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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10. 한세이] (62/112)



〈 62화 〉[10. 한세이]

띠링-
['시스템 스킬'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진짜 뭐야? 무슨 원리지? 한건 라나에게 스킬을 준것밖에 없는데..."


시스템 레벨의 상승.
역시나 이번에도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올라가버리고, 미리네가 자신의 입술을 팔로 슥슥 닦아내면서 몸을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뭐,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해도 저렇게 닦아낼 필요까지 있나.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그래서 수속이 끝났다고 했지?"


"쯧, 그래. 이틀 후 부터는 기관 안에 있는 전이장치로 외부세계 나갈 수 있덴다."


"이틀이라.."


"그 후에도 라나는 못움직여?"

"뭐. 아마도? 라나가 아무리 터프하다고 해도 수천명을 동시에 조종해버렸으니 최소 일주일은 앓아누어야 할거다. 이틀동안은 잠만잘거고,  후에도 의식을 차릴  있을지는 모르겠군, 아무튼 전투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닐거야."

"그럼... 진짜 큰일이네..."


"그러게, 출석은 어쩌지..."

"출석?"

"학교는 빠지면 안돼."
"..어, 그래.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그래."

그래, 이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지금은 그래.
하수인 이야기었지.


새로운 하수인을 골라야 한다.
라나의 빈자리를 충분히 매꾸고,  후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녀석이 좋겠지.

물론, 그런 녀석이야. 내가 직접 '만들면'된다.
내가 스킬을 주기만 한다면 포지션이야 자연스럽게 그렇게  것이다.


그럼 골라야 하는건...

* *  *





"한세이."


누군가 목소리를 내어 누군가의 이름을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는 어두컴컴한 장소. 그 안에는  여성이 있었다.

방안은 텔레비전 불빛이 유일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바닥엔 쓰레기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애매모호한 것들,
찢어지고 잘려진 옷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속옷을 비롯하여 버려진 듯한 옷들은 바닥이 보이지 않게끔 깔려 있는 셈이었고, 침대위에는 쓰다 말았던 화장품 따위가 널려 있기도 했다.

"..."

그녀는 주저앉아 있었다.
자신의 무릎을 끌어 안은채로, 침대 위에서 하염없이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속에서는 화려한 무대를 즐기는 아이돌이나 가수. 또는 연예인들이 나와 웃고 떠드는 중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불륨을 키웠고, 우스운 이야기들을 하면 피식 피식 맞추어 웃음을 흘렸다.

그러기도 잠시 주륵 다시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기도 했다.
침대위에 널부러진 화장품들을 밀어 바닥에 떨어트리곤 엎드려서 눈물을 쏟아낸다. 오열을 하는  같았지만 소리는 내지도 않았다.


분명 소리내어 울기라도 하는 순간이면,  문 바깥에서 어머니라고 하는 사람이 소리를 지를테니 말이다.

"작작좀 울어  돼지년아!"


이렇게.


"우윽.."

그녀는 다시금 흐느꼈다.
티비속의 그녀들은 모두 날씬하고 아름답다. 화려했고, 눈부신 이들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특히나 더 그녀의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윽.."


... 초라한 그녀의 모습을 보라.


한 세이.
그녀의 방 안에 있는 거울은 모두 깨져 있었지만, 조각난 거울에 핏자국들이 낭자해 있었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라.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거야..."

흐느끼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비참한 삶이 이곳에 있다.


...

...

'한 세이'
그런 이름을 가진 그녀는 별거 없었다.


목소리가 좀 좋았던가? 노래를 좀 잘 불렀던가?


그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연예계에 아슬아슬하게 나갈 수 있을 정도,

어디서 대회라도 한다면 중위권은 따놓은 당상이며, 운이 좋으면 top20 안에는 못들어도 패자부활전으로 하는 top21 안에는 들 수 있는 정도,


딱 그정도의 재능.


늘 그렇듯. 어릴적에 그런 사소한 재능은 빛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 남의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천재, 영재, 신동이 나타났다면서 다들 떠들썩했겠지.

어린 소녀는 수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장래 희망은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나는 노래를 잘해', '나는 예뻐'


예쁘고 노래를 잘하는 세이는,

'그러니까 나는 연예인이 될거야'

분명 티비와 세계에서 활약하는 멋진 가수, 혹은 연예인이 될 수 있어.

정말 아주 자연스럽게.

게다가 세이는 운도 좋았다.
부모를 잘 만났다.


비록 아버지는 안좋은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홀로남은 어머니는 그런 세이를 케어하고도 남을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쩌면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이 제법... 과하게 많았던 덕분이었을 수도 있지만...


뭐, 그건 제쳐두고,

세이의 재능을 꽃피워주기 위해, 그녀의 부모님은 부단한 노력을 했다.
음악학원은 물론이고 연기학원, 인맥을 만들기 위한 대부분의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면서 '투자'했다.

세이의 재능은 그정도는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지극히 팔불출적인 마인드였을지도, 혹은 남들은 알아보지 못할거라고 생각했던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마인드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세이의 재능은 애매모호했기에,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시작했던 연예계로의 진출은 번번히 실패하기 시작했다.


어릴적인 천재인줄 알았던 자신이, 나이가 들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 틈에 끼게 되니, 순식간에 범재로 전락해버리고 만것이다.

아마 세이의 어머니는 모를거야,
예술 고등학교에 처음 세이가 발을 디뎠을때.


그곳에 있는 진짜 '천재'들을 본 세이의 절망을.
그리고 그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닿을  없는 '재능' 이 무엇인지를.


...


'난 별로 안예쁘네.'


세이는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어?  노래 그렇게 잘 부르는게 아니었네?'

노래를 그다지 잘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


'난 날씬하지도 유연하지도 않았네.'


 어떤 것도 남들보다 잘난 구석이 없었다.
...

세이의 재능은 부정당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애매모호하여 있으나 마나했던 고만고만한 재능.
취작하여 회사 회식이라도 가면, 장기자랑으로 노래나 한곡조 뽑으면 박수받을 수 있는 정도의 재능.


세이는 비참하게 무너졌다.

그래도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세이에게 소리치곤 했다.


'넌 연예인이 되어야 해'

그건 투자한게 아까워서였을까.

'넌 꼭 성공해야 해! 연기자던 가수던 되야만 해!'


아니면 진심으로 그녀의 성공을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훈련.
연습.
그래, 그런걸로 매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잠깐은 생각하게 만들긴 했지만...

결과는..


"안돼..."

아무것도 되질 않았다.

시간은 흘러갔다.
학교는 그럭저럭 평범한 수준으로 졸업했다.
어느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스카웃되지 못했으며, 명함하나 건네받지 못했다.

아마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그랬을테지만, 자퇴한 이들도 많았겠지만, 그래도 세이는 꾸역꾸역 버티면서 졸업했고, 그렇게 꿈을 위해 발돋음 하려고 했지만, 발판따위도 없어진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룩해내지 못한채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것이다.

대학은 진학하지 않았다.


나중에 연예인이 되어 바빠지면 대학교 갈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 괜한 부스럼은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래도 학원은 계속 다녔다.


이미 재능도 없는 학생이라며, 나이가 먹을대로 먹어서 속한 그룹에서 최연장자가 되어가는 와중이었지만, 그래도 버티고 있었다.

...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나면,
어느덧 3년,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은 점차 세이를 변화시키고 말았다.



그 후가 바로 지금이다.

방안의 거울은 모조리 깨져 있다.

'난 못생겼어'

못생겼으니까.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난 노래를 못불러'


노래를 못부르게 되었으니까.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난 뚱뚱해.'

뚱뚱하게 되었기에,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다.

...

찾아온 실패는 순식간에 세이를 바꾸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음식이 있으면 일단 먹고보는 버릇이 생겼다. 몸매 관리를 해서 뭐하겠느냔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차피  다른 사람처럼 예쁘지도 않잖아. 난 못생겼잖아.'

뭐가 변하겠어?
어차피 세이는 실패했는데, 아무것도 못하는데,


그저 살만 뒤룩뒤룩 쪘고,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서 시간낭비나 해대고 있던 비참한 인간중 한명일 뿐인데,

내일이나 내일모래쯤 저 위에서 떨어져 죽기나 하면 될 일이다.

분명 무게가 좀 있으니까 확실히 죽을 수 있겠지.
엄청 빨리 떨어질지도 몰라.
차위에 떨어지면 그 차는 완전히 박살이 나겠지.
그건 좀 미안할거라고 생각도 했다.

'하하'


속으로만 그런 웃음을 삼켰다.

그것이 지금의 세이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서는.
자신을 포기해버린.

살찌고 못생긴, 비참하고 비루한 인간.
조금이라도 노력할까 하면, 금방 욕망에 져서는 우걱우걱 음식이나 위장에 밀어넣는 똥싸는 기계.

이제는 노력할  있는 의지도 먹혀버린 하찮은 여성.
아니 돼지.

"아."


돼지... 아니 세이는 그렇게 살찐 목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일이나 모래쯤 죽기로 생각은 했지만...

"으윽..윽.."
그래도 역시.
기회가 있다면 붙잡고는 싶었으니까.

"그럴 수만 있으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텐데..."

세이는 무언가에 빌었다.
이젠 기적을 바랄 수 밖엔 없어.

노력으로는 아무것도... 아니 애초에 노력도   없게 되버렸다.


모든 의욕과 의지는 상실했고, 욕망과 욕심만 안에 가득 들어차버렸기에,
지금 할 수 있는건 오직 무언가에게 바라는것뿐.


한심하게 들어주지 않을 누군가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면서,
도와주면 뭐든지 해주겠다면서 그렇게 애원하는 것 밖에 할  없다.

된다면 기적인거고 안되면 그냥 죽자.
내일이나 모레, 아니면 다음주에. 다음주에 나오는 '트루워치프 겉바속촉 치킨' 만 맛보고 나서, 그렇게 배부르게 죽자.

다짐하며.
풀썩 다시 누웠다.


당연히 침대는 크게 흔들렸다.
깨어진 화장품들이 바닥에 떨어졌고,  뚱뚱한 세이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래 진짜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왔다.


-"그래? 그럼 네 영혼은 내가 사도록 하지."
"!?!?"

목소리.
남자의 목소리.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그런 남성의 수상쩍은 목소리.

"누, 누구세요?"
-"원하는걸 말해봐.  영혼,  너의 모든 권리를 나에게 팔면서까지 얻고 싶은걸 말해보란 말이다."

"아...지, 진짜 악마?"
-"악마같은거랑 비교할 생각은 마라. 자. 어서 말하기나 해!  원하지!? 어떤걸 가지고 싶지!? 내가 그것을 얻게 해주리니! 말해라!"

"아니 어.."


세이는 당황했다.
아니 진짜 악마가 올줄은 몰랐으니까.

진짜로 이런 '판타지' 아니, 이제와서는 바깥에서 흔한 일일지도 모르는 일이 자신에게 찾아올줄은 몰랐으니까!


솔직히 영혼을 판다는것도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무릇 이런 이야기들은 언제나 끔찍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음을 기억했지만..

그래도 세이는 그만큼 간절해졌다.
조금 당황한 덕분에, 아주 약간 소원을 잘못빌긴 했지만 말이다.


"아, 아름다워지고 싶어요!"
-"그게 네가 바라는 거냐?!"

"네, 네!"
-"큭큭큭..."


잠깐 시간이 흐른 후,


띠링-
['한 세이'가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뭐, 뭐야 이거!? 이...이게..."
-"큭큭! 계약 성립이다. 어리석은 녀석! 쉽군!"

"네?!"
-"네 소원을 들어주리라!"

"아...!"


무슨 일이 일어났다.
일어났지만 그런게 뭔 상관이야.

악마와의 계약이래. 성립이래. 소원을 들어준데.
그말은 즉슨.
아름다워진다는거 아니겠느냐고,


'아름다워질 수 있어!? 진짜!?'

그러니까 세이는 기다렸다.
두근거리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이 신비로운 현상을 만끽할 준비를 했다.


...


그리고  순간.

-"좋아, 이정도면 충분하겠군."
"어... 뭐, 뭔데요?"


-"큭큭, 지금 당장 나가서 달리도록 해라."
"네?"

-"유산소 운동부터 다시시작해야 겠군... 그 지방을 빼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동을 병행하는게 좋을거다."
"어..아니, 저기.. 마,마법 같은걸로 아름다워지는..."

-"큭큭큭! 걱정마라, 마법같은 식이요법을 포함한 운동스케줄이니까. 시간이 없으니 속성 코스로! 자! 지금부터 달리기 시작해!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지금부터 끊임없이 노력하며 운동을 시작하도록 해라! 지금부터  몸이! 네가 깨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네 모든것을 관리해주마! 운동! 운동! 달리기 부터 시작해!"

운동을 강요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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