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라나2 (6)] (59/112)



〈 59화 〉[라나2 (6)]

그녀들 각각의 이름을 말할 순 없지만.


'일천애'는 오랜시간, 아주 오랫동안 일만에에게 길들여진 이들이다.


그들의 가족과 사회생활 등등에 온갖곳에 미리 손을 뻗고 뿌리를 뻗어 신중하게 정했고 골랐으며, 그렇게 자신의 종교로 끌어들였고, 그 후에도 오랜시간을 들여서 세뇌해온 이들.


능력자였기에 더욱이 까다로웠지만, 신체강화를 할  있는 능력자들은 쓸모가 많다고 생각했기에 열심히 얻어온 이들이다.


그녀들은 각오했다.


일만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기로,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겠노라, 복종하고 말겠노라 그렇게 생각했다.

끼이이익-


<만애교: 예배실>


거대한 예배실의 문이 열릴때도 그랬다.

각오는 확실히 했다.
라나가 예배실로 들어가려 했고, 그렇게  과정은 너무나도 빨랐다.

말리거나 생각을 정리할 틈따위도 없었고,
라나는 그렇게 할  있는 가장 정확하고 가장 빠른타이밍을 노려 행동한 것이다.

조금은 섣부를 수도, 라나의 계획이 뭔지 몰라도 이런 속도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을것이라 예측할 순 있었겠지.


하지만 중요한건 라나가 예배당에 들어가서 '성녀'의 신분을 자칭하며 무언가 말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것이 산산조각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건 막아야 했다.


그 어떤 방식으로도 라나를 협박할  없었음을 증명했으니,
부모를 포함한 가족도, 자신의 목숨도 고통도  어떤 것도 라나를 구속할 수 없었다. 능력자들을 비롯한 힘으로 그녀를 누르려 했지만,


 무슨 재수없는 이야기인지.

'능력자라니!'

하필이면 그녀도 능력자라니,
아니 하필이면 그녀가 신체강화 능력자였다니!


'사탄마귀로 몰아야 해!'

사탄이나 마귀,   사악한 악마따위로 그녀를 몰아 붙일 생각을 해보았다. 예배실의 문이 열리는 순간

'저 여자는 악마입니다! 마귀입니다!' 라고 소리쳐볼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머릿속에 흔히 그려지지 않던가?

라나의 눈은, 그 생기없고 차가운 눈은.
자신이 부모님의 다리에 칼이 박혀들어가고 있음에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든 신도들을 죽여버리고도 남았으리라,

그러니까 두려운 것이다.


인해전술.
쉽지.

제압할지도 모르지. 수백명이 죽고 나서 능력자들이 합세하면 어쩌면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것도 라나가 싸우기로 결정했을때. 싸워준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이야기인지라. 작정하고 마귀인채 하며 그 인파속으로 파고들어가면? 일반인 정도는 한 주먹감인 그들을 간단하게 물리치며 도망칠 수 있으리라.

'방법... 방법이 없어!'

방법이라곤 하나 뿐이다.
라나가 예배실에 들어가는 순간 검을 휘두르는 것.

수많은 인파들 틈에 있겠지만, 그런 인파들과 함께 라나를 베어버리는 것.
잠깐이나마 안심하여 천천히 걸어가게 될 라나를 그 틈 찰나에 죽여버리는 것.


'아... 아아!'

살인.
그보다 더한것이다.
살육을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죄없는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명분도 없이 죽여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만애교주님을... 만애교를 지킬 수 있어!'


이곳이 지켜진다. 이 장소가.

...

하지만..

"아!"

하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망설였다.


대체 누가 망설임 없이 이 상황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겠어? 대체 어떤 인간이 그렇게 해?

'안돼... 안돼! 그래도 해야 해!'


만애교주님을 위해서...

"망설였네"


망설였지만,
그럼에도 일천애는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순간이다.


"망설였잖아."


라나의 목소리가 들린듯 했다.
귓가에 새겨져서 들린것 같았다.


웃음을 흘리며 인파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라나의 뒷모습에서 자신들을 비웃는 소리가 들린 듯 했다.

"나라면 망설이지 않았을텐데"


라는 그런 목소리도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절망했다.


절망한 것은 저기 저곳에, 인파 틈으로 라나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럼...난?'


그렇게 인식한 순간, 일천애가 벤 것은 틀림없는 일반신도였으리라,
무고하고 죄없는 평범한 사람을 살해 한것이다.

라나도 잡지 못하고 허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어?"


...

죽지 않았다.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상하지.
손끝에는 감각이 없었다.

자신의 검에 사람이 베어진 감각이... 없다.
그말은 즉. 빗나갔다.
막았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겠지만...


"저, 저기... 괜찮으세요?"


그 후에 들린 목소리는 낮은곳에서 들린 어린 소녀의 목소리.


"뭐...뭐야."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내린 순간.
그곳에 있던건 목소리와 같은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머리카락도 피부도 흰 '하얀'소녀.
그녀는 신도 한명을 끌어 당긴채로 일천애의 검을 가로막고 있었다.

"누, 누구...?"


"마왕 아저씨의 신도. 같은거요."

"뭐?"


마왕의 신도가 나타났다.


* * * *

"흠흠.."


<라나 납치 약 18시간>

라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수천명 앞에 서는건데"


수천명 앞에 바로 서야 하는 이 순간. 라나라고 해도 긴장한다.
발그레 뺨을 붉히며 지금부터 하게 될 일을 떠올리면 그야 긴장할 수 밖에.

"네, 네 년이 어떻게..."


"네년이라니.  성녀잖아요?"
"아직 의식도 치르지 않았잖아."

"당신같은 더러운 몸에 안기는거? 아니면 뭐 다른 약이나 세뇌장치라도 뒤집어 쓰는거요? 그런 웃긴 의식 할리가 없잖아요."
"너...너...! 대체 목적이 뭐야!?"

"목적? 글쎼요. 당신이 데려와놓고선 그렇게 말씀하셔봐야.."


일만애는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고, 아예 상대를 잘 못골랐구나 하는, 타겟을 잘못 선택했구나 하는 그런 직감 말이다.


라나를 데려온건 일만애 자신.
건들면 안될 존재를 건드려버린 것이다.

건들지 않을 수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종교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순조롭고 순탄할 수 있었는데,

부자집 몇개 더 늘리겠다고 라나라는 사람을 데려와 버린 것이다.


아니 그런데 누가 알았겠는가?
라나라는 존재를 라나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짓까지 할  있는 사람인줄 어떻게 알았겠냐고, 숨겨진 능력자에 일만애의 능력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에 이곳까지 침범해서 알지도 못하겠는 수상쩍은 일을 하려 할것을 어떻게 알았겠어!


일만애는 교단에서 내려왔다.
신도들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 이야기 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내려와 라나에게 말했다.

"뭐, 뭘 원하는진 몰라도  주겠다."

뭔가 일어날 것이다.
라나를 막지 않는다면, 다른 수단을 쓰지 않는다면 그동안 공들여왔던 모든것이 무너질 것이다.

그런 직감을 했다.

"제가 원하는걸 준다구요?"
"그, 그래. 그러니까 방해하지 마. 제발. 좀...! 아직 하루도 안지났잖아!"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밤에는 아무일도 없었다.


라나가 활동한 시간은 고작 5시간 정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음을 기억한다.

"시발! 시발!"


겨우 그 시간만에 일만애는 라나를 배제해야 할 것을 다짐했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
"다 줄께! 돈!? 권력!? 다 주마! 아니면 뭐  종교에 희생당한 가족이라도 되는건가?  무릎꿇고 사과할께! 신도들 앞에서라도! 복수를 하러 왔으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테니까... 제발! 좀!"


수십년동안 공들인  낙원을 부수지 말아줘.


애원했다.
...


그래.


"그게 안된다면.."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는다면,
당연하다는 듯이 거절할 것을 알고 있다면..

'내 최대 파워로 네년의 의식을 뒤흔들어주마!!!'

일만애가 가지고 있을 최대의 힘을 사용해서!!!

"으아아아앗-!!!!"


라나조차도 무너트릴 수 있는 [인식저해]의 능력을!!!
파아아앗-!

빛이 솟아오른다.
안개가 진해지고 소리가 강해졌다.


라나의 얼굴이 찡그려지고 혼란스러워 진다.

'성공한다!'


터질듯한 섬광의 안쪽에서 일만애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는 듯한 능력을 사용하여 있는 힘껏 라나의 의식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된다!'


이 능력 사용의 여파는 무엇이 될것인가 걱정도 되겠지만.


'부작용은 상관 없어! 최대파워로  녀석만 세뇌시키면! 무력화 시키면 이 시련은 내승리!'

일만애는 그야말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라나의 의식을...

"...후우..."
"...?!"
쾅-!


날려버릴뻔했다.


날아간건..


"꺄아아아아아악!"
"조각상이!!!"

"뭐야! 대포라도 날아왔냐?!"
"만애교주님을 지켜라!"

"몸 바쳐서 교주님과 성녀님을 지켜드려!!"


조각상.

"? ?? 뭐, 뭐야."

교주의 능력은 자연스럽게 꺼졌다.

"지, 지금 저게 왜..."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고, 예배당의 신도들을 덮칠뻔했지만.
우우우웅-
하얀색의 보호막이 나타나 파편으로 부터 신도들을 지켜내었다.


"교주님은!?"
"교주님!!"


물론 신도들, 죽을뻔한 자신들이나 지켜준 보호막의 존재에 대해서 궁금해 하기는 커녕. 소중하디 소중한 교주님을 지키기 위해 달려들었으니,

"무, 물러서라!"


일만애는 그런 신도들을 막았다.
지금 다가오면 문제가 생길 것같다.

이 모든 것이 이 여자의 계략이 아닌가 궁금해질 정도..

하지만.


조각상이 부숴지고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긴 했지만...


'의식을 날려버렸어! 이제 세뇌만 하면...'

"아..."
멍하니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라나의 상태를 보는 순간. 자신의 승리를 생각했으니, 분명 아슬아슬했던 찰나였겠지 짐작하는 일만애.


'바로 세뇌작업을!'


그리고 바로 다가가 세뇌할 준비. 즉 자신의 목소리를 새겨넣을 준비를 하는 그 순간.


"?!!?"

반짝이는 빛이 라나의 몸을 한번 감싸안았다.

띠링-
['정화']
[모든 상태이상 제거]

띠링-
['회복']
[상처회복]


"아! 드디어! 마왕님!"

"...? 뭐?"


그리고 라나는 웃음짓는다.
'마왕'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듯이 두손을 모았다.


"지금 뭐라고..."

이때부터 라나는 일만애의 존재에 대해서 신경쓰지도 않게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저 일만애를 스쳐지나갔다.

라나.
성녀.
오후예배.
모인 사람들.
신도들.
사고가 일어난 찰나.
일만애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오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목소리.
마이크.


"아아"

라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러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오늘부로 성녀가 된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린다.

["뜻깊고 위대한 분의 성녀가 되었어요."]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생각해보니까 그런 사람 있다고 한거 같아'
'오늘 열심히 의식을 준비했던거 같아'
'그러고보니 교단의 새로운 성녀님이었나?'

그렇게 수근거리는 사람들을 향해서. 라나는 생긋 웃었다.
커다란 화면은 이제 라나를 비춘다.

거대한 예배당 곳곳에 있는 커다란 화면에서, 모두가 라나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증폭시켜주고 있었다.


["정말 뜻깊은 날이네요"]

그렇게 웃는 라나.


["갑작스럽지만, 저희 종교의 이름이 바뀔 예정이에요."]


웅성거리는 소리는 심해지고,

["당연히 모시는 분도 바뀔거랍니다."]


이내 고함이 되고 비명이나 분노섞인 목소리리가되어 한명 두명 단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일만애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겨우 이런거였어?'

성녀라는 이름을 얻어 하려는 것이 겨우 이런거?
겨우 말로, 목소리로 외모로 몇마디 해서 신도들을 선동하려 한 것이라니, 혹은 세뇌를 풀려고 한것이라니...


다른 종교처럼 꾸며도, 이미 이곳에 있는 모든 신도들은 만애교가 아닌 '일만애'. 바로  한사람에게 신앙이 집중되어 있으니.

종교의 부정함이건 부패함을 호소해봐야..
신의 있고없음을, 다름을 호소해봐야 소용도없을텐데!

그러긴 커녕 분노 하게 만들텐데!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을 향한 사랑을 세뇌를  수 있을리가 없는것을!

"하...하하! 모, 모두  여자를 끌어내라!"


일만애는 소리쳤다.

기껏 하려고 한게 이런거였어? 겨우 이런거? 이런 정도로는 일만애가 십수년 일군 이 종교는 결코...

-"납치사건의 골든 타임은 48시간, 굉장히 여유롭게 클리어 했군, 역시 나야."


"...? 남자의 목소리? 이건..."

-"그보다 아주 조잡한 방식으로 엄청나게 공들인 세뇌로군. 이 많은 숫자를...쯔쯔"

무너지지 않아야.. 하는데..


-"진짜가 뭔지 보여주마."

띠링-
['라나'가 '복종의 손아귀'  습득했습니다.]
['라나'가 '지배의 사슬'을 습득했습니다.]

띠링-
['복종의 손아귀' 래밸: 1]
[적을 자신에게 복종시킨다.]
[복종의 손아귀를 본 대상의 지배도 50% 상승. 손아귀에 닿는 적은 추가 25% 상승. 움켜쥐어진 대상은 추가 25% 상승]
띠링-
['지배의 사슬' 레벨: 1]
[지배의 사슬을 쏘아낸다.]
[적에게 사슬이 닿을때마다 지배도 레벨% 증가. 모든 복종계열 스킬의 효과가 1.5배 상승한다. 모든 지배,복종 계열의 스킬레벨: 3 증가.]


"어?"

"우아아아!"
"뭔진 몰라도 만애교주님이 위험하다!"
"뭔가에 당하신거야!"
"거짓 성녀를 끌어내려라!"
"우아아아아아!!!"


수천명이 일제히 단상으로 달려와 만애교주를 구하려고 하는  순간.


["자!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우뚝-
멈추어 섰다.

["조용히."]

그후에는 소름끼치도록 고요해졌다.


거대한 손아귀가 라나의 등에서 나타났다.

날개와 같은  거대한 손은 수천의 신도들을 덮쳐 내려가기 시작했으며, 뻗어지는 수많은 검은 사슬들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예배당의 모든 곳을 쓸어 내린다.

띠링-
['복종의 손아귀'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복종의 손아귀'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복종의 손아귀'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복종의 손아귀'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복종의 손아귀'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지배의 사슬'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지배의 사슬'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지배의 사슬'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지배의 사슬'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지배의 사슬' 스킬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띠링-
['최면' 레벨: 1]


["자아! 저희들의 새로운 신을 맞이합시다!"]


라나의 말 한마디에,
수천명의 사람들은 말 한마디. 손가락 까딱 하나 하지 못하고 일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십수년동안 아주 오랫동안 한명 한명.
정성과 노력을 다해 모아왔던 일만애의 수천 신도들이...


수많은 능력과 도구를 사용해가면서 꾸역꾸역 늘려오고 키워왔던 자신의 종교가...


["오늘부터 이 만애교의 이름은 '마왕님사랑 헤으응앗 실천교'로 개명하겠습니다!"]
-"아냐 라나 그런 이름 아니야."

찰나의 시간만에 빼앗겨버렸다.


라나 납치후 19시간째 되어갔을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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