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256)

* * *

“하…….”

자위를 끝내면 항상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현자타임이다.

오늘 현자타임은 유난히 길고도 짙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 무슨 낯짝으로 누나를 봐야 할까.

엄마나 미소랑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낼 수 있을까?

나 같은 놈은 차라리 죽어버리는 편이 세상에 도움 되는 게 아닐까?

정말이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진선후. 문 열어.”

“아, 어, 잠깐만.”

누나는 벌써 샤워를 마쳤는지 내방 문을 두드렸다.

서둘러 바지를 입고 방문을 열자 누나는 마치 자기 방인 것처럼 성큼 들어왔다.

“으~ 밤꽃 냄새. 제대로 했구나?”

“……제발 그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누나의 말에 나는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가족에게 자위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 부끄러운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누나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방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둥글게 뭉쳐서 침대 한쪽 구석에 던져두었던 브라탑을 집어 올렸다.

“여기다 쌌지?”

“……네. 쌌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잘했어. 앞으론 매일 자위하기 전에는 한다고, 그리고 자위한 후에는 했다고, 각각 누나한테 보고하도록 해. 안 하고 넘기기는 없어.”

“뭐? 매일?!”

“왜? 싫어? 그럼 엄마한테 일러줄까?”

누나는 손에 든 브라탑을 흔들며 말했다.

저 안에는 내 정액이 잔뜩 묻어있다.

만약 저걸 엄마가 보게 되면 나는 정말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

“누나! 누나가 시켜서 한 거잖아!”

“후훗. 그런 얘길 과연 엄마가 믿어줄까?”

“그건…….”

지금 누나는 마치 드라마 속 악역을 연기하는 엄마를 보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누나가 했던 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대로 전한다고 해서 엄마가 믿어줄 리가 없었다.

“……누나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진선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누나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알겠지?”

누나는 투정 부리는 아이를 달래듯이 내 머릴 끌어안고 툭툭 두드렸다.

나한테는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누나한테는 이게 별거 아닌 장난인 걸까.

더욱 슬픈 사실은 누나에게 안긴 내 머리에 누나의 가슴이 닿아서 두근거리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어쩔 수 없는 쓰레기였다.

“……알았어. 매일 누나한테…… 보고할게.”

“잘 생각했어. 그럼 잘 자. 내일 자위하기 전에 보자.”

누나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싱글거리며 내 방에서 나갔다.

손에는 내 정액이 묻은 브라탑을 들고서.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었다. 

누나에게 자위 보고를 했다 

  

똑똑.

“……누나. 나야.”

“문 열려있으니까 들어와.”

방문을 열기 전,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 방에 오기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고민하고 고민했지만 시간만 낭비하고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었다.

이건 처음부터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였으니까.

나는 각오를 다지고 문을 열었다.

누나는 화장대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손질하고 있었다.

자려고 준비 중이었는지 몸에는 얇은 슬립만 걸치고 있었다.

슬립 아래로 검은색 속옷이 비친다.

누나는 집에서 늘 이런 모습이었지만, 오늘따라 그런 옷차림이 유난히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첫날부터 빼먹는 줄 알고 찾아가려고 했잖아.”

“……미안.”

이런 일 그만두자고 말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평범한 누나 동생으로 지내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나를 보자 몇 번이나 연습한 말 대신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됐어. 지금부터 자위할 거야?”

“…….”

“대답 안 해?”

누나가 거울을 통해 내 눈을 노려본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지금부터 할 거야.”

“그래. 제대로 누나 생각하면서 하는 거다? 알겠지?”

그렇게 말하며 누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허리에 손을 넣더니, 입고 있던 팬티를 스르륵 내렸다.

누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나는 기겁하며 몸을 돌렸다.

남동생 앞에서 뜬금없이 팬티를 벗다니, 대체 누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 오늘치 딸감.”

내 정수리에 가벼운 무언가가 폭 올려졌다.

딸감……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지?

조심스럽게 머리에 올려진 무언가를 손으로 잡아본다.

보드라운 천의 감촉이 느껴졌다.

눈으로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누나가 입고 있던 팬티였다.

정열의 레드. 고급스런 무늬가 자수된 팬티는 반쯤 속이 비치고 있었다.

누나는 방금 이걸 오늘치 딸감이라고 했다.

어제 내가 했던 것처럼 오늘은 이 팬티에다 사정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누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꼰 채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황하는 내 모습을 보며 즐기고 있는 걸까.

나는 더듬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반항하는 말을 쥐어 짜내려 했다.

“누, 누나. 이런 건 좀…….”

“왜? 마음에 안 들어?”

누나는 싱긋이 웃으며 다리를 반대편으로 꼬았다.

짧은 슬립 아래로 드러난 새하얀 허벅지가 내 시선을 끌어당긴다.

게다가 지금 누나는 팬티를 입고 있지 않다.

내가 보려고만 하면 중요한 부분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은 버뮤다 삼각지대.

거기에 시선을 빼앗기면 나는 영원히 표류하고 말 것이다.

그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나는 온 정신력을 동원해 눈길을 돌렸다.

“……알았어. 여기다 싸면 되지?”

“잘 아네. 그리고 하고 나서 꼭 검사받으러 와. 알겠지?”

“검사…….”

그건 누나가 시키는 대로 자위를 제대로 했는지 검사하겠다는 건가?

……누나는 뭐가 하고 싶은 걸까.

단지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도대체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만이 있어도 나는 누나에게 반항할 수가 없다.

누나가 하라고 하면 나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 * *

누나 방에서 나온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

어제에 이어 또 이 시간이 오고 말았다.

누나의 속옷으로 자위를 하는 시간이.

나는 바지를 벗고 침대에 누웠다.

“하…….”

나만의 공간에 왔다는 안도감.

그리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수치심이 동시에 몰려온다.

하지만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

아무 생각 말고 얼른 끝내는 게 상책이겠지.

누나에게 받은 팬티를 양손으로 잡고 펼쳐보았다.

야한 팬티였다.

팬티의 거의 절반이 망사로 되어있어서 중요한 부위도 훤히 비칠 것만 같았다.

누나는 평소에도 늘 이런 팬티를 입고 있는 걸까?

혹시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입는 걸까?

누나도 열애설은 많이 났었지만 실제로 누군가와 사귄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것뿐이지 이미 남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팬티를 입은 모습을 보여줄 남자친구가.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목욕 후에 입은 거라 그런지 팬티에는 어제보다 섬유유연제 향이 강하게 났다.

내 옷도 같은 섬유유연제를 쓰는데, 왠지 내 옷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누나…….”

누나가 팬티를 벗던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 그때 눈을 돌리지 않았으면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침대에 앉아있을 때도 조금만 눈을 움직이면 보였을 텐데.

나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자위를 시작했다.

* * *

똑똑.

“누나. 다 했어.”

“들어와.”

누나의 대답을 듣고 방에 들어간다.

언제부터 이렇게 누나 방에 들어가는 게 고역이 된 걸까.

침대에 누워있던 누나는 나를 보고 몸을 일으켰다.

그 와중에 봐선 안 되는 부분이 보일 것 같았기에 나는 살짝 시선을 피했다.

“……하고 왔어.”

“그래? 이리 줘봐.”

누나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이건 팬티를 내놓으란 의미일까.

지금 누나의 팬티에는 내가 낸 정액이 잔뜩 묻어있다.

솔직히 나도 만지기 싫을 정도다.

이런 걸 결벽증이 있는 누나한테 줘도 되는 걸까? 

“뭐해? 빨리 안 주고.”

내가 망설이고 있자 누나가 재촉한다.

나는 할 수 없이 둥글게 뭉쳐놓은 누나의 팬티를 그 손 위에 올려놓았다.

“어디 보자. 우리 선후가 얼마나 쌌나.”

“누, 누나.”

누나는 그 팬티를 아무렇지도 않게 눈앞에서 활짝 펼쳤다.

붉은색 팬티에 달라붙은 끈적하고 하얀 오물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많이도 쌌네. 냄새도 지독하고. 기분 좋았겠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수치심에 얼굴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흐음. 선후는 팬티 안쪽 면에다가 싸는구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아니?”

누나가 여유만만하게 웃으며 묻는다.

팬티의 안쪽 면?

그런 데에도 의미 같은 게 있나?

“팬티 안쪽면에 사정하는 행위. 이 행위의 의미는 ‘상대방을 임신시키고 싶다.’입니다.”

“뭐……!”

당연하지만 그런 의미 같은 건 하나도 모른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했을 뿐인데.

“그렇구나~. 선후는 누나를 임신시키고 싶었던 거였어?”

“아, 아니, 난 그런 거 몰라서…….”

“원래 이런 건 무의식적인 게 진짜인 거야. 일종의 심리 테스트니까.”

그런 거 거짓말이다.

세상에 누가 그런 심리 테스트를 만들고 증명한단 말인가?

누나는 즐거운 듯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어때, 선후야? 정말 누나 임신시키고 싶어?”

“아, 아니, 난…….”

“후후.”

누나가 살그머니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마치 그 안에 아기라도 있는 것처럼.

누나의 그런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나는 누나의 그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지. 이대로 이 팬티를 입고 자면 임신하지 않을까? 선후의 건강한 정자라면 질을 타고 올라와 자궁까지 도달하겠지?”

“……무슨 소리야, 누나?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게…….”

입술이 바짝 마른다.

누나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더러워진 팬티를 왜 입는다는 걸까?

아니, 이건 누나가 그냥 장난으로 하는 얘기가 분명하다.

날 놀리기 위해서.

그렇게 결벽증이 심한 누나가 정액으로 더러워진 팬티를 입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당황할 필요 없다.

내가 당황할수록 누나는 기뻐할 거고, 그만큼 장난도 더 심해질 거다.

“아니면 이걸 입고 울면서 경찰서까지 뛰어가는 건 어때?”

“누나!”

절대 당황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의 그 말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팬티에 묻은 정액에서 DNA를 분석하면 그게 누구 건지 바로 나오겠지. 그럼 선후는 누나 진소영을 강간한 희대의 성범죄자가 되는 거야.”

“그, 그런 일을 했다간 누나도…….”

“그래 맞아. 나도, 엄마도 미소도, 이 나라에선 두번 다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되겠지. 아아, 슬픈 일이야. 남의 집 자식 들이는 바람에 우리집이 풍비박산 나버릴 줄이야.”

나는 덜덜 떨면서 누나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받는다. 

누나가 말하는 내용은 그야말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었다.

그 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그러니까, 내일은 일찍 와. 누나 말만 잘 들으면 아무한테도 말 안 할 테니까. 알겠지 선후야?”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귓불을 스친다.

마치 사자가 내 목덜미를 핥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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