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256)

* * *

그 후, 선후는 별 문제도 없이 명문대에 진학.

선후가 수능을 치고 나서는 약속대로 람○르기니를 뽑아줬다.

엄마는 여전히 불안해했지만, 저 소심한 선후가 과속으로 사고를 낼 리가 없지.

“누나! 고마워! 평생 아껴 탈게!”

“오냐. 좀 더 존경하렴.”

당시 나는 차 한두 대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LPGA 우승에 상금왕에도 올랐고, 스폰서비나 광고비는 천문학적이었다.

협찬이나 부상으로 받은 차도 몇 대나 있어서 엄마 주변에 나눠줄 정도였다.

아마 당장 은퇴하더라도 평생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겠지.

집도 옮겼다. 서울 땅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로.

가족 모두 주목을 모으는 인간들이다. 보안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차피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 지출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빌딩도 올렸다. 번 돈을 주체할 수 없어서 넣은 투자였다.

이건 앞으로 하는 거 봐서 선후한테 물려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선후 주제에 멀쩡히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없을 거고.

적당히 건물이나 관리하면서 살라고 해야지.

이렇게 내 인생은 잘도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걸리적거리는 존재는 있었으니.

바로 동생 미소였다.

“오빠! 나 저기 앞까지만 태워줘!”

미소는 노골적으로 나를 견제했다.

어떻게든 나와 선후가 둘만 있지 않도록 훼방을 놓았다.

게다가 나한테 보란 듯이 선후에게 달라붙었다.

나도 이렇게 참고 있는데.

미소는 영악했다.

나로선 절대 할 수 없는 짓도 태연하게 했다.

그리고 그걸 ‘애교’라든가 ‘어리광’이라는 말을 방패막이 삼아 흘려 넘겼다.

자연스럽게 선후의 몸을 터치하고, 반대로 선후가 자기 몸을 만지도록 유도했다.

그건 어떻게 봐도 가족 간의 스킨십이라는 선을 넘고 있었다.

“오빠, 오랜만에 같이 목욕할까?”

“뭐?”

식사 중에 미소가 그런 얘길 꺼냈다.

나한테 들으라는 듯이.

미소는 진심이었다.

“엄마, 괜찮지?”

“후후. 그럼 엄마도 같이할까?”

……그리고 엄마도 진심이었다.

탕!

나는 식탁을 두드리고 일어났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리고 선후를 한껏 째려봐준 뒤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선후는 소심하다.

그러니 스스로 일을 일으키진 못 하겠지만, 상대가 밀면 쉽게 떠밀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미소는 위험한 존재였다.

미소는 내숭도 뭣도 없이 쭉쭉 밀어붙이는 타입이니까.

그나마 무명 때는 자중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찬지금은 거리낌이 없었다.

내 선후 징크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선후 버프를 받지 못하면 골프 성적도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무엇보다 내 기분과 컨디션이 나빠진다.

『아앙♡ 오빠 거기♡ 기분 좋아… 더 세게…♡』

그날도 복도에선 미소의 야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차피 그런 일이 아닐 거란 건 알고 있다.

그리고 미소가 나한테 들려주기 위해 일부러 내는 소리라는 것도.

하지만 신경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선후가 미소와 선을 넘는 건 시간문제였다.

만약에 둘이서 외국으로 도피라도 해버리면?

나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몸서리쳤다.

미소라면 저지르고도 남는다.

슬슬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가진 무기는 뭐지?

돈? 미소도 돈이 부족하진 않다.

얼굴? 자매끼리 누가 낫다고 할 게 있을까.

그럼 가슴?

나는 자신의 가슴을 슬쩍 추켜올려 보았다.

미소도 많이 자랐지만, 엄마나 나를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

무겁고 불편하기만 한 가슴.

하지만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이 가슴 덕을 봤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옛날부터 선후는 내 가슴을 힐끔거리곤 했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본인은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건 내가 모른척해 주는 것 뿐.

어차피 선후가 생각하는 일따윈 뻔했다.

가슴, 결국은 가슴인가.

하지만 가슴으로 어떻게 하라고?

미소처럼 자연스럽게 팔이나 등에 갖다 대는 짓은 흉내 낼 수 없다.

그럼 슬리퍼 홀드? 헤드락? 아니면 그때처럼 암바?

……어째서 괴롭히는 기술밖에 떠오르지 않는 걸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어차피 이대론 고민만 하다가 또 날짜를 넘기고 만다.

그럴 거면 그냥 만지게 해버리면 되는 거 아냐?

나는 나답게 정면으로 승부하기로 했다.

“야, 진선후. 너 뭐하냐?”

퇴원 

  

아침에 일어나니 팔이 없어져있었다.

“윽.”

아니. 없어진 게 아니다.

피가 안 통해서 팔이 저린 것뿐이었다.

“헉!”

거기에는 무려 누나가!

내 팔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알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났더니 사자 우리에 들어와 있었다~ 같은 이 기분을. 

침대 옆에는 보조 침대도 있고 베개도 있고 소파도 있다.

그런데 왜 누나는 내 침대에서 자고 있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누나의 머리를 들어 팔을 빼내고, 대신 베개를 넣어주었다. 

“우웅…….”

누나는 귀찮은 듯 작게 소리를 냈지만 눈을 뜨진 않았다.

휴.

살았다.

나는 잠든 사자의 입에서 무사히 팔을 빼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저린 팔을 주무르며 누나의 상태를 본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든 누나를 보는 건 어렸을 적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한집에 살면서도 예민한 누나의 자는 모습을 볼 일은 의외로 없었다.

무방비한 미소라면 자주 봤었지만.

잠든 누나의 얼굴은 정말 천사 같았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기만 해도 저절로 팬이 늘어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나한테도 딱 그 정도로만 대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그런 겉꾸민 웃는 얼굴 같은 건 나한테 절대 보여주지 않으니까 말이지.

하…….

…….

누나, 자는 거 맞지?

척하는 거 아니지?

나는 조심조심 이불을 들춰보았다.

사자에 도전하는 마사이족 전사의 심정이 이런 걸까.

“오오…….”  

이불 아래 누나는 속옷 차림이었다.

그 큰 가슴이 우아하게 침대에 눌려 있었다.

아름답다.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잠들어 있을 땐 가슴도 천사였다.

물론 깨어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평소엔 누나 특유의 포스 때문에 마음 놓고 보고 즐길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이대로 종일 보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윽!”

돌연 아랫도리에 느껴진 압박감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어느샌가 내 자지는 사자의 손아귀에 잡혀있었다.

고개를 들자 누나의 매서운 눈과 마주쳤다.

잠들어 있던 사자가 깨어난 것이다.

“뭘 봐?”

“아니, 그…….”

누나는 화가 난 게 아니다.

오랫동안 누나의 눈치를 살펴온 나는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냥 순수한 질문이다.

누가 봐도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지만, 이게 누나의 디폴트였다.

“누나 가슴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흥.”

누나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나쁜 반응은 아니었다.

“그렇게 가슴이 좋으면 만져보든가.”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아당겨 누나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오…….”

“세게 만지면 죽는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물조물.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본다.

조물조물.

우주의 신비가 거기에 있었다.

오오…… 신이시여.

어째서 가슴은 이렇게 부드럽나이까.

가슴을 조물거리느라 조물주인 것입니까?

그런데 난 아침부터 이렇게 호강해도 되는 걸까?

그러고 보면 나는 어제 누나와 섹스도 했었지.

이 누나와.

사실 나는 죽을병에 걸렸고, 누나는 내가 죽기 전에 자비를 내려주는 게 아닐까?

그 정도로 이 상황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흥.”

가슴에 열중하고 있는 나를 보고 누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대신 너, 집에 가면 피아노 다시 쳐.”

“어? 피아노?”

갑자기?

당황한 나머지 나는 가슴을 만지던 손도 멈췄다.

누나는 내가 피아노 치는 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럼 또, 만지게 해줄 테니까.”

어어?

그리고 누나는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듯이 내 자지를 잡고 있던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닝 글로리 상태였던 내 자지는 누나의 손과 가슴에 의해 완전무장하고 있었다.

“아…… 누나…….”

“하지만 섹스는 아프니까 다 나을 때까지 금지야. 그때까진 손으로 참아.”

그럼 다 나으면 또 섹스해준다는 말?

내가 그 말을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밤새 쌓아둔 정액을 누나의 손에 쏟아냈다.

* * *

“다녀왔습니다.”

퇴원 후 집에 돌아왔다.

겨우 이틀만이지만 굉장히 오랜만인 듯한 기분이었다.

누나는 나를 내려준 뒤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

대회는 기권했지만, 그걸로 끝, 바이바이는 아닌 것 같다.

누나는 프로니까 게임은 뛰지 않아도 할 일은 있는 거겠지.

“어서 와, 우리 아들.”

“엄마.”

엄마가 현관 앞에 마중 나와 안아 주었다.

으으. 행복하다.

정말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나중에 벌 받는 거 아닐까?

아차. 어제 누나와 하고 나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데. 게다가 아침에도 그랬고.

혹시 내 몸에 정액 냄새나는 거 아니야?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엄마가 댓글 같은 거 보지 말라고 했잖아.”

“미안, 엄마. 앞으론 진짜 안 볼게.”

엄마는 진심으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비난한다.

그건 엄마나 누나, 그리고 아직 어린 미소한테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기사 댓글 같은 건 읽지 못하게 했었다.

어쩌다 읽게 되더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도 당부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드라마에 복귀했을 때나 누나가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

나는 심하게 충격받았다.

사람들은 명확한 이유도 없이 우리 가족을 비난했다.

온갖 헛소문을 지어내서라도 까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욕을 들어야 하는 걸까. 분명 축하받을 일일 텐데.

나는 그런 사람들의 악의를 누나처럼 비웃으면서 넘기는 건 불가능했다.

내 멘탈은 두부보다 약하니까.

그 후로는 나도 안 보도록 신경 썼지만, 이번에는 이런 일이 되고 말았다.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엄마한테는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배 안 고프니? 밥 먹을래?”

“아니. 먼저 좀 씻고.”

아까부터 냄새가 나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설마 누나와 한 걸 들키진 않겠지만, 엄마한테 냄새난다고 생각되긴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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