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56)

여동생과 약속하다 

  

어렸을 적 나는 욕실 공포증이 있었다.

내 친부모가 주로 욕실에서 나를 학대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론 때리고 차는 게 많았다.

그러다 가끔 물을 채운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거나.

한겨울에 찬물을 뿌리거나.

반대로 뜨거운 물을 뿌리거나.

상황에 따라서 그런 벌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욕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욕실에 대한 내 기억은 고통과 공포뿐이었으니까.

그건 이 집에 입양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욕실에 들어갔을 때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을 정도로.

그런 나를 누나가 붙잡아 욕실로 끌고 들어갔다.

엄마는 부드러운 손으로 내 몸을 씻겨주었다.

미소는 내 옆에서 장난치며 욕실은 아픈 곳이 아니라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래. 나를 때린 건 욕실이 아니라 내 친부모였다.

지금 나는 그 부모가 아닌 새로운 가족과 함께 있다.

욕실 자체를 무서워할 필요따윈 없었다.

그런 단순한 사실을 나는 한참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온 가족이 함께 목욕하면서 나의 욕실 공포증도 조금씩 나아졌다.

다 같이 목욕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큰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물장구를 치기도 했다. 

가끔 욕실 바닥에 미끄러져 넘어질 때도 있었지만, 친부모에게 얻어맞는 거에 비하면 아픈 것도 아니었다.

그러다 누나의 가슴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따로 씻게 되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일까.

미소와 이렇게 함께 목욕하는 것도 그만큼 오랜만이었다.

“후아…♡”

미소가 욕조에 몸을 가라앉힌다.

따뜻한 물에 기분 좋은 듯이 목소리도 냈다.

그래. 거기까진 좋다.

문제는 내가 먼저 탕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

그리고 미소는 이번에도 내 다리 위에 앉았다는 것이다.

이 욕조는 넓다.

5~6명 정도는 한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까 굳이 미소가 내 무릎 위에 앉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미소의 엉덩이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다.

미소의 몸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었다. 

소영 누나와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알몸이라 그런지 그 감촉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저기, 진미소 씨?”

“뭔데?”

미소의 대답은 여전히 냉랭했다.

뜨거운 탕 안에서조차 춥게 느껴질 정도로.

“…욕조도 넓은데 굳이 겹쳐 앉을 필요가 있을까?”

“왜? 내가 무거워?”

미소가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이 서 있었다.

“아니, 전혀 무겁진 않지. 그냥 좀…….”

나는 지금 기상하려는 자지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만약 서버리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미소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이건 나 혼자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 괜찮잖아.”

미소는 몸에 힘을 빼고 내 가슴에 등을 기대왔다.

미소의 젖은 피부가 내 피부에 달라붙는다.

어째서 여자의 몸이란 이렇게 전부 부드러운 걸까?

“……아니면 그렇게 내가 싫어?”

조금 토라진 듯한, 슬픈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 내가 미소를 싫어할 리가 없잖아?”

“그럼 왜 나랑 말 안 하는데?”

“그게, 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나가 시켜서 그랬다고 말할 수도 없고.

변명거리를 준비해두자고는 생각했지만 아직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뭐냐고. 대체 왜 말 안 하는데. 톡도 씹고.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고.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하면 되잖아. 왜 말을 안 하는데.”

미소는 말하면서 점점 울먹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미안해. 미소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나 때문에 그런 거야.”

나는 어떻게든 미소를 달래기 위해 애썼다.

이럴 때 재치있는 말이라도 할 줄 알면 좋을 텐데.

“오빠가 왜?”

“그야, 난 입양아잖아?”

“……그게 왜? 이제 와서.”

“만약에 우리가 친남매였으면 사이가 좋든 나쁘든 아무도 신경 안 쓸 거야. 하지만 친남매가 아닌데 너무 사이가 좋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내 말에 미소가 이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다.

미소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게 뭐야.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데!”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남들이 뭐라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소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넌 아이돌이잖아. 아무 잘못 안 해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런 게 어딨어. 그럴 바엔 차라리 그만둘래.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말할 거야.”

그만두다니, 뭐를? 아이돌을?

미소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속사에 이야기하든 SNS에 이야기하든, 한 번 꺼낸 말은 되돌릴 수 없다.

만약 뒤에 번복한다고 해도 악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잠깐만, 진정해 미소야.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서 그만둘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다른 멤버들은 무슨 죄야.”

“몰라. 다 필요 없어. 이딴 게 다 무슨 소용인데?”

미소는 진심으로 그만둘 작정으로 보였다.

나 때문인가? 내가 괜한 소릴 해서 그런 건가?

내가 좀 더 조심해서 말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미소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만둔다고 하지 마. 응?”

나는 백기를 들었다.

나 때문에 미소가 감정이 상해서 그만두겠다고 하다니.

내가 죽더라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 이제 무시 안 할 거야?”

“어. 정말로. 약속할게.”

이건 어쩔 수가 없다.

누나한테는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할 수밖에.

“그럼 내 소원 세 가지만 들어줘.”

“……일단 들어보고.”

지금 미소는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방금 전 보인 눈물은 뭐였던 걸까…….

“첫 번째. 무시하지 말기.”

“응. 알았어.”

그건 당연한 거였기에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매일 오늘처럼 같이 목욕하기.”

그리고 두 번째는 말도 안 되는 소원이었다.

“그건 좀… 엄마랑 누나가 보면 큰일 날 거야.”

“그럼 엄마랑 언니 없을 때만이라도!”

“아니, 그래도…….”

남매가 20살이 넘어서도 같이 목욕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하지만 두 손을 꼭 쥐고 간절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미소에게 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엄마랑 누나 없을 때만.”

“응! 없을 때만!”

미소는 정말로 기쁜 듯 환하게 웃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세 번째. 매일 3번씩 꽉 껴안아 주기.”

“……그것도 좀.”

“엄마랑 언니 없을 때만이라도!”

두 번째 소원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문제가 많은 소원이었다.

내가 거절할 명분이란 엄마나 누나가 알면 안 된다는 것뿐.

하지만 두 사람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

미소가 ‘두 사람이 없을 때만’이라는 조건을 붙이면 나는 거절할 명분이 없어져 버린다.

“그럼 뭐든지 둘이 있을 때만 하기로 하자. 대신 엄마나 누나가 집에 있을 때는 별로 안 친한 척하는 거야.”

내 말에 미소는 왠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흐음. 오빠 혹시 뭔 얘기 들었어? 엄마나 언니한테?”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정곡을 찌르는 말에 나는 당황했다.

일단 최대한 아닌 척하긴 했지만, 미소한테 그게 통했을지는 모르겠다.

“뭐, 알았어. 그럼 평소엔 오빠랑 사이 안 좋은 척하면 되는 거지?”

“응.”

“나도 약속 지킬 테니까 오빠도 약속 꼭 지켜.”

“알았어.”

“그럼 오늘치 안아주기.”

미소는 팔을 쭉 벌리더니 정면에서 나를 안아왔다.

그것도 힘껏. 마치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리는 것처럼.

미소의 가슴이 내 가슴에 눌린다.

미소의 허벅지가 내 허리를 조였다.

서로 알몸이다 보니 자연히 젖꼭지도 맞닿았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미소의 감촉.

솔직히 이젠 자지가 발기하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저기, 미소야. 옷은 입고 하면 안 될까?”

“응. 안돼.”

“하…….”

어떻게든 말을 짜냈지만 미소는 단칼에 잘라버렸다.

“오빠도 꽉 안아줘야지.”

미소가 불만스럽게 속삭인다.

지금은 미소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매달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내가 끌어안아도 되는 걸까.

“안 안아주면 안 끝낼 거야.”

그 말에 나는 미소의 등을 꽉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내 팔에 안긴 미소의 신체는 부러질 것처럼 가늘었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부드러웠다.

탕 안의 온수가 무색해질 정도로 뜨겁기도 했다.

“응응♡”

미소는 기분 좋은 듯 콧소리를 낸다.

그러면서 왠지 몸을 조금씩 움직여 내 몸에 비비기 시작했다.

“후…♡”

아. 이건 정말 위험하다.

내 온몸이 쾌락으로 절여진다.

미소의 가슴이, 배가, 팔이, 허벅지가, 내 몸을 문질러 쾌감을 만들어냈다.

사람 몸이라는 게 이렇게 느끼기 쉬운 거였던가?

내 자지는 이미 벌떡 일어나 미소의 엉덩이 뒤쪽에 닿고 있었다.

나는 그게 뭔지 미소가 눈치채지 못하길 빌 뿐이었다.

“이제 한 번이야. 한 번에 1분씩이니까…♡”

이대로 3분인가.

겨우 컵라면 하나 익을 시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걸까.

나는 생각하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 두울. 하아… 으응……♡”

아직도 1분이나 더 남은 건가.

컵라면보다 내가 먼저 익어서 퍼져버릴 것만 같았다.

“……세엣. 끝!”

셋을 세자 미소는 얼른 나를 놓아주었다.

나도 겨우 안심하고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럼 오빠, 난 먼저 나갈 테니까 내일도 잘 부탁해.”

“……엄마 없을 때만.”

“응. 둘이 있을 때만♡”

미소는 참방거리며 욕조에서 나왔다.

나를 상대로는 부끄러움 따위 느끼지 않는 걸까.

미소는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미지근해진 욕조 안에는 퉁퉁 부은 자지만이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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