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미리네 3 (5)]
* * *
"여긴 미리네언니랑 정수의 사랑의 보금자리란 말이야!"
"아냐!!"
미리네가 거기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단순했다.
애초에 몇개 없다.
일단 갑자기 들어온 아지의 입을 틀어막으며 신속하게 바깥으로 대피시키고,
"너, 너 누구야!? 왜 미리네 언니집에 있어?! 나도 더이상 아무말 하지않고 침묵하지만은 않을꺼야! 그렇게 친구를 잃어버릴 뻔했었으니까!"
"야! 아지야 가만히좀..!"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알고..."
그렇게 대피하여 마구잡이로 몸부림치는 그녀에게 잠시동안만, 아주 잠시동안만...
'분명 눈앞에서 보여주면 인식할 수 있다고 했었지...'
아지의 눈앞에서 자신의 [인식저해] 효과가 붙은 코트를 벗어보이는 것으로..
"어? 어라? 미리네.. 언니?"
"그래, 그러니까 조용히 있어."
아지를 설득시켰다.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이다.
다시 옷을 챙겨입고 나면, 아지는 그제서야 미리네의 온전한 모습이 보이는듯. 미리네라는 사람과 수상쩍은 사람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한 듯 침을 꼴깍 넘겨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네 언니랑 검은 마법소녀가 동일...인...?!"
"아니, 씨... 하, 그래 맘대로 생각해라."
아무튼 그렇게 설득시켰다.
그리고 나서 곧장 미리네는 자신의 방으로 다시 돌아갔고,
돌아간 곳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재력아, 너무 신경쓰지마. 난 널..."
"믿어줘, 난... 난 정말로 그때의 내가 아니야... 전부, 전부 설명할께. 이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꼭..."
"응, 난 널 믿어."
아니, 조금 풋풋한 성장드라마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기에,
"쯧."
미리네는 혀를 찼다.
* * * *
<미리네의 집=""/>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나서,
그건 정말 그냥 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었으나,
이 시점부터도 미리네의 마음이 영 좋지만은 않게 되어버렸다.
'분명 아지가...'
아지를 설득했을 때,
아지는 이렇게 말했다.
"그 녀석은 정수를 자살하기전까지 몰고간 녀석이에요 언니, 그런 녀석... 어디서 죽던 말던 정말로 상관 없는데... 그런 녀석이 행복해진다는걸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이다.
미리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네 역시 그런 모습을 영 보고 싶지 않다.
탐탁치가 않다.
자신이 재력이와 나리를 보호하고 있는것은 어디까지나 나리를 위함이긴 했더라도, 이번엔 더더욱이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되던지 별로 관심 없어.
라고 했다면,
이번에는
'그녀석 때문에 정수 그 새끼가 죽을 뻔했단거지? 뭐, 같은 인물은 아닌셈이지만, 새삼 기분나쁘네...'
재력이 조금더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 된 것.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을 즈음이다.
덜컥
다시금 그녀의 방 문이 열렸다.
"아니 오늘따라 왜이리 문도 안두드리고 들어오는 놈들이 많..."
미리네가 그에 불만을 토해내고, 재력과 나리가 바짝 긴장한채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을 때면,
곧 그 문안에서 나타나는 것은...
"안녕~"
"..."
"...?"
"누구?"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래, 예를 들면, 검붉은머리칼에 미묘한 모습을 하고 있는, 실실 거리는 미소와 뭔가 가사일을 좋아하진 않지만 의무감을 가지고 투철하게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그런...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못생긴건 아니고, 굳이 말하면 호감형 얼굴을 가지고 있는 편에 남을 챙겨주는 것을 잘할것 같고 마사지도 잘 할 것 같은..
그런 모르는 사람.
"... 너, 너 이새끼."
미리네는 곧 알아차렸다.
그의 몸에 걸쳐져 있는 것은 자신들이 입는 것과 같은 검은색의 코트. 한벌.
[인식저해]기능이 달려 있으며, 검은색 디자인의 [초보자용 방어구] 라고 말하는 물건이니,
미리네는 얼굴을 한껏 구기곤, 그 후에는 조금 풀어지며 입을 열었다.
"너... 마왕..."
"오랜만에 이몸을 카론이라고 불러줄래?"
"...카론."
마왕 카론이라,
* * * *
<미리네의 집:="" 구석=""/>
미리네,
솔직히 이새끼가 무슨 생각인지 모른다.
인식저해의 망토를 몸에 두르고 아무렇지 않은듯 찾아와서 정수와 나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는 둘을 향해 정수, 마왕, 그리고 카론이라 불리기로 한 그는 상냥하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카론이야. 당분간 잘 부탁해"
라고, 말이다.
쿡 미리네는 그런 카론의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
"무슨 생각하는데?! 뭐 당장 이 상황 벗어날 방법이라도 생긴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카론은 씨익 웃으며 얼버무렸지만 미리네의 마음속에 든 것은 불안함.
'이 새끼 또 뭔짓을 하려고?'
재력이가 가지고 있는 파편과 같으면서도 어떤 영혼이 뒤섞여 있는 힘.
악마의 소행이라면 악마의 소행. 그렇지 않던 그렇건 간에, 본인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직접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아무래도 불안할 수 밖에 없었겠지.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신들을 뒤에서 '관리' 한다면서 움직이지 않던것이 마왕 아니었는가?
그래서 미리네는 다시금 얼굴을 구겼다.
요컨데 그런거다.
"야, 쓸데없는짓 하지 말고 조심해라"
조금 조심해줬으면,
아무리 마왕이라곤 해도, 자신들을 관리할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지금은
"약하잖아 너, 정체 들키거나 하면.. 당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약하니까.
부디 조심해주길 바라,
마왕 카론은 그런 미리네의 이야기를 들으며 크게 목소리를 내었다.
"괜찮아!"
라고,
* * * *
<외부지역: 마물로="" 13번길=""/>
뭐, 아무튼 그렇게 된 이야기다.
"외부 지역으로 나갈 생각이다!"
하찮은 연극을 시작할 뿐인 그런 이야기.
"주 재력! 네 녀석이 가지고 있는 그 힘은 평범하거나 예사것이 아니야! 그래서 그 여자 '광전사'가 널 노리고 있는거지"
카론은 그 즉시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표현할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마구잡이로 진행되어가는 이야기었다는 뜻이다.
본디 마왕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거짓말로 남을 속이지 않는다.
왜냐면 마왕이니까, 당연하게도 마왕의 입에서는 진실만이 나와야 하니까.
'나는 강하다' '나는 최강이다', '응애', '세계는 내 앞에 무릎 꿇을 것이다', '세계는 마땅히 내 손아래 정복되리라'
그 모든 말들을 할때에, 마왕들은 항상 한치의 거짓도 없는 말을 내뱉곤 하는 법.
이것도 같은 이야기다.
마왕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광전사'가 노리고 있는건 사실. 재력이 가지고 있는게 평범하거나 예사것이 아닌것도 사실.
"그걸 위해서, 네 힘이 커질 필요성이 있겠군"
그걸 위해 재력의 능력이 조금 커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것도 사실.
"그러니까 같이 외부세계로 나간다. 아 너도 같이 나가는 거야 최나리"
외부세계로 나가야 하며 그곳에서 재력의 능력을 키우고 정체불명의 적에게 맞설 힘을 키워야 한다는것까지 전부.
모든 것이 사실이다.
...
다만, 또 다른 사실을 말하지 않을 뿐.
"... 정말, 내 능력이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줄 겁니까?"
"그럼 당연하지 주재력!"
"... 내 이름을 당신이 어떻게 아는지, 당신이 왠지모르게 기분나쁜 녀석을 닮은것같기도 하고, 신비로운 마법의 힘으로 당신의 정체를 모르게 된것 같긴 하지만,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나와 나리를 지켜준다면 따를께요! 당신이 말하는대로 할테니! 내게 힘을 빌려줘!"
"좋다!!"
이 때 재력은 절실했고, 힘이 필요했으며, 절체절명이라 할 정도의 상황에 놓여있었기에, 그것을 파고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카론의 손을 잡았다.
그걸 보는 미리네도 아무말 하지 않으며, 그 옆에 있는 최나리는 이러나 저러나 분위기에 탑승할 수 밖에 없었으니,
위험한 소년만화나 판타지, 혹은 패닉물의 등장인물이나 된 것 같았으니, 그녀 역시 자신의 재력이를 도와줄 힘을 키우고 싶어졌기에, 그렇게 합류하게 된 이야기.
그래서 지금이
<외부세계/>
외부세계다.
...
그곳에서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일이 일어난건 아니다.
먼저 주재력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가장 약한 적들부터 상대해가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힘을 키워나가고 있었고, 미리네는 그것을 도왔다.
적당히 꾸며져 있는 이야기.
진짜 진실이 감추어져 있는 애매모호한 상황의 이야기에서 재력과 미리네는 조금씩 외부세계를 공략하는 중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동안 나리는 재력과 떨어져서 재력이와 함께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누구랑?
이라고 말한다면,
"이 몸과 함께 공부를 시작하겠다!"
"...아, 네."
"이론 부터 시작할까? 일단 마력이라 함은..."
마왕 카론과 함께.
...
"저기 근데 질문좀 드려도 될까요?"
나리는 그렇게 멍하니 휩쓸리는대로 따라왔다가 영문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또 그런 장소에 놓여버렸기에 그에게 물었다.
"그래, 뭔데?"
카론은 워낙에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으나, 이건 물어봐야겠다 싶은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카론은 나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리는 한번 꿀꺽 침을 넘겨삼킨 후에 이야기 했다.
"제 옆에 있는 애는 대체 누구에요?"
"하얀이다!"
"... ... 당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 뭐지? 뭐죠? 카론님. 이 사람 제친구와 무슨 관계에요? 뭐지? 진짜 이상한데"
자신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이따금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는 소름돋을 정도로 예쁘지만, 그냥 소름이 돋는것 같은 분위기를 가진 여자애...
"오늘부터 같이 공부할 친구다 하얀아, 서로 인사하고 모르는거 있으면 서로 알려줘가면서 성장하도록 해! 자, 그러면 이제 '촉수도 할 수 있는 마법 기초 1권' 13페이지 부터 시작한다. 하얀이는 복습이야. 기초는 몇번을 단련해도 부족한 법이니까. 가끔은 가르쳐주면서 성장하는것도 좋겠지."
카론은 그것을 무시한채로 수업을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