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라나2 (3)]
'왜, 왜 안걸려들었지?'
만애교의 교주.
강력한 힘을 지닌 능력자이자.
일만애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자인 그는 조용한 자신의 방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의 시작은 아주 비루했다.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미물과 같았으며, 밟아도 꿈틀거리긴 커녕 그저 밟혀 죽기를 바라고 있던 인생인 존재였다.
... 노숙자였다고.
아무튼 그런 길거리 인생을 전전하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빛나는 섬광이 자신에게 떨어져 내려온것을 보았다.
그 빛은 형상을 갖추었고, 갖추어진 형상은 머리가 반쯤 벗겨져 있었고 뚱뚱한 외모를 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몇번인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듯 하더니 곧 웃는듯 했으며, 그 후에는 그에게 손을 뻗었는데,
그 때가 바로 비루하고 하찮은 노숙자인 일만애에서 일만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만애교의 교주가 된 순간이다.
['인식저해']
"오..오오오!"
인식을 흐트리는 힘.
그건 능력이었다.
마법이었다.
힘을 손에 가지게 되었다.
* * * *
일만애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많은 것을 해냈다.
인식저해란 힘은 상대의 정신을 흐트려뜨리는 힘. 혹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고 인식해야 할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흐려버리거나 할 수 있는 힘.
그럼에도 그 효과가 강력하긴 커녕 어디까지나 방해수준에 그치는 것이라 전투에 사용할 순 없었지만,
이 능력,
간단하고 단순하게 말해서 상대방의 판단이나 생각따위를 늦추게 만들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었다.
만애는 그것을 이용했다.
손을 휘저어 능력을 사용하면 상대의 인식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그 상태에서 속삭이고, 속삭이며 또 속삭이기만 한다면...
"만애교... 만애교주님...꼐..."
사람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중 가장 즐겨한건 여신도를 늘리는 것.
남자도 여자도 며칠간의 시간만 있으면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었으니,
가족도 친척도 아무튼 침범할 수 있는 모든 부류의 장소를 침범하여 대부분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좀 부족한가 싶으면 현대의 문물을 사용했다. 마약이건 미약이건, 돈과 권력이건 그 모든 것들을 사용했다. 필요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고 폭력은 우스웠으며 마약은 안그래도 강력했던 그의 능력을 더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약의 노예로,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게 얼마나 쉬웠겠는가?
그렇게 순식간에 세를 불려나갔다.
수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게 되었고, 거대한 조각상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적당한 거짓말로 만들어낸 커다란 교회안에는 이제 능력이 없더라도 움직여줄 수많은 병사들이 수하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순조롭게 지냈다.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그곳의 왕이 되려는 그 꿈같은 시간을 말이다.
하지만 그게 깨져버렸다.
깨졋다기 보다는... 그동안 내내 고민하고 품고 있었던 불안한 현실이 눈앞에 드러나 버린 것이다.
-"흠, 이쪽은 제법 잘 성장했군."
"뭐...뭐야!?"
-"아! 내 목소리는 자네한테밖에 안들리니까 너무 소란떨지 말게"
"뭐, 뭡니까.. 설마. 당신이.."
자신에게 능력을 줘버린 존재.
그 빛나는 어떤 아저씨와 같은 존재.
그가 자신에게 접촉해온 것이다.
처음엔 자신의 능력을 도로 가져가 버리려는 것이 아닐까 겁먹었었다. 몸을 떨었고 애원이라도 할까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그에게 말했지.
-"자네가 해줄 일이 있어."
"뭡니까 그게! 나, 나는! 당신이라 하더라도 내 능력은 절대!!"
-"킥..! 크..크큭! 크하..! 아니... 아닛... 크큭...! 우, 웃으면 안되는데! 아, 미안하네! 미안... A...A시를... 큭.. 노려야 할건 A시..."
"A시?"
뚝-
A시를 장악해.
라고,
웃음섞인 비웃음인지 기쁨인지 모를 그런 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끊겨버린 목소리.
그와 함께.
일만애는 A시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그저 단순했다.
자신에게 능력을 주었던 하늘위의 어떤 존재가 자신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분명 더 높은 경지.
자신이 진짜배기 선지자가 된 것처럼.
하늘이 정말로 자신에게 예언이라도 내려준것 마냥.
자신의 힘으로 정말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명이라도 있는 착각을 느끼면서,
하찮은 인생이었던 자신이 정말 중요하고 대단한 존재임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더 대단한 힘을 얻을 수 있게 해줄지도 몰라,
혹은 자신의 불안감을 영원히 잠재워버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일만애는 목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왔다.
'이곳..!'
만애교>
그리고 각 계열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정치, 사회, 기업, 학교, 그 어느곳이든지 할 수 있는만큼 손을 뻗고, 그 주인을 만나기라도 할 수 있다면 능력을 사용하여 그 모든것을 자신의 교단안으로 품을 속셈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라나의 집.
아름다운 딸이 있으며, 집안도 그럭저럭 괜찮으니..
'적당하군'
이곳에서 뻗어낼 첫번째 뿌리로써는 더할나위 없지.
그 집으로 침입할 신도를 뽑아 보냈고,
그 부모님들은 약으로 절여 자신의 명령에 충성하게끔 만들었다.
후일 약에서 깨어나더라도 아무것도 못하도록.. 딸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릴 그런 계획.
욕망도 채우고 혹시 있을지 모를 사명을 채울 수도 있는 기회이니, 잘 이용해야겠다 싶은 것.
하지만...
'왜 내 능력이 통하지 않았지?'
정면,
능력을 사용하면 라나는 곧바로 정신이 몽롱해져서 속삭이는 말 몇마디로 점차 세뇌되어가야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능력이 통하질 않아.
'어째서?'
자신의 능력은 미약하지만, '능력자'라고 하더라도 예외없이 통하는 강한 힘이었다.
그렇기에 이미 만애교에는 강력한 능력자들조차 자신의 신도로써 지내고 있지 않았는가? 혹시 능력자라고 한들 일만애의 능력이 통하지 않을 순 없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체질이라도 되는건가?'
어떤 체질의 문제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입술을 깨물었다.
해결해야 하는문제였고, 그 답은 간단했더라도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세워야 했던건 계획.
빠르고 신속하게 불확정요소를 눈앞에서 배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일만애가해야 할 일이기에,
"일단 아침이 오고 나면 그 여자를 내가 있는 방으로 부르도록 해라. 약을 충분히 들이마시게 하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을 준비하도록. 내가 직접 축복을 해야겠다."
"지, 직접 축복을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래, 나의 열한번째 성녀가 될 것이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그 신도는 뭘 하고 있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벌벌 떨면서 숙소안에 갇혀있나? 아니면 미리 준비해놓았던 세뇌용 신도에게 무사히 세뇌받고 있나?"
"아, 그게... 음.."
"왜?"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어딜"
"배교자 감옥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뭐?"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다른사람들은 이미 행동하고 있지만 말이다.
* * * *
<만애교: 교인 숙소>
한편,
교인 숙소.
시간은 야밤.
늦은 밤임에도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게끔 엄격한 보안과 관리가 되어 있는 장소.
복도를 돌아다니는 불침번은 한시간마다 교대하며 7층의 각 복도마다 배치되어 있고 항상 2인1조 이상으로 움직인다.
또한 현관에는 추가적인 두명이 경비를 서고 있으며, 능력자에게도 통하는 강력한 마석탄환을 주로 사용하는 저격수 두명이 14일째 연속 야근을 하는 중이다.
또 강력한 마도기계를 통해 외부의 마력이나 통신계 능력이 통하지 않는 장벽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뇌효과를 상승시키는 향은 상시 풍겨오고 있었으니,
'여기서는 숨을 좀 쉬어도 되겠다.'
라나는 그런 향의 영향이 끼치지 않는 아주 좁은 구석. 공간을 찾아가 한껏 숨을 들이키고, 수백분의 일로 배분하여 조금씩 생존을 위한 숨을 골라 내쉬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된다고 하셨죠?"
"나, 나가서 오른쪽에.."
"아! 정직하신 분이네요! 저희 신께서는 그런 정직한 분들을 사랑하신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당신도 마왕님의 축복을 받길 바랄께요!"
"네!"
"이건 마왕님의 소중한 성수입니다."
"성수...요?"
['먹으면 갓난아이도 전력질주 할 수 있는 피로회복제']
피로회복제.
"엗"
"많이 드시고 빈 병은 제게 반납해주시면 되요."
"반납."
"꼭 다시 만나요"
"네....!"
꼬옥 복도에 서 있던 불침번의 손을 붙잡아 찬양하듯 말하고는 그분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 후,
거침없이 그 자리를 벗어나 나아가고 있었다.
'쯧'
속으로는 혀를 차며, 품속의 손수건으로 손을 닦아 근처 휴지통에 버려버리곤 그렇게 라나는 아래로 향했다.
뭐 물론,
"거기 멈춰!"
"라나님!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숙소로 돌아가주세요!"
금방 가로막혓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대한 종교.
하나의 명령으로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장소. 간단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장소였다면 이렇게 커질 이유도 없었겠지.
만애교주에게 몸도 마음도 모두 바쳐야 한다는 이 정신나간 종교가 말이다.
'역시 작은 마력으로는 변신이 안되네, 더 큰 마력을 쓰면...하지만 마왕님에게도 연락이 되지 않아...'
라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어쩔 수 없지.
"미안해요. 주변을 좀 둘러보느라고..."
"수, 숙소로 돌아가시죠!"
"이제 성녀님이 되실 분이니까."
"성녀? 제가요? 이 종교의?"
"네...! 기뻐하세요, 만애교주님의 축복을 3일밤낮으로 받아내시어 만애교의 성녀님이 되실 수 있는겁니다. 그 모든 사랑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실 수 있을거에요."
"아아~ 그거 참.."
일단은 항복하는 수 밖에,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라나는 아주 정확하게 약점을 찾아내는 도중이다.
마구잡이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배교자 감옥이란 곳은 약점이구나'
어디가 약점이고
'성녀. 그 입장이라면 써먹을 수 있겠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강점이며,
'여기도 쓸 수 있겠다.'
어떤것을 빼앗을 수 있는지를 찾아내어 탐하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이야기네요"
"그게 진짜로... 어? 네? 정말요?"
"네! 만애교주의 성녀라니 기쁜 일이네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아니..어, 아무것도... 이, 일단 숙소로..."
"아, 여기선 성녀가 되는 사람도 평범한 숙소에서 자야하는 군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가 받은 선택은 만애교주님이 하신건데, 여러분은 그런 저를 이렇게 취급하려고 하는거군요?"
"고, 곧바로 귀빈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건 하고 써먹을 수 있는건 써먹기로 했다.
가질 수 있을 만큼 가지고 나면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다.
자신의 말에 놀라서 어디론가로 끊임없이 연락하고 있는 남성에게 다가가서,
아주 조곤조곤하게, 이야기 한다.
"그런데, 당신은 이 종교에 와서 뭘 얻었어요?"
"저는 그런게 아니라 오직 신실한 믿음으로..."
"믿음. 아, 그거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네? 아...네."
"믿는만큼 보답이 주어진다면 정말 좋을텐데..."
"네?"
"아, 저의 그분은 언제나 믿는 만큼 보상을 주시거든요."
"믿고 따르는건 언제나 만애교주님 뿐인... 아니 대체 누굴 믿으신다는거죠?"
의심을 뒤집어 씌워놓으며 아주 천천히...
시: 만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