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11. 하얀2]
세이는 궁금한 것을 묻고 싶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마사지를 잘 하세요?"
"...? 원래 마왕은 마사지랑 병아리 암수구분을 할 줄 알아. 잘하지"
"네?"
"상식인데"
"아, 상식이구나."
뭐 그러려니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그러한 문제가 아니다.
띠링-
['번개의 창']
['전격 내성']
['감전 내성']
['충전']
['낙뢰의 마법']
"마법..."
마법을 얻었다. 바라던 대로,
그 '외부세계' 에서 얻어내었다.
* * * *
"이거 참, 어이가 없구만."
살짝, 심기가 불편하다. 신영일은 그 투실한 턱을 괴어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기기를 바라보았다.
기기속 화면에서 나타나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그녀들의 싸움.
번개가 쉴틈없이 내리쳐지는 전장속에서 커다란 외눈박이 괴물을 쓰러트리고 있는 모습.
그리고 다른 이들을 보지 못했을, 그 외눈박이 속에서 나온 아주 작은 검은색의 파편'을 본 것이다.
"저 멍청한 자식."
그리곤 곧 흥미없다는 듯이 기기를 거꾸로 덮어버리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
"낙뢰의 마법.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뢰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힘이었건만... 그 유용한걸 겨우 그따위로 쓰다니"
아쉬운 일이지. 영일이 이전부터 노려왔던 파편중 하나이기도 했다.
제법 초기부터 있던 누가 지니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기 까지 했지.
하지만 그동안 영일이 그 파편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은 단지 영일의 진짜 모습이 '악마 컨피던스' 라는 것 때문이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말껄 그랬어, 내가 파편을 노리고 있다는걸 알자마자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주제에 인간은 사냥하고 싶은지 종종 나타나고 숨는걸 반복하지 않나.."
악마의 모습을 본 외눈박이의 거인. '하리보'는 자신이 우연히, 그리고 운좋게 얻은 파편을 잃을까 두려워 땅속으로 숨었고, 때문에 모처럼 얻은 파편의 힘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사용해보기도 전에 영일이 보내오기 시작한 수많은 능력자들에게 겁먹어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도 않았지.
자신의 자식들을 땅위로 내보내면서 감시하고 상태를 살피고, 조금 만만할 것 같은 상대가 나타나면 잠깐 모습을 드러내어 천둥과 번개 소리를 내어 사냥하고 다시 숨어들었다.
그렇게 별명을 얻긴 했으나, 실제 거의 싸운적은 없었으며, 자신의 사냥한 인간들이나 다른 자원으로 하여금 자식을 만들어 내어 방비만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파편을 얻었음에도 그 힘을 강화시키지 못하고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채로 낭비했다.
"쯧, 그럴거면 나한테 바치고 죽을것이지. 또 마왕놈이 가져가 버렸군."
그 결과가 이것이다.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또 영일이었다.
그렇기에 약간 짜증이 나고 있는 영일. 만일 마왕이 이렇게 순조로이 파편을 얻어 금방 부활을 시도하게 된다면...
"아! 그럼 그녀석을 괴롭힐 수가 없잖아! 으으, 안돼지! 아! 안돼!"
"지부장님, 밖에 까지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하는데요."
"아...미, 미안하네 수정씨. ... 근데 누가 조용히 해달라고 하길래.."
쿵-!
그래, 말이 끝나기도전에 문을 닫고 나가버린 수정씨는 뭐 그렇다 치고, 영일은 행동해야만 했다.
이미 몇명 후보, 그리고 마왕의 하수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이들, 확신하고 있는 자가 있지 않은가?
최 미리네,
'생각보다 너무 유명해지고 있단 말이지'
그러나 최 미리네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빠르게 유명해지고 있기에 건드리기가 모호해졌다. 그 외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작은 체구로 부터 나오는 강력한 성과가 그 반사작용일까.
아니면 마왕이 무언가 해서 만들어온 정제된 마석 때문에?
...
아무튼 지금 건들기에는 때가 좋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건드린다면 그래
'좀 더 유명해졌을때... 더 대단해졌을때 순식간에 나락으로 내리 꼿아버리는게 훨씬 재미있겠지'
훗날 그 인기가 계속 되어 미리네가 굉장히 유명해진다면...
"킥..크흐흐흐...크흐흐흐.."
그건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일이다.
"저기 지부장님"
"으, 응? 수정씨 나간거 아니었나?"
"아뇨, 지부장님 이상하게 웃는것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변태 같다고"
"아..미안한데, 아까부터 계속 누가 그렇게 말하길래... 이 층에는 수정씨랑 나밖에.."
쾅-!
"문은 좀 살살닫지. 흠..."
그러니 영일. 다른 타겟을 물색하기로 했다.
... 이제 그의 손에 쥔것은 신비로운 힘의 파편, 사악하게 물들어가고 있는, 마음까지 물들일 수 있는 마왕의 조각.
"자...!"
목표는...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한번 실험해 볼까!!'
'능력자 학원'
* * * *
능력자 학원.
말 그대로 능력자들을 위한 장소. 그중에서도 선천적 후천적 요인으로 능력을 얻게 되어버린 법적 성인 미만의 학생들을 위한, 능력을 가르치면서 학교 본연의 교육을 배풀기 위한 기관 중 한 곳.
그런 중에서도 이 한국지부의 '더 아카데미' 라고 하는 능력자 학원은 그 크기가 상당히 거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부터 마물들의 침공이 가장 거샜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 한국지부는 그 특성 탓인지 능력자들이 많이 나타나는 곳으로 유명했으며,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새로운 선천적 능력자들도 많아 학원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커다란 능력자 학원에는 초중고까지의 교육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능력자 대학, 능력자 대학원등 다양한 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수많은 능력자 대학원생을 쥐어짜서 만들어진 수 많은 능력자 관련 논문은 또 어떻겠는가
... 뭐, 그건 그렇다 치는데, 그중에서도 중학반. 아카데미의 중학생 정도 나이가 되는 이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그곳.
"야! 지금!"
촤아아악-!
"..."
그 아이들은 지금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다.
"아하하! 저 꼴좀 봐!"
"야! 그러니까 좀 씻고 다녔어야지!"
"얼마나 답답했으면 우리가 물까지 부어주냐?"
"내가 얼려줄께. 조금만 기다려봐"
"..."
능력을 한껏 사용하여, 얼음이건 불이건, 초월적인 힘이건 번개건 땅을 움직이건 하는, 신비롭고 놀라운 초능력의 힘을 사용하면서...
"...자 봐봐. 내가 쟤 허벅지 조진...다!"
빠아악-!
"아윽!"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저, 저기 얘들아... 조용히 하렴... 서, 선생님이..."
"내 염력으로 선생님 춤추게만들어줄.."
"꺄아앗! 그, 그만하렴!"
"꺄하하하! 암것도 못하네 이 아줌마!"
"비능력자 교사는 필요 없거든요! 나가 이년아!"
하고 있었다.
아수라장.
... 그곳 한 가운데에서 여기에 있는 하얀 머리칼의 소녀 하얀. 멍하니 앉아 있으면서 생각하고 있다.
'친구 100명을 어떻게 만들지...'
친구 100명을 만드는 일은 아주 요원할 것이라고...
* * * *
그동안 하얀은 미리네와 함께, 그리고 다른 새로운 능력자인 세이와 함께 외부세계를 탐험하고 돌아왔다.
사이비 교단과의 싸움아닌 싸움을 하고, 타인의 싸움을 보았으며, 던전을 돌아보았고, 외부세계의 격렬하고도 치열한 싸움을 끝마치고 돌아온 것이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꾸준히 학업에 충실한건 당연하고,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기도 했었다. 그 사이에 여가시간을 충분히 경험한건 뭐 당연한데,
... 지금 이곳에서 하얀은, 약간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꾸준했을텐데도 느껴진 변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척 하는것같은 이질적임.
문제중 하나는 하얀 머리카락.
처음 하얀이 이곳에 와서 학우들에게 인사를 건네었을 때. 반친구들은 하얀의 머리칼을 보고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머리칼은 하얀색, 어떠한 요인으로 인해서, 하얗게 되어버리고 말았던 그녀의 머리칼은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수근거릴 만한 요소였다.
"염색?"
"아니, 가끔 능력때문에 변하는 경우도 있데"
"그런 척 하는거 아니고?"
"얼음 능력같은거 아니야?"
시선을 한 몸에 끌어모은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었고,
그 다음에는 외모.
"근데 좀..."
"어 그러게 좀..."
흠칫, 혹여'C시의 마법소녀' 라는 이야기라도 나오면 어쩌나 하며 마음졸이고 있었을 땐.
"예쁘네."
"그러게, 이정도면..."
"저것도 능력아님?"
"예뻐지는 능력? 존나 쓸데없는 능력인데 그럼"
그 눈에 띄는 외모역시 시선, 아니 관심을 끌어모았다.
능력자 학원인 이상, 전학생은 언제나 많은 편이었지만, 신비로운 분위기와 대조적인 귀여운 느낌의 얼굴이,
깜박이는 커다란 눈동자와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수줍어보이는 행동 자체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모은것이다.
관심이라 함은 좋은 관심과 나쁜관심을 포함했던 것으로,
"가식 쩌네"
"수줍은척 하는거지 저거 지금?"
"귀여운 척이겠지."
여러모로 안좋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자리를 배정받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을 무렵에는...
그 다음 문제.
친구. 그 문제의 친구 100명 중 하나. 하얀이 일단 평범한 교실처럼 생긴 의자에 앉았으니, 하얀에게 쏠린 관심 만큼이나 하얀의 옆자리에 있던 한 남자아이는 당연하게도 하얀에게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었고,
여기서 문제는 그 남자아이가.
"안녕?"
"아, 으응.. 아, 안녕"
"내 이름 형주."
"... 형주에 역병이 돌았다! 할때 그 형주?"
"어? 하하! 응 그 형주. 너 진짜 웃기다. 하얀이라고 했지 이름? 네 이름은 참 귀여워."
"응...고, 고마..고마워?"
능력자 학원에서...
"근데 넌 능력이 뭐야?"
"나? 난 그냥..어.."
"혹시 얼음? 속성계열?"
"아니... 굳이 말하면 에너지계열인..."
"아..! 나는 염동력계인데, 우리 좀 비슷하네"
"비슷? 어..응"
아마 가장 유명했던...
"... 뭐야 저년. 들어오자마자 형주한테 꼬리치고 있는데?"
"유림이한테 말해야 하는거 아니야?"
"이미 보고 있는데 유림이"
"쟤 이제 뒤진듯."
'이유림' 현 능력자 학원 중등부에서 가장 부와 권력이 넘치는, 능력 역시 흠잡을곳 없는 중등부의 지배자!
바로 그 이유림이 한참 노리고 있던 남자아이였다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
그런 몇가지 문제는 하얀을 고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친구 100명 만들기라는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과제는 문제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상황을 아주 심각하게 이끌고 가기 시작했단 뜻이다.
* * * *
"학교다녀올께요."
다시 현재, 하얀은 평소와 같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에, 검은 공간을 빠져나가 학교로 가는 길에 발을 디딘다.
보호자나 다름 없는 사람이된 정수에게서 쥐고 있던 장비의 정돈을 받고, 누구도 하얀 본인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더더욱 방비한 후에 학교로 향했다.
능력자 학교는 조금 특이한 곳에 있었는데, 능력자를 총괄 관리하는 능력자 기관에서 직접 운영하고 세워놓은 곳인 만큼,
마물의 습격 등이나 능력으로 인한 피해가 존재하지 않도록, 또한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다수의 능력을 관리하기 위해서 한국지부 어딘가에 세워지고 만들어진 '인공 섬' 에 위치해 있다.
말하자면 이른바 학원도시. 오직 능력자 학원을 위한 커다란 섬. A시 부근의 차량용 도로를 통해 도착할 수있는 곳.
하얀은 적당한 방법으로 학교에 간다. 달리거나 뛰거나 아니면 그저 단숨에 소환 되었다가 돌려보내지는 것도 뭐 상관 없을 정도로 쉽게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 학원인 곳.
"..."
도착하면 시작된다.
"왔다."
"와...진짜 왔어."
"으, 나 좀 소름돋는거 있지?"
"..."
"기분나빠. 저런 애는 대체 언제까지 여기 다니는거야? 교도소 안가?"
수근거리는 소리가. 여러번 듣고 매번 들어왔던 그 수근거리는 기분나쁜 소리가, 하얀의 주변에서 딱 멈춰 버려 움직이지 않는듯.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하얀의 주변을 맴도는 듯한, 그 기분나쁜 속삭임과 수근거림이 들려온다.
하얀은,
"야, 쓰레기."
"우리가 학원 나오지 말랬지?"
"너같은 년은 감옥에 갇혀서 평생 나오면 안되는건데"
누명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