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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2화 〉 [라나] (112/112)

〈 112화 〉 [라나]

* * *

라나!

'아! 왜 이렇게 된거야!'

일단 그녀는 속으로 소리질렀다.

라나가 하고 싶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모습을 한 상태로 위대하신 그분께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학교에 악마가 손을 뻗어내고 있으니 그 악마를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길 바라고 있었다.

이 학교에 능력을 흩뿌리려는 듯한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으니 그것을 잡길 바랬다.

하지만 이게 왠 일인가.

악마의 능력이 잘 숨겨진 것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능력이 너무 강했던것 때문인지...

'세명?'

세명.

자신을 비롯한 세명의 학생들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퇴출당해버렸다.

...

아니 엄밀히 말하면 퇴출까지는 아니고 강제전학쯤 되는 사건이었겠지.

라나는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척 하기로 했으나,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라나가 숨기려는 행위는 모두 무위로 돌아가 버리곤 꼼짝없이 전학을 하게 된 것.

그래서 소리지른것이다.

물론 속으로만..

"라나가 능력자래"

"진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와 대단하다."

"좀 무서운데? 능력자들은 폭주 하기도 한다며.."

수근대는 아이들 속.

라나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주인. 정수를 찾아 눈으로 쫒았다.

죄송하다고, 더이상 이 학교에 머무를 수 없게 되었다고 말이다.

아니면 아예

'모조리.. 입도 뻥긋 못하게 도륙을 내버릴...!'

이 학교에 있는 학생들을 전부 죽여버린 후에...

"아니, 아니야 진정해 라나."

뭐, 이러한 것은 그저 생각으로 끝났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라나는 꽤 불만을 품고 전학을 가게 된 셈이니...

'이게 다 이 것 때문에...'

마치 재력을 무기물 처럼 바라보며, 어떻게 망가트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하고 있을 뿐.

덜덜­

그래서 재력이 떨게 되었을 뿐.

아무런 일도 아니었다.

* * * *

<능력자 학원:="" 고등부=""/>

하얀이 있는 중등부와는 다른 고등부.

능력자 학원이라 함은 전국의 온갖 능력자들이 모이는 곳.

이미 각성을 완료한 이들이 있기도 하고 무르익지 않았지만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있기도 한 곳.

그곳이 바로 고등부.

중등부와는 다르다.

충분한 능력 훈련을 거쳐가고 있는 단계의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자,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이 오는 이 때면, 수십개 있는 고등부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하겠지.

나리와 재력. 그리고 라나가 동시에 사이좋게 이곳에 들어왔으니, 능력자 학원에는 알 수 없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

처음.

그러니까 전학온 첫날은 별거 없었다.

일단 재력은 희망을 품었다.

그의 인생이 새로워진 셈 아닌가?

학교를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

그러니까 이곳에서라면 다시 자신의 예전처럼.

그날 그 때. 학교를 통째로 쥐고 흔들어 군림하던 시절처럼 될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그 증오스러운 정수도 없고 말이다.

어느덧 싸움이나 복수보다는 피해다니는 것을 선택하게 되어버린 재력은, 본의가 아니었지만 자신의 능력개화를 알아차려주고 신속하게 이런 학원으로 전학시켜준것에 대해 '이번 만큼은' 감사할 정도!

능력자인 이들이 많아 새로운 전학생이 온것을 경계하고 흥미롭게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번엔 재력.

평범하고 즐거운 학원생활을 보내보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당연 라나 역시도

'문제 일으키면 안돼'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로 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전 학교에서도 계속 생각해왔던 것. 명령받았던 것.

평범한 학생을 연기하면서 평범하게 보내고, 그와 동시에 위험한 악마의 전조를 알아차리고 대응하는것.

그것이 바로 라나가 해야 하는 일.

또한 라나가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평범하게, 이번에도 평범하게 지내면 되겠지. 그래'

활짝 웃었다.

평범하게,

어느곳에서 똑같이. 평소 하던대로 늘 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곳은 능력자들이 모이는 능력자 학교.

초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많고, 초능력을 가진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을 특별하고 대단하다 생각하는 이들!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자존심 높고 콧대 높은 이들이 있는 장소!

게다가 이곳은 아이들이 많은 중등부조차도 아닌, 점차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고등부였으니!

'어? 뭐야 예쁘네?'

'좀 있다가 말걸어야 겠다!'

'... 꿀꺽.'

'이게.. 사랑?'

자신의 흑심을 감출생각 없는 이들이 수두룩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라나가 저지른 일. 활짝 웃음을 지어보인 그것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한순간 시선을 모아버릴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으니. 라나의 작은 계획은 실패.

그랬던 이야기다.

그런 반면 나리는 라나의 순서 바로 뒤였기 때문에,

게다가 라나는 처음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르게 무서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던 것 때문에 긴장하여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놀랍도록 나리에게 관심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

그냥 평범한 전학생이 한명 왔나보다 생각한 정도였다.

그렇게 세명의 전학생들이 무사히 전학을 간 이후.

그 다음 날.

문제점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라나는 인기가 많다.

어디에서나 어느곳에서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사는 것이 보통인 인생이었다.

당장 지금만 하더라도 세명의 전학생들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으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안녕 라나, 라나 맞지 이름? 이름특이하네"

"아, 응. 하하"

"어디에서 살다왔는데?"

"저쪽 A시 쪽에 있는 별도구역에..."

"라나야, 너 능력이 뭔데?"

"어... 음. 그건..."

이곳은 능력자 학교였으니,

능력에 대한 질문도 당연히 들어오고 말았다.

능력은 작게는 신체강화에서 부터 마력을 바깥으로 꺼낼 수 있는 [스킬]을 지닌 이들이 많으니 라나, 이 순간 만큼은 잠시 동요했고,

그 동요의 순간.

"맞다. 그러고보니 곧 서열전 있겠구나"

"서열 경기?"

누군가가 라나의 동요를 알아챈 것일까.

신기한 것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 고등부 부터는 능력에 따른 전투능력 서열을 정하거든"

"전투능력 서열?"

"학교 공식은 아니고, 학생들끼리 하는거긴 한데... 전학생이니까 관전만 해도 돼. 아니면..."

"아..."

"네 능력이 뭔지 궁금해 하는 애들도 많으니까."

"..."

라나는 잠시간 침묵했다.

그리고 기도하듯이 마음속으로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목소리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답은 바로 들려오지 않고, 고민하는 듯한 '기척'이 느껴지기만 할 뿐.

'고민하고 계시는거군요!'

그런 '기척'이나 '고민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느낌'도 전해져 왔지만, 그런건 무시해버리곤 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거 재미있겠다. 하지만 난 그냥 관전만 할께. 아직 모르는것도 많아서. 능력도 갑작스러웠고"

"아,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알았어!"

일단은 대기.

그것이 자신이 받은 '계시'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

<능력자 학교=""/>

고등부는 특히 여러모로 많은 문제들이 있는 편이다.

철없는 중등부라고들 말 하지만, 중등부때 억압되었던 능력에 대한 제한 따위들, 배우지 못하는 능력의 사용법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아니면 학교측에서 권장하고 있는 능력 사용의 비밀 같은것이었을까.

또는 거대한 실험장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는 것.

학생들은 능력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그야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게 바로 이런 아이들이고

태어나면서 부터, 혹은 어느순간부터 지니고 있는 힘을 마물이나 괴물에게 쏟아부으면서 멋진 헌터들 처럼 싸우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직 다쳐본적이 없기에,

아직 목숨을 위협받는다는게 어떤건지 모르기에 더더욱 궁금해지는 일.

싸우고 싶다.

마음껏 능력을 펼치고 싶다.

상대를 망가트리고 무너트리고 싶다.

상처입히고 죽이고 싶다!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 진것이 바로 이곳!

<능력자 학교:="" 뒷편,="" 서열="" 결정전=""/>

학생간 서열 전쟁!

교사들이 참관 하는 서열전쟁은 '공식적'으로는 학생들끼리의 놀이 문화 같은 것!

학생들끼리 서열을 정하기 위해 서로의 능력을 겨루는 이 싸움은 처음 부상당할지도 모르는 학생들의 관리와 뒷처리를 위해 교사들이 투입되기도 했고,

또는 없애려고도 했지만 능력의 발현과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반쯤 유지되고 있는 문화.

세간에서 이러한 현실을 알았다간 인권침해니 뭐니, 비인도적이니 뭐니,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 뻔하기에,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학교 최대의 축제!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능력을 뽐내며 싸우고 있다.

불을 뿜고, 번개를 내뿜으며 돌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무기를 소환하기도 한다.

투기장 같은 곳에서, 어느 한쪽이 패배를 선언할때까지. 혹은 전투 불능이 될때까지 이어지는 전투.

"... 전투라고? 저게?"

"응! 재미있지?! 그치!? 그렇지 하얀아!? 내가 엄청나게 좋은데 대려온거 맞지?! 날 칭찬해줄거지!? 나 너한테 도움이 된거 맞지?"

"조용히 해봐. 안그래도 너 때문에 바쁜시간 쪼개서 왔더니, 감시가 아직 부족했던거야?"

"아, 아니야! 나는 그냥 정말로 네 도움이 되고 싶어서! 네가 그렇게 고결하게 싸우는... 읍! 미안! 이건 말하지 않기로 했지! 하하!"

그것을 하얀과 그 친구 연두. 그리고 그 친구 언저리쯤에 있는 이유림이 있었다.

중등부인 세명 이었지만, 중등부를 실질 지배하고 있는 유림이라면 이런 고등부의 싸움에 관전오는 것도 간단한 일이었기에 말이다.

한때 하얀을 어떻게든 곤란하게 만드려고 노력하기도 했었고 또 괴롭히려고 했었던 유림이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하얀에게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하얀이 최근 마력에 관련된 것들을 모으기 위해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고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아보고!

"후후, 그래도 나밖에 없지? 너를 위해서 나는 이만큼이나 할 수 있어! 스트레스좀 풀라고! 너 요즘 힘들잖아!"

"... 그런거라면 연두가 많이 도와줘서 괜찮은데. 내 스트레스는 너야. 왜 갑자기 잘 해주는거야? 너 혹시 진짜 악마의 하수인인가? 내가 너무 방심하고 있는거야? 내 방심을 유도하는거야?"

뭐 하얀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말이다.

"아, 아니라니까! 난 진짜 널위해서야! 널 위해서라면 발가락이라도 핥을 수 있다고! 나, 난 널 조...좋아..좋앗..."

"어? 시작한다 하얀아!"

아무튼 그렇게 세 아이들은 고등부의 축제아닌 밤의 축제에 놀러온 것이고, 그렇게 이곳저곳 구경하고 있었을 무렵이다.

서열결정전이나 서열전쟁이라는 말을 쓰는것 치고는 근처에 노점상이 있기도 하고 호두과자를 팔기도 하여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실질 하얀은 약간의 실망상태.

'저런게 싸움이라고?'

가장 커다란 투기장으로 가 보았더니, 거기서 하고 있는건 싸움이라기도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인가 유림이 사온 호두과자를 한알, 땅콩과자를 여러개 움큼 쥐어 먹으면서 하얀은 그 싸움을 지켜보았는데, 말 그대로...

"저게 전투야? 싸움?"

"응응! 오... 저 사람도 불 능력자네! 역시 선배라 그런지..."

"약해"

약하다.

이게 앞으로 이 세계를 이끌어갈 학생들의 모습.

이정도로 외부세계의 마물 하나 쓰러트릴 수 있을까 말까한 상태.

사실대로 말하면 외부세계의 마물들은 물론이고 침투해오는 마물들과도 싸울 수 있을 만큼 이 학교의 학생들은 강한 편이었다.

게다가 서열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더 강한 파괴력을 내는 이들도 많았지만,

하얀의 눈에는...

외부세계는 물론이고 [대미궁] 이라고 하는 두려운 곳을 오고가며 경험을 쌓은 하얀이 보기에는...

'저건 그냥 힘 겨루기일 뿐이잖아'

그저 힘과 힘을 부딪히는 놀이.

그저 힘의 '크기'를 비교하는 정도의 싸움.

전투라고 불릴 만큼의 움직임도 노련함도 기민함도 눈치도 뭣도 없다.

치열함도 처절함도 없다.

목숨을 걸지도 지키려 하지도 죽이려 하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싸움.

'당연한거긴 한가?'

어찌보면 당연한 싸움에, 정말 가볍게 구경할 만하겠구나 생각한 하얀은 다시금 땅콩과자를 한웅큼 손에쥐어 먹으려다가...

"어? 저 사람은..."

누군가를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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