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라나2 (8)] (61/112)



〈 61화 〉[라나2 (8)]

* * *  *

<마왕교: 부서진 예배당>

수천명의 사람들이 좀비마냥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 원래 있던 집.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고, 가족들과 함께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야, 무섭네 무서워. 그 많은 사람들이 명령한방에 움직이는 것좀봐."

부숴진 조각상 위에 걸터 앉아, 미리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진 사람도 수두룩 하겠지."

미리네는 이곳에 있던 사람들의 결말을 알고 있다.
 수천명의 사람들중,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 거대한 대성당을 만드는데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했고,  많은 돈은 누구의 주머니로부터 나왔을지 생각하면 아주 간단한 이야기였겠지.

집이 없어진 이들도 있었을테고, 가족을 잃은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라나의 힘으로 지배되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을 뿐이지만,  저 세뇌가 풀리고나면 절망할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지배중임에도 불구하고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이들이 아마 그런 경우였겠지.

"어이가 없네"


이것이 이 하잘것 없는 종교의 결말이라니,

"이런 곳이 무너지지 않았던게 나았을지도 모를 정돈데 이럼..."


차라리 계속 종교가 유지되었다면 또 모를 일이지. 이들은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곳이 생기고, 착취당해도 그걸 모른채로 그럭저럭 행복하게 지냈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좀 들었다.

피식 웃음이 났다.

그걸 부순 장본인은 엄연히 말해 미리네였으니까,


조각상의 머리에 박혀 있던 보석들은 이곳을 보호해주는 보석이었고, 미리네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박살을 내 놓았으니..

라나를 구하기 위해서라 한들, 수천명의 인생을 비틀어 버린 셈.
조금은 회의감이 들었다.


마땅히 없어져야 할 나쁜 녀석을 쓰러트린 것은 맞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언니."
"아, 하얀아. 끝났어?"


"세뇌당하거나 복종당하지 않은 남은 사람들은 '희망의 망치'로 재워놓았어요."
"... 영면에 들게 한건 아니지? 그냥 잠만 들게 한거 맞지?"


"네. 기억엔 조금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지만.."
"..."

"지배에 걸리지 않은 능력자들은 따로 분류해서 묶어 놨구요. 반항은 없었어요."


미리네는 웃었다.

"그래 아무튼, 잘 끝났네 뭐. 라나가 납치당해서 깜짝 놀랐지만, 이렇게 무사히 찾았고, 생각지도 못한 비밀 아지트도 얻었어, 그렇지?"
"비밀 아지트..."


"해피엔딩이지 뭐, 종교가 워낙 커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겠는데.."


그리곤 투덜거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몸을 일으켰을땐 예배당에 있지 않았던 소수의 능력자들이나 일반 신도들이 들어오긴 했었으나, 그들 모두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세뇌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되리라,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미리네는 정수에게 다가갔다.


* * *  *


<마왕님 사랑 헤으응앗 실천교: 부서진 예배당>

라나는 쓰러졌다.

지배당한 신도들은 앞으로 몇 시간 후에 그 지배가 풀려 맨정신으로 돌아오고 말겠지.

그 후에 라나를 살피면, 마력의 과다사용으로 인한 일시적인 의식불명 상태.

본디 한 대상에게만 사용해도 상당한 마력이 들어가는 것이 이 ['복종의 손아귀'] 라는 스킬과 ['지배의 사슬'] 이라는 스킬인데, 크기를 키워 최대한 많은 대상에게 사용하려 했으니, 당연히 이렇게 된다.

"흠."


라나를 들어올렸다.
지금까지 꽤 많이 먹이긴 했지만 아직도 너무나 가벼운 그녀의 체중을 신경쓰며...

"쉴 수 있는 곳은 어디냐!"


"네, 넷!?"

띠링-
['새기는 목소리']
['지배하는 매력']

근처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그는 인상이 강해보이는 듯했던 남성. 좀 더 나쁘게 말하면 폭력배마냥 생기긴 했던 사람이며, 그 이름은 일만애.


그는 엉겁결에 대답하듯이 경어를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한 곳을 가르켰다.


교주의 방이었던 모양이지만 상관 없지.
그래, 일단 라나를 그곳에 데려다 놓아 충분한 휴식을 시켜놓아야 한다.

라나가 지금 경험하고 있을 마력고갈은 일반적인 고갈보다 훨씬더 오랜 시간 라나의 몸을 파고들테니까 말이다. 수천명을 일시에 조종했고, 한번이 아니라 수시간을 유지해야 했으니, 애초에 그렇게 설정하고 사용한 듯 했으니 아마 그러겠지.


'이녀석은 항상 과하단 말이야'

항상 어느정도가 과하다.
충성심의 종류? 아니면 다른 감정 탓이었을까, 의욕이 앞선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매사 하는 일을 조금 과하게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것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을테지만, 라나는 이제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행동원리조차 평범하지 않은 마왕과 마왕의 하수인이라는 입장이니, 조금... 아니 상당히 걱정되어온다.


아무튼 그렇게, 라나를 교주의 방으로 데려다 놓았다.


아니 이제 나의 방.
다른건 몰라도  곳은 당분간 내가 사용할 생각이다.


부수어진 조각상과 능력자들의 충돌로 인해 난장판이 되었으나, 이곳의 교주에게 힘을 주고 능력과 보석을 준 범인이 있겠지. 컨피던스의 소재를 정확하게 파악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젠 너다!"

그 다음.
일만애에 대한 처분을 고민하기로 했다.


* * *  *

제일 먼저,

<마왕교>


"신자 목록을 가져와.

처리할 목록을  살폈다.

제일먼저 해야 하는건 신자들에 대한 이름이나 간단한 신상.
시키는건 당연히 전직 교주였던 일만애에게 시킨다.

그는 나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가 사용해왔던 인식저해와 약, 그리고 새기는 목소리 등의 다양한 능력과 도구를 조합한 세뇌능력이 있겠지만, 단순하게 말해서 내가 그보다 강하다.


간단한 스킬, 간단한 능력.


하잘것없는 마법탄을 사용한다 한들, 내가 사용하는 것과 하찮은 녀석이 사용하는 것의 강함. 수준 차이는 명확한 법.  녀석의 마법탄이 적의 심장을 뚫을 수 있을 정도라면, 나의 마법탄은 산을 가를 수 있을 정도.


같은 이치다.


같은 목소리도,
같은 스킬도 급이 다른 법.

게다가 혼란스럽고 약해진 상태. 능력조차 잃은 상태였으니, 당연히 이렇게 되어줘야지.


'서서히 나의 힘을 되찾아가고 있는거지~'

조금씩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증거.
정작 중요한 마법은 몇개 되찾지도 못했지만  아무튼간에 그렇다.

찾은것은 신도들의 명단.
일만애가 땀을 쩔쩔 흘리며 가져오면 그다지 볼건 없다.


"빼앗고 착취한건 돌려줄  있도록 알아서 처리해둬."
"네?"


"부자였든 원래 가난했건 이 종교에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여기 남은 재산따위는 전부 돌려주란 뜻이다. 다친 이들은 다친만큼 보상해주고, 목숨을 잃은 자들이 가족이라면 그에 대한 보상도 해주도록 해."
"아, 아니그게 무슨.."


"이 이상의 손실은 없도록 하란 뜻이다."


우선은 이곳에 피해받은 이들을 수습해야겠지.
이제부터는 만애교. 혹은 마왕교나, 또는 마왕님사랑 해으응앗실천교의 신도를 벗어나서, 마왕인 이몸의 부하들이 될 예정이다.


마왕의 군대가 될 이들이다.

사소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줄이도록 해야지.

'어차피  돈도 아니니까, 어차피 여러곳에서 착취한 돈이겠지. 수습하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할테고,  녀석은 여러군데 손을 뻗게 될테니까, 그런 녀석들에게서 악마에대한 정보를 얻어봐야겠군'

게다가 이곳은 종교. 거대한 교회. 연결된 정치인 범죄조직등이 많을거란 예상을 해볼 수도 있다.


"수천명을 어떻게 관리하겠냐. 통제된 시설?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의 증가?  좋지만, 이미 시도해서 실패해본 경험이야. 각자 필요한 곳에서 대기해주면 돼."
"..."


"집합장소나 모여야 하는 곳도 필요없어. 필요한 이들만, 갈곳이 없거나 정말로 희망하는 이들만 이 근처에 거주하면서 우리 애들을 백업시킬 수 있으면 충분해."
"..."

"나머지는 각자 원래 있던 위치에서 마음속으로 나의 병사라는 인식... 아니지. 뭐, 일원이라는 인식만 있어주면 돼."
"하지만..."


"종교란게 원래 마음속으로 믿는거 아니겠어? 보이는건 필요없어, 마음속으로 '내가 누구? 마왕의 병사!'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중요한거지."


그들은 이제 각지에서 원래 삶을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원래 삶을 되찾게 되고나면, 각자 알아서 잘먹고 잘 살면서 재산을 불리거나 경험을 쌓겠지! 애도 많이 나을거야!


'큭큭,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는 놔두기만 해도 경험이 늘어나는 법이지'

게다가.


'넓은 범위로 내 병사들이 퍼져나가 잠입해있는거야! 악마 녀석이 무슨 짓을 하건간에 쉽게 확인할 수도 있겠지!'


악마의 추적. 탐색. 그리고 대응이 좀 더 쉬워질 것이고,

'잘먹고 잘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족을 늘리려고 하게 될거고! 가족이 늘어나는 만큼 미래 나의 병사들이 늘어난다!'

삶이 윤택해질 수록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이요 신앙 역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숫자도 늘어나!

그렇게 된다면?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야금야금 빼앗아 오는거야! 큭큭! 아마 꿈에도 모를거다. 삶이 궁핍해진 이들에게는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준 후에,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야금야금 마력과 재산을 빼앗아 오는거지! 큭!"

세금과 같이 야금야금 그들에게서 착취할 수 있겠지!


"가난한 이들에게 빼앗아봐야 뭘 더 뺏겠어? 일단 각지에서 나의 병사라는걸 숨긴채로 열심히 일하고 가정을 키워 숫자를 늘리고 재산을 얻어 부자가 되었다면! 그때 더더욱 많이 빼앗아 올  있을거야! 한번만 뺏겠어? 수십번도 더 빼앗을 수 있을걸? 크크크! 알아서 상납하게 될거라 이거야! 명목은 '기부'랍시고 착취하는거지!"

"야 정수... 아니 이 새끼 또 시작이네."


"미리네! 생각해봐! 지금 원래 있던 장소로 흩어진 녀석들이 수년 후에 가진자가 되어서 돌아오는거라고!  십년 정도만 기다리기만 해도 연금마냥 돈을 줄줄 뱉을거란 뜻이지!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또 교육시설에 투자하는거야! 나의 은혜를 입은 아이들은 또 성장해서 더 큰 부자가 되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돈을 주겠지! 그걸 이용해서 더 넓은 범위로 세력을 뻗치고,  후에는 내 파편을 보이는대로 수집할 수있게 될걸? 못해도 수천개는 될테니까 한사람당 하나씩만.. 아니 한가정당 하나씩만 찾아낼 수 있으면.."

"야이 씨. 그건 네 맘대로 하고, 슬슬 정리하자고."

"그리고 종교는 좀 그러니까 그냥 협회로 할까도 생각하는 중인데..."

"협회고 나발이고 새끼야."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는 동안, 미리네와 하얀이 바깥 정리를 적당히 끝내고 들어온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에,

"흠. 좋아 아무튼 내 이야기 들었지? 가서 내가 말한대로 해라. 일만애, 이 대성당을 제외한 모든 수단방법을 탈탈 털어서 네 신도들에게 주도록 해. 상황이 심각한 녀석들 부터 구제해."

일만애에게 지시를 내렸다.
"..."

뭐, 잘 움직이려 하지 않았기에,

"라나는 좀 괜찮아? 외부세계 나가는 등록도 거의 끝났다고 했는데... 야 정수.."
"아니, 미리네 이리좀 와봐."

"뭐... 으읍!?"

미리네의 손을 끌어당겼다.
미리네 역시 라나만큼이나 가볍기에 너무나도 쉽게 끌려와 나의 품에 안기듯 해버리곤, 그 즉시.


"으읍?! 읏..!?"

입을 맞추었다.

혀와 타액을 흘려넣는듯한 입맞춤이다.
미리네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하며 두 눈을 크게 뜨고만 있었고, 난 그런 미리네의 허리를 붙잡아 빨아들이듯이 혀를 섞었다.


간단한 것은. 간단한 마력을 사용할 수있게 해주니까.


"읍...응앗..하...앗♡ 뭐, 뭘.. 시, 시발...?!"


미리네는 할 말이 없으면 대게 욕을 한다.
아무튼 그 덕에 마력을 약간 얻었으므로,

"빨리 가서 내가 지시한 대로 행동해! 그리고 매일 아침 9시반에 보고하도록 해라!"

만애에게 명령을 내림으로써 당장 급한 상황은 종결시켰다.
앞으로 차차 진행해나가게되겠지.

"어, 그래서 미리네 뭐라고 했었지?"

"시, 시발새끼야!"

미리네는 욕을 했다.


"..."
하얀은 얼굴을 붉힌채로 아무말도 안하고 있다.


움찔-
라나는 움찔거렸다.

어,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못하고 의식도 없을텐데


"뭐, 뭐야 시발... 시발좀! 추워졌잖아 이 개새끼야!"


"뭐? 안아달란뜻이야? 말은 돌려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해 미리네!"
"난 항상 직설적이였어 이 엿같은 새끼야!"


아무튼.
미리네가 소리지르는 것을 적당히 무시하며 라나를 한번 바라보면,  다음에 든 생각은 하나다.

'라나는 당분간 못움직일텐데... 그럼, 외부세계에서 전위를 맡아줄 사람이... 흠.'

이번 일. 단순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라나는  많은 소모를 한 셈이다.
이곳을 벗어나오거나 점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말이다.

당분간 움직이지 못할테니, 외부세계로 나가는 것도 늦어지겠지.

라나는 소중한 전사.
미리네식 표현으로 말하면 서포트 빼고 딜탱 다되는 포지션.
없으면 여러모로 고생하는 역할


잠시라면 하얀이 대체 할 수야 있겠지만...

"역시 새로운 하수인을 하나 늘려야  시기가 왔나..."


라나의 빈자리를 매꿔줄,
그리고 라나가 돌아와서도 좋은 시너지를   있게할, 네번째 하수인을 찾아봐야 할때가 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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