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당탕우탕 재력이네 (5)]
"아...!"
재연은 정수를 놓쳤다.
정수는 그런 재연의 말을 못듣기라도 한 듯 방을 나가버렸고, 그 후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정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버렸다.
텅비어있는 방, 살짝 젖은 침대와 마사지용으로 가져다 놓은 아로마 몇개와 깔끔하게 정리정돈 할 수 있는 청소용품과 열심히 움직이는 원반형 로봇청소기, 향초를 피울때 쓰는 특수 라이터와 가림막용 파티션, 분위기를 돋구기 위한 몇가지 장식과 쓰지 못한 콘돔박스 몇개, 로터를 비롯한 장난감. 그리고 마사지용으로 준비되어 있는 천 면적이 좁은 비키니 수영복을 닮은 옷과 옷인지 의심스러운 용도의 의상, 가운 정도만 남겨놓고...
...
정수는 그렇게 나가버렸다.
미련 없이 말이다.
* * * *
"누나! 다, 다행이다!"
재력에게는 희소식이다.
누나인 재연이 드디어 정수의 마수에서 벗어났다는 희소식.
자의건 타의건 정수가 한번 노린 타겟에서 손을 떼었다는 사실과, 그런 의지가 있으면 정수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례 자체를 손에 넣었다.
어머니는 완전히 타락해버린듯 하여 어쩔 수 없는 정도였지만,
누나는 구해낸 셈이다.
재력은 특별한 청년이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건 몇백번 때려도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지배자가 아닌,
수천만번 쓰러져도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성장해나가는 지배자.
운명은 결국 재력을 지배자와 같이, '승리자'와 같이 만들려고 하는 것 마냥, 재력은 몇번이고 의지를 잃었다가, 쓰러졌다가도 다시금 일어서서 그에게 맞서는 중인셈이다.
그러니 이일도 재력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었겠지.
'뭐? 마왕에게 맞서는 용사?'
그런 이야기가 있다면 기꺼이 그 용사가 되어줄수도 있다는 생각을,
재력은 분명히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기쁘게 누나를 맞이했다.
건드는 것을 포기하고 1층으로 내려가버린 정수대신에,
옆 벽에 바짝 귀를 가져다 대어 숨죽이고 소리를 들었으며, 하반신은 나체 상태에 투명하고 점성있는 액체를 바닥에 툭- 떨어트리긴 했지만...
아무튼 그런 덕분에 바로 누나를 찾아온 것이다.
재연은 멍하니 거기 앉아 그런 꼴의 재력을 보았고,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알몸이나 다름없는 옷차림. 가운은 입지 않았고, 가랑이 사이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질질 흘러내리다가 만 상태다.
한참 달아오르게 하려다가 중간에 실이 끊긴든 툭 하고 끊겨버린 상황에서,
'나한테도 대줘'
그 말은 꾹 참았다.
재력은 그런 말을 꾸욱 참았다.
일단 가족이니까, 뭐, 사실 알고보니까 피가 섞이지 않았다던가, 바깥에서 데려온 자식이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재력은 첫 승리나 다름없는 이 상황을..
물론 건들지도 싸우지도 않았고, 싸울 생각만 하고 있었으며, 재연을 믿는것이 전부였던 상황이었으나,
아무튼 축하하기로 했다.
",,,"
아, 물론 어디까지나 재력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상황이었고, 재력 역시 정수와 재연의 관계를 모른척하고 있었으니 특별한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 모, 몸은 좀 괜찮.."
"응. 괜..찮아. 것보다 내 방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아.. 미안."
"왠일로 바로 사과하냐. ... 아! 나 여름에 바다갈껀데 이 수영복 어떠냐?"
"..."
어찌어찌.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곧.
"미, 미친년아 그런걸 왜 나한테 보여주고 지랄..인데.. 집에서 입고다니지도 말고.."
"하하! 그러게! 네 누나 몸매보고 눈호강좀 하라고 새끼야. ... 아무튼 다 봤으면 빨리 꺼져. 나 지금부터.."
"으, 응."
평범한,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거나, 혹은 사이 좋아지게 되어버린 남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혹은 연기를 시작했거나,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
재연은 해방되었다.
* * * *
그날로부터 며칠동안인가.
재연은 정말로 해방되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은것은 남아있을지언정, 그것을 치우지 못하고 있을지언정, 정말로 정수는 재연에게 연락한번 하지 않고 있었다.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것도 아니었으니까 뭐, 당연하다면 당연할진데,
혹시 몰라 며칠동안은 집안에서 나가지 않고 있던 재연은 '안건드리겠다' 라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뭔가..'
다행스럽고 경사스러운 일 아닌가?
그대로 쭉 흘러갔다간 정말로 헤어나올 수 없을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사진이 찍히기도 했을 것이고, 마사지의 쾌락에서 벗어나오지도 못하게 되었겠지, 그건 마치 마약과 같은 것이라, 완전히 중독되기 전에 벗어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다.
...
물론 사진이 찍혀서 유출되도 신경쓰지 않았을테고, 마사지야 다른 곳에서 받아도 되었을테지만...
'나 왜 그 녀석을 신경쓰고 있었지?'
... 재연은 도통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정수를 두려워 하고 있던 것이다.
이질적인, 인간이 아닌것같은 초월적인 무언가.
재력이 그렇게 느꼈듯. 재연 역시도 체감 한것으로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상태.
이상할 노릇이었고,
그렇게 잊어버리거나 두려워 하고 있으면 해결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재연은 재력이 소중하다.
아니 이 집이 나름대로 소중한 편이다.
이 집의 기둥이나 근본이나 다름 없는 아버지를 빼놓고 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이 가정을 사랑했다.
집에 관심이 없어주는 아버지가 고맙게 느껴질때도 있고, 그렇게 관심없는 것 역시, 재물이라는 형태로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꼭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한들 실제 도움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끼우자고 하면 나쁘지 않게 여기긴 했다.
그런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 재연이다.
자신이 참는다면 아무런 소란도 일어나지 않았을테니까.
두려운 것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진이 유출된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시비가 걸리고 얕보인다는 것보다도...
가족에게 들킨다는 사실 그 자체.
가족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가문 자체적인 문제.
오랜시간 그렇게 교육받아오며 '짐'이 되지 마라 '가족의 해'가 되지 말라 익혀왔으니, 그런 이유.
재력에게도 어머니인 자영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지금껏 정수의 말을 들어왔다.
복종하는 동안이면, 마사지를 받으면서 왜 하는지 모를 그런 음란한 행위를 하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오늘,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나고 난 이후인 바로 오늘 지금.
<재연의 방>
"읏... 하아...♡ 읏♡"
재연의 방에서는 갸날픈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단속은 언제나 철저히, 벽에 방음매트를 깔진 않았지만, 소리는 최대한 죽이고 그 소리조차 감춰질 수 있도록 음악을 다소 크게 틀어놓은 채로 자신을 위로 하고 있다.
"앗..♡ 가, 간닷..♡읏♡ 가, 간다..간닷...♡ 읏!!"
하지만 쉽게 되진 않았다.
기분은 분명 나쁘진 않았을테고, 엄밀히 따져보면 기분좋음의 정도 역시 전과 비슷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조금 개발된 덕분에 감도가 더더욱 좋아져서 느끼기 쉽게 되었을테다.
하지만 재연은
"후우.. 읏..."
'못가겠어'
만족스러운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몇번을 해봐도, 무엇을 써봐도 마찬가지다.
온도조절 기능과 맥동기능, 자동 피스톤 기능이 딸려있는 최신형 바이브를 사용해도 똑같다.
기억에 의존하여 설정을 세심하게 맞추어 보아도 결국은 만족스러운 것이 되질 못했다. 자신이 직접 손으로 휘저어 개발해보려해도, 옷을 벗고 그를 망상하면서 허리를 들어올려도,
...
'안돼겠어..'
되질 않는다.
욕구불만에 들어선 것이다.
하루에 해소할 수 있는 욕구의 양이 극단적으로 한정되어버린 셈.
... 아니면 생각보다 재연이 음란한 축에 속했거나.
...
원래 음란하긴 했지.
몸정도는 마음대로 굴려도 된다고 생각한 부류였고, 섹스하지 않으면 인생의 절반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부류이긴 했으니까.
... 뭐 아무튼 그랬다.
"...후우..."
재연은 한숨을 내쉬면서 옷을 챙겨입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만 할 것인가,
욕구는 풀릴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지나가던 아저싸를 붙잡아 덮쳐버리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인 것인가..
그런걸 생각하면서 일어서, 외출 준비를 했다.
그리고 문을 열었으니,
그 앞에는
덜컥-
"아.. 누, 나... 음..안녕."
재력이 있었다.
그 시원스러운 외모와 적당히 다잡힌 근육.
생각해보면 동생 재력도 꽤나 괜찮은 남자에 속하긴 했던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니 내가 미쳤나, 동생상대로 뭘 생각하는거야'
이게 바로 욕구불만의 문제점이다.
혹시 피가 섞이지 않았고 배다른 남매였건, 그렇지 않건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가족에게 까지 성의 대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
평범하거나 일반적인것이 아닌, 이질적인 존재를 마주침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무너짐.
...
'근데 이 녀석 꽤 괜찮긴 해.'
아무튼 재력은 그런 관점이 아니라도 꽤나 남자다운 몸이다.
잔근육, 외모, 키. 행동...
요즘은 조금 소극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걱정...
'그러고 보니 걱정도 안하고 있었잖아'
생각해보면 그런 재력임을 눈치챘으면서도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다는 걸 떠올려본다. 그리고 다시 보건데,
아무튼 괜찮은 그런 재력.
쭈욱 훝어보다가 금방.
"어.. 그런데 너 왜 여기."
금방 재력이 자신의 방 바로 앞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걸 깨달은 순간 재연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쭈뼛거리고 있는 재력은 살짝 허리를 숙이고 있었고, 그 외모가 빛을 바래버려서는 어줍잖은 표정을 지어보이고 땀을 조금 흘리고 있었던 모습.
...
"너..."
재력의 바지에는 작은 텐트가 쳐져 있었다.
...
의식하니까 더더욱 신경쓰이는 재력의 하반신.
그의 남근!
혹시 좋은 남자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던 그 부위가,
아주 작게 자기 주장을 하며, 바지 너머로 툭- 튀어나온듯 보였으니,
"윽."
재연은 저절로 인상을 찌푸려버렸다.
무의식중에 생각해버리고 있다.
'저런걸로는 내 손가락 보다도 못하겠네'
'저런걸로는 분명 기분 좋지도 않을거야'
'사정량도 농도도 엄청 쬐끄맣겠지'
'자지 작네'
라고,
무의식 중에 한 생각맞다.
'자지 존나 작네'
이건 의식한 생각이다.
재력의 작은 물건이 더더욱 두드러져 보이니 재연은 인상을 팍 구겼다.
"뭐야, 뭔데 여기있냐?"
"아니,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무슨 소리가 들려서.."
"윽.."
기분이 나쁘다.
엿들어버린 것 같아서,
재연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재력이나 어머니에게 아버지에게 들켜서 집안에 누가 되지 않게끔 얼마나 노력하며 참고 있는데,
절정에 달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몸부림 치고 있던 자신의 노력을 그저 자신의 조그마한 자지를 문지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
아니 거기까지 가지 않아도 그냥 자신의 누나를 딸감으로 삼아버리겠다는 미친 동생은 기분 나쁠법도 했지.
그래서 노래까지 시끄럽게 틀어두었건만,
오히려 그것을 핑계삼아.
"노래소리가 너무 커서... 한마디 하려고 왔..는데."
"야, 그런거 일일히 설명하지 말고 그냥 네 방으로 가"
자신의 방에 들어올 생각까지 했단게 정말 우스운 이야기지.
"어."
"뭐하냐 너. 요즘 힘도 없고. 이상한 행동이나 하고, 허리나 숙이고 다니고"
"아니 그게.."
그렇게 이야기하다보면 무심코 가족의 정이 돌아오기나 해여 재력을 조금은 걱정하기도 한다.
재력은 변명을 위해 일단 입을 열었으나.
제대로된 답변이 나올리는 없지. '성벽이 뒤틀려 버린 거 같아' 라는 말을 누가 쉽게 하겠는가. '정수라는 인간같지도 않은 녀석이 무서워' 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겠어.
'이 녀석 원래 이렇게 기분 나쁜 놈이었나'
그렇게 더듬더듬 거리고 있는 재력을 보면, 금방 재연의 얼굴에서도 걱정하는 기색은 사라지며, 이내 장난기가 조금 돌았고,
"허리 펴 새꺄."
툭툭-
평소 하던 것 처럼,
어릴적에 동생인 재력의 발목을 잡고 들어올려 자이언트 스윙으로 창문을 깨부쉈던 기억마냥.
작은 폭력과 함께 재력을 건드리면,
재력은 움찔 허리를 움직이며 폈고,
그렇게 되자 그의 작은 페니스가 더욱이 자기 주장을 하려고 하는듯, 속옷과 바지를 뚫고 나올 것 처럼 보였다.
'으... 이새끼 진심인가'
더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가족이 아니었으면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보기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니까.
"어라? 이거 뭐야 이 미친새끼."
대놓고 말하면서,
손도 발도 쓰기 좀 그러니까.
재력을 벽에 밀어 붙이고,
몇년 전부터 힘으로는 재연을 뛰어넘었던 재력이 무력하게 벽에 밀어붙여지면, 무릎으로 그의 작은 물건을 꾸욱 눌렀다.
"아, 아파...!"
"이 미친새끼, 진심으로 흥분한거야? 너 진짜."
매도하기 시작했다.
"누나 자, 잠깐만!"
"내가 몇달 나갔다 오니까 너 이새끼 진짜.."
"아냐 이건.."
꾸욱- 꾸우우욱-
조금은 분노나 혐오도 담았다.
제때제때 풀어줘야 앙금이 쌓이지 않으니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재력의 남근을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를 힘으로 더욱이 쌔기 무릎으로 찍어 누르면서..
"야, 너..."
다시금 매도 하는 말을 하며 재력을 놀리려던 순간.
움찔-
움찔-
"읏... 아, 안돼! 이, 이건...아니, 누나 놔, 놔봐...!"
"..."
자세한 설명은 그만두자.
재연은 미간을 좁히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아무말 하지 않으며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이건 뭔가 미쳐있어.
제정신이 아니야.
재연도, 재력도, 이 집에 뭔가 굉장히 안좋은것이 들어와버린 것같아.
두려움이 들어 벗어난것과도 같았는데,
재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재연은 결국 1층. 화장실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서 보았다.
-"앗. 응. 내가 깨끗하게 해줄께♡"
-"후우... 빨리 해. 곧 이 근처에도 뭔가 나올테니까 조심하고."
-"네엣♡ 쪼옥. 쪼옵.. 음...하아..."
-"실력이 점점 느네, 역시 네가 쓸만하단 말이야."
-"고맙습니다♡ 하읍..응..♡"
...
들렸다고 하는게 맞겠지.
1층의 화장실은 샤워실이 딸려있는 곳.
그곳에서 반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서 행위를 하고 있는 두사람의 목소리를.
'어?'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온것도 모르고, 열심히 행위에 열중하는 그..
'어, 엄마?'
자신의 어머니를.
"푸하아...♡ 청소.. 끝났... 어...재, 재연아?"
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