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라나2 (4)]
<만애교: 예배실>
"와아아아아아-!"
"천국에 가기위해 필요한것 무엇입니까 여러분!!!"
"사랑입니다아아아!!!!"
"사랑 받기 위해 마땅히 섬겨야 하는건 누구입니까 여러분!!!"
"일만의 사랑을 실천하시는 만애교주님입니다아아아!!!"
"만애교주님은 무엇입니까!!!"
"이 땅에 내려오신 선지자님이시요! 우리의 구원을 위한 신실한 목회자로다!!!!"
"와아아아아!!!!"
광기.
수많은 사람들이 한시 한자리에 모여 열광하며 소리지르고 가장 앞에선 이의 말을 따라 대답하며 손을 내지른다.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는 이들 중에서는 정말로 피를 토하면서도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교주님!!!!"
"교주님이 저희를 구원하십니다아아아!!"'
"제발 저를 사랑해주세요!! 제 몸을 받으시고 새로운 구원을 얻게 해주세요!!!! 와아아아!!!!"
종교.
광신하는 종교.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조차 모르고,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채로, 자신의 사랑과 열광과 열정을 부딪혀 댄다. 신앙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구원받는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믿으며,
누구보다도 더욱 눈에 띌 수 있도록, 누구보다도 먼저 구원받길 바라므로 사람들은 있는힘껏 소리지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는 셈이었다.
"어... 그럼 금일 찬사랑가 2장 22 절, 부르고 예배 시작하겠습니다."
조용-
다음 순서가 되면 귀신같이 침묵을 지키며 다시금 신질한 신자의 모습이 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책을 펼쳐서 부르는 노래를 따라한다.
만애교주. 만애교주를 선택한 사랑의 신을 축복하고 찬양하며 기쁘게 눈물흘리며 성가대의 노랫소리를 따라 부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성수러운 만애교주님의 성수에 향을 피워 사람들이 들이마실 수 있게 하고,
"오오! 교주님!"
들이마신 이들은 환상을 보고 환영을 보며,
성령이 자신의 안에 임하였다며 소리지르고 픽픽 쓰러지는 중이다.
"와우."
이정도라면 아무리 그래도 라나,
놀라웠다.
'세뇌?'
집단적인 세뇌의 방법.
마음이 약해지는 틈을 노리는 것이 아닌, 능력과 약물을 사용하여 약하게 만들어 버린 후, 그 틈을 파고들어가 집요하게 찔러넣는 그런 정신적인 조종.
소란스러운 예배의 한 중간에서 라나는 그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의도적인 배치. 의도적인 상황.
결코 빠져나갈 수 없도록, 저곳에서 일만애의 세뇌기술을 듬뿍 얻어낼 수 있도록 배치한 장소인 곳에서, 라나는 이른바 갇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라나의 사방에는 가장 충성심 높고 신앙심 높은 이들을 선별했고, 그중에서도 외모와 언변이 뛰어난 이들, 그리고 가장 세뇌심도가 깊은 이들로 배치해놓은 상태.
저곳에서 라나를 반드시 세뇌시키겠노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장소.
얌전히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것이 또 라나다.
"오늘 처음오셨나봐요."
오른쪽 옆에서는 인상 좋은 할머니가 조용히 말을 걸어주고,
왼쪽 옆에는 자신과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포근한 인상을 주는 듯한 여성이 살짝 다가와 라나의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각선 옆에는 옆모습을 보았을때 가장 잘생겨보이는 청년 둘이 있고,
뒤에는 금태양.
그렇게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신도인 라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라나는 할머니에게 웃음을 지어 말했다.
"네, 처음 왔어요."
"아하... 어쩜 이런 예쁜아가씨가...홀홀.. 이것좀 드실래요?"
"아, 괜찮아요. 단건 잘 안먹어서."
"그러시구나.. 홀홀... 이거..."
와작-
할머니는 과자를 깨물었다.
"이건, 하아, 너무 맛이 좋아서..."
와그작-
라나가 과자를 받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듯이 아주 맛있게 과자를 베어물더니, 이내 한입에 털어넣고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어 몸을 작게 흔들고 있었다.
"몇 번 먹어도 안질리는 건데... 호호.."
힘겹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팔을 연신 긁으며 가려움을 호소하다가도 예배당에 퍼진 향기를 맡기라도 하는 순간에는 다시금 황홀한 표정으로 과자를 베어 물고 있었다.
라나는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나에게 바짝 다가와 붙어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려고 하는 듯한 여성.
그녀의 반응은 조금 독특했는데.
"처, 처음이라고?"
"아,네 분위기가 즐겁네요."
"아, 아냐...여긴... 조, 종교..사, 사이비..하아..아.."
마치 상황을 비판하려는 듯한,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 미친 사이비 집단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듯한 모습.
고르고 고른 신자치고는 독특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었다.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과자를 보면서 숨을 내뱉고 들이마시며 무심코 침을 흘리는 와중이기도 했다.
열광으로 기도하고 노래하며 소리지르고 있는 주변 모든 사람들을 한번 힘겹게 둘러보고 난 후에는 자신의 품 속에서 명함 한 장을 라나에게 겨우 건네주기도 했다.
"이건?"
"내, 내 명함..나, 나는 기..기자인데...아니.. 읏...!?"
물론 그 직후,
속이 다 비쳐보일 듯한 아찔한 천 옷을 입은 이들이 한두명 다가와 그녀의 앞에 바로 서서 나타나서는...
"이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이 여자."
"미안합니다. 이 분은 아직 좀 아프셔서요."
"흐음."
흥미롭게 상황을 바라보는 라나의 앞에서, 어떤 병을 꺼내더니 툭 하고, 물방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왼쪽에 있던 그 여성.
아니, 그 일순간. 그 소리지르고 비명지르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그 아주 짧은 시간안에 조용해져서는 라나쪽. 즉 물방울이 떨어진 곳을 바라본 것을 라나는 보았다.
그러나 그건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한건 정말 찰나의 순간,
그 직후에는 더더욱더 열광적으로 교주의 이름을 부르면서 구원을 원하는 목소리를 내었으니.. 그 중에는 아예 스스로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단상에 올라가 자신에게 축복을 내려달라는 여성도 있었을 정도였다.
품속에서 쌈짓돈을 꺼내어 바치는 늙은 이들도 있었고, 눈을 빛내어 찬양하는 말을 읇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아비규환이자 아수라장이지만, 관리하는 이들은 그 모든것이 정상이라는 양 흡족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고,
그 동안 라나의 왼쪽 여성.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부하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지만, 몸은 거부할 수 없다는 듯이 이끌리고 있는듯한 모양새.
관리하고 있는 투명한 옷의 그들은 그런 여성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여성은 납작 업드리고 말았다.
"제, 제발... 나, 나가게 해주세요... 저, 저는 이제...싫어요.. 제발..."
"자매님.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자매님은 언제든지 나가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언제 자매님을 가두어 놓기라도 했습니까?"
"아..아아."
"최소한 지금까지 함께 했던 만큼이나 환송식이라도 해드리고자 했던것을... 하하, 이렇게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비닐바지를 입은 신도는 그렇게 너털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그 시끄러운 와중에 사람들을 손짓으로 불러 사람의 벽을 만들었고,
라나가 그 광경을 보지 못하는 동안,
"자매님에게 씌인 사탄만 없어진다면 얼마든지 나가실 수 있습니다. 네, 얼마든지요."
"잠깐...싫어..주사는... 주사는 하지마요! 제발..아! 아악! 아아아앗!!"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참동안이나 계속된 비명소리는 예배의 끝이 다다를때까지 이어졌으며, 몸부림치는 듯하 소리와 비명인지 신음소리인지 모를 소리. 그리고 풍겨오는 수상쩍은 향기.
비명소리가 끝났을때는 라나와 그 왼쪽 여성과의 사이를 가로막기위해 왔던 남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이후였으며,
라나는 그 모든 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른 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그 비명소리와 신음소리에 집중하며 그 모든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다음에 라나의 왼쪽 여성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있게 되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비명지른사람은 하나 없다는 듯이 말이다.
움찔-
몸을 움직이고 표정을 움직이긴 했으나,
"아. 당신도 분명. 이. 이 곳이. 마.마음에 들거에요."
딱딱하면서도 올곧은 소리로 라나에게 말을 전하고 있었다.
"만애교주님의 사랑을 받으실 수 있을거에요. 그, 그분께 몸도 마음도 모두 바치시면 분명 행복해지실 수 있어요. 위대한 걸 이룰 수 있어요."
...
라나는 웃음을 참았다.
'묘한 곳이네'
묘하고 재미있는 곳이다.
사람들을 세뇌하기 위해 이토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곳이 따로 있을까.
만애교주라는 자의 능력은 둘째치고, 이곳은 엄청난 비용과 노력, 시간을 들여놓은 엄청난 장소가 아닌가?
냄새, 소리, 보는것과 듣는것. 그리고 먹는것 마시는것 조차. 그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신도를 자신의 것으로 삼기 위한 장치.
정말이지 이곳은
우습다.
...
예배는 머지않아 끝이나고 있었다.
열광적인 소리와 댄스타임이 있었고, 장기자랑을 보여주는 시간과 마술쇼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서커스단이라 주장하는 신도들이 들어와서 사자와 함께하는 쇼를 하던 중, 신도의 머리가 사자에게 씹히기도 했던 해프닝이 있었지만,
신도들 모두는 하하호호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다음 순서는 만애교주님의 축복을 받은 여성들의 간증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남성들은 허리를 깊이 숙여 존경과 신앙심을 표현하기도 했지.
아무튼 그렇게 끝나간 예배.
그리고 그 마지막 순서.
"오늘은 새 신도를 소개하는 날입니다."
새로운 신도의 소개.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나 마찬가지인...
"새로운 신도를 맞이하실, 만애교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자 모두 박수!"
"우오아아아아!!!!"
"교주님!!!"
교주의 등장.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오직 교주만을 위한 어린이 합창단이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고, 바닥엔 꽃이 뿌려졌으며, 새빨간 적색의 융단이 깔리고, 하늘에서는 빛이 쏟아지는 듯한 연출이 시작된다.
그런 화려한 조명을 한몸에 받으며 나타나는 교주.
일만애.
"아.. 여러분."
그가 말하는 순간.
수천명이 들어앉을 수도 있는 거대한 예배당이 삽시간에 고요해지고,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사방 곳곳에 커다란 화면이 띄워져 일만애를 비추었다.
"오늘은 기쁜날입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배장에 울려퍼진다.
마법인가. 마도장치중 하나인가. 넓고 깊게 퍼져가는 그 목소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들고 그 목소리들이 마음속에 새겨지게 만들고 있다.
['새겨지는 목소리']
[스킬 사용후 목소리를 듣는 대상이 목소리를 잊기 어렵게 한다. 모든 설득, 교섭 관련 스킬 효과 약간 상승]
일만애가 가지고 있는 힘의 갈래는 이 곳에서 더더욱이 강한 효과를 발휘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타인에게 새기고 신과 같이 울려퍼지게 만들고 있었고,
"아, 우리의 새로운 신자들이 이렇게 모여주셨습니다."
그는 새로운 신도들을 자신의 앞에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왼쪽 젓가슴을 까고 있는 남자나 오른쪽 젓가슴을 까고 있는 남자들이 예배회장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신도들을 하나 둘씩 가장 앞 단상.
웅성웅성
수근수근
교주의 앞으로 이끌고,
그렇게 이끌린 이들은 모두가 몽롱한 모습으로, 혹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비틀비틀 그의 앞에 다다랐다.
그 숫자가 겨우 일곱에 불과하지만, 모두 여성 그녀들의 옷자락은 모두 젖어버렸거나, 온 몸에 수상적은 액채가 끼얹어 있다.
"교, 교주..교주님.."
"아 교주님..."
조금씩 조금씩 교주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교주는 소리쳤다.
"자! 그럼 이제 모두 앞으로 나와 '자신의 의지'로 의복을 벗고, 영원토록 만애교에 몸바치기로 하는 서약을 진행하겠습니다!"
이상한, 듣고 싶지도 않은 추악한 이야기는 생략하자.
새로운 신도의 옷을 벗기고, 그런 그녀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희롱하여, 그것을 그녀의 의지라 말하게 한다.
능력에 혼란스러워하고 약에 지배되고 향기에 취하고 소리와 분위기에 압도되어, 군중의 심리로 짖누른다.
만애교주는 웃음짓는다.
이순간.
새로운 신도가 그 모든 장치들에 당하고 힘을 잃어, 가련하게 스스로 옷을 벗는 이순간! 이게 가장 짜릿한 순간이지!
하지만,
'자, 그럼... 그 여자도 이 쯤이면...'
그는 무언가 잘못본게 아닌가 하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괄목하여 다시보고 몇번인가 숨을 들이킨 후에는....
"뭐...무슨..."
뒷걸음질 쳤다.
라나,
다른 여성들과 같이 옷이 젖어있었다.
약? 아니면 향기? 아니면 음란했던 액체?
아니,
"젖었네요 옷이. 빨간색으로."
"네, 토마토주스 같은걸 흘린 모양이에요. 토마토는 혈관에 있는 노폐물을 없애주는 영양분을 제공해주어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모양이에요. 각종 노화방지와 항암성능도 뛰어나다고 한다는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
피.
필요한 도구를 갖추어 정신을 잃지 않고 빼앗기지 않고 현혹되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직접 상처입힌 것이다.
수단? 방법? 그런걸 대체 어떻게 알아.
이미 라나가 일어났던 그 장소는 피웅덩이가 생겨나 있을 정도였으며, 라나는 그러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채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교주. 얼굴을 보는건 처음이네요."
섬뜩함을 느꼈으리라,
교주 일만애가 준비한 수많은 장치들이 있었는데...
허벅지를 꼬집는다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걸로 자신이 준비한 모든 장치에서 벗어날리가 없다.
"그 손은 피..입니까?"
"이건 피네요. 토마토 주스를 손으로 퍼먹진 않을테니.."
두 손이 피로 물들때까지, 저 웃는 얼굴로 자신을 고문한 것이다.
하얀 옷이 검붉은 색으로 젖어들때까지. 뚝뚝 핏방울이 흘러내릴때까지. 피를 쏟아내어 그 모든 장치들에서 벗어나왔다.
'이 무슨... 마치...'
귀신.
라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걸 하기 싫은데. 어쩌실거에요?"
"뭐?"
그리고 교주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그 교주의 귓가로 파고들어가는 목소리.
한번 들으면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소리가 되어, 교주의 온 몸을 지배해나간다.
"내쫒으실래요? 아니면 제게 배교자의 낙인이라도 찍으실래요?"
"..."
숨이 막혀온다.
내쫒더라도 문제, 배교자의 낙인을 찍어 수천의 고문을 한다 한들. 바닥을 피로 적실만큼의 상처를 스스로 입히고 나서도 멀쩡하게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자다.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재생']
일만애의 선택지는 여전히 하나 뿐이다.
깊게 속삭이는 듯한 그 목소리는 일만애의 머리를 뒤흔들어 놓았다.
"아니면 그 성녀라는 걸로 만드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