇게 혀가 잘 움직이다니.

머리도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잘 돌아가는 것 같다.

어째서일까.

의외로 나란 인간은 나쁜 일에 적성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일도 있고, 그, 가족도 있어서…… 그렇게 자주 시간을 내기는 힘들어.”

선생님은 내 제안에 거절도 승낙도 못 하고.

연못에 빠진 고양이처럼,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하지만 발버둥만 친다고 해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따로 만날 거 없이 제 진료시간에 하면 되잖아요.”

“뭐……?”

내 정신과 진료는 2주에 1번, 1시간 30분씩.

그 시간에 섹스와 상담을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그럼 선생님도 따로 시간을 낼 필요 없고, 나도 마찬가지고.

“돈을 내고 예약을 잡아서 섹스한다. 이렇게 말하니까 꼭 매춘하는 거 같네요.”

“매춘…….”

내 말투에 선생님은 충격받은 듯했다.

엘리트 여의사로서의 삶을 살아온 윤서아 선생님.

그쪽 루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래요, 말래요? 이것도 많이 양보한 거란 거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윤서아 선생님은 입술을 뗐다 붙였다 하며 대답을 망설인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대답만 하면 될 텐데.

선생님은 긴 생각 끝에 어렵게 답을 내놓았다.

“……알았어. 할게. 하지만 나도 가정을 지키기 위한 거야. 남편한테 들킬 위험이 있는 일은 최대한 피해줬으면 좋겠어. 문자나 전화 같은 것들.”

“그 정도는 당연히 신경 써야죠.”

이런 일 들키면 나도 무사하진 않겠지.

“그럼 선생님, 오늘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웃으며 선생님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윤서아 선생님이 불안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차게 식은 그 손을 잡아당겨 자리에 일으켜 세웠다.

“아.”

일부러 조금 강하게.

그 반동으로 선생님이 나에게 안겨들었다.

선생님의 향수가 짙어진다.

품에 안은 윤서아 선생님은 생각보다 작았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탓인지 훨씬 어른처럼 느꼈었는데.

이렇게 안아보면 선생님도 역시 여자였다는 게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기대로 자지가 꼿꼿이 선다.

그 자지가 나에게 안긴 선생님의 배를 쿡쿡 찔렀다.

“그럼 선생님, 지금부터 바로 시작할까요?”

윤서아 선생님의 섹스 교습을.

“……지금부터?”

“당연하죠. 아직 시간 많이 남았는데.”

보통 진료 예약은 2시간 단위다.

거기서 환자를 상대하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그 뒤 30분은 아마도 휴식시간.

즉, 선생님은 앞으로 내 진료시간 30분과 휴식시간 30분은 자유라는 거다.

그 1시간 동안 선생님의 시간은 내 것.

그리고 선생님의 몸도 내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분위기가 바뀌셨네요.”

내가 알던 윤서아 선생님과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평소 선생님은 항상 은은한 미소를 두르고 조곤조곤 친절한 말투로 이야기하신다.

의사와 환자 관계니까 당연한 거겠지.

“너야말로. 그동안은 가면이라도 쓰고 있었니?”

하지만 지금은 조금 차갑고 신경질적으로도 느껴졌다.

웃음기가 빠지니 인상도 훨씬 냉정해 보이고.

차가운 도시의 여의사 선생님이셨다.

“안 그래도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중이에요. 흥분해서 그런가?”

뭘까. 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자각은 있었다.

선생님이 보기에도 그렇다면 정말 그렇겠지.

이상한 약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

약을 해본 적은 없으니 어떤 기분인진 모르지만, 아마 이런 기분 아닐까?

호흡곤란이 와서 쓰러질 정도로 스트레스였던 그 사건도, 깨어난 뒤에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쓰러질 때 정말 충격이라도 받았나?

아니면 깨어난 직후 누나와의 일이 더 충격적이라서?

그러고 보면 누나와 할 때부터 좀 이상했지.

그전에는 누나한테 그런 식으로 반항하는 건 상상도 못 했을 텐데.

지금도 어떻게 그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역시 나는 정신병자.

내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생각하는 걸 그만두고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의 몸을 즐기기로 했다.

“선생님…….”

한 손을 밑으로 내려 엉덩이를 꾹 잡는다.

마른 몸에 통통한 엉덩이.

주무르는 재미가 있는 엉덩이였다.

의사 가운 아래에서 선생님의 신체가 깜짝 놀라는 게 느껴진다.

선생님의 얼굴은 붉었다.

분한 듯한, 수치심을 참는 듯한.

내가 알지 못했던 여자 윤서아의 얼굴이었다.

“선생님은 남편 아닌 남자와 섹스한 적이 있나요?”

“……여자한테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그게 윤서아 선생님의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물론 진지하게 사귀는 여자한텐 안 묻죠. 하지만 선생님한텐 괜찮잖아요? 우린 그런 관계니까.”

선생님의 몸을 주물거리며 귓가에 속삭인다.

“여자가 어디서 어쩌다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두고 싶으니까 가르쳐주세요.”

“……결혼 전에 몇 번. 결혼 후에는 두 번.”

“결혼 후에 만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처럼 환자였나요?”

“첫 번째는 동창회, 두 번째는 방송 관계자였어. 환자랑은 안 해.”

“그럼 저는요?”

“선후 너는…….”

이 상황에 대해서는 선생님도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어쨌든 선생님 환자 중에선 제가 첫 번째네요.”

듣고 싶은 대답을 들은 나는 선생님을 품에서 풀어주었다.

그리고 윗옷을 벗는다.

나는 완전 맨몸이 됐다.

선생님은 아닌 척하면서도 힐끔힐끔 내 몸을 쳐다본다.

이 선생님도 남자의 몸에 관심은 있었구나.

하긴. 진료 도중에 자지를 만지고 빨고 할 정도니까.

지금까진 잘도 숨기고 있었네.

“선생님은 옷 입고 하실 거예요? 전 괜찮지만 옷 구겨질 텐데.”

내 말에 윤서아 선생님도 머뭇머뭇 의사 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쳐놓았다.

가운 아래는 사복 차림이었다.

무릎까지 오는 치마에 얌전한 블라우스.

단정한, 갑자기 환자의 자지를 빨기 시작하는 변태 의사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차림이었다.

그런 윤서아 선생님의 스트립쇼.

선생님은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귀한 장면이다. 그냥보고만 있기에는 아까웠다.

“잠깐. 뭐 하는 거야.”

휴대폰을 들이대는 나를 보고 선생님은 화를 냈다.

당연하다. 휴대폰에서 동영상 촬영을 알리는 음성이 들렸으니까.

“뭐 하긴요. 동영상 찍는 건데요.”

뻔뻔하게 대답하는 지금도 카메라는 선생님을 찍고 있었다.

휴대폰 액정 너머에서 윤서아 선생님이 헐거워진 옷깃을 손으로 가렸다.

“찍지 마. 그리고 찍은 것도 지워.”

“얼굴 안 나오게 찍을게요. 소리도 지우고. 그리고 저 친구 없는 거 아시잖아요. 아무한테도 안 보여주고 저만 볼게요.”

“……그래도 동영상은 안 돼.”

안 된다곤 하면서도, 선생님은 입장 상 강하게 말하진 못했다.

지금 나는 절대갑, 그리고 선생님은 절대을이니까.

누나나 가족들에겐 절대로 못 할 짓이다.

경솔하게 찍었다가 만에 하나라도 유출되면 모든 게 끝장날 수 있다.

“찍을게요, 선생님?”

하지만 윤서아 선생님은 다르다.

선생님은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니까.

지금 선생님은 의사 윤서아가 아니라 내 섹스 파트너 윤서아니까.

말을 듣지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옷을 벗는 선생님을.

나는 남김없이 영상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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