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8화 〉[한세이2 (5)] (88/112)



〈 88화 〉[한세이2 (5)]

"후우..."

세이는 작은 숨을 토해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모텔거리>

바로 그곳에서,

이번에는 혼자서 말이다.

하염없이 연인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꾸만 시계를 보고 옷 차림을 확인하더니 살짝 찡그린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이번에는 소리지르지 않았고, 끌려오지도 않았으며, 바닥을 굴러다니거나 그랜절할테니까 봐달라고 울며불며 소리치지도 않는 그런 멀쩡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

그렇게 홀로 그 거리에 있으니,
지나다니던 연인들은 저마다 길을 재촉하면서 한번씩 세이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청초하고 단아해보일 법한 모습에 무릇 남자들은 고개를 한번쯤 돌리곤 했고, 저녁시간 어두워져가고 있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세이가 있는 자리 근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통행하기 시작했다.

'아 씨, 왜이리 많아 사람들..'

세이는 그럴수록 고개를  숙이고는 발로 지면을 푹푹 차거나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

...

상황이 묘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곳에서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니 그게 얼마나 괴상한 이야기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가, 청초하고 단아해야 할,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해야 할 세이가

이런 추악하고 욕망 가득한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린 다는것이 얼마나 괴이한 일인지 아직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그래도 한가지.
세이는 이 상황에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으니..

'사람들이 자꾸 날 보는거 같은데... 내가 뚱뚱.. 하진 않잖아?'

뚱뚱했던, 추했던, 미웠던 과거가 사라지고, 남는것은 아름다움 뿐.

'후후, 확실히 나 점점 예뻐지고 있어. 아름다워지고 있어! 다들 날 보고 있어!'

세이는 한걸음 성장해버렸다.
자신감을 채워넣고 이제부터는 더욱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겠지! 남들 눈치보지 않고 확실하게!

"어? 일찍 왔네?"
"읔, 정확히 시간에 맞춰 오시네요. 그것도 마왕이라 그래요?"

"그렇지!"

물론  사람 앞에서는 주늑들어 버린다. 괴상한 사람, 괴이한 사람. 자신감이 너무 많은 주제에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 사람.

그런 주제 또 성욕은 많고, 자신의 육체만큼은 모두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을거란걸 너무나도 확실하게 믿어 의심치 않는..

그런 막나가는 사람이니,
세이는 그런 정수를 가방으로 툭- 건드리며 말했다.

"드, 들어가기나 하죠."

어서 빨리 모텔로 들어가서, 이전날 있었던 일의 계속을 하자고...

"아참, 콘돔 깜빡했다. 피임마법 못쓰는 상태인데 괜찮으면..."
"아... 진짜 이 사람 때리고 싶다!! 아악!!"

물론 다시 망쳐지기 직전이었지만..

 * * *

<모텔거리: 편의점>

모텔거리에 있는 편의점. 주력상품은 술과 술, 휴지와 술, 도시락과 술, 그리고 담배와 술. 마지막으로는 콘돔과 술이 가장 잘 팔리는 그곳.

세이는 신경질을 내며 들어왔다.

그 찰랑거리는 머리칼을 나부끼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이 일어나 맞이했는데,

그 윤기있는 머리칼, 살짝 짜증난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얼굴 표정과, 흠잡을 곳 없는 몸매 등.

아르바이트생 조차도 그 모습에 일순간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고,

그런 그녀의 뒤를 쫒아온 남자를 보는 순간,

'시발 존나 부럽네!'

라는 속마음이 금방 생겨나고 말았다.

이곳에 오는 사람의 종류야 한정되있지 않겠는가? 섹스하러 온 사람이나 섹스하러 온사람, 혹은 게임하러 온사람이거나 또는 섹스하러 오는 사람 뿐인 곳에 남녀가 같이 들어왔다는  자체가..

"잠깐만.. 이상한거 사지 마요! 저  없거든요?"
"미리네 카드 있잖아, 그걸로 써."

"이걸로!? 그걸 사라구요!? 당신 진짜"
"뭐가 문젠데?"

연인이란 뜻이다.

... 아님 말고,

아무튼 그렇게 느꼈기에 부럽다는 말을 내뱉은 편의점 알바생. 그의 귓가에는  사람의 이해 못할 대화소리가 계속 되곤 했다.

예를들면, 이런 이야기.

"아니! 그래도 미리네 언니 카드로 그쪽이랑 제가 하기 위한..그, 그런걸 사면! 언니가 얼마나 상처받겠어요?!"

'뭐야 바람 피는건가?'

대놓고 바람피는거라던가 불륜의 현장인 듯한 이야기나,

"아니, 걔도 잘 알거라니까? 전에는 걔가 보는 앞에서 자영이랑 한 적도 있는데 뭘 새삼스래 자꾸.."
"!? 그런 미친짓을 하니까 언니 성격이 점점 더 비뚫어지는거에요!"

"걔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어!"
"그런 귀여운 입에서  그리 험한말만 튀어나오나 했는데, 그게  당신 때문이었네요!"

'3p? 개쩌네, 남자새끼가 능력이 좋나?'

여러 여자를 안고 있는 듯한 이야기.

"아니! 미리네는 원래 할 말이 없으면 욕해!"
"그럴리가 없어요! 얼마나 천사같은 언니인데!"

"좋아, 연락해볼까? 바로 삼자대면 해봐?"
"하지 말라니까요 그니까! 으.. 으윽! 빨리 계산하고! 그거 살거면 사고 말거면 말고! 빨리 나가기나 해요!"

진짜로 여자를 하나 더 불러 치정극 혹은 난교라도 벌일 준비를 하는 듯한 이야기에,

편의점 알바생은 앉아 버렸다.

"? 저, 저기요?"

"아,  계산해드릴꼐요."

앉아서 계산하기로 했다.
허리는 살짝 숙인 채로.. 음료수  병과... 콘돔 한박스.

...

"부족할텐데,"
스윽-
"읏! 시...끄러워요... 좀... 가만히 있죠..?"

아르바이트생이 계산을 하면서, 흘끔흘끔 세이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녀의 순진무구해보일 듯한 그 청초한 인상에, 자신이 방금 들었던 대화의 내용을 끼워맞춰 보려했지만, 도무지 매치가 되지 않는 모습.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보려는 것이 그녀가 헐벗은 듯한 모습을 상상할 수 밖에 없고, 그런 모습의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 땅딸막한 남자에게 애교를 부리며 안겨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읏.'

"괜찮으세요? 허리 너무 숙인거 아니에요?"

"아, 아니 괘, 괜찮아요."

아르바이트 생은 일단 허리를 반으로 접어서 들키지 않게끔 한 후에 꾸역꾸역 결제에 성공했다.

'와 씨, 이런 사람이 하는구나, 게다가 자기가 직접 결제하고.. 아니, 현실에도 저런게 있었네..'

세이와 정수는 계산한 것을 받아들고 금방 편의점을 나갔지만,

여기  아르바이트생은 그 일련의 상황을 기억한다.
콘돔도, 아마 대화의 내용을 유추해 보건데 모텔 비용도 그 외 필요한 것들도 전부 여자쪽이 계산했단 것을,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 와중에도 여자의 엉덩이를 쓰다듬듯이 만지면서 웃고 있었다는 것을..

'아, 씨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일어나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라는 종이를 문앞에 붙인 후, 문을 걸어 잠그고 cctv가 없는 창고로 들어갔다.

...

나온 것은 10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 * * *

일이 어떻게 되었건 간에, 결국 세이는 도착하고 말았으니,

<모텔 안>

우여곡절 끝에 결제를 마치고, 시간은 넉넉하게 1박2일 짜리로 잡아 놓아 오늘 하루종일  방을 대실하게 되었으니,

쏴아아아아-

먼저 샤워를 끝마친 세이는 다소곳 하게 침대위에 앉아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전날의 행위, 쾌감을 기억하는 순간, 벌써부터 물이 조금 흘러나오는 듯했고, 바짝 긴장한 채로 앉아 있다가 고개를 스윽 돌리기라도 하면, 한참 몸을 씻고 있는 그의 모습과 실루엣이 그대로 보여서,

"우, 우와..."
'저기서도 발기해있네'

꿀꺽-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화끈 몸이 달아오른건 금방이고,
정수가 무드를 위해 억지로 구매를 원했던 와인 한잔을 눈앞에 두었다가, 결심하곤 와인병을 낚아 채듯이 잡아 한잔...

'후우, 아니 나 술 마셔본적도 없고..'

뭐, 술을 마셔본적도 없었기에 막연히 무서움이 들어 포기해버렸지만,
그 직후.

"술이란 여러가지 기능을 하지! 적당한 알코올은 몸의 혈액순환을 돕는등 많은 작용을 돕는데, 그중 가장 탁월한 것은 알코올 섭취로 인한 여러 심혈관계 질병의 예방! 남용하면 오히려 더 안좋아지니까 주의하라구!"

"... 알려줘서 매우. 고, 고맙네요."

"그리고, 섹스 전에는 발기가 쉽게 만들어줘."
"읏!"

"알코올로 인해 살짝 몽롱해진 정신은 흥분하기 쉽고, 와인의 향과 붉은 빛을 띄는 레드와인의 색은 더더욱 분위기를 돋구곤 하지."

거기에 레드와인은 항암효과와 고혈압 비만 억제 등에도 도움을 준다.
어디까지나 적당량을 이야기 하는 것이니 참고 하길.

그런 쓸데없는 사전지식을 세이가 얻는 그 순간 분위기는 일변하고, 정수는 샤워 직후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로, 바짝 다가와 세이의 손을 붙잡았다.

세이는 본능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당연하게도 뿌리쳐지는 일은 없이,

정수가 와인에 대한 설명을 위해 한잔 들고 있던 것을 한번에 들이키더니..

"읍?! 하읍..응 츄읏.츕..읏...츄릅♡"

순식간에 입술은 빼앗겨지고, 타액 대신 달콤한 와인이 흘러 넘겨지기 시작했다.

'아... 진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듯한 달콤한 맛. 후에 찾아오는 말 못할 느낌. 취기라고 해야 할까, 와인에 대한 맛을 자세히 표현하진 못하겠지만,  순간 만큼은 왠지 야한 맛의 술이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말았다.

'이거 뭔가... 느낌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려'

입술을 빼앗긴건 신경쓰지도 못했다. 몸을 타고 흘러드는, 온몸의 혈관 혈류가돌기 시작하는 듯한 감각. 살짝 어지럽고 살짝 몽롱해진 것이...

"입 다시 벌려봐."
"이..이러케혀...?"

"한모금만  해볼까.."
"하으...읍..츄읍..읍..쪼옥..츄릅..쪽..♡"

세이는 이제 정수가 시키는 대로,
혀를 내밀어 입을 열고 그가 건네어주는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해나가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듯한 몸과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의 뜻대로 움직여지고 있는 상황.

입고 있던 단정하고 예쁜 옷은 벗겨져 바닥으로 한커풀씩 떨어져 내려가고, 속옷 따위는 어지러이 널려 있게 되었다.

"쪼옥..쪽♡ 음...응핫..♡ 마, 마시써..♡ 읏.. 읍... 저.. 저기.."
"빨리도 취하네"

몇번이고 입술을 겹쳐 혀를 내밀어 그의 와인 입술을 훑어내었다.
입안을 범해지듯이 희롱당하는데도 세이의 표정은 이제 녹아내린 듯 했으며, 입술이 떨어지며 서로의 타액과 와인이 섞여 둘 사이의 끈적한 침이 늘어지면,

세이는 양손을 펼치며 좀 더 해달라는듯 의사표현을 시작했다.

"읏.. 하... ♡ 조, 좀더 와인..주세혀..마, 맛보고 시픈데..하..하아..♡"
"그래! 그렇게 해주지!"

분위기는 그대로 타 버렸다.
세이를 끌어안듯이 안아,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계속해서 서로 나누어 마시면서 몸을 겹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아앗.. 드, 들어오..들어온다앗...♡"

파과의 아픔따위 알게 뭐람, 지금 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달콤한 향기에 취해, 그저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는데,

며칠동안이나 참아왔던 그녀의 기대감과 같이, 세이는 정수의 남근을 받아들이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수록 맛좋은 음료를 줄것 같았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수를 눞혀 그 위 에올라타서는 허리를 숙였다.

 손으로는 정수의 얼굴을 잡았으며,

"귀여어.."

얼굴을 가져다 대며 연거푸 키스한다.
술먹고 보면 좀 귀여운것 같기도, 취향의 얼굴인것 같기도 하고. 뭐,

"쪼오오오옥♡"

아무렴 어때. 취기에 즐겁고 기분은 좋다.
허리를 움직일때마다 와인향기가 퍼저나간다.

붉은색의 영롱한 빛깔이 세이와 정수의 몸에 묻어 향기를 풍기고, 맡으면 맡을 수록. 입을 맞추어  남아있는 와인의 맛을 즐길수록 이도록 기분이 좋은데..

"하앗...♡ 응..앗...어...아읏..♡?"

세이는 반쯤 본능에 몸을 맡긴채로 계속 허리를 흔들면서 입을 맞추곤, 그 후에는 정수의  몸을 훑어내듯이 그의 몸에 입을 맞추었다.

순식간에 벌어지게 된 일일 뿐이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과 매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기에 생겨난 아주 순식간에 벌어진 일.

그만큼 당기고 있었을 수도, 그만큼 오랜시간 참아왔기 때문일 수도 있었던 일에, 세이는 빠져들어갔다.

...

와인은 가장 싼 값을 주고  수 있는 가장 작은 병에 담겨 있던 것이라, 금방 와인의 효과는 없어졌다.

"..."

그것을 취한 와중에도 확인하고, 세이가 정수를 바라본 순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 사러간다고 안할거거든."

안심.

"뒤에서 박아줄테니까 침대 머리 잡고 엉덩이 이쪽으로 내밀어."
"녜? 네..아..엇..? 네,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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