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56)

엄마와 여동생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눈에 익은 밴 한 대가 들어왔다.

항상 엄마가 타고 다니던 소속사 차량이다.

차가 멈추는 걸 확인한 후, 나는 운전자석 창문 쪽으로 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 누나.”

“선후니? 키 진짜 많이 컸네! 이제 못 알아보겠어.”

운전자석 창문을 내리고 엄마의 매니저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미안해. 밤늦게 귀찮게 해서.”

“아뇨. 엄마 때문에 제가 더 죄송하죠.”

지금 시각은 밤 11시. 굳이 이 시간에 내가 내려온 이유는 엄마가 많이 취했으니 데리러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매니저 누나는 뒷좌석에 잠들어 있는 엄마를 깨웠다.

“신혜 언니. 선후 왔어요. 일어나 봐요.”

“…….”

“엄마. 일어나.”

“응…….”

심하게 취한 엄마는 내가 불러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차 문을 열고 엄마의 어깨를 흔들었다.

“엄마. 일어나라니까. 집에 가야지.”

나는 뒷좌석에 누워있던 엄마를 억지로 일으켜 앉혔다.

엄마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미안해 선후야. 엄마 오늘 쫑파티라서 좀 많이 마신 거 같아. 네가 이해 좀 해줘.”

매니저 누나가 엄마 대신 사과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매니저 누나가 말한 대로 오늘은 엄마가 출연한 드라마의 쫑파티 날이다.

평소엔 술을 안 좋아하는 엄마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배우다.

이름은 임신혜. 아마 이름만 들어도 아는 사람이 많겠지.

사극에서는 중전마마, 영화나 드라마에선 회장 사모님이나 악역 시어머니 같은 역할을 자주 맡는다.

최근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실감 나는 악역무도한 연기 때문에 안티도 많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애교 많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엄마를 빨리 집으로 데려가는 게 우선이다.

할 수 없지. 나는 엄마의 한쪽 팔을 어깨에 메고 몸을 일으켰다.

몸을 밀착하자 엄마의 몸에서 향수와 알코올이 섞인 향이 물씬 풍긴다.

나는 신경 쓰지 않는 척을 하며 엄마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엄마, 걸을 수 있겠어?”

“우우… 선후니……?”

그제야 엄마는 힘들게 눈을 떴다.

“정신 좀 차려봐, 엄마. 집에 가야지.”

“응… 미안해, 선후야. 엄마가 많이 취했지…?”

엄마는 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매니저 누나에게 인사했다.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흰 올라가 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그래. 조심해서 올라가.”

그리고 나는 엄마를 부축해 걸으며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늦은 시각이라 다행히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후우…….”

엄마의 따뜻한 숨이 내 뺨을 간질인다.

의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심장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따뜻한 체온. 밀착한 몸에서 풍기는 체취. 그리고 내 몸에 맞닿는 부드러운 감촉.

나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리며 초조한 기분을 억눌렀다.

“선후야아. 엄마가 미안해애?”

“뭐가?”

엄마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찔리는 게 있는 나는 괜히 놀라서 움찔했지만, 엄마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술 많이 마셔서. 엄마 취해서 싫지?”

“……아니. 별로. 어른인데 마실 일 있으면 마시는 거지. 너무 많이 마시는 건 싫지만.”

“후후후…. 우리 아들, 언제 이렇게 컸을까♡”

그리곤 엄마는 기쁜 듯이 나를 끌어안았다.

거기에 나는 일부러 싫은 척을 했다.

“아, 그만해 엄마. 어린애도 아니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엄마한텐 어린애야.”

그러면서 엄마는 방글방글 웃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기에 엄마와 함께 올라탔다.

48층. 우리 집이 있는 층수를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엄마는 또다시 잠들어버렸다.

잠든 엄마는 더욱 나에게 몸을 기댔다.

아까부터 옆구리에 닿는 가슴의 감촉이 신경 쓰여서 어쩔 수가 없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엄마의 숨소리와 층을 올라가는 작은 소음만이 들린다.

영원처럼 느껴지던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48층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엄마. 엘리베이터 다 왔어. 일어나.”

“응…….”

엄마는 잠꼬대처럼 대답할 뿐,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할 수 없군. 나는 엄마의 무릎 아래에 팔을 넣어 안아 올렸다.

그리고 엄마를 안은 채로 지문인식 도어락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휴우… 겨우 도착했네.”

침대에 엄마를 눕힌 후 한숨을 돌렸다.

엄마는 완전히 깊이 잠들었는지 침대에 내려놔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스으…….”

숨을 쉴 때마다 침대에 누운 엄마의 가슴이 상하로 움직인다.

내 눈도 마치 거기에 홀린 것처럼 따라서 움직였다.

얇은 원피스형 드레스는 엄마의 몸매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40이 넘은 나이에도 엄마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이렇게 잠든 엄마의 모습을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엄마는 모르는 게 아닐까?

지금이라면 조금 만져도 들키지 않는 거 아닐까?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어쩌면 이게 내 인생에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한 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위로 봉긋이 솟아있는 가슴에 손바닥을 올린다.

살짝 손을 움직여 엄마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부드러웠다. 브래지어가 최후의 방어막이 되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 있는 가슴의 존재를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살짝 내리자 새하얀 허벅지가 보였다.

살짝 말려 올라간 치마는 조금만 올리면 팬티가 보일 것만 같았다.

치마를 조금만 올리면… 엄마의 팬티가…….

“……난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순간적으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밀려왔다.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이런 짓이나 하고 있다니. 

지금 내가 한 일은 분명히 범죄였다.

나는 자괴감에 휩싸여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그대로 엄마 방에서 나왔다.

* * *

“오빠. 엄마 왔어?”

서둘러 방으로 돌아가려던 나를 동생 미소가 불러세웠다.

미소는 돌핀 팬츠에 민소매라는 편안한 옷차림으로 거실 소파에 엎드려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자기가 물어봐 놓고 이쪽은 쳐다도 안 보는 건 저 여동생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어. 쫑파티 때문에 좀 늦었나 봐.”

“응~.”

별로 관심도 없다는 듯이 대답하는 미소를 두고 나는 다시 방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 나를 미소는 다시 불러세웠다.

“오빠. 바빠?”

“…아니. 바쁜 건 없는데. 왜? 뭐 사다 줘?”

미소는 3년 전부터 걸그룹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아무래도 연예인이다 보니 자잘한 심부름 같은 건 내가 대신해줄 때가 많다.

그래서 물었던 건데, 미소가 한 주문은 내 예상 밖이었다.

“나 다리 좀 주물러줘. 힐 신고 춤췄더니 발이 너무 아파~.”

평소 같지 않게 애교를 떨며 소파에서 다리를 파닥거리는 진미소.

“…야. 넌 오빠한테 뭘 그런 걸 시키냐? 직접 주물러. 안마기를 사든가.”

“아 왜~!”

“몰라. 난 그럼 자러 간다.”

“아~~! 진짜 아프다니까! 자기가 하는 거랑 남이 해주는 거랑 다르다고! 나 이러면 내일 못 걸어 다녀~. 오빠 때문에 공연 못 해~.”

미소가 과장되게 우는 척을 한다.

힐을 신어본 적은 없지만, 여자들이 힐 때문에 발을 다친다는 이야기는 나도 많이 들어봤다.

미소네 그룹은 댄스가 과격한 편이니 정말로 아픈 걸지도 모른다.

“하…….”

한숨을 푹 쉬면서도 나는 미소가 누워있는 소파 한쪽에 앉았다.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결국 동생한테 져줄 수밖에 없었다.

“어디? 왼쪽 or 오른쪽?”

“둘 다.”

미소는 벌써 싱글벙글한다.

그렇게 날 부려 먹는 게 좋은 건지 원.

“이렇게?”

“아하핳! 간지러웟!”

퍽.

“으겍.”

오른쪽 발바닥을 양 엄지손가락으로 눌렀더니 미소가 내 턱에 뒷발차기를 먹였다.

나는 맞은 턱을 매만지며 미소를 향해 인상을 썼다.

“야!”

“오빠 미안! 진짜 안 그럴게. 응? 한 번만 봐줘.”

미소는 호들갑을 떨며 파리처럼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연기란 걸 알면서도 나는 결국 봐줄 수밖에 없었다.

“…한 번만 더 차면 진짜 그냥 간다.”

“알써.”

다시 오른쪽 발바닥을 엄지로 꾹꾹 누른다.

그러자 미소는 다시 자지러지게 웃으며 다리를 버둥거렸다.

“아하핳하! 오빠! 잠깐만! 너무 간지러워!”

“네가 주물러 달라며. 가만히 좀 있어.”

“아앙앙! 발바닥은 그만! 그만해~ 아앙~”

워낙 엄살이 심해서 하는 수 없이 발바닥은 대충 끝내고 발목과 종아리를 마사지했다.

그래봐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니 근육 사이사이를 꾹꾹 눌러주는 것뿐이지만.

“아아~. 좋다~. 응응, 그렇게 오빠.”

“…….”

“아앙♡ 오빠 거기♡ 기분 좋아… 더 세게…♡”

남이 들으면 분명히 오해할 만한 말투였다.

엄마는 취해서 자고 있으니 괜찮지만, 분명 누나는 이 시간에 운동 중일 테니 듣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응? 뭐가? 진짜 좋아서 그러는 건데?♡”

“어휴. 말을 말자.”

미소가 장난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는 포기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아… 진짜 좋아 오빠. 나중에 마사지사 해도 되겠어. 내가 하나 차려줄까?”

“프로 무시하냐? 이런 거로 마사지사 하면 아무나 다 하게.”

“그래도 왠지 오빠한테 받으니까 전문가한테 받는 거보다 더 좋았어.”

“그래. 말이라도 고맙네.”

“진짜라니까.”

솔직히 미소가 하는 말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간지럽다며 버둥거리는 통에 바지가 움직이면서 흰색 팬티의 레이스가 살짝 삐져나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는 엎드려있는 상태고 팬티가 나온 부분은 엉덩이 쪽이다 보니 본인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말해줄 수는 더더욱 없다. 그런 말을 동생한테 어떻게 해?

그러니 나는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눈은 자꾸 팬티 쪽으로 향하고, 새하얀 허벅지나 엉덩이 라인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까부터 주무르고 있는 발과 종아리의 감촉 때문에 내 좆은 빳빳이 서 있었다.

하. 시발. 오늘 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엄마를 보고 발정하질 않나, 동생 보고 발정하질 않나.

진짜 짐승이 따로 없다.

“야. 이제 됐지? 나 이제 간다?”

“…….”

“야. 진미소. 자?”

“…….”

미소는 대답 대신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미소도 엄마랑 마찬가지로 새벽 일찍 나가서 스케쥴 소화한 뒤 저녁 늦게 돌아온다.

평범한 대학생인 나보다 백배는 피곤하겠지.

“에휴…….”

제 오빠가 무슨 생각 하는지도 모르고, 참 속 편하기도 하지.

아니. 미소는 정상이다. 비정상인 건 나다.

어쨌든 엄마도 미소도 십몇 년을 같이 살아온 내 가족이다. 가족 상대로 야한 기분이 드는 게 비정상인 거다. 가족 앞에서 안심하고 무방비한 모습을 드러내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고.

오늘따라 자꾸만 찾아오는 번뇌에 나는 이마를 짚고 탄식했다.

그리고 그때 마침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나 

“야, 진선후. 너 뭐하냐?”

여자치곤 허스키한 목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소영 누나가 이쪽을 째려보고 있었다.

브라탑에 레깅스. 누나가 집에서 운동할 때 자주 입는 차림이다.

지금도 운동하다 나왔는지 몸에는 살짝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누나는 미소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나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찔리는 게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미소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그러니까 나는 소영 누나한테도 당당하게 말했다.

“미소가 다리 아프대서 마사지해줬어.”

“팬티 내놓고?”

“…….”

소영 누나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나는 손가락 끝으로 미소의 옷을 살짝 집어 팬티를 가렸다.

“변태 새끼.”

…얼굴이 화끈거린다.

변태라서 죄송합니다.

“됐고, 나가서 물이나 사와.”

“물? 냉장고에 있잖아.”

“뚜껑 딴 거 안 마시는 거 몰라?”

그랬다. 누나는 결벽증 소유자다.

가족이 먹던 거라도 뚜껑이 열린 음료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집에는 500mL 생수가 박스로 쌓여 있었는데, 오늘따라 그게 다 떨어진 모양이다.

그걸 왜 내가 사와야 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누나 말을 거역해서는 좋을 게 없다.

“알았어. 물만 사 오면 되지?”

“생리대도 사 와. 저번에 샀던 거로.”

갑자기 심부름의 난도가 급등했다.

요즘같이 인터넷 쇼핑이 발달한 시대에 왜 생리대를 가게에서 사는 걸까?

그것도 남자인 나한테 시키면서까지.

“……알았어.”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순순히 다녀오기로 했다.

어쨌든 지금은 이 어색한 자리를 벗어나는 게 중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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