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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 [최나리 (3)] (105/112)

〈 105화 〉 [최나리 (3)]

* * *

<여섯째 날=""/>

"아직도 그 영혼의 힘이라는거 안나오네요. 당신, 왜이리 약해요?"

그녀,

그 휘황찬란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온갖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듯한 바로 그녀.

스스로를 광전사의 하수인이라 부르고 있는 그녀는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재력은 숨이 멎는듯 했다.

저 여자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는 외모와 같이, 혹은 외모와어울리지 않게 밝고 활기찬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싸우는 중에도 웃음이 많았으며 조금더 대화를 하려고 하는 듯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모습 또한 도도한 매력이 있는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곤 하지만, 그녀의 심기가 불편하기라도 한듯, 차갑고 또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왜 아직도"

왜 아직도 재력이 이렇게 약한가. 에 대해서 말이다.

그건 마치 재력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느낌이었으니,

재력 역시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난 왜 아직도!'

재력의 생각도 같으니,

왜 자신은 이토록 약한가. 왜 아무리 싸움을 이어나가도 도무지 나아갈 수가 없는가? 이래서 언제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금 자신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언제 복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럴수록 싸움은 늘어져만 가고, 좀처럼 끝나지 않고 피로감만 더해지던 와중.

"당신 진짜 한심하네요."

그 방패든 여성이 하는 말에,

"그럴거면 대체 왜 그런 힘을 얻은거람?"

재력의 몸속에서는 무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온갖 생각이 휘몰아 치기 시작했으리라,

자신의 과거도, 자신의 미래 조차도 한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며,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떠올랐다.

'왜 이런 힘을 얻었지? 나는 대체 뭘 위해 이런 정체도 모를 힘을 받아들인거지?'

대체 뭘 위해서!

그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으면서 까지 왜 이 힘을 받아들였는가!

...

"지키려고...?"

아니,

사랑을 위해서.

가족의 사랑을, 어머니의, 누나의, 그리고...

"나는 나의...!"

마땅히 할 수 있었어야 할 온갖 종류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

팟!

이 때.

재력은 서서히 각성해나가기 시작한다.

재력에게 깃든 힘은 사랑에 고파했던 한 소녀의 영혼.

마법소녀의 힘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던 풋풋했던 그리운 소녀의 영혼!

그 영혼이 가장 갈구하던 감정이 지금!

바로 지금 재력의 영혼에 깃들려고 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재력이 받아들인 힘의 진정한 능력을 꺼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며,

한때 노란빛 마법소녀로써 이름을 알려왔던 소녀의 힘을 꺼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뜻이기도 하니..

주 재력.

한 때 화려한 학교의 왕으로써 군림하고, 무너지고 추락했던 그는, 이윽고 자신이 받아들였던 진짜 힘을 터트리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방패든 여자에게 튕겨 공중에 떠오른 그 한순간에, 재력의 머릿속에 찰나 떠오른 그 단어를 소리친다.

"변신!"

변신.

파아앗­!

"꺄아악!"

비명이 울려퍼졌다.

방패든 여성은 그 변신의 파동에 밀려 비명을 질러 버리고 말았고, 방패 쥔 손에 힘을 주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한 순간 퍼져오른 그 힘은 외부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으며, 그 파동을 느낀 이들과 마물들은 그곳을 바라보며 무언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

노란빛의 빛은 하늘로 높이 치솟아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하늘에 닿은 그 빛은 먹구름을 걷어내고 화려한 빛을 땅으로 쏘아내렸다.

화려한 빛의 한 가운데에 있는것은 당당하고도 위대한 전사의 영혼.

그 영혼을 몸에 머금은 존재이니,

사랑과 희망, 꿈과 용기, 믿음의 힘을 지닌 사랑스러운...!

"저게 바로 마왕님이 말씀하셨던..."

멍하니,

방패든 여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넋나간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랑의 마법소녀"

주재력.

* * * *

<외부세계: 임시="" 숙소=""/>

쿠구구궁­

울려퍼지는 굉음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래, 이런거군."

힘이 느껴진다.

느껴지는 힘은 마법의 힘

그것도 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나의 파편과, 내가 한때 만들어 내었던 마법중 하나인 '감정의 마법'에게서 느껴지는 힘이다.

하얀에게서 느껴지는 희망의 마법이 아니다.

하얀이는 옆에서 이렇게 나와같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으니,

힘이 느껴지는 장소는 저 하늘의 아래.

오디션의 시간이 비었다고 하여 데려다가 써먹는 중인 세이가 있는 곳,

저곳에 있는 녀석은 단 한명 뿐이다.

"이 힘은 사랑의 힘이군, 노란색. 사랑의 마법이야."

영혼을 집어삼킨 주 재력 뿐.

"... 이게, 제 친구의 영혼이라는거죠?"

하얀은 주먹을 꽈악 쥐어 보이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눈은 차분해 보이지만, 그녀의 온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희망과는 영 딴판인 파괴와 분노의 감정으로 넘치는 아우라.

"진정해."

그런 하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하얀이 분노하고 있는 것. 그리고 흥분하기 시작한 것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안돼.

이 감정의 마법이 실패였던 이유는 바로 이런것 때문이었으니까,

"감정을 컨트롤 해. 흥분하고 증오하고 미워할 수록 그 마법은 약해지는 구조야. 오직 희망을 불태워라 하얀."

"..."

"이제 곧, 네 친구중 한명의 영혼을 구해줄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

"... 네. 해볼께요."

차분하게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사소하게 신경써줘야 한다. 그러니까 이 마법이 어려운거라고,

저기 저 사랑의 마법 역시 그렇겠지.

"아저씨."

하얀은 심호흡을 한번 하곤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물었다.

"제 친구의 영혼을 가진 저 사람이 강해져야 제 친구를 구할 수 있는게 맞죠?"

"응"

내가 지금까지 주재력을 굳이 강하게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이것 하나 뿐이다.

당장에 죽이거나 굴복시켜 파편을 받아내는 거라면 할 수 있겠지만, 영혼이라면 그 예가 다르니까.

내 파편과 융합해버린 듯 하여 쉽사리 건들 수도 없고 어느것 하나 확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력이 삼킨 영혼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영혼이 바깥으로 드러나서 내가 쉽게 그것을 차지하고 빼앗을 수 있게 하려면...

그래,

소유자가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파편과 융합해 있으니, 아마 파편의 힘이 강해질 수록 그 영혼 역시 점점 바깥으로 끌려나오겠지.

'다만, 악마 컨피던스 그 놈이 이걸 생각 못했을리는 없는데... 파편과 융합해서 소유자의 힘이 강해지면 결국 그 영혼의 힘도 강해지는 거란 말이야... 그렇게 되면 영혼이 다시 의지를 가지게 될 수도 있었을텐데... 대체 왜...'

의문거리는 약간 있었지만,

지금으로써는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의 최선이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하얀의 표정의 굳은 의지로 가득차있다.

내가 말한대로, 곧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한명의 친구를 구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던 덕분일 수도 있겠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해야 한다.

"지금까지 처럼 있어. 이제 주 재력은 충분히 강해졌어, 영혼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저건 이제 내가 잡을 수 있게 된거야."

"그럼...! 그럼 이제 곧!"

"시간은 좀 걸리겠지."

주재력을 확인한다.

영혼과 파편의 융합정도를 판단하고...

그 다음에는 적절한 정도로 관리하면 돼.

예를들면... 그래,

'사랑의 마법'을 지니고 있으니 그 '사랑의 감정'을 이용해야 하는건 당연하겠지.

충분히 강해진 사랑의 힘으로 사랑의 영혼이 드러나 내가 그것을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그 힘이 너무 강해지지 않게, 폭주하지 않도록 약화시키면 된다.

"그래도 사랑이란 감정이 쉽게 사그라드는건 아니니까. 적절한 수준에 고정시키면 된단다."

"어떻게요?"

하얀이 순수한 표정으로 물어봐오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섹스한다."

"...! 주, 주재력하고요?! 마왕님이?! 세, 섹...!"

하얀의 뺨이 살짝 붉어진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 아니, 그거 말고."

* * * *

<외부세계: 임시거처=""/>

"해, 해냈다."

풀썩­

재력은 바닥에 쓰러졌다.

겨우겨우 임시거처까지 와서는 정신을 잃듯이 말이다.

드러누워 오염된 흙과 뺨을 맞대고 있는 재력은 조금 전 일을 회상했다.

몸안에 터져오르는 듯한 어떤 감정, 자신을 향해 쏟아져 오는 빛.

하늘을 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느껴지더니, 몸안 깊숙한곳 어디에서는 뜨거운 것이 느껴지면서 폭발적인 힘을 쏘아낼 수 있었다.

그건 어떻게 된건지 나리를 생각하면 할 수록, 가족들을 되찾는 상상을 하면 할 수록, 재력은 점차 강해지기만 했었다.

'그래도 아직 부족해'

그래도 결국 그 방패든 여성을 쓰러트리는데 실패했지만,

그녀가 도망치도록 했으니, 그것만큼은 엄청난 성과.

이 힘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재력은 원하는바를 이루고도 남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은 재력.

'나리를... 만나고 싶다.'

나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기 시작하는 재력.

그로 인해, 몸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로 재력은 그렇게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무시무시하구만, 어쩌면 그 녀석의 파편보다도 이런게..."

검은 마법소녀가 중얼거리는 뭔지 모를 소리는 적당히 무시하고 있던 순간.

­"네? 아뇨? 아니에요! 그, 그런거 아니에요 진짜!"

­"뭐? 그런거 같은데 아니라고? 흠! 내가 착각했나 보군!"

소리, 그 불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재력은 벌떡 일어났다.

몸의 상처가 회복된것도 피로감이 어느정도 사라져 있는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저 멀리 공부방에서 들려오고 있는 나리의 목소리에 반응해 몸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재력,

이번에는 달려가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기만 했다.

그건 어떤 기억 때문이었는데,

어제 아침, 출발할때만 해도 전날 저질렀던 실수.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 대화를 하거나 요리를 같이 하고 있는 나리와 카론 사이에 끼어들어 되도 않는 화를 내었던 것이 나리에게 미움을 샀기에, 아침에는 배웅도 재대로 못받았다는 그 기억 때문이었다.

나리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하여,

이번에는 그녀를 화나게 하기 전에, 조금더 확실하게 상황을 살필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성장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마음속에 나리가 있는건 변하지 않으니까, 재력은 나리를 좋아하니까.

이번에는 확실히 그것을 알았으니까.

섣부르게 질투하지 말고, 그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더더욱 그녀를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을 깨달은 셈.

그래서 재력은 천천히 다가가 귀를 기울이기만 했다.

­"네, 진짜에요. 재력이랑 저는 그런 관계도 아니고..."

'어? 내 이야기잖아?"

­"그래!? 그거 참 놀랍군! 주재력 그녀석은 너를 좋아하는 것 처럼보였는데!"

­"네에!? 아, 아니.. 그... 그게!"

'어... 저, 저 외국인 새끼가 대체 뭔 소릴 하는거야!?'

­"아... 그렇단 말이지. 원한다면 내가 너와 재력이 둘만 있을 자리라도 만들어줄 수 있다! 저번에 그건 아무래도 '질투'라도 받은 모양이던데"

­"읏...아, 그... 그런건가요... 그게... 아니... 하하..."

들린 소리는 재력의 이야기.

뒷담화는 아니고,

그보다는...

'어라? 카론 저녀석... 지금 나랑 나리를 도와주려고 하는 듯한...'

어떤 종류의 작전?

아니, 그게 아니라..

'어? 역시 나리도 나한테 관심이... 아니 나를 좋아하는건가?'

숨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재력은 듣고 말았다.

['사랑의 마법' 효과가 상승했다!]

['카론'에 대한 '주재력'의 호감도가 상승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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