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한세이2]
그 시각, 그 동안,
재력이 여러가지 일을 당하고,
그의 집이 어떤 종류의 행복으로 들어서기 시작했을때 쯤.
아니 혹은 그보다 조금더 전.
상황은 그다지 좋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누구에게 좋지 않은 상황인가?
라고 말한다면,
그야 물론.
세계
* * * *
-[오늘 새벽2시 갑작스럽게 출몰한 마물소란에 대다수의 사람이 대피를 시작했습..]
-[지난 3일 저녁 A시의 시내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특정 마물의 공격으로 판단되었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확인중...]
-[공간을 통해들어온 마물들이 약 20여명의 사망자를 만들어 낸후에야 겨우 퇴치된 것에 대해, A시를 담당하고 있는 마신그룹 관련 능력자들과 능력자 '기관'에 비난의 목소리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기상 이변 현상은 '드래곤 타입' 마물로 확인 되었으며, 현재 모습을 감추어 전 능력자 집단이 경계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정부 소속 능력자의 기자회견이 지금...]
약 일주일이라는 기간, 혹은 그보다 더 시간이 지났을 무렵.
세계는 난장판이 일어났다.
한국지부의 A시나 C시는 물론,
먼 외국지부의 '가나시', 혹은 '다라시' 같은 거대한 중심도시 따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마물들의 무차별적인 습격,
그건 '잃어버린 땅' 즉, '외부세계' 와 접근해있는 도시가 대상이 아니라 내륙에 위치해 있던 안전할거라 생각했던 도시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더더욱 초유의 사태.
세계의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은 안심할 수 없게 되고, 도움을 기다리며 소리지르거나 집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몇몇 학교는 파괴당했고, 하늘은 어두운 날이 계속 되어갔다.
폭음이 끊임없이 들렸고,
도심 거리 곳곳에는 살벌한 무장을 하고 있는 안전요원들이 서서 인간으로 의태했을지도 모를 마물들을 찾아 해맨다.
공포의 세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기관: 한국지부 지부장실>
"이거! 나쁘지 않구만 그래1"
영일이 있다.
신영일,
그는 지부장으로써 할 일을 다 했다.
기관 소속의 능력자들을 정부에도 빌려주고 기업에도 빌려주고, 그들을 관리하여 능력을 키워주고, 외부세계에 근무하던 능력자들을 복귀 시키고 도시를 지키도록 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 물심양면 여러 방면으로 뛰고 있었으며,
지금은 휴식을 위해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면서 의자에 앉아 있는 중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한편,
"어디보자. 이번에는 B시에 마물을 떨궈볼까~"
그런 마물을 흩뿌리는 일도 하고 있긴 했지.
그는 한때 마왕의 군단을 지휘하던 마왕군의 군단장중 한명.
수많은 휘하 마물들을 다루면서 세계에 흩뿌리며 혼돈을 선사한다.
그가 본래 했어야 할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일인데, 그것을 누가 본다 한들 뭘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그의 본능이다. 혼돈과 파괴를 원하는 것. 지금까지 잘 참아왔을 뿐이지.
"아~ 학원에 침투시킨 녀석이 맥없이 잡히고"
학원에 침투시켰던 파편의 아이가 맥없이 들켜 잡혀버리고,
"다른 녀석들도 비슷비슷하게 당했지 않나~ 마왕 녀석, 어찌 이리 운이 좋은지"
그 이외에 하려고 했던 대다수의 일들은 무언가 제대로 시작해보기 전에도 막혔다. 외부세계에 무언가 심어놓으려는 계획도 인간세계 곳곳에 심어두었던 것들도, 찾아내어 빼앗기는건 그저 시간문제였겠지.
그래서 영일은 그냥 이렇게 했다.
변덕스럽게 아이스크림이나 햝짝이면서 킬킬 웃어 자신이 만든 혼돈을, 자신의 수하들로 해결하는 그 모습을 감상했다.
...
뭐, 그 와중에 능력자들을 여러곳에 파견보내며 벌게되는 돈과 위험천만한 사회속에서의 능력자들의 권익이 향상되고, 나아가 '기관'의 이름이 드높아지며, 더 깊이 들어가면 그중에서도 '한국지부의 신영일' 이라는 이름이 더더욱 강해질 것은 당연하지.
게다가...
"그래, 그럼 마왕은 뭘 하나 좀 볼까."
마왕과 그 하수인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 * * *
한편,
종말.
이 다가오는 것처럼도 보이겠지만,
삼엄한 디스토피아가 시작되려나 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사실에 대해서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당장 어제만 해도 '마물' 이라고 하는 인류 외적인 요인에 의해 무고한 인간 수십이 죽었고, 다쳤지만, 본인들의 일이 아닌 이상 체감하는건 늦다.
두려움이 있을 순 있겠지만 그것이 삶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극복해야 한다던가, 무시하는것이 답이라던가 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인간으로써의 삶을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 보통의 인간이다.
평범한 인간이니까,
아직...
<데몬 탤런트 오디션>
"이곳은!!! 대국민 서바이벌! 시청자 투표로 조작없이 진행되는 최고의 사람을 찾아내는 오디션! SS 랭크의 빛나는 별은 누구인가!! 악마조차 그 재능에 반할 데몬 탤런트 1차 오디션!!! A시부터!! 시자아악---!! 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악!"
살만하다.
한국지부 관할의 모든 도시가 참여하는 대국민 오디션!
최고의 연예인, 혹은 최고의 가수! 최고의 코미디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곳!
총상금 수백억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 한달여간 끊임없이 진행되는 오디션!
최후의1인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나 뭐라나!
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세계와 함께, 이곳 한국지부는 전혀 색다른 열기로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
바로 여기!
"좋아. ..."
"흠, 제법 큰 곳이군, 이름이 뭐라고?"
"몰라~ 여기 예술의 전당 아닌가?"
"후후."
네명의 남녀가 도착했다.
바로 이곳 슈퍼 데몬 탤런트 오디션에 참가자로써...
* * * *
우선 한세이.
그녀는 꿈을 쫒아 이곳에 왔다.
<데몬 탤런트 오디션 회장>
가수. 연예인, 테레비에 나오는 사람. 각종 매체에 나오는 사람. 빛나는 사람. 별. 스타. 뭐 그러한 것들을 꿈으로 삼아 아름다움을 추구하곤 했었으니까.
이제와선 수단이었던 아름다움이 목적이 되어, 그러한 모든 수식어들과 칭호들이 자신을 더더울 아름다운 곳으로 올려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 꿈을 위해.
세이는 오디션을 신청했다.
예전같으면 꿈도 못꿀 일이었지!
뚱뚱하고 비루하고! 의욕없고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으며 목소리에는 살이찌기까지!
하지만 지금이라면! 지금의 세이라면!
'완벽해! 내 외모! 나의 노래! 나의 아름다움으로 뇌살시킨다!'
심사위원들을 압살할 자신이 있었다.
"경쟁자를 압살해야지 심사위원을 압살하면 어쩌려고..."
"미, 미리네 언니! 는 대체 왜.. 아니 그보다 여러분들은 왜 따라오신건가요? 제 오디션인데!"
그런 세이의 주변에 모인 것이 남은 사람들이다.
우선 세이가 꿈을 위해 이곳에 왔다면,
"아니, 던전가야 되는데 얘가 너 없으면 안된다잖아. 뭐하고 있나 와봤지"
미리네는 돈을 위해.
"아니, 내 하수인 두명이 만나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그리고 역시 너한테는 잉여 마력이 많으니까 그걸 가져가고 싶어서!"
정수는 음란함을 위해.
"마왕님의 옆에 있고 싶어서요."
라나는 사랑을... 아니지 충성을 위해 이곳에 와 있는 셈.
"... 응원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없네요. 게다가 그 귀여운 애도 안왔어."
"하얀이? 걔는 공부하느라 바빠."
"학교에 있는 악마를 감시해야 해서 바쁘데요."
"어이쿠, 무서운 학원일세.."
뭐 아무튼 간에,
하얀도 오지 않았고, 이곳에 도착한 이유들은 모두가 제각각이었지만, 어찌되었건 세이는 앞으로 나섰다.
한걸음. 긴장되는 발걸음을 옮긴다. 한걸음씩 가까워져 갈때마다 길게 늘어선 줄과 그런 사람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가로지른다.
이미 세이의 목에는 번호표가 걸려 있었으니, 곧 자신의 차례가 올거라는 이야기.
긴장하며 숨을 들이키며, 몇번인가 심호흡하면서..
"흠. 그래서 네 넘치는 마력을 상납할 생각은 없냐 아직도?"
"아니, 던전 안갈거면 그냥 나 돈 줘! 그냥 공용통장에서 돈 빼다가 쓴다!?"
"하아..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 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
뭐 쫒아오는 이들이 조금 신경쓰였고, 그건 분명 눈에 띄는 것이었으며..
"애엄마인가봐."
"애가 용돈달라고 떼쓰는것좀 봐 후훗"
"어머 귀여워라"
"큰 딸은 의젓하네~"
조금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이긴 했지만, 뭐 아무렴 어떠할까.
"아니 좀! 저 오디션좀 할께요! 분명히 제가 아름답게 될 수 있게 해주신다 했잖아요! 그런 일들을 하는데 이정도 자유는!"
"어, 그래 그렇긴 하지."
"공용통장!! 돈! 빼간다! 오만원만 지르면 진짜 나올것 같아서 그래! 야 정수새꺄!"
"하앗! 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마왕님 이, 감정이.. 제 감정이!!!"
금방 해결되었다.
쿠웅-!
"악! 깜짝이야 시발! 또 뭔데!"
"..."
가까운 곳에서 들린 커다란 소리는 일순간 안에 있는 이들을 정적. 고요하게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미리네와 라나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할 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세이를 방해할 수있는건 없어진 셈이다.
정수가 멀쩡히 남아 있었으나, 그는 방긋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 있지않은가.
"금방 해결될거고 이 오디션은 아무래도 취소되지 않을 모양이다. 가서 네 꿈을 위해 한발자국 전진하고 와라"
꿈을 응원하듯이.
처음에는 마물과 싸워야 하나 몸을 움찔거린 것이 세이였지만,
정수의 말에 용기를 얻고, 동료들을 믿기로 하며 몸을 돌렸다.
어수선하게 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비명소리가 조금 들리며 마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세이는 오디션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내부는 바깥의 소란이 알려지지 않아 고요하고 긴장으로 점칠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1032번, 1033번, 1034번, 1035번, 1036번 입장해주세요"
세이는 1032번. 입장을 시작한다.
* * *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