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누나. 똑바로 서.”
선후의 목소리는 낮고 무서웠다.
나는 덜덜 떨면서 선후가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짚고 섰다.
“치마 올리고 엉덩이 내밀어.”
선후는 손에 골프채를 들고 있었다.
7번 아이언. 오늘 내가 몇 번이나 실수했던 7번 아이언이었다.
선후 너, 그걸로 뭘 하려는 거야?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왠지 입만 뻐끔거릴 뿐, 말이 나오질 않았다.
“누나가 뭘 잘못했는지 알지?”
뭐야. 아까 내가 화내서 그래?
미안해. 앞으론 안 그럴게.
그러니까 그만둬.
“안돼. 울면 뭐든 다 용서받을 수 있을 줄 알아?”
그랬다. 나는 울고 있었다.
마지막에 울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나는 뭐가 슬퍼서 울고 있는 거야?
“누나. 이 꽉 물어.”
나는 어느샌가 선후 앞에서 치마를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다.
선후가 골프채를 휘두른다.
휘잉.
골프채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퍽!
그리고 이건 내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였다.
아아아아!
아파!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그래도 목소리는 나오질 않았다.
나는 허무하게 입만 벌리고 있었다.
“누나, 아파?”
아프다고! 죽을 만큼 아파!
엉덩이가 터진 것 같아!
“그래도 안 돼. 아직 부족해. 더 맞자.”
선후는 담담한 얼굴로 스윙했다.
휭.
퍽!
나는 엉덩이를 감싼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죽어. 죽는다구.
제발 그만 때려.
미안해. 미안해.
“누가 사과하랬어? 똑바로 서, 누나.”
나는 선후의 말에는 거역할 수가 없다.
거역하면 더 맞을 테니까.
내 상상 속의 선후는 마음이 내킬 때까지 나를 때릴 권리가 있으니까.
“자. 이걸로 3타째야.”
휭.
퍽!
다리가 후들거린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무릎이 꺾였다.
“파 4홀이면 이걸로 1언더파네. 누나는 10오버파 쳤으니까 앞으로 11대 더 남았어.”
11대?!
안돼. 정말로 죽는다니까.
제발 용서해줘.
“누나. 그만 맞고 싶어?”
응. 그만 맞고 싶어.
이제 그만 때려. 너무 아파. 죽을 거 같애.
“반성했어?”
반성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내가 나빴어.
“그럼 맞는 대신 나랑 섹스해.”
…….
“싫어? 그럼 계속 맞을까? 11대 더?”
아니. 아니야.
섹스…… 할게. 섹스 하게 해줘.
“알았어. 그럼 특별히 용서해주는 거다?”
응…… 고마워.
나랑 섹스해줘서.
선후는 잔인하게 웃으면서 내 팬티를 내렸다.
그리고는 퉁퉁 부어오른 내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아프다. 분명 아픈데, 그러면서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뭐야? 내 몸이 어떻게 된 거야?
선후의 손이 닿으면 아픈 건 사라지고 기분 좋은 느낌만 남았다.
“누나 정말 변태 같아. 혹시 더 맞고 싶은 거야?”
선후가 질린 듯이 말한다.
아니야. 아픈 건 이제 싫어.
하지만…… 쓰다듬어 주는 건 조금 기분 좋을지도.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실컷 만져줄게.”
선후가 내 엉덩일 거칠게 주물렀다.
아아, 그렇게 세게 주무르면…….
처음엔 아팠지만, 점점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아아…….
기분 좋아.
아픈 게 사라지고 찌릿찌릿한 기분만 남았다.
선후는 이어서 자신의 바지도 벗었다.
거의 팔뚝만 한, 괴물처럼 커다란 남자의 성기가 드러났다.
말도 안 돼! 저런 게 내 안에 들어온다고?
그건 언젠가 서양 야동에서 봤던 흑인 배우의 것이었다.
선후는 얼굴도 몸도 작은 채인데, 거기만 유독 징그러운 괴물 같았다.
“자, 누나. 섹스해줄 테니까 똑바로 서.”
안돼. 무서워. 그런 거 안 들어가.
나는 싫다고 허리를 흔들었지만, 선후는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선후는…….
* * *
“핫!?”
내가 눈을 떴을 때, 방안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시간은 저녁 8시.
비몽사몽 간에 나는 반사적으로 엉덩이부터 만져보았다.
아프지는 않았다. 부어있지도 않았다.
휴.
뭐야. 역시 꿈이었잖아.
그럼 그렇지. 저 겁쟁이 선후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아!”
팬티가 젖어 있었다.
그것도 마치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축축하게.
“뭐야 이거…….”
팬티를 벗어 확인해본다.
설마 이 나이에 자다가 지렸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미끈거리는 점성질 액체.
야한 생각을 하면 나오는 그거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그것도 자는 동안에?
꿈에서 깨기 직전에 본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나는 선후에게 억지로 강간당했다.
일단 직전에 깨긴 했지만…….
“아~!”
나는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몸부림쳤다.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죽어버리고 싶다. 누가 와서 죽여줬으면 좋겠다.
남동생을 상대로 그런 꿈을 꾼 것도 모자라 이렇게 흥분했다니.
게다가 그 여운은 지금도 남아 있었다.
허벅지 사이가 근질거린다.
“으…….”
그러면 안 돼.
진소영. 정신 차려. 걔는 네 동생이라고.
한 가닥 남은 이성이 나를 말린다.
하지만 한 가닥만으론 너무나도 약해서 순식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아…… 안돼, 선후야. 난 네 누나야…….”
* * *
나는 탈진한 채로 침대에 엎드려있었다.
결국 해버리고 말았다. 선후를 생각하면서.
남동생에게 강간당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해버렸다.
꿈은 변명거리라도 있다. 내가 원해서 꾼 게 아니니까.
하지만 자위는 다르다. 내 의지로 한 거니까.
“으으.”
자괴감이 엄청나다.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원숭이나 다름없다.
이래서야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던 남자들이랑 뭐가 달라?
……그러고 보면 선후도 그랬지.
밥을 먹으면서 힐끔힐끔 쳐다보던 선후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런 게 뭐가 좋다는 거야.”
가슴을 만져본다.
무겁고 짜증 나는 가슴이다.
차라리 없었으면,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그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부탁하면 만지게 해줄 수도 있는데. 조금 정도는.”
꿈속의 강압적인 선후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의 선후는 소심하고 찌질한 꼬맹이다.
꿈은 꿈일 뿐. 그런 일은 평생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상상하는 것만이라면…….
“아…… 안 돼, 선후야…….”
후회한 지 몇 분도 되지 않아 나는 또 자위했다.
선후를 생각하면서.
나는 원숭이였다.
* * *
다음날.
나는 협회 관계자들이나 스폰서 관계자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다녔다.
이전 같으면 게이 캐디를 대신 보냈겠지만, 오늘은 내가 직접 했다. 게이 캐디에게도 어제 일을 사과했다.
나도 한 단계 성장한 것이다.
“아팠다면 어쩔 수 없지. 낫긴 낫는 거지?”
“어쩐지. 소영이답지 않더라니.”
“점심이라도 같이…….”
전날 손목 통증을 핑계로 기권한 데다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왔으니, 아무도 꾀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날 밤늦게 들어온 엄마에게 손을 다친 걸 들켜서 응급실에 다녀왔다.
살짝 긁혀서 피가 났을 뿐인데 엄마는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선후는 마치 자기가 죄인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민망한 마음에 선후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선후를 떠올리며 몇 번이나 한 탓에 괜히 의식하게 됐던 것이다. 정작 본인은 알지도 못할 텐데.
전날 실컷 욕구불만을 해소한 덕분인지, 엉망진창이었던 대회 내용 따윈 머릿속에서 날아가고 없었다.
나는 한 번 대회를 망친 거로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생각했지만, 사실 그런 건 내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겨우 공놀이일 뿐이잖아? 앞으로 치를 수십, 수백 번의 대회 중 하나일 뿐이잖아?
스폰서도 그렇다. 자기들이 좋아서 나를 광고탑으로 쓰는 거지, 내가 부담 느낄 필요가 뭐 있어?
그렇게 내려놓고 나자 기분도 편해졌다.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어렸을 적 그저 즐겁게 공을 치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무뚝뚝한 게이 캐디와 인색한 프로 선생님에게도 실컷 칭찬을 들었다.
나는 실패를 양분으로 삼아 성장하는 아이였어!
왠지 만화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으로 나는 훨훨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런 즐거운 기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엄마에게서, 선후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피아노 콩쿠르에서 건반조차 치지 못하고 실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