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28/256)

병원에서의 기상 

왠지 머리가 개운했다.

몸도 가볍고 컨디션도 좋았다. 실컷꿀잠 자고 일어난 듯 기분 좋은 기상이었다.

낯선 천장이었다.

하지만 익숙한 냄새. 익숙한 분위기.

여기가 병원이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코에 끼어져있는 산소 튜브. 손등에는 링거의 주사 바늘.

나한테는 무척이나 익숙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저쪽편에 보이는 뒷모습 또한.

“엄마?”

“안 됐네, 엄마가 아니라서. 마마보이.”

하지만 엄마가 아니었다. 소영 누나가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누, 누나.”

아니, 내가 미쳤나? 아무리 뒷모습이 비슷하다고 해도 엄마랑 누나를 착각하다니.

“엄마는 아침까지 있다가 촬영 때문에 갔어.”

“누나도 오늘 대회 있는 거 아니었어?”

“그래. 누구 덕분에 기권하고 왔지만.”

“……정말?”

누나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누나가 화난 이유를 생각해본다.

물론 대회 도중 기권하고 온 건 문제지만 누나는 그런 일로 화내진 않는다.

사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미소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고 단둘이 데이트를 나갔다가 이 사달이 난 거니까.

누나의 분노 정도는 위험도 1~4단계 중 3단계 이상. 큰 부상이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사태였다.

그러니까 나는 긴급탈출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

“누나…… 윽…!”

“진선후!”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운 듯 인상을 찡그린다.

그러자 어머나 신기해라, 누나의 분노 게이지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 누나의 손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상냥한 손길로 내 등을 쓰다듬었다.

“선후야. 괜찮아? 의사 부를까?”

“아니. 괜찮아 누나.”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르려는 누나의 손을 붙잡는다.

“누나, 미안해.”

누나의 표정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그게 나에 대한 분노 탓은 아니었다.

“흥. 어차피 미소 그 기집애가 억지로 끌고 나갔겠지. 네가 일부러 나가자고 하진 않았을 거 아냐?”

“응…… 그래도 미소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본인이 제일 충격받았을 테니까.”

“하! 충격은 무슨. 지금 걔가 뭐 하고 있는지 알아? 전부 고소하겠다고 관련 자료 깡그리 끌어모으고 있다더라.”

“고소? 무슨 고소?”

“넌 참 머릿속이 평화로워서 좋겠다. 지금 온 나라가 너 하나 때문에 난리인데.”

누나가 팔짱을 끼고서 한심하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라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고소는 또 뭐고?

하지만 내가 누나에게 물으려던 순간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왔다.

“아. 진선후 환자님 깨어나셨네요. 기분은 어떠세요. 불편한 데는 없으시고요?”

“예.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숨쉬기 힘들다거나 그런 건 없으세요?”

“예.”

“그래요. 공황발작으로 인한 호흡곤란인데, 다행히 응급처치도 좋았고 병원에도 빨리 와서 괜찮았어요. 후유증도 없어 보이고. 일단 오늘 하루는 입원해서 상태 보고 이상 없으면 내일 퇴원하도록 합시다.”

“아, 예. 고맙습니다, 선생님.”

의사 선생님은 어지간히 바쁜 건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퇴장했다.

“뭐야. 끝이야? 병원비도 드럽게 많이 받아 처먹으면서.”

“바쁘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누나, 나 때문에 난리라는 건 무슨 소리야?”

그리고 누나가 한숨을 쉬며 말해준 이야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우선 연예인과 그 가족에 대한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원인이 된 연예인과 그 가족이란 당연히 미소와 나다.

불확실한 정보(내가 미소의 남자친구, 혹은 애인일 거라는 설)를 진실인 양 퍼뜨리고, 결과적으로 장애인이며 입양아(사회적 약자)인 내가 실신해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 오빠의 뒷바라지를 해온(매스컴에선 그렇게 떠들었다) 미소의 재빠른 대처로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아무튼 이번 일로 말이 많은 모양이다.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어떤 정치인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진미소 법’을 발의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우와. 내 얼굴 다 나왔잖아.”

“그것도 엄청 이상하게 나왔지.”

“기절했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문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내 사진과 동영상이 엄청나게 찍혔고 퍼졌다는 거다.

사람이 붐비는 백화점에서 쓰러졌으니 오죽했을까. 거기다 아이돌인 미소가 울면서 인공호흡을 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기에 딱 좋은 광경이었겠지.

나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 보니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는 건 기본이요, 가슴은 풀어헤치고 바지의 벨트까지 풀고 있었다.

하필 그런 상태로 찍혔으니…… 그나마 동영상은 얼굴과 노출 부위에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사진은 원본 그대로 올라온 것도 많았다.

“이건 조금……야하지 않나?”

“…….”

누나는 대답이 없었다.

동영상 재생수는 최대 1천만을 넘긴 것도 있었다. 몇십만, 몇백만은 기본이었다.

내가 기절한 동영상을 천만 명이 봤다고?

오류로 0이 한두 개 더 붙은 거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이런 동영상을 왜 이렇게 많이들 보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던 나도 그 영상을 눌러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빠! 왜 그래, 오빠! 정신 차려! 숨 쉬어!』

『거기 언니! 119 신고 좀 해주세요! 사람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다고!』

『어……119가 몇 번이지?』

『아. 제가 신고할게요.』

『오빠! 정신 좀 차려봐! 오빠!』

『찍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찍지 말아주세요!』

미소는 끊임없이 나를 깨우면서 인공호흡을 했다. 척척 기도를 확보하고는 내 셔츠를 단추째로 뜯어버리는 남자다운 모습에는 나조차 반할 지경이었다. 그것도 영상 자막에서는 손이 떨려 단추를 풀지 못하자 힘으로 뜯어버린 거라며 미화하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인공호흡을 하는 미소의 모습에 나도 코끝이 시큰해졌다. 떨리는 목소리에서도 간절함이 전해졌다.

하지만 찍지 말라는 미소의 호소에 카메라를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거 다 연출이야 연출. 찍지 말라면서 찍히는 거 다 계산에 넣고 하는 거라고.”

“아니, 그래도.”

누나는 옆에서 계속해서 미소를 헐뜯고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로선 미소를 향한 고마움이 더 컸다.

『오빠! 눈 뜨라니까!』

미소야. 오빠 눈 떴어. 이제 괜찮아. 화면 속 미소의 간절한 모습에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금 미소한테 전화해도 될까?”

“마음대로 해.”

누나는 왠지 좀 삐친 것 같았다.

“어, 저기, 누나도 고마워. 대회까지 기권하고 와줘서. 깼을 때 나 혼자 있었으면 무척 불안했을 텐데.”

“됐어. 오글거리게시리.”

누나는 냉정하게 손을 털며 말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휴.

“오빠!”

통화음이 울리자마자 미소가 전화를 받았다.

“아, 미소야. 지금 통화 괜찮아?”

“오빠! 오빠 괜찮아?”

“어, 응. 방금 일어났어. 의사 선생님도 별 이상 없으니까 내일 퇴원할 수 있을 거 같대.”

“몸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숨은 잘 쉬고 있어?”

“응. 완전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아. 걱정 안 해두 돼.”

“으으으으…… 오빠아아…….”

휴대폰 저편에서 미소가 울고 있었다.

“미안해 미소야. 많이 놀랐지? 미안해. 갑자기 쓰러지기나 하고.” 

“으에에에엥 내가 미아내 오빠아아 우이이이잉…….”

“울지마. 네가 왜 미안해. 네가 잘못한 게 아닌데. 그리고 너 지금 주변에 사람 있는 거 아니야?”

“웅…….”

“오빠 이제 괜찮으니까 울지 마. 내일 퇴원하면 집에서 보자. 끊을게.”

“으응….”

전화를 끊은 뒤.

“……아, 진짜! 누나!”

“왜?”

내가 미소와 통화하는 동안 누나는 내 바지를 벗기고 거기를 조몰락거리고 있었다.

미소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내 자지가 장난감이야 뭐야.

“아 진짜 하지 마.”

“웃기시네. 지도 좋으면서.”

누나는 벌떡 서 있는 내 자지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건 생리현상이거든?”

“아이고 그러셔?” 

“진짜 하지 마. 엄마한테 전화할 거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누나가 내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선후 너, 나중에 누나 카드 줄 테니까 그걸로 왁싱이나 받고 와. 잘하는 샵 알려줄게”

“왁싱? 털 뽑는 거? 갑자기 왜?”

누나의 말에 나는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거기와 엉덩이에 약품을 바른 뒤 강제로 털을 몽땅 뜯어내는 장면을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나는 남아는 아니지만 그 말은 천금보다 무겁다. 한 번 내뱉은 말, 특히 나에게 한 명령은 반드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누나가 왁싱을 받고 오라고 말한 이상 내가 왁싱을 받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털 있으면 싫어.”

누나의 의견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그래……누나가 싫다면야 뽑아야지. 어쩌겠어.

오랫동안 누나 강점기에 지배당해온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누나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엄마한테 전화할 거라니까?”

“해. 전화.”

“……그럼 놔줘. 전화하게.”

“왜? 이거 잡고 있으면 전화 못 해?”

“……큭.”

단순히 잡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내 자지는 천장을 향해 서 있었고, 누나는 오른손 손바닥과 손가락 전체를 사용해 ‘대딸’을 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한 번 사정하면 누나도 멈추지 않을까. 그럼 한 번 사정하고 나서 전화하는 게 나으려나?

“얼른 전화해. 엄마가 깨어나면 바로 전화해 달랬어.”

“……누나.”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차피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겠지. 나는 단념하고 엄마한테 전화하기로 했다. 당연히도 누나는 손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설마 누나도 진심으로 엄마한테 들킬 짓은 안 하겠지. 지금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선후니?”

“어. 엄마. 나야.”

“그래. 깨어났구나. 아픈 데는 없어?”

“응. 괜찮아. 아.”

누나가 내 자지를 잡고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핥듯이 내 귀두를 핥았다.

새로운 자극에 나는 무심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척추 라인을 따라 우수수 소름이 돋았다.

“왜? 어디 아프니?”

“아, 아니, 잠깐 모기가.”

누나는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내 귀두를 몇 번 핥더니, 막대 사탕을 빨듯이 입안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모기는 피를 빨고 누나는 내 자지를 빤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농담으로라도 이런 말을 입밖에 냈다간 아마 누나한테 살해당하겠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아는 나는 얌전히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모기? 병원에 모기가 있어?”

“아, 아니, 아니야. 잘못 봤나 봐.”

“……그래. 소영이랑 같이 있니?”

“응. 누나 옆에 있어.”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누나한테 말하고.”

“응…….”

“엄만 오늘 촬영 있어서 못 가고 내일 갈게.”

“아, 내일 퇴원할 거 같으니까 안 와도 돼. 집에서 봐, 엄마.”

“그래……미안해. 엄마가 옆에 못 있어 줘서.”

“뭘. 괜찮아. 누나도 있고.”

“그래. 엄마 걱정 마. 내가 선후 자~알 돌봐줄 테니까.”

누나가 통화하는데 끼어들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 여전히 내 자지를 우물거리길 멈추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이상한 숨소리가 엄마한테 들리지나 않을까 이를 악물어야 했다.

“그럼 끊을게 엄마. 촬영 수고해.”

“응. 선후도 푹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간호사나 의사한테 말하고.”

엄마와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나는 안심하고 한숨을 쉬었다.

“휴우~.”

“선후 너, 엄마랑 전화하면서도 잘도 세우고 있더라?”

“……생리현상이라니까.”

“너 엄마한테도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만약 그러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아, 진짜. 아니라니까.”

등줄기에 식은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누나라면 진짜 죽이진 않더라도 진심으로 죽일 기세로 팰지도 모른다.

어쨌든 엄마와의 관계만큼은 절대 들켜선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선후 너, 섹스 해봤어? 

“선후 너.”

“엉?”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거침없는 사람인 우리 누나, 진소영.

그런 누나가 말하기 전에 뜸을 들이는 걸 보며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대체 누나는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

그 불안감은 절반 정도는 적중했다.

“…너, 섹스 해봤어?”

굉장히 묻기도 곤란하고 대답하기도 곤란한 질문이었다.

그래. 이 정도 되면 누나도 묻기를 망설이는구나.

누나의 인간적인 면모를 한 가지 발견한 기분이었다.

“뭐, 뭐야? 뭔 소리야? 갑자기 그런 건 왜 묻는데?”

“해봤냐고. 안 해봤냐고. 묻는 말에만 대답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아, 아니, 아무리 누나라도 할 말이 있지.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침해? 그런 건 부모·자식 간에도 묻는 게 아닌데.”

누나가 물었다. 그건 즉 나는 대답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나는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반항했다. 아무리 우리 집안의 절대권력자인 누나라고 해도 순순히 대답하기에는 소모되는 나의 정신력의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저항의 대가로 누나가 내 자지를 찰싹 때렸다. 그리고 손톱 끝으로 알 주머니를 쿡쿡 찌른다.

그랬었지. 나는 지금 급소를 노출하고 있고 누나는 그 급소를 인질(?)로 잡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해봤냐고 안 해봤냐고. 이거 꺾어봐도 돼?”

누나가 꼿꼿이 선 내 장대를 붙잡고서 다시 한번 물었다.

꺾어봐도 될 리가 없잖아!! 

“……아. 아직. 아직인데?”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흠… 그래……?”

나름 용기 내서 대답했지만, 누나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실 처음부터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그런 누나의 반응이 내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 나는 평소라면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용기를, 아니, 만용을 부렸다.

“그러는 누, 누나는 어…어떤데?”

나는 말하고 나서 곧바로 내 입을 막았지만 이미 튀어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누나의 남자 경험 따위를 들어서 어쩌겠다는 거야?

“나? 어떨 거 같아?”

누나는 피식 웃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지금까진 딱히 누나 입으로 직접 남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하지만 유력 매체에서 그럴듯한 스캔들이 터진 적은 몇 번이나 있었다. 배구선수 A씨, 연예인 B씨, 사업가 C씨. 그리고 미국의 유명 남자 골프선수와 같은 호텔에서 나오는 사진이 찍힌 적도 있었다.

“그, 글쎄, 뭐…….”

물어선 안 되는 질문이었다. 누나가 누구랑 사귄다느니, 같은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느니 하는 뉴스를 보면서도 관심 없는 척을 했지만, 막상 누나 입으로 현실을 듣게 된다면 한겨울 모기보다 약한 내 멘탈은 분명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 것이다.

내가 누나에게 품는 이 감정은 뭐라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 일반적인 남매 사이에 가지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단순한 성욕에 약간의 소유욕이 더해졌을 뿐인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까. 엄마에게, 미소에게 느끼는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줏대 없고 이기적인 욕망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원래라면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을, 꼭꼭 감춰두었을 감정.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가족들과의 관계가 뒤틀리면서 나는 자신감 비슷한 무언가를 얻었다. 누나도, 엄마도, 미소도,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었다고. 어쩌면 나의 욕망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줏대 없는 나는 누구 한 사람을 선택할 수 없었다. 아니, 선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세 사람 모두와.

엄마가, 누나가, 미소가 먼저 그렇게 나왔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나는 수동적인 태도로 세 사람 모두와 선을 넘었다. 서로에게는 모두 비밀로,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관계를.

“응? 어떨 거 같냐니까?”

누나는 어떨까. 지금 이 순간에도 누나가 나를 대하는 방식은 정상은 아니다.

어쩌면 누나에게 있어서 나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든가 ‘스캔들 걱정 없이 비밀로 놀 수 있는 남자’ 정도의 인식일지도 모른다. 질리면 그 자리에서 휙 버려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누나는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걸까?

누나는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남자의 자지를 빨 사람이 아니다. 누나 성격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누나도, 아직이었으면 좋겠어.” 

그건 나의 일방적인 희망이었다. 누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다른 남자랑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캔들 나는 것도 싫어. 나더라도 아니라고 부정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목이 말랐다.

“……내가 누나의 첫 남자였으면 좋겠어.”

“너 바보야? 바보지? 변태 새끼.”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내 솔직한 감정을 입 밖에 낸 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누나의 반응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아니, 이 정도면 꽤 좋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누나는 어떤데?”

“뭐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기야? 난 대답 다 했어.”

“……나도, 아직.”

누나답지 않게 자신감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나는 그 소곤대는 목소리를 캐치할 수 있었다.

“누나. 나 창문 열고 소리 질러도 돼?”

“뭔 소리야?”

“우리 누난 사실 처녀였다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기분이야.”

누나는 피식 웃더니 내 알주머니를 잡아당기며 대답했다.

“소리 지르고 고자 되기 vs 그냥 살기. 골라 봐.”

“그냥 살기. 미안.”

소중한 알들을 잃기에는 아직 나는 너무 젊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 알들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왠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가슴 안쪽이 근질거려서.

그치만, 그렇지 않은가? 지금 대화의 흐름상, 처녀와 총각이 할 일이란 한 가지 일뿐이지 않은가? 기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전히 내 아랫도리를 장난감마냥 조몰락거리던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

“아니. 그냥.”

“하고 싶어? 해볼래? 섹스.”

“어? 어어어?”

“싫어?”

“아니, 아니, 싫다기보단, 그렇게 그……가볍게, 결정해도 되는 거야?”

“선후 네 눈엔 내가 가볍게 결정한 거로 보이니?”

“그런, 건, 아닌데…….”

“할 거야, 말 거야? 안 할 거면 지금 말해.”

“하, 합니다. 하겠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누나에게 솔직한 내 감정을 밝혔다.

지금까진 싫은 척, 어쩔 수 없이 당하는 척을 했었다. 그건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 누나는 정말로 안 할 거라고.

……하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변태 새끼. 네 누나랑 진짜로 하겠다고?”

누나는 장난인가? 진심인가?

장난이었대도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다.

나는 병실 침대 위에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바지도 팬티도 내려진 상태여서 아랫도리가 유독 허전했다.

하지만, 누나와 섹스.

할 거냐고? 하고 싶냐고?

당연하지. 대가로 내 수명의 절반을 내놓으라고 해도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내놓을 자신이 있다. 진소영과 섹스할 수 있다면 세상 어떤 남자라도 나와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누님. 부디 이 못난 아우를 불쌍히 여기시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내 뒤통수를 누나가 탁! 쳤다.

“가만히 누워 있어, 인마.”

어색해지려는 분위기를 풀어보려던 행동이었는데 나름대로 효과는 있었다.

“넌 그냥 가만히 있어. 해도 내가 할 테니까. 알았어?”

“가만히……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돼?”

“그래. 말하기 전엔 움직이지 마. 꼼짝 말고 있어.”

누나의 말을 따라 나는 다시 침대에 바로 누웠다.

여전히 바지는 벗겨진 채. 장대와 두 개의 알이 덜렁 드러난 상태였다.

목이 바싹바싹 말랐다.

하지만 누나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누나 성격상 뭐 때문에 기분이 틀어질지 몰랐다. 그러니까 나는 누나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누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내가 침대에 누워서 눈알만 굴리는 동안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병실 문부터 잠갔다.

문을 잠근 의미는 뭘까.

정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누나와의 섹스가.

문을 잠그고 돌아온 누나가 한쪽 다리를 침대에 척하니 올린다.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건강한 허벅지가 내 시선을 빼앗아갔다.

그 허벅지 위로,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치마 안쪽으로 누나의 양손이 들어간다.

그리고 느릿느릿, 마치 나에게 과시라도 하듯이 느긋하게 팬티를 내렸다.

한쪽 다리를 침대에 걸치고 있다 보니 내 시선은 자연히 그림자 진 치마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나의 손에 의해 끌어내려지는 돌돌 말린 흰색 팬티.

팬티가 벗겨졌다는 건 그 안쪽에 마땅히 존재할 비밀의 화원을 가릴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아무리 눈에 힘을 줘도 그림자 탓에 그 안쪽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게 남자의 본능이니까.

누나가 내 눈앞에서 팬티를 벗은 건 이전에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때와 달랐다. 이전에 누나가 팬티를 벗을 때는 내 반응을 보고 놀리기 위해서였지만, 오늘은 이 뒤에 중대한 이벤트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점점 자신의 숨소리가 커지는 걸 알 수 있었다. 

흥분도가 오르는 만큼 아랫도리로 피가 쏠렸다. 내 자지는 ‘이게 나의 완전체 상태다!’라고 주장하는 듯이 천장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변태 새끼.”

그런 내 자지의 상태를 보며 누나도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누나는 내 우뚝 선 자지를 손잡이 삼아 잡고서 침대 위로 올라왔다.

침대 위에, 누나는 나를 내려다보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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