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256)

데이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여곡절 끝에 입장한 상영관.

당연하지만 아침부터 에로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치 전세를 낸 것처럼 텅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우리 자리는 칸막이 없이 두 개의 좌석이 작은 소파처럼 하나로 연결된 커플석이었다. 나와 미소는 나란히 엉덩이를 붙이고 자리에 앉았다.

곧 영화가 시작되고 불이 꺼진다.

어둠이 내린 극장에 스크린 불빛만이 번쩍였다.

“오빠. 긴장돼?”

“조금.”

긴장으로 약하게 떨리는 내 손을 미소가 꽉 잡아준다.

덕분에 마음이 안정된 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잠에서 깼다.

누군가 내 벨트를 풀고 그 안에 숨겨진 뭔가를 꺼내려 했기 때문이다.

“……진미소. 오빠 그거는 네 장난감이 아니야.”

“헤헷.”

지하철에서 했던 것보다 노골적인 손놀림. 어두운 데다 신경 쓸 사람도 없으니 미소는 하고 싶은 대로였다.

“오빠, 키스.”

어둠 속에서 가까워져 오는 미소의 입술에 바라는 대로 입을 맞춘다.

쪽, 쪽. 가벼운 입맞춤. 그러나 미소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는 듯했다.

한 손은 내 다리 사이에, 다른 한 손은 내 목덜미를 잡고서 내 입술을 빨았다.

마치 첫 키스인 것처럼 순진하게 반응하던 저번과는 달랐다.

“오빠. 그때 이후로 나도 연습했어.”

“……연습?”

미소의 말에 몸이 굳어졌다.

연습? 누구랑?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미소도 사생활이 있고 숨겨둔 남자친구가 한두 명쯤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그걸 캐물어도 되는 걸까. 들어서 어쩌려고? 

미소의 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이 나오는 걸 듣고 싶지 않다. 듣는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거니와 내 기분만 상할 뿐일 테니.

나 자신은 미소만 바라보지 않으면서 미소가 다른 남자와 사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도 모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누구랑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

“……별로.”

키스하는 사이사이에 미소가 속삭인다.

미소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이 퍼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장난이었다.

“우리 멤버들이랑 했어. 여자애랑 하는 건 상관없지?”

미소가 굳어있는 내 입술 옆에 키스하며 고백했다. 

……그렇구나. 남자친구가 아니라 멤버들이랑.

아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 있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 얘길 듣고 왠지 안심하는 내가 있었다. 미소의 입술을 차지한 남자는 나뿐이라는 거니까.

“오빠 자지 방금 움찔했지? 상상했어? 나랑 멤버들이랑 키스하는 거?”

미소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세아는 순진해 보이는데 의외로 제일 적극적이다? 에이는 반대로 그런 거 익숙해 보이는데 제일 순진하고. 진이는 여자끼리는 싫대.”

세아, 에이, 진이. 미소와 같은 그룹 멤버들 이름이었다.

미소가 이름을 꺼낼 때마다 미소와 그 멤버들이 키스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순진한 얼굴로 더욱 적극적으로 키스하는 세아.

반대로 새침한 얼굴을 하고선 순진하게 부끄러워하는 에이.

진이는 싫다고 하지만 미소가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애가 아니다. 억지로 키스한 뒤 화를 내는 모습이 쉽게 상상됐다.

“오빠는 혹시.”

“응?”

“우리 멤버들 중에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있어.”

내 대답에 미소가 키스를 멈추고 떨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얼굴이 굳은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누구?”

“너. 진미소.”

미소의 장난에 대한 나의 가벼운 복수였다.

하지만 미소는 그런 대답은 예상 못 한 걸까. 잠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버퍼링에 빠져있던 미소는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와 배시시 웃으며 다시 입술을 나에게 떠넘겼다.

“……나도 좋아해. 오빠.”

미소와의 키스는 더욱 적극적으로 되었다. 이제 말은 필요 없었다.

서로의 혀가 서로의 입안을 탐낸다. 미소는 한쪽 다리를 내 허벅지에 걸치며 최대한으로 나에게 밀착했다.

“오빠. 나도 만져줘.”

사실 나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본인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제 괜찮겠지.

셔츠 아래로 손을 넣는다.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올라가 브래지어로 감싸인 가슴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린다.

미소의 속옷은 얇았고 방어력이 약했다. 그래서인지 브라 위로 만지는 가슴도 맨가슴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손안에 꽉 들어차는 가슴의 감촉에 나는 새삼 감격했다.

미소의 가슴을 만진다..장난이라는 말로는 넘어갈 수 없는 분명한 애무 행위였다.

그나마 지난번 욕실에서는 씻겨준다는 핑곗거리라도 있었지만, 지금 이건 분명히 성적인 의미에서의 접촉이었다

“아아… 오빠아……♡”

기뻐하는 미소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감을 얻은 나는 브라 안으로 손을 침입시켰다.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속옷 가슴과 맨가슴과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손에 달라붙는 피부의 감촉, 그리고 속옷 위에서는 알 수 없었던 유두와 유륜의 감촉. 약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그 꼭짓점을 엄지와 검지로 누르자 미소는 더욱 크게 반응을 보였다.

“아아, 아앗, 아……!”

“쉿. 미소야. 목소리 줄여.”

“윽♡ 으으……♡”

셔츠와 브라를 위로 넘긴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봉오리. 나는 허리를 구부려 미소의 입술이 아닌 가슴에 키스했다.

여자를 기쁘게 하는 애무의 기술 같은 건 나는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건 아니었겠지. 나도 지금부터 배워나간다는 심정으로 미소의 반응을 살피며 여러 가지 행동을 시험해보았다.

처음에는 약하게,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애무했다. 혀로 핥거나 입술로 문지르거나.

그러면서 양손으로도 부지런하게 미소의 몸을 더듬었다. 가슴, 옆구리, 배, 등, 목, 어깨. 미소의 몸 전체에 내 지문을 묻힐 기세로.

미소는 간지러워하기도 하고 기분 좋게 신음하기도 했다. 그리고 강도를 조금씩 세게 올리며 미소의 반응을 더 세심하게 관찰했다. 작은 몸의 떨림이나 피부의 반응도.

“미안. 아팠어?”

“아니, 괜찮아. 좋아 오빠, 괜차나 오빠♡”

정말은 어디까지 괜찮은 걸까. 말로 물어봐도 미소는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어디가 좋은지, 어느 정도 세기가 좋은지, 그런 걸 알 수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하지만 미소도 나도 성적인 면에서는 초짜다. 당장 모든 행위를 생각대로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미소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다음 타겟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짧은 데님 팬츠 아래로 드러난 미소의 허벅지 살결이 눈부시다. 나는 그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며 미소에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고 넌지시 알렸다.

흐리멍덩했던 미소의 눈에도 살짝 긴장감이 감돈다. 붉어진 얼굴로 입은 꾹 닫고 있지만 거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심조심 미소의 벨트를 끄르고 아래쪽 짧은 청바지의 단추를 풀었다. 지퍼를 내리자 물기에 젖은 얇은 흰색 팬티가 살짝 드러났다.

바지 아래, 팬티 위로 한쪽 손을 집어넣는다. 딱딱하게 조이는 데님 팬츠 안으로 손이 침입한다.

손바닥 쪽으로 느껴지는 보드라운 팬티의 감촉과 손등 쪽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청바지의 대비가 왠지 멋지게 느껴졌다.

살짝 손가락을 움직여 젖은 팬티 부분을 쓰다듬는다. 여자의 몸에서 가장 약한 살결이 그 아래에 있었다. 

“아앙♡”

미소의 허벅지가 강하게 움츠러든다. 목소리가 나오는 걸 참지 못한 미소는 내 어깨에 입술을 묻고 신음을 삼켰다.

“진미소. 어떻게 된 거야? 팬티가 축축해졌는데.”

“후웃, 후웃…♡”

내가 미소의 바지 안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댈 때마다 미소는 작게 몸부림쳤고 팬티는 점점 더 젖어갔다.

억지로 소리 내는 걸 참으며 꿈틀대는 미소가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오빠, 오빠……♡”

귀여운 내 동생. 살짝 벌어져 단숨을 쉬는 통통한 입술에 키스를 하며 손의 위치를 옮겼다. 

이번엔 팬티 위가 아니라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부드러운 살갗과 살짝 달라붙는 점성 있는 액체와 뜨거운 열기가 내 손을 반겼다.

“아, 아앙……♡”

천천히, 천천히 문지른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하트를 그리며, 갈라진 틈 윗부분에 움츠리고 숨어있을 작은 콩알 주변을, 빙글빙글.

미소는 내 옷깃을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었다. 그 천방지축에 자유분방하기로 비길 자 없는 미소가 이렇게 얌전해져서 나에게 매달려있다니. 이렇게 귀여울 수가.

나는 손을 좀 더 안쪽으로 내려갔다. 지금도 물기를 퐁퐁 뿜어내고 있는 그곳에, 지금은 단단히 닫혀있는 구멍의 입구 쪽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넋을 잃고 있던 미소가 내 손목을 양손으로 붙잡아 멈춰 세웠다.

“오, 오빠. 안에 넣는 건…… 무서워.”

미소는 내가 안에 손가락이라도 넣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부끄러운 듯 무서운 듯 속닥거렸다.

“알았어. 안쪽은 안 건드릴게.”

“……응.”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 아직 성적으로 미숙한 미소의 몸에 엄마에게 했던 것 같은 일은 할 수 없다는 걸.

사실 이것도 최근에야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배운 거지만 말이지.

나는 구멍 안에 손가락을 넣는 대신 입구 주변에 나온 물기를 손가락에 잔뜩 묻혀 다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미소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며 내 손가락이 주는 자극을 즐겼다.

“오빠……아… 응……♡ 너무 좋아…♡”

미소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작게 떨었다.

그런 미소의 턱을 잡고 살짝 올려 다시 입을 맞추었다.

“흐응, 으응……♡”

손으론 클리를 휘저으며 동시에 입안을 혀로 휘젓는다.

점점 거칠어지는 미소의 콧김이 내 속눈썹을 흔들었다.

“으흣, 으응응응……!!♡”

계속해서 반복되는 자극에 미소는 양다리를 쭉 뻗으며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막고 있던 입술을 떼자 미소는 지금껏 참았던 숨을 되찾기 위해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오빠……너무 좋았어.”

“미소가 좋아해 주니 나도 기쁘네.”

“응…… 이번엔 내가 해줄게.”

잠시 숨을 고르던 미소는 다시 내 자지에 손을 올렸다. 엄지와 중지로 고리 모양을 만들어 내 자지를 위아래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후우……하웁.”

그리고 깊이 심호흡을 하더니 허리를 굽혀 귀두 부분을 입에 머금었다.

“하아……. 기분 좋아, 미소야.”

저절로 탄성 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내 자지를 빨며 상하로 고개를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면을 보자 스크린 안에서도 젊은 남녀의 성행위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영화 앞부분은 전혀 보질 않았지만 대충 이야기를 보니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사촌지간인 것 같다. 그래서 제목이 ‘은밀한 비밀’인 건가? 미국은 사촌 간 혼인이 금지던가?

두 사촌 남녀가 헛간인지 창고인지 모를 곳에서 서로의 몸을 애무하더니 곧바로 섹스로 돌입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미소의 펠라치오는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번에 이어 미소에게 받는 2번째 펠라치오였다.

어쩐지 저번보다 상당히 능숙해진 기분이 들었다. 설마 이것도 연습한 건 아니겠지. 이건 멤버들끼리 연습할 수도 없을 텐데. 설마.

“으……미소야, 이제 나와.”

미소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계속해서 펠라치오를 이어나갔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미소는 이번에도 입으로 받을 생각인 것 같다.

솔직히 정액이란 건 깨끗하지도 않고 맛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정액을 미소의 입안에 내는 데에 죄책감은 있다. 하지만 그런 죄책감만큼 미소가 나의 더러운 부분까지 받아들여 준다는 만족감이나 정복감도 있었다.

“윽…… 크……!”

결국 나는 미소의 입안에 사정했다. 꿀럭꿀럭 올라오는 정액을 미소가 입으로 빨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미소는 내가 사정을 마칠 때까지 입안에 내 자지를 머금고 느긋하게 혀로 애무해주었다. 나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너무나 사치스러운 사정을 마쳤다.

“미소야 고마워. 정말 좋았어.”

겨우 미소가 입안에서 자지를 빼고서 고개를 들었다. 순수하게 나의 쾌락을 위해 노력해준 미소에게 더없는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미소는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말했다.

“……오빠 나 화장실 좀.”

“화장실? 같이 가줄까?”

“아니, 정말 괜찮으니까, 오빤 영화 보면서 좀만 기다리고 있어.”

미소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을 가지고 종종걸음으로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미소가 자리를 비운 사이나는 잠시 눈이라도 붙이려고 했지만, 영화 내용이 신경 쓰여서 잠이 오지 않았다. 사랑에 빠진 사촌남녀가 어떻게 될지 이상하게 궁금했다.

영화는 별로 재미 없었지만 나는 집중해서 봤다. 잠시 후 미소가 돌아오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처참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괜히 열심히 봤다는 생각에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촌 간의 불장난으로 여주인공은 임신했고, 남주인공은 감격하며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촌 간 결혼을 반대하는 여주인공의 보수적인 아버지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런 남주인공을 장총으로 쏴버린다.

결국 남주는 총에 맞아 죽고 여주의 아버지는 살인죄로 감옥행, 여주는 가족과의 인연을 전부 끊고 혼자 아이를 낳아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엔딩이었다.

정말이지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돌아가서 평점 1점을 남겨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오빠. 너무 감동적이었어. 그렇지?”

“어? 어, 응, 그러네.”

미소는 뭐가 그리 감동적이었는지 손수건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솔직히 잠이나 자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솔직히 말할 수 없었다.

“후아! 재밌었다! 그럼 오빠, 브런치 먹으러 가자!”

그런 막장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미소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미소에게 손을 잡혀서, 혹은 팔짱을 끼고서 나는 백화점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영화관에서 실컷 하고 나온 덕분인지 이전 같은 성희롱은 없었다. 덕분에 나도 평범하게 미소와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의류 매장에선 또 옷과 액세서리를 바꿨다. 오락실에서 좀비를 향해 총을 쏘고 사진도 수십 장은 찍었다.

처음엔 피곤하다는 기분이 강했지만, 나중엔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데이트를 즐겼다. 미소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에게도 전염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본 막장 영화의 스토리처럼, 그런 짧은 행복은 불행한 결말을 위한 포석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미소도 이렇게 밝은 곳에서 마음껏 즐겨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고,긴장을 풀고 즐긴 대가는 컸다.

“우와. 웬일이래. 우리 소속사 사장님이잖아.”

“소속사 사장님이 왜?”

문득 스마트폰을 확인한 미소는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이때부터 약간은 불안한 기분을 느꼈다.

“오빠 잠깐만. 전화 좀 받을게. 네 사장님~ 어쩐 일이세용? 전화를 다 주시고.”

『야, 진미소! 너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수화기 너머로 카랑카랑한 고함이 들려왔다. 옆에 있는 내가 다 움츠러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미소는 평소처럼 여유 있는 태도로 전화를 받았다.

“아이 깜짝이야~ 뭐가요? 뭘 하고 돌아다녀요?”

『너 지금 SNS에 쫙 퍼졌어! 남자랑 둘이서 돌아다닌다고! 백화점에서 비밀 데이트 중이라고!』

“엑. 정말요? 헤헤.”

아.

불안감이 파도치듯 가슴에 밀려왔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너 미쳤어?! 지금 웃음이 나와? 안 그래도 요즘 민감한데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야! 옆에 그 새낀 누구고?! 당장 바꿔!』

“에이~ 아니에요. 오빠예요, 오빠. 친오빠라고요.”

『하, 씨바. 친오빠 같은 소리 하네. 그런 말을 믿으라고?』

“아 사장님 진짜라니까요~.”

미소는 통화하면서 한적한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스마트폰으로 SNS에 어떤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지 검색했다.

「○○백화점 4층 카페에서 문제의 진미소랑 남자친구 발견. 아예 숨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그냥 웃김」

「카페에서 이동 중. 계속 따라가고 있는데 잠시도 팔짱 안 풀고 있음.」

「또 스프링 진미소? 올해 스캔들 몇 번째야」

「스프링 얘네 소속사 연애 금지 맞나?」

「남자는 누구야? 얼굴 찍힌거 없나?」

「남자 얼굴 나온 사진은 이쪽(링크)」

「남자 누구야? 아이돌임?」

「소속사 연습생이라는데」

「관계자피셜 연습생이라고함」

「미소 스프링 다른 멤버들 피해주지 말고 그냥 탈퇴해라」

「아는 언니가 저번주에 산부인과에서 나오는거 봤다고함」

「헐ㅋㅋ 이제 자숙한답시고 활동 중지 들어가면 애 떼고 또 나오는거야?」

「미친년 생각없는년 제발 죽을거면 진미소 혼자죽어라」

「미소 더럽다 진짜 그렇게 남자가 좋은데 아이돌은 어떻게 하냐?」

「진미 관종끼 있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ㅋㅋ」

「이래도 진미소 빨아주는 팬들이 문제지 」

「속보) 봄갤 입장문 발표....참담한 심정, 진미소 그룹 탈퇴 요구」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미소와 관련된 욕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근거 없는 루머, 차마 읽기조차 힘든 욕설들, 마음대로 찍힌 사진들, 사진들, 사진들.

봐서는 안 된다, 이런 글 하나하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나는 스크롤을 멈출 수 없었다.

점점 시야가 좁아진다. 가슴이 조인다. 마스크 때문인지 숨이 갑갑하다. 하지만 지금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걸까? 주변 모든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들자 문득 한 젊은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나에게 폰을 향하고 있었다. 사진이라도 찍는 걸까. 내 사진을 왜…?

지금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사진을 찍히고 만다. 하지만 숨이…….

이상하다. 분명히 숨을 쉬고 있는데 물속에 빠진 것처럼 숨이 답답하다. 어떻게 된 거지?

답답하다. 숨이 막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마스크를 잡아 뜯듯이 벗어버렸다. 그러자 어디선가 플래시가 터진다. 사진을 찍힌 것 같다. 하지만 숨이…….

“하악, 하아악……”

이상하다. 산소가 들어오질 않는다. 숨을 쉬어도 산소가 들어오질 않는다. 숨이 막힌다. 어떻게 된 걸까. 여긴 물속인가? 그런가?

나는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고, 현실의 나는 그 친부모에 의해 물속에 머리를 넣고 있는 건가? 나는 죽기 직전에 환상을 본 건가? 모든 게 꿈이었나? 그런 건가? 그런 거라면 모든 게 맞아떨어진다.

어지럽다. 서 있을 수가 없다. 생각이 이어지질 않는다. 머리가 빙글 돌았다. 그 자리에 주저앉은 것 같다. 

무섭다. 나는 이대로 익사하는 건가? 숨이 막힌다. 무섭다. 미소는 어디 있지? 엄마. 엄마? 

“오빠! 왜 그래, 오빠! 정신 차려! 숨 쉬어!”

미소는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목소리는 저 멀리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 여긴 꿈속이니까. 그런 거겠지.

“정신 차리라니까!!”

미소가 내 뺨을 친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꿈속이니까?

숨이, 산소가 필요해. 입을 벌리고 숨을 쉬려고 해도 히익, 히익 하는 소리밖에 나질 않았다. 가슴을 쥐어뜯어도 산소가 들어오질 않았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서워. 무서워. 엄마. 엄마.

“오빠!!”

멀리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천천히,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계속해서, 가라앉았다.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

……아아. 엄마.

……미안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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