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하얀2 (4)] (71/112)



〈 71화 〉[하얀2 (4)]

"쇠망...뭐?"

눈을 깜빡이는 순간.

눈앞에 빛이 내려앉았다.

그 빛은 순식간에 하얀의  끝으로 모여들어 형태를 갖추었고,  모습은 곧이어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있을 쇠망치로 변해 있었다.

녹이슬고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을 법한 그러한 쇠망치가 말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하얀이 눈앞에서 잠시 사라졌다.


"컥?!"


그리고 들린 소리는 보디가드중 한명의 신음소리,
소리를 듣고 나서야 유림이 시선을 옮겼을땐 유림이 혹시 몰라 데려온 보안을 위한 보디가드가 뒤로 넘어지는 도중이었다.

"김가드!?"


순식간에, 말 그대로 눈 깜빡하던 그 순간에 하얀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김가드의 턱을 쇠망치로 때려 올린 것이다.


김가드는 마신 그룹 소속의 능력자.
마신그룹에서 지원하고 있는 보디가드 파견 회사. '마신가드'에서 파견 온 든든한 보디가드.


능력자라 함은 일반적인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기본 베이스일진데도, 하얀의 움직임에 반응은 커녕,  단단할 가드의 입에서는 울컥 피가 토해지며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중이었다.


 후에는 맥없이 바닥에 널부러졌으니..


'김가드가 기절했다고?'

기절한것이다.
눈깜짝할새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렸을 즈음에는 또 다른 보디가드중 한명인 '박가드'가 대응을 시작했는데, 처음 김가드를 제거하고 앞으로 달려나가려던 하얀은 박가드의 손이 뻗어지자 다급히 거리를 벌리면서, 자신의 망치를 바로 쥐었다.


그 덕분이다.

"뭐, 뭐하는짓이야!?"


유림은 화를   있었다.

그래 뭐, 썩어도 능력자란 뜻이었겠지.
능력자 학원에 올만한 능력자였단 뜻이었겠지. 가드 하나를 쓰러트릴  있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요행.
가드가 당황하여 일어났을 뿐인 일.

"너! 지금 이거 후회할거야! 박가드! 당장 저 년 제압해! 빨리!!"

유림은 소리치면서 손을 뻗었다.
잊었을 수도 있겠지만, 유림 역시 능력자다.
그리고 유림이 데려온 그녀의 친구들 역시 능력자.

능력자만 있는 학원이었으니, 친구들 모두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은 당연한 것.


폼으로 중등부의 지배자가 된건 아니었으니, 박가드가 하얀을 막기 위해 달려나감과 동시에,


"한번 혼쭐을 내줘야 저년이 발광을 안하지!"


손에서 불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시간은  걸린다.

수련을 열심히 한적도 없고, 능력자체가 특출나다는 이야기도 없었기에,
할 수 있었던건 고라니나 고양이를 아주 느긋하게 그을려 죽이는 용도로만 사용해왔던 발화의 능력.

그래도 최대로 키우면 위협용으로도 쓸만하기에 유림은 그 즉시 불꽃을 만들어 쏠 준비를 했으며, 그런 유림의 친구들도 각자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여 '힘의 차이'를 보여주기로 했다.

'왜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물론 하얀이 갑자기 저러는 이유는 아직 몰랐지만... 뭐 아무튼, 피부에 화상자국이나 내주면 겁먹고 말을 듣겠거니 싶어...

"박가드!"
"네!!"

콰앙-!


박가드의 주먹이 하얀을 향해 내리쳐지는 순간, 하얀은 당연히 물러서며 공중으로 도약하고, 그럼  순간을 노려서...


화르륵-!


사람을 향해 사용하면 충분히 위험하여 화상을 입힐 수 있을만한 그 능력을 뿜어내어 버렸다.

동시에 작렬하는 것은 또 다른 불꽃이었으며,
 불꽃은 당연히 하얀의 온 몸에 달라붙어 그녀의 옷을 태우고, 예쁘장한 얼굴을 그을리며, 그 하얀 머리칼을 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떨어지면 정말 본때를 보여주지!'


이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하얀을 망칠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고,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그 후에 대한 모든 것들을 유림은 알고 있었고 충분히 예상했지만,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고 망설이지도 않았다.
공중이니까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낙하의 충격과 불타는 몸에 고통스러워 하며 바닥을 허우적 대겠지!

'하하!'

기뻐하며 그 모습을, 실컷 비웃어주자.
그로인해 하얀은 깨닫게 되리라,

유림이 어떤 짓까지  수 있는지..! 장난의 범주에서 벗어난 유림의 한없이 잔인한... 그래! 악마와 같은 사람임을 깨닫게 되어...


"희망의..."

'어?'


콰직-!


"사슬철퇴."

박가드가 짖눌렸다.


이번엔 소리도 내지 못한채로, 허리가 반으로 꺽여 있었다.

"뭐.."


뾰족한 가시가 박혀있는 검은 쇠구슬이 그대로 박가드를 내리박았다. 하얀을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던 관계로, 하얀이 그대로 도약했던 관계로, 공중에서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철퇴를 만들어 내어 바로 잡은 하얀에게 짖눌려 허리가 꺽여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고, 부숴진 마룻바닥은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유림과 친구들이능력으로  불꽃은 이미 허공을 가로질러 사라져가고 있었을 뿐.

이때 쯤이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단걸 모두가 깨달았을 것이다.


"너...너 에너지계열 이라고..."


"악마의 말은 안들어. 말 시키지마"

촤르륵-
하얀은 자신이 내리쳤던 철퇴를 회수했다.

사슬 소리가 섞여 들리면서, 바닥이 다시금 삐걱였고, 철퇴에 짖눌려 있던 박가드의 등허리에서는 피가 울컥 튀어나와 철구를 적셨지만, 하얀은 신경쓰지 않고, 한걸음 다가간다.


"자, 잠깐만... 아니.. 그게아니라.. 사, 사람을 죽였..."

"죽이지 않아. 악마의 하수인. 잡아서 심문... 정보를 알아내야 하니까."

"아니야... 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단 하나는 알고 있었겠지.

힘의 차이.
그거  하나.

여기 어중이 떠중이같은 미약한 능력자가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상대라는 것.
방심했다고 한들, 보디가드로써 일할 수 있는 박가드와 김가드를 쓰러트렸다는 것 자체가, 프로 능력자에 준하는, 그 이상의 힘이라는 뜻인 셈이니 말이다.

"다, 다가오지마! 다가오면 바로 이걸 커뮤니티에 올려버릴...!"

뒷걸음 치며 빠르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어올려 보이는 유림.
손가락은 화면 아주 가까운 곳에 가져다 대고, 자신이 조작한, 만들어낸, 또 만들어 버릴 수많은 이미지와 동영상들을 커뮤니티에 올리겠다  하려 했다.


그것이 유림이 지금을 벗어날 수 있는 수단임을 알기에,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명쓰는 것을, 오해받는것을 피하고 싶어하기에 지극히 정상적으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한풀 꺽일 것을 알고 있었다.


보통은 이렇게 한다면 더더욱 분노하겠지만, 미래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한다며 분노를 가라앉힐 수 밖에 없었으니까,


수십 수백번 해보았던 유림의 경험이었고,
당연한 이치나 다름 없다.

"희망의 수류탄"


"뭐?"
콰아앙-!

... 다만 실력차이, 해결한  있는 수단과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단게 문제지.


다행인 일이다.
유림은 새로운 경험을 하나 얻었지 않은가


'미...친..년...!!'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것을.

...


...

"꺄아아악! 내, 내 손이..!!"


화륵-
순식간에 유림의 팔을 집어삼킨 작은 폭발은 그녀가 들고 있던 기기 역시 단숨에 불태워 버리곤 연이여 강력한 폭발력으로 능력자인 그녀의 팔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렸다.


너덜너덜.
약간의 골절이 있긴 했을까.

"... 역시, 이걸론...!"


역시 단순한 폭발론 안돼. 마력을 담은 확실한 공격이 아니면 역시 능력자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어.


그렇게 판단한 하얀은 곧바로 몸을 낮췄다.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럼 필요한건 역시... 마력을 쉽게 담을 수 있는 근접무기.
동경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라나 언니처럼!'

그녀와 같이, 라나와 같이. 싸우는 방법을 떠올리고 움직임을 기억해낸다.

"한명만 있으면 돼."


겸사겸사 성격도 조금 떠올려 보고,
몸을 날렸다.


"뭐... 아.. 하지.. 하지마!!"


노리는 것은 유림.
사로잡아 악마에 대한 정보를 듣는다.
나머지는 악마의 하수인.


놔두면 피해자들이 생길거야, 분명 나쁜짓을 하고 다닐거야,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가해자는 전부 죽여두면 되는 일.


'악마의 하수인은 인간이 아니니까!'

악마의 하수인은 그냥 악마니까 뭐 죽여도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다.


희망으로 만들어진 검은 유림의 친구중 한명을 노리고 휘둘러 졌으며.

"꺄아악!!!"
퓨슛-!


피가 튀었다.

'얕았어..!'


얕다.
들어올린 팔을 잘라버릴 생각으로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얕게 들어가 버렸다.

'이정도라면 충분했는데...!'


이상한 일이지. 충분하다고 생각할만한 힘을 불어넣었는데 이런 꼴이라니,


'내가 약해졌나?'

평소 마물과 싸울때의 자신보다 약해진듯 했다.


"꺄아아악!"

하지만 팔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베어놓았기에, 귀가 찢어질듯한 비명소리가 길게 예배당을 채워나가기 시작했고, 공격의 반동으로 하얀이 잠시 땅을 디디는 순간...

"도..도망...도망쳐!"

유림과 친구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팔을 베인 친구도 팔을 축 늘어뜨려 피를 뚝뚝 흘리면서 말이다.


"아... 안돼! 도망가잖아... 악마의 하수인들이 도망가잖아!"

안돼.
쫒아가야 한다.
쫒아가 죽여야만 해.

"악마는 죽여야 해!"

약해졌다 한들 아직 저들을 붙잡고 죽일  있는 힘은 충분하다. 적어도 그렇게 느꼈으니까..


"도망치지 마!"


하얀은 분노에 차서 그녀들을 쫒기 시작했다.


"너희는 도망칠 자격이 없어! 너희 악마들은 도망쳐선 안돼!!! 사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너희는!! 도망쳐선 안돼!!"

상황이 바뀌었다.

항상 가해자로써 도망치고 피해가려던 아이들을 물고 뜯던 유림은, 이제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짖눌려서,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온몸의 신경을 세워놓은채로,

"도망치지 마!!!"


비명에 가까운 하얀의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미쳤어...미쳤어 미쳤어...!'

도망치며 유림은 팔을 보았다.
터진 폭팔에 자신의 어깨까지 화상으로 그을려져 있는 모습을... 따끔 거리는 아픔이 전해져 오는 것을,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베인듯한 상처가 섞여 있어, 피가 떨어진다.

아무렇지도 않게...


...

아무렇지도 않게?
유림이 다른 아이들에게 그랬던것 처럼?


...

그건 좀 다르지.
유림과 달리, 하얀에게는 망설임이 없다.


'죽는다'

 사실만이 전해져 온다.
잡히면 죽어버릴 거야.
무슨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고,
무슨 말을 해도 들은채도 하지 않고...

죽여버리겠지.
아무말도 듣지 않는다. 울어도 고함쳐도 협박조차 통하지 않아, 애원하든 뭘 하든 아무말도 듣지 않으리란 확신.

...

차라리 죽는다면 다행일지도 몰라,
첫 공격에 하얀은 유림을 일부러 살려두었단걸 느낄 수 있었다.

저 하얀에게서 죽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당하게 될까?

고문?

"허억... 흐윽..  ,뭐야이게.. 나,  그냥... 장난을.."

이쯤되면 억울하다.
눈물이 터져나왔다.


"장난쳤을 뿐인데... 장난을 쳤을 뿐이라고...!"


부숴진 예배당을 달려 도망치고 있는데,
친구들과는 헤어져 버려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울컥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언제나 보호받던 입장은, 연락수단도 없이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으며,
콰앙-!


"히익?!"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과 폭발.

"대체... 정체가 뭐야 그 녀석... 대체  하고 있는건데,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거야? 히익!?"
콰아앙-!

사방에서 정신없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 폭음은 서서히 옥죄어 오는 죽음의 소리,
그리고 곧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올 고통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아...안돼..."


바스락-
그리고 그 순간,

바스락 거리는 수풀의 움직임에 유림은 경직되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이제 흐르는 눈물은 멈추어버려 긴장과 공포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 방금 뭐야? 뭔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차, 찾아왔어 벌써?'

도망친지 몇분이나 되었다고 자신을 쫒아온걸까...

'어떻게 해야하지? 뭘 해야 해?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해야 해? 아니면... 아니 애초에  말을 듣긴 할까?'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싫어... 이, 이건 이상하잖아. 방법이 있을거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순식간에 뒤바뀌어버린 상황은 생각치도 못하고, 유림은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 당장 해야 할건 바로 떠올랐다.

섣불리 빠져나가려고 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숨어야 해..'

일단 숨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부숴진 대성당.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랬던 비밀스러운 부지. 찾아낸 것은 사람눈에  띄지 않았기에 고른 주인없는 곳이니..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건물안에 숨어서... 조금만 기다리면.. '집안 사람들이 날 찾으러 올거야, 텔레파스 계열 능력자도 있을테니까, 금방 연락이 닿을테고, 그럼 그 사람들을 불러서..' 반격할 수 있다. 빠져나갈 수 있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 유림이다.

'그래, 사람들만 부르는데 성공하면 그 녀석을 이길 수 있어! 그 가드녀석들은 방심해서...! 아이씨... 시발! 시발 진짜.. 진... 읏!?'


바스락-
생각은 그랬을 것이다.


유림은 소리에 놀라 더더욱 숨을 곳을 찾았다.
속도에서 부터 너무나도 차이나는데 이이상 도망칠 수 없었으니... 아무 건물이나..

"허억... 허억... 빠, 빨리.."


숨을 곳을 찾아서, 아무 방문을 열어,  안으로..
달칵- 달칵-

"자, 잠겼어.. 안돼.. 허억.. 제발... 제발... 열려라..열려 제발..!"
바스락- 바스락-


뭔가 쫒아오기 전에!
하얀이 따라잡기 전에!

덜컹-! 덜컹!
쾅쾅쾅!
찰칵-!


"여, 열렸다!"

유림은 숨어버렸다.
버티기로 했다.


...

바스락-
숨은 장소는 이름모를 낡아진 건물의 2층 방 안,
작은 옷장 안에 들어가, 입을 틀어막아 숨까지 참아 숨었다.

'버텨...일단 버티자..! 도망치면 걸릴거야..'

바스락-
소리가 들린다.

바스락-
착각이아니라, 정말로 누군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는 듯한 소리.
더더욱이 숨을 참고, 눈을 질끈 감아, 자신을 찾지 못하길 진심으로 신에게 빌면서 참는 그녀..


-"이상하다. 여기서 소리가 들렸는데, 어디에.."


건물의 1층.
구멍이 뚫린 바닥 아래에서 들리고 있는 소리!

'제발...! 제발!'

-"일단 이 산에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끔 결계라도 쳐둬야겠어.."

'결계? 그게 뭐야? 못내려가게 한다고?'


-"역시 아저씨 말대로 탐지능력이 부족했었어... 기껏 악마의 하수인을 찾아냈는데... 절대 놓칠 수 없지. 절대... 못놓쳐. 아저씨도 분명 기뻐하실거야."


'탐지능력이 부족... 다, 다행..아니, 아저씨? 그게 누군데? 뭔데? 대체 쟤는 정체가 뭐야?'

숨을 머금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하얀의 목소리가 없어질때까지..

숨죽이면서..


"후우... 후우.."

-"...만... 이게..."


'빨리 가..!'

-"...나 ...언 ....여긴.. ..."

'빨리 제발..!'


-"... ......."

'...?'


버텼다.

"가, 갔..갔나?"


유림은 아주 조심스럽게 옷장의 문을 열었다.

조용한 소리로 열리는 옷장을 나가서, 바닥에 뚫린 구멍을 보기 위해 몸을 낮추어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아주 잠시 안전해졌음을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주 잠시간 안도의 한숨을..


"가, 갔..지? 갔다.. 진짜 다행.."
"거기 너? 누구야?"


"히익?! 아..앗...아아..."
조르르르륵-


유림은 소변을 지리고야 말았다.
극도의 긴장과 공포속에서, 아주 잠시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그리고 다시금 자극받는 순간,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요의.


뜨끈해보이는 김이 모락 피어오르고, 노란빛을 띄던 소변이 뚫린 구멍 밑으로 흘러내릴때 쯤.

유림은 벌벌 떨고 있는 그 모습대로 고개를 들어올려 상대의 정체를 살폈다.

"윽, 뭐야 애잖아? 너 괜찮아? 만애교의 피해자는 아닐텐데 왜 여기에.."

자신들과 비슷해보이는 키.
검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여자.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감을 주는 듯한 행동과 목소리.

"아...아..."
풀썩-
유림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의식을 잃어버렸다.

"뭐, 뭐야시바!"

미리네는 일단 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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