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 [최나리 (4)]
* * *
사랑의 마법은 당연,
사랑의 감정이 커질때의 그 위력이 극대화 된다.
마법의 힘을 쏘아내는 것. 받아내는 것.
조금더 공격적이거나 조금더 수비적인.
활용도에 따라서 더 날카로워질수도 있으며, 혹은 더 단단해질 수도 있는 마법.
재력은 그러한 마법의 힘이 자신의 몸 안에 깃들었음을 자각했다.
그건 분명 사랑의 힘이었다.
사랑의 힘이란 곧 기적의 힘.
<7일째, 공부방="" 근처=""/>
재력이 힘든 싸움을 마치고 이곳에 왔을때.
그리고 나리가 품고 있는 마음이 재력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힘은 더더욱 강해지고 놀랍게 변해 재력이 자각할 수 있는 정도로, 그리고 손안에 쥘 수 있는 정도로 성장해버렸다.
그러니 재력은 희망이 차올랐다.
'아, 내가 나리랑 잘 될 수도 있겠구나'
아니면,
'아, 저 카론이라는 남자는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라는 등의 희망 말이다.
그건 사랑으로 비롯된 희망이었으니,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망상이 아니라, 정말 둘이 잘 될 수 있겠다.
모든 악몽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도, 그 녀석에게 복수할 수도 있겠다.
혹은 복수하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희망. 생각. 그 사랑의 힘!
재력은 그 힘을 품은채로...
"다, 다녀왔습니다!"
힘차게 인사했다.
* * * *
"오~"
그의 표정은 미묘했다.
카론이라 불리우는 그 남자가 나리의 옆에 바짝 붙어있긴 했으나, 그리고 그렇게 미묘한 표정을 지어보이긴 했으나,
나리가 재력을 보고 살짝 얼굴을 붉히고 '혹시 방금 한 이야기 들었나?' 같은 생각을 하듯이 고개를 돌렸기에, 재력은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카론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
그는 언제나 능글맞은 듯한 모습을 하고 행동을 하면서 항상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사람이었을 뿐이었을테니,
지금이라면,
재력이 질투라는 감정을 조금 접어 두고 나서 생각해보고 있으면, 카론은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
지금도 저렇게 붙어있는 것이 성희롱이나 그녀의 몸을 더듬기 위한 준비 행동이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나리가 걱정되어, 혹은 도와주고 싶어서 하고 있는 행동일 터.
그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재력은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자! 그럼 오늘의 식사는 영양밸런스를 충분히 고려한...!"
"어후 맨날 고려했잖아 새꺄. 그냥 좀 먹자."
"하..하하."
"..."
검은 머리칼의 검은마법소녀가 들어오면서 툭 그를 밀치기도 했으니,
작은 거처이자 나리의 마법교실.
그리고 조용한 하얀 소녀와 조금 신경질적인 검은 마법소녀의 단란한 그곳은 웃음으로 가득차올랐다.
재력이 바라는대로,
마치 가족처럼.
* * * *
물론 아직 더 있었다.
가족이라기에는 조금 그렇지.
"하얀아, 밥먹을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지 마"
"...네"
재력이 이전에 몇번인가 보았던 신비로운 느낌의 하얀 소녀,
머리칼도 눈과 같이 하얗고 피부 역시 하얗다.
차갑고 냉담한듯한 분위기를 가졌기에,
말을 걸려고 하면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리거나, 재력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것이 보통.
그래서 재력은 짐짓. '날 싫어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생각하면 좀 우스운 이야기다.
"..."
하얀, 그렇게 불린 그 신비로운 소녀가 계속 재력을 보고 있었기에,
소녀는 아무말도 없이 바라보았다.
재력이 뺨을 긁적이며 조금 당황스럽다는 듯이 나리를 쳐다보아도,
나리 역시 곤란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저 아이가 왜 그러는지 말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하얀아"
"네."
흘끔흘끔.
재력의 얼굴을 보고, 신경쓰이는 듯이 인상을 쓰는 하얀의 얼굴은 아무리 어리다고 한들, 재력을 부끄럽게 만들기엔 충분했기에,
그리고 영 기분나쁘지도 않았기에,
'어라? 나 미움받는게 아니라 사실 호감사고 있는거 아니야?'
라는 망상에...
아니, 아마 거의 확실하다는 듯이 기분좋은 생각에 빠져버렸다.
요컨데 그런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이상한 일에 휘말려 버린 재력은 귀여운 스승을 만나게 되었고 든든한 조력자와 함께 지내게 되었으며,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이성친구와 썸을 타고, 같은 방에 있는 신비한 분위기의 소녀에게 관심받고 있는..
그런,
아주 화목하고 즐거운. 좀 더 즐겁고 좀 더 행복한...
아주 행복한 고민밖에 할 수 없는...
그렇지.
'하, 하렘인가'
하렘이라도 된 듯한...!
"...후...후후."
"쟤는 또 왜 저렇게 기분나쁘게 웃어?"
"넷?"
그런 기분이 든 재력이었다.
* * * *
<7일째 밤=""/>
하지만 이날 밤.
조금 기분나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력에게 있어서 썩이나 좋지 않은 이야기.
당장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에서 부터 식사시간까지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이었다.
자신이 뭐라도 된 듯한 착각.
또 다시 학교에서처럼.
그 학교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된 것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받는 한편 사랑받던 그 때 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즐거워졌던 생각.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착각이 아니라, 그러한 현실을 맛본것 같은 즐거움!
게다가 오늘은 바깥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던 날.
즉, 푹 쉬어도 되는 날.
재력은 내일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늘의 평안과 평화, 그리고 충만해진 사랑의 감정에 파묻힌 채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읏... 앙..."
옆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지만, 전혀 듣지 못한채로... 그저 푹 잠에 빠져버린 것이다.
* * * *
<7일째, 밤:="" 임시거처,="" 검은="" 마법소녀의="" 방=""/>
"하앗...하앗..."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사람은 최나리.
어둡고 좁은 벽장 같은 곳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앗, 야... 지, 진짜 할꺼야? 여기서?"
"그럼 하지 안하겠냐!"
"시발! 소리좀 낮춰! ... 그... 기, 기다려봐... 코, 콘돔 챙겨왔으니까...이, 이거..."
'지, 지금 두사람...'
두 사람의 사랑나누기를.
그러니까 카론이라는 남자와 검은 마법소녀님의 수상쩍은 관계를 두 눈으로 확인해버리고 있는 중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는 모른다.
어쩌다가 검은 마법소녀의 방에 들어와 벽장안에 숨었는지. 벽장인지 옷장인지 뭔지 모를 곳에 숨어 비좁은 틈으로 두 사람이 키스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 모르겠지만...'
전혀 모른다!
하지만 나리!
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읏...♡ 응 앗♡ 너, 너무 급한거 아닌...앙♡"
항상 당당하던, 조금 신경질적이던, 표정을 풀지 않던 검은 마법소녀의 무방비한 모습.
쾌락에 몸을 맡긴다기 보다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사랑을 갈구 하듯 그의 목에 팔을 걸고는 달콤한 숨을 몰아내쉬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리의 온 몸이 굳고,
그런 검은마법소녀, 줄여서 검마의 몸을 훑어내듯이 키스하고 어루만지며, 쾌락을 주려 하고 있는 그 남자 카론의 모습에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사건사건들이 떠오르게끔 되어버렸다.
그의 사소했던 손짓이나 말들이 기억나기 시작했으며,
거기서부터 출발한 생각은 '어쩌면?' 이라는 것으로.
혹여 그때 그 행동이, 그 말들이 이러한 의도가 있었던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감각.
"아...어, 어쩌지..."
이도저도 못하게 된 상황.
나갈 수도, 보고만 있기도 힘겨울 그런 상황.
허나 선택지가 눈앞에 있다 한들 고르지 않게 되면 결국 하나의 선택밖에 남겨놓지 않는 셈.
그러므로 나리는 볼 뿐이다.
“으읍···응···♡ 후아아♡”
입맞춤.
처음보다는 느려졌지만 충분히 서로를 느끼는 듯한 농후한 키스를 나누기 시작하고, 검은마법소녀의 두 손은 어느덧 카론의 목에 걸려 그를 강하게 끌어안는듯 했다.
두 사람의 키차이 탓에, 카론이 검은 마법소녀를 끌어 안아 올리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음에도, 검은 마법소녀는 발끝을 들어올리며 애달프게 매달리듯 그와 입맞춤을 계속했다.
그 후에는 쓰러지듯 누웠다.
마련된 침대 위에 헐떡이는 숨을 들이마시며 카론이 다음 행동을 해주기를 기다렸다.
“오랜만인데 이거”
“으··· 굳이 이런곳에서 왜···”
“보여주려고”
“어? 뭘 보여준다는··· 앗♡ 좀··· 자, 잠깐···♡ 야··· 거, 거길···”
검은마법소녀는 순간 움찔 행위를 멈출뻔하기도 했지만, 곧 카론의 손길에, 그리고 숨결에 허덕이기 시작했으며,
그걸 전부 보고 있는 나리는 자신의 뜨거워진 뺨을 두 손으로 감싸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