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9화 〉 [최나리 (7)] (109/112)

〈 109화 〉 [최나리 (7)]

* * *

외부세계의 모험도 끝나갈때가 왔다.

별로 오래 걸리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랜 시간이 걸린듯한 외부세계의 모험 말이다.

광전사에게 쫒겨 힘을 키우기 위해.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얻기 위해 찾아왔던 곳이니, 이곳을 가로막고 있는 강력한 수문장이자 광전사의 하수인이라 스스로를 칭한 방패든 여자를 쓰러트리는 것으로재력의 외부세계 여행은 마무리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아가겠지.

그리고 복수할 것이다.

아마... 성공할지도 모른다.

무사히 돌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무사히란...

"자! 다시봐서 반갑네요! 오늘은 결판이 날 거에요!"

재력이 얻은 힘을 가지고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방패든 여성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전히 자신만만하게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녀, 한층 진중한 모습으로 그곳에 서 있다.

"빼앗아가신걸 돌려주셔야겠어요."

빼앗아간것을 돌려달라면서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재력이야 어이가 없다.

외부세계의 모험이 시작된 원인. 계기. 그런 이야기들을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것은 재력이 자신의 것을 빼앗겼기 때문 아니던가?

그런데 돌려달라니?

재력이 생각하기에 자신은 살아생전 빼앗기기만 했다.

그 사랑스러운 가족도 그 좋았던 나날들도 전부 빼앗긴것 뿐인데,

이제와서 겨우 복수할 수 있게 되었는데 뭘 돌려달라니!

모든 것을 돌려받기만 하면 되찾은 것들은 지키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제발... 좀! 끝내자 이 개새끼들아! 난 더이상 아무것도 안뺏겨!"

재력은 있는 힘껏 그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

사실 모험이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재력과 나리. 그리고 검은 마법소녀와 카론은 여차저차 하여 이곳에 왔고, 근처에 자리를 잡았으며

재력이 충분한 힘을 키울때 까지. 그리고 나리 역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얻기 위해 잠시간 머물렀을 뿐이다.

재력은 계속해서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바깥에서 마물들과 싸워 실력을 키웠고

그 과정에서 방패든 여성이 나타나 재력의 앞을 가로막았으니,

재력은 그 여자를 쓰러트리는 것을 목표로 자신의 힘을, 능력을 각성시켜 다시한번 그녀의 앞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크윽!"

재력은 성장했다.

그것도 한층 더. 더 많이.

더 강해졌다.

이유는 사랑의 마법.

사랑할 수록 강해지는 위대한 감정의 마법

나리가 있는 지금.

나리가 재력의 뒤에, 그리고 동료로써 등을 맞대고 함께 싸우는 지금!

재력의 마법은...

"자, 잠깐...읏...♡"

"... 나리야?"

"어? 앗...으 재, 재력아... 조, 조심..."

"뭣?"

콰앙­!

강해질 것이다.

강해졌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긴 한데, 재력은 지금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전부터 느껴지는 위화감. 기시감.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듯한 직감.

힘이 약해져 가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과 더불어...

'나리가 뭔가 이상해'

나리의 옆에 바짝 붙어 있으면서, 나리의 등을 지탱해주고 있는 남자 카론!

그 남자가 거슬린다.

한때는 좋은 사람인가 싶었지만,

이 격렬한 싸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나리와 무언가를 이야기 하는 듯.

속삭이는 듯...!

쿠웅!

"한눈 팔지 말고 집중해요!"

"뭐... 크윽!"

집중하지 못하는...

목숨걸고 싸우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재력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앗..♡ 지금... 싸우는 중...읏... 도, 도와줘야...♡"

"벼, 병신아...! 지금 만지면 들...♡으읏...♡"

'...? 뭐야? 뒤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야? 뭐가... 대체?'

무언가 굉장히 잘못되어가고 있다.

재력은 생각하게 되었다.

이 부분이 문제다.

그러니까 재력.

자신이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곳 외부세계에서는 나리는 물론 검은 마법소녀에게도 카론에게도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옆에 착 붙어서 훈련시켜주는 검은마법소녀에게 호감이 있었고,

나리와는 확실한 사랑 이전 단계의 관계.

말없는 소녀인 하얀 이라는 아이와는 당연히 좋은 관계.

아니 좋은 관계뿐이 아니라 하얀이라는 소녀가 계속해서 자신을 흘끔흘끔 쳐다보거나 무슨 일을 할때마다 주시하는 것을 보면 하얀은 분명 재력에게 호감.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이 있으리라 확신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재력은 그것을 확신 했다.

하지만...

지금 그 순간부터..

'어라? 이거 진짜...'

"약해졌네요!"

투웅­!

"크윽!!"

약해지기 시작했다.

싸우던 상대인 방패의 여성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으윽?!"

"자! 계속 해보세요! 계속 해보라고!!"

쿠웅­!

밀려난다.

분명 재력은 각성했을텐데,

엄청난 힘을 쥐었고, 실제 그 능력으로 거대한 마물을 쓰러트릴 수있을 정도로 성장했을 텐데..

그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선 안되었으나, 밀리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이 바로 재력의 상태.

'안돼... 아니야 그럴리가 없어!'

재력은 애써 그 사실을 부정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는 검은 마법소녀가...

분명 자신을 위해 마법이나 능력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신을 지켜주며, 츤데레 마냥 틱틱 거리면서도 은근히 챙겨주던 그 상냥한 소녀가...

"으읍..♡ 응...♡ 진짜... 나, 나는 상관 없잖아! 어차피 저 자식은...읏...♡ 푸하아.."

입을 맞추고 있는 중이었다.

무너지 폐허 위에 발을 디디고 서서는, 까치발로 카론의 목에 손을 감싸 안고선. 입을 살짝 열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카론의 허리는 살짝 숙여진 상태로, 검은 마법소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으며, 검은 마법소녀가 갈구하는 듯한 입맞춤에 더불어 그녀의 입을 범하듯 훝어내는 중이었다.

"쪼옥...♡ 쮸읍..♡ 푸하아..."

먼지가 가득하며 잔해가 가득하고 또 피와 시체로 적셔져 있을 그 외부세계의 땅 위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두사람의 신음소리. 타액을 나누는 듯한 추잡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하읍...♡ 읏..♡ 좀...더♡"

"싫다더니 또 스위치 켜졌..."

"시, 시끄럽고...♡ 어차피..이젠... 하읍..♡"

주변은 신경쓰지 않는 듯한 그 소리.

"어?"

콰앙­!

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던 재력의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고 말았다.

커다란 소리를 내며 재력은 힘없이 날아가 폐허위에 부딪혔고,

그 상태에서는 아무 생각도 못하는 상태.

"어어? 으...?"

그야 재력이 보았던 광경은...

검은 마법소녀와 카론이 사랑을 나누는 듯한 그 모습 뿐만이 아니라..

열심히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 부절. 두 사람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는...

'나리야..?'

나리의 모습 탓이었다.

하지만 그 나리의 모습.

몸이 만져지고 있는 듯 한대도 가만히 있는 나리의 모습.

그리고 그것과는 관계 없이 재력을 향해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공격.

그러나 한번 깨어진 재력의 믿음.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믿고 있었던 재력의 믿음이 깨어지기 시작한 이상. 재력은 공격을 피할만한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기껏해야 마력으로, 염력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만 할 뿐이었다.

상처가 늘어가고 빠르게 힘이 소모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죽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길게 입을 맞추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검은마법소녀와 카론.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현실이 눈앞에 있다.

'대체 뭐가...'

겨우 든 생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파악하려고 하면, 다시금 아찔해지는 시야는

쭈뻣거리며 카론과 검은 마법소녀의 행위를 감춰주려 하는 듯한 나리까지 보이고 나니...

그 순간...

"희망의 철퇴."

콰앙!

희망이 찾아왔다.

"?!?"

희망은 재력과 방패든 여성의 사이를 갈라놓듯이 떨어졌으며,

그리고 그 희망은 재력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그 자그마한 채구의 작은 소녀가. 자신보다 배는 클법한 재력의 멱살의 한 손으로 잡고 일으켜버린 것이다.

어이없이 힘이 빠져있는 그런 재력을 말이다.

물론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재력은 그런 희망.

하얀의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희망이 차오르기 시작했으니...

자신을 구해주러 온 듯한 그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올 정도.

거기에 바닥나려 했던 사랑의 힘이 다시금 차오르려고 할 정도...

"..."

하얀은 그렇게 내려와 기뻐하는 재력의 멱살을 잡고 다시금 도약했다.

"? 어어? 어어어어!?"

도약, 그대로 재력을 쥐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재력은 자신의 시야가 순신간에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린 후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희망의 도약."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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