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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화 〉[우탕당탕 재력이네 (2)] (78/112)



〈 78화 〉[우탕당탕 재력이네 (2)]

까득-
재력은 손톱을 깨물었다.


<스알 고등학교>


재력의 학교인 스알고등학교,
자신의 2학년 교실.


한참 3학년에서는 3학년의 아이돌이나 다름없는 유라나가 며칠동안이나 학교를 결석했다가 오랜만에 등교했고, 그로인해 라나를 걱정하는 아이들이 늘었으며, 잠시 라나를 위해 휴교를 해야한다던가, 또는 학교 축제를 조금 앞당겨서 하는게 좋지 않겠냐는 등.

불온한 움직임이 있을 무렵.


재력은 내내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녀석은 같은 반에 있었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괴롭힘 받지않으며, 동시에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않는 이른바 왕따 상태의 정수!


정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 반에 있었으며,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책장을 들추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생각해보면 학력이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긴 하겠지, 나는 그렇다 쳐도 다른 애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학교라는 인맥의 장도 나름대로 중요해, 라나가 결석하게 된건 뼈아프군'


같은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재력은 왠지 모르게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누나 때문이다.

누나,


주재연은 활기찬편이다.
그보다는 조금 양아치기질, 재력보다는 나은 정도였지만, 그래도 재력과는 그럭저럭 어울려주곤 했던 나이차가 조금 있는 누나.


그래도 든든했으며, 어릴적엔 아버지에게 폭행당할때마다 자신을 끌어안아 구해주던것도 간간히 기억나고 있었다.

살짝 태운 피부와 악세서리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었고, 머리칼은 노란색으로 물들이거나 이따금 특이한 색으로 물들일 생각도 하는  머리칼의 웨이브를 잔뜩 넣어놓은 특이한 취향.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웃음이 많기도 했지만, 집에선 귀신같이 조용하곤 했고, 게임이나 인터넷 등을 좋아하며, 그와 같은 정도로 클럽따위의 일도 좋아하는 그런... 활발하고 기운찬.


몇살을 먹어도 철들것같지 않은 그런것이 바로 자신의 누나 주재연이었다.

물론 그런 그녀였지만, 결코 남자. 타인에게 쉽게 지는법이 없고, 권력과 재산을 뒷배삼아 하고싶은건 전부다  수 있는 말괄량이 타입이기도 하다.


그런 누나가,
마치..


'타겟이라도 된것처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저자식..!'

타겟.
그러니까 정수가 자신의 어머니를 반쯤 미치광이. 혹은 성노예처럼 협박과 겁박으로 다루는 것처럼 누나에게 조차 그렇게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 들게  것이다.


솔직히 무섭다.
솔직히 인간도 아닌것 같지 않은가? 그런 녀석이 자신의 가족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아직도 그놈의 '복수'에 대한것을 중얼거리고 있다는 것이 미칠정도로 무서워졌다.

반항하려던 의지가 순식간에 꺽여버릴정도로..

그래서 손톱을 깨물고 있는 그 사이에..

"꺄악!"


반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당연하게도 재력이 없어졌다 한들, 학교의 괴롭힘이 사라지진 않는다.
재력의 파벌이라면 재력이 어떻게든 제압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재력은 힘없는 상태.
이빨빠진 호랑이와 다름없었기에


조금씩 재력의 통제를 벗어난 이들이 많아지는 것도 당연,

재력은 그들을 가만히 두고 볼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제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곤 했는데,


그 예가 이런것.

"어어? 이년 봐라?  정말 돈 없다고?"
"미, 미안...없어.."

"아니! 나랑 영진이랑 22일째 사귀는데 2만 2천원도 못준다는게 말이 되니 이 썅년아!?"
"미안해..그, 그치만 정말로.."


"킥킥, 야 그만해 지아야, 안되면 몸으로 갚으라 그러면 되잖아~"
"몸? 아아... 그거?"


이런 것.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면서 지들끼리 떠들다가도, 돈을 갈취하고 몸을 갈취하고 착취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딱히 이유없는
괴롭힘..


폭력.

학교를 지배하던 지배자 재력의 정수 원톱 괴롭힘체체가 무너지는것과 동시에, 재력의 통제를 받고 있던 모든 양아치들이 각각 봉인에서 풀려나버린 것과 같은 현상!

재력의 통제를 벗어난 아이들은 제각각의 타겟을 찾게 되고, 그렇게 각지로 흩어져 버려서 훗날 있을 새로운 학교의 지배자를 뽑는 그들만의 비밀스러운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 괴롭힘력을 연마하기 시작한 셈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학교의 급식 질이 높아짐으로 인해 마음이 정화되어 반성하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보겠다며 조리학과나 영양학과에 지원하는 이들이 꽤 많아졌지만, 그런것은 다른 이야기고,


아무튼 이곳에선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었다.

평범한 여자아이는 돌연 풀려난 양아치 무리에게 타겟이 되어, 괴롭힘을 받기 시작하고, 처음에는 간단하게 건드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시비를 걸고 툭툭 때리기 시작하다가 돈을 빼앗고,

그 후에는 마음대로 이곳저곳 불려다니기도 하면서 점차 마음을 무너트려가는 작업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


그리고  모습을 재력은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 그건,


'흠, 학교엔 별일이 없는데... 저 자식.'

그 광경은 흔한것이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때까지도 재력은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가진만큼 누려야 한다는 특권의식조차도 완전히 버려놓지 못했기에,


괴롭힘당하는 누군가가 학교, 반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법처럼 느끼고 있었으니까.

별 다른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섬뜩해진다.


 순간에 떠올린 얼굴은 자신의어머니, 그리고 누나와...


'아차...!'


마정수.


마정수가 오늘은 학교에 있으니까,
그리고 저 광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저 머리띠 디자인이 나쁘진 않군, 하수인 녀석들 의상도 슬슬 신경쓸까... 의식주의 주(住)를 완성시키고 나면... 다음은 의(衣) 니까.'


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긴 했지만, 아무튼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그만해!"

재력은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
"??"
"???"

이 순간만큼은 반의 모두가,
그리고 정수조차도 깜짝 놀라 재력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재력은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건 안돼.

더이상 저 녀석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될 것 같아. 조금이라도 저 녀석의 기분이 나아져야만 자신이 살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이다.


그래서 재력은 말리기로 했다.


"그만해라 너네 둘."


"뭐 인마?"
"...네가 뭔 상관인데? 그냥 계속 짜져 있지?"

둘은 저항했다.
저항했다기 보다는 '이 새끼가 뭔데 나데?' 같은 정도의 감각?
자신들의 괴롭힘에 끼어들려고 하는...

아니지,

이건 마치.

"뭐? 니가  도와주게?"
"설마 시발, 재력이가? 그 재력이가 미친.."

"... 그만 해."


괴롭힘 당하는 그녀를 도와주는것 같지 않은가?

쿠구궁-
게다가 재력은 한때 학교의 지배자.


말뿐만아 아니라 정말로 실질적인 무력과 권력  모든 방면에서 모든 아이들 위에 군림하고 있던 진짜 지배자와 같은 아이었고, 선생들조차 함부로   없는 위치였으니.


재력이 지금 하는 말에는..

"앉아."

"윽."
"학교 끝나고 보자 '최나리'..."

 사귄지 22일째 되는 날이었던  양아치들조차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지, 그 기백이. 그 지배자의 면모가 또어디 가긴 가겠어?
재력은 아직 죽지 않은 자신의 권력에 만족하며, 그리고 정수의 눈치를 흘끔 살폈다.


그건 마치 '착한 짓 할테니까 제발 봐줘'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으나, 정수는 그저 그냥 아무생각 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두사람?


"아..저, 저기!"


최나리는 재력에게 다가갔다.
수줍은 소녀의 모습.


머리칼은 흑색의 짧은 단발, 수수해  존재감을 눈치채기도 힘들것 같은 그 가련한 소녀는 재력에게 수줍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동급생끼리의 관계에 어색한, 학교의 또다른 왕따가 이곳에 있으니까.


"고, 고마...고마워."

그녀는 어리숙하고 더듬거리는 말씨로, 있는 힘껏 감사를 표했다.
얼떨떨하고 있는 재력에게는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말이다.

...
..
.

재력은 이날 깨달았다.


좋은 일을 하고나서 받는 '감사의 인사'가 얼마나 자신의 기분을 미묘하게 만드는지, 얼마나 술렁이게 만들어버리는지..

...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린 재력은 그렇게 꾸벅 어색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나리의 뒷모습을 보았다.

...


'뭐지 이거'

재력의 마음속에서 무언가 변화했다.

* *  * *

뭐!


재력의 마음속에서 뭔가 변화한건 변화했다 치고!
갱생을 하건 각성을 하건 그랬다 치고!


문제는 이곳부터다.

<재력의 집>


재력은 살짝 들뜬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다르다.

자신의 권력이 여전하다는 확신을 얻은 상태였고, 새로운 만남을 얻었다고나 할까, 발견을 했다고나 할까. 아무튼 정수가 노릴리가 없는 새로운 길을 나아가게 되었다고나 해야 할까...

뭐 아무튼 그러했다.

...


그렇게 안심했지.
그래서 오늘의 하교도 조금 늦은것 아닌가?

일부러 집안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굳이 집에 일찍 들어가 맞딱뜨릴 뭔지 모를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해서 늦게 집에 들어가고 있는것 아니겠는가?


...

그게 실수다.

단언하건데, 재력은 실수했다.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갔으면... 아마도 늦출 수 있었을지도, 혹은 그냥 포기하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저 정수라는 존재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수도 있는, 마냥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으니... 혹시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었을텐데...

"다녀왔습니다..."

"오...! 어, 어서와 재력아! 느, 늦었네?"
"누...나?"


"어서와~ 재력아~"

재력의 눈앞에는, 현관문 앞에는..

마치 하의를 입지 않은 듯한 재력의 누나가 서 있었고,  바로 옆에 정수가 서서 재력을 반기고 있었다.

"하하, 조, 좀 덥다 그치?"


이 날은 5년에 한번 오는 애매모호한 강추위인 영하기온이었다.


...

"땀이 좀...하하, 하."

어색하게 자신의 젖은 티셔츠를 팔랑거리고 있는 재력의 누나 재연.

"누나, 그럼...마사지는 어떻게 하실거에요?"
또 능철스래 대화하려고 하는 정수와..


"야, 아니... 그런걸 어떻게.. 재력이도 들어왔는데.."
"나 사실 재력이 셔틀 아니고 친구에요 친구. 괜찮지 재력아? 너희 누나 어깨아파하시길래, 조금 주물러 드렸거든"

"..."

마사지를 받았다느니,
재력의 앞에서 어떻게 하냐느니 하는..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무슨 소리야 그게"

재력의 정신이 단 한순간에 제정신으로, 현실로 돌아와 그렇게 물으니,
재연은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씨익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아무말도 없이,
그 어린날의 천진난만했던 미소와 같은 웃음으로... 그저 무마하려는 듯이 어색한 미소를..


"누나?"

"아니, 재연누나 그냥 우린 2층으로 올라가죠. 재력아 우린 조금 있다가 같이 놀자."

"아니 그게 아니라..."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눈을 깜빡이기 힘들어졌다.


하루 지났다 하루,
아니 시간으로 따지만 어제로 부터 겨우 몇시간 이었는데,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거야.
대체 뭘 하려는 건지!

"주재연."

누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서,
경어도 쓰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말에

"흐읏?! 으... 응?"
"올라와."


"아읏♡! 어.. 으, 응."
"..."

"그, 근데 이자식.. 바, 반말을 하하.. 계속 쓰고 있네. 야 재력아! 네 셔틀 좀더 데리고 놀테니까  1층에 있어라? 엄마도 계시니까"

재연은 그를 따라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의를 아래로 내려 없는 하의를 감추려고 하듯이.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 올라가는 재연.

 모습을 재력은 힘없이... 그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보고 있다가..
천천히 그 뒤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할것 같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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