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우당탕탕 재력이네] (77/112)



〈 77화 〉[우당탕탕 재력이네]

우당탕탕 재력이네


<재력의 집>

"그래, 요즘은 별일 없겠지"


"네."


재력은 힘없이 대답했다.
별 일은 없다.


분명 그날 이후,


그러니까 자신의 어머니가 항상 괴롭히던 학교 공식 왕따의 성노예 비스므리 한게  이후,  다음에도 가끔씩 집에 쳐들어와서 베터리니 뭐니 중얼거리면서 어머니를 능욕하고 난 이후에는,


특별히 별 일이 없었다.

학교에 마물이 나타났던 커다란 사건도 지금 와서는 진정 되었다.
학교는 정상화가 되었고, 재력이를 비롯한 친구들과 그리고  왕따 녀석. 아니 지금은 재력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자 이해할  없는 어떤 존재가 되어버린 마정수 역시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다니는 중이다.

때문에 별 일 없다.


그런 정수도 지금은 얌전히 있으며 이따금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하는 일이 자주 있지만, 그거야 뭐 재력과는 상관 없는 일이었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뭐 이 새끼가 별일이 있겠어요? 그냥 애들이나 괴롭히고 다닐테지 뭐"
"재연아!"

"네네, 다물고 먹을게요 뭐"

하지만 오늘,
이날은 조금 독특했다. 다름아닌 재력의 누나, 주재연이 있다.


학업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연은 먼 지방의 대학을 다니고 있다.

이 빌어먹을 집과 아버지로 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조금 담겨 있었으며, 매일매일 웃는것 말고는, 가식을떠는 것 말고는 별로 할줄 아는 것도 없는 어머니를 보기 짜증나서였기도 했기에,

엄청난 반대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대학에 입학하는데 성공,
당연히 통학은 엿먹으라 내뱉고는 작은 방을 얻는데 성공했으며,  쪽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그 덕에 집에선 반쯤 버려진 자식 취급이긴 하지만 이렇게 이따금씩 집에 들어올때도 있다.


취급은 좋지 않지만,
집에서 정한 아주 최소한의 규칙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정말 버려져서 하찮은 원룸방에서도 못지내게 될지도 모르고, 카드도 정지될지도 모르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재연,

"뭐, 잘먹었습니다."

싸가지 없고 불쾌한 기색을 숨길생각도 없이, 먹고 있던 식사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냥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저, 저 싸가지 없는... 어휴."
"..."
"당신은 애 교육을 대체..! 아니 됐다. 신경쓰지 맙시다. 밥이나 계속 먹고."
"네.."

식사시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와장창.
입으로 들어가는게 고기인지 야채인지도 모를만한 상황이 된다.


...

하지만 재력은 생각한다.

'진짜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다'

진짜로 별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이 이상 별일이 생길 예정도 없어서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말이다.

...

...


다음날은 별일이 일어났다.


* * * *

우당탕!


하고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오후, 해가 기울어져가기 직전의 시간.
평범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교할때 쯤의 시간이고, 각자 직장에서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며,

주재력의 아버지인 주재산은 일이 생겨 직접 해외에 나갈일이 생겨 나갈 시간이기도 했다.


주부는 평범하게 집에 있거나 장을 보기 위해 저녁 마트로 향했을 무렵이며,


"뭐야, 아무도 없네."

누군가 아무렇지도 않게 침입해있을 무렵이기도 하다.

 소년,
정수는 인상을 쓰며 재력의 집으로 들어왔다.


아무렇지 않게, 제집인것처럼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뻥! 하고 문을 발로 차면서 들어왔는데, 그건 그의 심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는 뜻이었겠지.

"왜 못하게 하는거야? 도와준다는데"

못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유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할 것이,


누가 갑자기 '너랑 섹스 할거야' 라고 말함에 있어서, '네! 그래요!' 라고 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이 설령 누군가의 하수인이 되었다고 한들, 모름지기 처음이란, 그리고 모름지기 마음의 준비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거절당했다.


물론 거절하더라도 강압적으로 해낼 수도 있던 정수였지만,
그건 그것대로  조금.
그러니까.


띠링-
['시스템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건 또 왜올라"

그래서 인상을 쓰며 휙휙 눈앞에 있던 화면을 지워버렸다.


한세이는 집에 놔두었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해야  일을 적당히 해결하고야 말겠지. 그리고 나면 다시 정수에게 올것이다. 정수는 그녀에게 많은것을 해줄것이고 그러고 나면 그녀의 생각도 바뀌겠지.

물론, 그렇게 시간을 끌었을 즈음에는 거절한다 해도 진짜 강제로 할 순 있겠지만,


그거야 나중일이다.


아무튼간에,


정수는 그렇게 인상쓰며 집에 들어왔다.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음에도, 재력의 집에는 정수의 기분을 위로해주거나 화풀이를 받아줄 자영도 재력이도 없었고, 텅 비어있었으니,


"반찬이라도 해둬야겠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부엌으로 향해, 제집인것처럼 냉장고를 뒤지고, 제집인것 처럼 부엌을 청소하더니,


"아니 이 녀석은 살림을 하는거야 마는거야. 의식주 중에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모름지기 사는 곳. 장소. 집이건만. 벌레라도 생기면... 음, 아니 벌레는 비상식으로도 활용이 가능하지. 먹을 수 있는 벌레랑 그렇지 않은걸 구분해서 키우기라도..."

자신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세계라 함은,


할 일이 없을때 마왕성을 돌아다니면서 했던것.
마왕군의 개인정비 시간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쉬고 있던 병사들 조차 벌떡 일어나서 지정구역 청소와 신발 정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행동.


한마디 하면 산이 사라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쯧, 먼지는 여기  쌓여있는건데, 이거야 원 부숴진 예배당 보다 엉망에 개판이군. 자영이 돌아오면 엉덩이라도 때리면서 혼을 내야겠어"


그러한 힘이 있는 행동.
즉흥적으로 생각난 것을 마왕성에 적용시켜버리거나, 일주일에 한번, 길어도 한달에 한번은 마왕성 대청소를 만들어 버리는 등의 행동.

 청소!

부엌에서 보글보글 야채육수를 끓이는 한편, 근처에 있던 청소기를 사용하며 이곳저곳 보고 있음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쯔음.


"재력이의 방도 청소해둬야겠군!"


1층의 정돈을 적당히 끝낸 후에, 2층으로 올라가 재력이의 방을 청소하는 한편, 발신자 불명의 usb를 놔두어 혼자 즐길 수 있도록 하려  때쯤.


"하암~ 뭐야..."
"음?"


"너 뭐야? 누구야?"


만났다.
재력의 누나이자 대학생이며, 원래는 자취하고 있지만, 방학때 잠깐 본가에 들렀으며, 대학은 시도 때도 없이 결석하거나 대리출석을 이용하면서 놀고 먹고, 학사경고를 한번 받았지만, 나름대로 학교에선 인기가 있으면서도 집에 돈이 많아 꿀릴것도 없는 '주 집안'의 이단아.


주 재연과,
그냥 마 정수가 만나고야 말았다.


"..."
"..."

"..."
"..."


침묵은 이어졌고,
정수는 말을 골랐다.

처음보는 사람,
재력의 집에서 나옴, 재력의 집을 털러온 도둑이나 강도, 혹은 정수가 알지 못했던 재력의 가족.

"흐음.."


핥아내는 듯한 눈빛으로 재연을 훑어보며,

'괜찮은데,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고개를 숙였다.


뭘 어떻게 해야 넘어올지 견적 정도야 잡히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재력이의 친구 정수라고 해요. 잘부탁 합니다."


"아... 재력이 친구? 친구는 개뿔, 존나 쳐맞고 다니는애지? 킥킥, 뭐... 적당히 있다 가라 재력이한텐 말 안해줄테니까."
"...네."

재연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흔들곤 계단을 내려갔다.
막 낮잠을 자고 일어나 흐트러진 머리칼은 당연하나, 집에서 입는 상당히 가벼운 옷차림에 흘러내릴 것 같은 옷을 입고는 하품을 하며 내려가니,


그 흔들거리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감상하면서
정수는 아주 살며시 웃음지었다.

* * *  *

한시간 후,


<재력의 집: 현관>

커다란 집. 그리고 그 집의 대문을 열면서 재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커다란 집의 정원을 천천히 걸어들어가면서도 한번 한숨을 내쉬었고, 그후에는 집의 현관문에 도착해서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이전날 재력은 없다.


 넘치던 자신감은 사라진지 오래. 학교에서 만큼은 학교를 지배하는 지배자와 다름 없었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다른 아이들에게 은근슬쩍 무시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 괴롭힘에 소홀하고 수금에도 소홀했으니, 프로양아치를 꿈꾸던 이들은 재력이 슬슬 눈엣 가시처럼 느껴지고 있었을 수도, 혹은 프로양아치를 꿈꾸고 있는 이들 앞에서, 뒤늦게 정신차리고 공부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으니 괜히 불편할 수 밖에,


그렇기에 재력은 이제 학교에서도 영 기를 펴지 못하게 되어, 매일같이 침울한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뿌득-
현관문을 잡는 순간엔 그 기분이 절정을 맞이하여

'그 빌어먹을 정수새끼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증오로 바뀌고 있었다.
 정수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자신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학교에선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마음대로 사는 생활을 즐겼을텐데, 심심하면 인생 한둘 정도는 간단하게 망치고, 재미있고 싶으면 장난감 몇개를 만들어 싸움이라도 붙이면서 키득거리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1

전부 자신의 장난감,
전부 그 갑자기 변해버린 마정수!


'그 자식만 아니었어도!'


그녀석만 아니었어도! 모든게 원활했을텐데!

그런 증오를 담아 문을 열었다.
그래,
결심한 순간이다.


이번에는 조금 강하게 나가보자.
혹시 안에서 어머니와 정수가 정사라도 나누고 있으면 신발장 옆의 수백만원짜리 화분이라도 던지거나 도마도 잘라버릴 수 있는 장미칼을 들어 위협이라도 하자.


그렇게 그 녀석을 죽이진 못하더라도 상처입히거나 겁을 줄수만 있다면...!

그렇게 한다면 정수가 아무리 이상한 존재이더라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릴 수 있다는걸 알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이빨을 부득여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정수 새끼 있구나!'


정수의 신발이 현관에 놓여 있다.

재력은 눈을 부릅떴지.
그리고 수백만원짜리 화분에서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빼고 그 주둥이를 잡이 서서히 이동했다.

소리가 들리는 곳이 어딘지 귀를 기울였으며, 제일 먼저 부엌으로 향했는데,
그곳엔 고소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어떤 요리가 놓여 있었고, 안방과 부엌등은 청소라도 새로 했는지 아주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


여기서 첫번째로 당황했으나,

직후,


-"야..아.."
-"하...아니.."

소리.
어디선가, 아니, 윗층에서!


2층에서 소리가 들리기에, 재력은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설마  괴상한 상황의 끝자락인 아들의 방에서 행위를 나눈다는 그딴짓은 아니길 바라면서 2층으로 올라가는 그 순간!


재력은 두번째 당황을 했다.

"어...?"

소리가 들린건 자신의 방으로 가기도 전,
누나의 방.


재연의 방에서 들린 소리였고,


그 방문은 보란듯이 열려있었다.

그리고 재력은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았는데, 그 안에 있던 것은..


"아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니까?"
"어어? 이 녀석이 은근슬쩍 반말하고 있네?! 아잇 간지럽다니까"

"마사지 해달라면서!?"
"아니 하하! 그래도 간지럽... 아핫.. 앗... 오 재력이! 오늘도 애들 많이 괴롭히다 왔냐?"

두 사람이다.
아무렇지도않게 서로를 만지고 있는..
아니 정수가 일방적으로 재연을 만지고 있는 그런 상태의 두 사람.

마사지라는 이름으로 살결을 마음대로 부비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재력이 무심코 화분을 놓아버린 것도 금방.

"두, 두사람..뭘.."


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재연에게 벙찐듯 입을 열어 말하니,
재연은 평온하게 말했다.


늘 그랬던일 아닌가?


"이번에 네 장난감 존나 마음에 드는데? 얘 진짜 웃겨."
"...하하"


"마  맘에 들었는데? 집에서 일시킨다며? 가사노동? 어쩐지 집이 깨끗하더라, 솔직히 우리엄마 청소 잘 못하잖아."

재력이 장난감을 만들때면,
이따금 돌아온 재연도 같이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곤 했으니까,


어릴적에는 그렇게 동물이면 동물, 사람이면 사람을 하나 잡고 집요하게 괴롭히고 가지고 노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도 같다.
늘 그랬던 일.

하지만 이번엔 좀.


"너, 뭐하는건데.."
"아.. 재력아. 하하, 시킨대로 청소랑 요리랑 해놨으니까 먹어. 나는 네 누나 도와드리고 있을께"


"이녀석 엄청 싹싹하기까지... 재력이 이번에 진짜 괜찮은 애 뽑았는데! 하하! 내가 많이 가지고 놀아도 되지? 방학동안  일 생겨서 다행이다~"


"아냐 누나... 이 녀석은.."
"재력아, 괜찮지?"
"읏!"


이상. 아니, 이상하다기 보다는..
무서워졌다.


현관문을 잡을때 터져오르던 그 분노와 증오는 어디에 가고,
마음속 한켠에서 이상할 정도로 안심하고 있던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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