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하얀2 (2)] (69/112)



〈 69화 〉[하얀2 (2)]

"..."


소녀의 이름은 이유림.


가지고 있는 능력은 불꽃을 조작.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흔히 속성 계열이라고 부르는 신비한 힘, 결국 중등부에 다니고 있을 뿐인 애들 장난 수준의 작은 불꽃을 다루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녀가 등에 업은 집의 권력과 쥐고 있는 부의 힘, 그리고 애들 장난 수준에서도 꽤나 봐줄만한 수준인 그녀의 능력은 그녀를 중등부에서 가장 유명한 소녀로써 이름 날리게 했다.


분명 다다음달에 열리게 되는 전국 능력자 학원 경쟁전 이라는 이름의 능력배틀 세계대회 같은 것이 시작될때에 이곳 '더 아카데미'의 주전 선수중 한명이 될건 당연한 이야기.


...


또한 이유림은 제법 예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도 눈에띌만한, '아 얘는 커서 연예인 같은게 되겠구나' 싶은 느낌의 그런 얼굴.

앞서 말한 것들에 얼굴까지 포함되면..
나머지는 이제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가 된다.

싸가지가 없다던가,
인성이 글러먹었다던가,
필기 성적이 나쁘다던가, 그런 사소한 단점들은 저기 굴러다니는 먼지만도 못한 이야기가 되는 법.

그러니까 이유림은 마음껏 행동할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대로 뭐든지!


...

하지만 이유림.
성적은 나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멍청한건 아니었기에... 자신이 가진 힘을, 권력을, 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겉으로는 착하게, 그리고 선하게... 그렇게 보이기로 했다.


그래,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그렇게,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신경쓰며, 소문을 신경쓰면서 말이다.

왜냐면 그 편이  재미있으니까,

'다들  옳다고 생각하겠지!'


다들 자신을 옳다고 생각할테니까.
설령 어떤 짓을 저지르더라도, 아주 간단하게 속일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셈이다.

* * *  *

유림에게 있어서,
하얀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뭔가..'

어디선가 본것같은 느낌.

꿈이나 만화속, 여러 매체나 혹은 c시에 실존하고 있었던 마법소녀와 같았던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하얀색 머리칼과 백옥같은 피부가 주는 신비감은 당연하고, 두 손을 꽉 잡아, 입술을 깨물어 뭔가 참고 있는 듯한 모습.

살짝 인상을 쓰며 각오한 듯, 반의 아이들을 한번씩 훑어보던 그 모습.
새로운 전학생으로써 입학하여 보여준 그 모습은 그 모든 행동이나 외모 하나 하나가 유림을 위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유림은 그런 하얀에게 가까워지고 싶어졌다.

처음에는 분명 그러했지.

하얀의 입학한 그 당일, 입학한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뭐야 저게'


"하하"
"하..하.."

이유림의 남자친구 후보중 한명,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바로 그 소년,

형주.

그의 옆에 앉아 꼬리를 살랑살랑 쳐대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 이건 가까워져야겠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 하얀에게는 가까워져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


그리고 그렇게다.


조회시간이 끝나고, 유림은 그때부터 하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
"으, 응 안녕.."

"이름이 하얀? 재미있는 이름이네"
"어..응."

"능력은 뭐야? 아니 뭐 상관 없지. 괜찮으면 내가 학교 안내 해줘도 될까?"
"... 그.. 그래."


그리고 순조롭게 친해지기로 했다.
처음에는 웃는 얼굴이다.


항상 생글거리며 미소짓는 얼굴로, 제일먼저 한 것은 자신의 남자친구 후보 서열 1위인 형주에게서 떨어트려 놓았고, 그 다음에는 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려주었다.


다른 아이들의 접근 따위는 용납치 않는다.
오직 유림이만이 하얀의 유일한 반친구가 되길 바란다.

학교의 누구와도 맘편이 이야기 할 수 없도록,

고립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실행되었다.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몰라도 하얀은 말수가 적은 아이었고, 유림이 하는 것에는 기탄없이 따르곤 했다. 식사만큼은   먹는것 같아서 의외였지만, 아무튼 여러모로 같이 있으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었다.

하얀은 학교에 오면 유림과 지내는 일이 많았고,
다른 아이들은 그런 유림에게 막혀서, 혹은 유림이 무섭거나, 또는 유림이가 착하니까  알아서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갔다.

전학생을 잘 챙기는 유림.
말수가 적고, 종종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하얀.


물론, 전부다 마음대로 된건 아니었다.

"하얀아 우리 저녁에..."
"아, 미안 오늘은 집에 일이 있어서..."

"집에? 일이? 아.. 통학이야?"
"으, 응."


"아! 그럼 내가너희 집에 가봐도."
"그건 안돼."

"어?"
"안돼."


하얀의 집에 침투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에는 실패했지.
그리고 이따금 저녁시간을 좀처럼 내어주지 않는 것도 있었다.

"하얀아 오늘은..."
"미안 오늘도 일이 있어 집에."


"집에...? 흐음...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글쎄... 오늘은... 교, 교회에 갈껄.."

"교회? 부모님이 목사셔?"
"비슷하긴 한데 그런건 아니고.."

'대체 뭐야? 사이비 신도? 무슨 교주라도 되는건 아니겠지?'


부모의 직업같은 것.
아니...


유림이 가지고 있는 수단을 전부 사용하여, 하얀의 뒷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그 이름만큼이나 하얀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하얀이었던 탓에, 뭐 특별할것도 없는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생각보다 깊게.. 깊숙하게 친해지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노력은 했다.
예를들면 그래,


반에서 유림이 기분좋게 몰래몰래 괴롭힐 수 있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아이 역시 하얀과 같이 아주 조용하고 말없는 아이.

이름은 '임보라' 능력은 별볼일 없고, 단지 능력을 가지고 이유만으로 학원에 들어온 아이였으며, 그조차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고 있는 하찮은 수준의 아이.


집은 어렵고, 부모님도 멀쩡하지 못한, 그런 아이.

아무리 괴롭혀도 반응하지 못할법한 소녀였기에..

"이거봐,  녀석 아무 반응도 안한다니까?"

툭-툭-
보라의 머리를 밀치며 웃긴 이야기라며, 하얀을 이끌었었다.


공범. 아니면 이것이 유림이 하얀에게 주고 있는 어떤 종류의 기회라던가, 같이 지내보니 썩 나쁘진 않은것 같기도 하여 시도해보았던 순수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친해지는데는 괴롭히는거 만한게 없지, 뒷담이라거나'


뒷담이나 괴롭힘.
그것만큼 서로를 돈독하게 해주는게  어디있겠어?


공공의 적, 장난감 한둘 정도는 바닥에 있어줘야, 그 위에 있는 아이들이 편하고 뭉치기도 쉽지 않겠는가?


"하얀이 너도 한번 때려봐. 진짜 반응안해. 이 녀석, 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거든"
"...난, 안할껀데"

"뭐?"
"내가 왜..."

"아니 하얀아,  애는 우리반 공용... 육변기! 그래 뭐 그런거 비슷한거거든? 괜찮아 별거 아니야, 진짜 괜찮다니까?"

"그래도 때리고 괴롭히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 흠, 그래. 그럼 이런건 어때? 이 녀석, 사실 살인자거든? 사람을 죽였지 뭐야?"


"사람을 죽였다고?"
"그래,  녀석 작년에 지 제일 친한 친구를 지손으로 죽여버렸던 녀석이야. 그래놓고 뻔뻔하게 학교 다니는거 있지?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교육같은걸 해주고 있는건데.."

"잘은 몰라도, 이런 짓은 안좋다고 생각해"
"야,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나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약간 실패했다.


뭐,


그래도 상관 없긴 하지.
모든 것은 결국 유림의 뜻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점차 괜찮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었기에,


'슬슬 시작할까...'

슬슬 시작하기로 했다.


* *  *  *

때는 그 무렵이다.
외부세계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들려왔던 그날쯤.

마침 그날은 하얀이 조금더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복잡해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으며, 그럼에도 약간의 미소를 지어보이던 날이었다.

학교는 언제나 20분은 일찍 등교했었으나, 이날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등교하기도 했다.


기회가 온 셈이다.

이제부터 모든 학원에서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일들은 이제 모드 유림의 기회가 되었다.

...

학교 교문에서 자주 모습을 출몰하던 고양이가 죽었다.

시간은 이른 오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되었고, 능력자의 능력으로 인해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불쌍한 동물의 시체는 우연하게도 중등부 교실 앞에 처참하게 놓여 있었고, 그 시간 또한 거의 마지막,

"어? 그 고양이 하얀이 등교했을때 까지는 안보이지 않았었어?"


하얀이 등교하기 직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시체.


"..."


아이들은 수근거린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그러네"
"... 좀 조용한 애긴 하잖아."
"에이, 그런데 증거같은것도 없고.."
"그래 막 의심하긴 좀..."
"누군진 몰라도 쓰레기 같은 짓을 하긴 했네"


처음에는 그저 의심에 그치는 일이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사건이 거듭되면 거듭될 수록...


"야, 요즘 학교 커뮤니티에 누가 이상한 말 써놓고 다니고 있잖아?"
"그거, 하얀이 왔을때랑 시기가 얼추 맞던데?"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랑 하얀이가 있던 곳이랑 시간이 얼추 맞나봐."


조금씩 조금씩.

"교문앞에 또 누가 동물을 죽여놨어!"
"우리 학교에서 키우고 있던 소중한 애완동물인데!"
"누가 우리 고란이 죽였어!"

기울어져 가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키우던 애완고라니도 죽고, 작은 동물의 시체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이가 오고나서 부터 아니야?"
"... 에이...설...마."
"아니,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소문이 시작되어가도,

"전에는 화장실에서 누구 뒷담을 그렇게하더라"
"혼잣말이  많은 녀석이야."

하얀은 그에 대해 꿈에도 모른채로,
유림이가 원하는대로, 그녀의 뜻대로 분위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시락 맨날 3단으로 싸가지고 다니는거 봤어?"
"웃겨 진짜, 그런짓 해놓고"
"뻔뻔하게 자긴 안했다는 것처럼."
"증거만 없지 거의 쟤가 한짓이지?"
"옆반애가 가지고 다니던 할머니의 유품인 돔페리뇽 08년산 콜라보 빈티지도 쟤가 훔쳤다며?"


술렁인다.

깨어질것 같은  분위기는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하얀에게 전해지기까지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도 않았고,


하얀이 이상함을 알아차렸을 무렵에는..

"쟤가..."
"어제 그 애 뛰어내렸다는데?"
"아,  보라인지 뭔지 하는애?"
"하얀이 계속 걜 괴롭혔데"
"내가 그럴줄 알았어. 아무일도 없는데 매일 상처가 늘더라니까?"

사건은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


* *  * *


"킥...킥킥!"


그렇게 되었을때 쯤엔,
이유림, 그녀는 배를 잡고 뒹굴듯이 그렇게 웃고 있었다.


터져나오려는 큰 웃음소리는 억지로 참으면서, 그래도 즐거워 어쩔 수 없단 듯이 말이다.


"아! 진짜 너무 재밌어!"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도 자신의 말이라면 진실이 되어버린다.


"큭큭!"

전부 유림이 한짓인데,
전부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

지나가는 강아지를 죽이고, 애완 고라니도 죽이고! 화단을 망쳐놓는다던가, 멀쩡한 애를 극단적으로 괴롭혀왔던것도, 그런 아이가 결국 스스로 뛰어내리게끔 만들어 놓은것도..

"큭큭...진짜 전부 내가  짓인데.. 아하... 아하핫!"


전부 유림이 한 일인데!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야.

 몇마디 거들었다고, 몇번 의문점을 제시했다고, 혹은 대놓고 하얀이 한 일이라고 말만 했는데, 중등부의 모든 분위기를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모두가 하얀이 한 짓인줄 알고 있다.


그게 얼마나 웃겨. 그게 얼마나 재미있어.
 짓에 대해서 어떠한 리스크도 지지 않고, 그냥 남탓만 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게 얼마나..

'짜릿해!'


짜릿한지.

"하아아..."


유림은 한동안 그렇게 발을 바닥을 구르다가 몸을 일으켰다.

학원은 가야지.  당황하고 슬퍼하는 얼굴을 보며 즐겨야지


<더 아카데미: 등교길>

기숙사에서 학원으로 향하는 길.

아직 유림은 하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아.. 진짜. 그러니까 착한척 좀 하지 말지."


그러게 착한척은 하지 말지 그랬어,
순순히 괴롭히자 했을때. 같이 나쁜짓좀 하자 했을때 따라왔으면 좀 좋아?

그랬다면 형주에게 찝쩍댄 정도는 용서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괜히 착한척.
성인 군자라도 되는것 마냥.
지가 얼마나 대단하면 대단하다고,
혹시 자기는 남들보다 좀더 낫다는 선민의식이라도 있는건지.
유행을 따르지 못하는건지.
마음에 안드는게 하나 생기니 그 모든게 미워보이고 재수없어.
아무튼 웃겨.


...


이 다음엔 어떻게 할까,
다음엔 무슨 죄를 뒤집어 씌워줄까..

아니 아예 능력과 권력을 이용해서 진짜 증거를 만든 후에, 그걸 그대로 하얀에게 덮어 씌워서..

'아주 그냥 눈앞에서 치워버릴까? 아니면 임보라 처럼 뛰어내리게 만들어줄까? 아..'


진짜 범죄자로 만들어서 그 어두운 감옥아래에 틀어박히게 해볼까..

혹은 그런 증거를 만들어 협박을 하고,
 협박을 통해..

"아, 그런 방법도 있는데"


소문을 진짜로 만들어 버리는거야. 더 더러운 소문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을거 같고,


...

어찌되었건 결정되어 있는 하나는..

'앞으로 더더 재미있어 질것 같네!'


앞으로 더더욱 재미있어 질것 같았다는 것.
멈출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

즐거워질 예정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더 아카데미: 중등부 건물 앞>


'이 사람은 뭐야?'


학원으로 향하는 등교길.
중등부 건물의 바로 정면에, 한 청년이  있다.

"어이 거기."


"... 지금 저한테 말씀하신거에요?"

"그래! 너 영양상태가 고르지 않구나, 어린나이에 살뺀답시고 야채만 줏어먹지 말고 고기도  먹는게 좋을거야, 고기가 무조건 나쁜게 아니라 여러모로 중요한 영양분을 공급한단 말이지, 지금은 버틸만 할지 몰라도 나중에 그대로 나이먹으면 피부도 누래지고..."


"아니 이 미친... 미친사람인가..."


이상한 사람.


아니 조금 미친거 같은 남자, 외견에서 풍기는분위기는 맥없이 흐리고, 희미한 듯 했으며, 키는 작은편에 외모도 그럭저럭인 사람. 그러나. 그 반대로, 조금만 다시 보면 무언가 말도 안될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놀라울 정도로 당당한 남자.


"... 그리고 중등부 교무실은 몇층이지?"

"3층이요!"


교무실을 찾아가려 하길래, 이상한 사람은 피해야 상책이겠거니 싶어서,
혹은


'씨이, 나중에 뒷조사 해서 살인 누명이라도 씌워버릴까보다. 재수없는 사람이야 진짜'

다른 계획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빼액 교무실의 위치를 알려주고 난 후에는 도망쳐 버렸다.

"3층!"
"네! 3층!"

중등부 교무실은 1층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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