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5화 〉[라나2 (2)] (55/112)



〈 55화 〉[라나2 (2)]

거대한 건물의 모습은 밤임에도 낮과 같이 찬란한 불빛을 내뿜고 있고  웅장한 자태는 하늘의 천사들이 경외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어놓은 건출물 같았다.


외벽 구석구석에는 사람의 손으로 해내어버린 정교한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으며, 그 이름과 나이 사랑의 계급이 쓰어져 있다.

거대한 문은 한 쪽을 열기에도 세사람이 달라붙어야 할정도로 거대했으나, 커다란 체구를 가진 거한들이 각각 한 쪽을 도맡아 힘겹게 문을 열기 시작하니,

문을 여는 순간 그윽하게 풍겨져 오는 이상한 향기와 알 수 없는 느낌의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라나는 그 곳을 가로질러 갔다.

49계단을 올라 다다르는 그 거대한 문을 통과하면, 문은 서서히 닫혀 실내를 어둠으로 물들였으나,

"새로운 신도이신 유씨 가문의 라나님 들어오셨습니다."


누군가가 크게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환하게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보았던것과 같은 불빛이었고, 벽이었으나,
실내의 벽은 신자들이 기부한 황금과 보석으로 찬란하게 치장되어 있었고, 라나가 딛고 있는 바닥은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으며, 양쪽으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의자의 곳곳에는 분홍 연기를 내뿜는 수상쩍은 것들이 풍기고 있었다.

'어지러워'


살짝 어지럽다고 느낄 정도로 강한 향기는 라나가 무심코 한걸음 딛게 만들었고,  순간 그녀의 양 부모님들은 자취를 감추어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음을 깨닫게 했다.


라나는 그래도 고개를 들었다.

'이건 나에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해'


[타고난 직감]
띠링-
['타고난 직감'의 스킬레벨이 올랐습니다.]

뜬금없는 레벨업이야 뭐 그렇다치고.


...

아무튼,
라나에게 영향을 끼칠지언정 안전함을 직감적으로 느낀 라나는 한걸음씩 더 나아가기 시작했고,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들려오던 그 기이한 음악소리가 음악이 아닌 어떤 이들의 신음섞인 소리임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 아♡ 앗♡아아♡"


마치 노랫소리와 같은 그런 달콤한 소리 말이다.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들어올리면 천장은 닿지 않을 만큼, 라나가 경험해보았던 던전의 3계층과 같은 정도로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로도 높았고,  앞에는 그와 같이 거대한 누군가의 조각상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얼굴은 자애로운 여신과 같았고, 뻗은  팔중 한쪽에는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을 형상화한듯한 것과 또 다른 한손에는 인간의 쾌락과 욕망을 담은 듯한 조각을 쥐고 있었으며,


그 입가는 미소를 띄고 있었고, 눈에는 보석이라도 달려있는지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웅장한 종교의  중간, 신성함따위가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기묘하며 성스러운 모습.

...

장소라 함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 장소로 한걸음 한걸음 붉은 융단을 따라 걸어갈때마다 양 옆에 늘어선 의자에 한둘 앉아 있던 신도들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고개를 숙이고 찬양하는 말을 하는 듯 하며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들 모두의 행색은 비루하여 화려한 내관과 걸맞지 않았으나, 표정은 모두가 더할나위없이 행복하다는 듯 미소지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들조차 있었으니,

라나는 점차 표정을 죽여나갔다.


'쓰레기 같은 느낌'

불쾌한 기색이 가시질 않았다.
이상하고도 기묘한 음악소리와 냄새는 둘째치고,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해 마지않은 장소, 거대하고 웅장한 곳에서, 바짝 말라 있는 사람들, 굶고 배고픈듯 했고 입고 있는건 초라하지만 '그래도 저흰 행복해요' 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면,


느껴지는 것은 기시감, 불쾌감. 어떤 종류의 역겨움 등등.

그 수많은 감정을 대체 뭘로 표현하겠는가?


'이런 곳. 마음에 안드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라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는데,


저 먼곳에, 교주가 서 있을법한 높은 단상 앞에서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사람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나는 보석에 힘을 집중했다.


호기심은 충족하고 말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제 별로 안궁금해'
별로 궁금하지 않게 되었고, 그보다도

'저 위에 있는 조각상의 보석, 황금같은거 가져다 드리면 마왕님이 좋아하시려나..'

이곳에 있는 수많은 금은 보화들에 시선이 갔지.
돈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걸 떠올려보면, 라나는 내심 키득하고 웃어버리기도 했다.

'미리네 언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다 드릴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 때쯤.


그 화려한 곳의 끝자락. 작은 방의 문이 열렸다.
기다리던 사람은 문을 열어주어 미소짓고 들어가라 말하니,

"아, 네. 뭐."

이제는 모든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담담하게 대답하곤 그곳을 향해 들어갔다.

* * * *


<만애교: 교주의 방>


거대한 조각상의 발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을 장소, 그리고 그 방.
천막을 사이에 두고는 라나가 그곳에 나타났다.


보이는건 은은한 불빛과 진해진 정체불명의 냄새. 그리고 실루엣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의 모습.

남자는 아무말 없이 라나를 보고 있었다.

라나는 신도들의 손에 이끌려 그 천막 앞으로 다다가 얌전히 앉아있게 되었고, 그런 라나의 몸을 하나하나 뜯어보는듯이 아주 오랜시간을 들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 이상하군."

한참 후에야 한마디 꺼냈으나, 그 때 꺼낸것은 이상하다는 말 한마디 뿐이었으니,

"왜 내 능력에 걸려들지 않는거지?"
"능력?"


"아니 됐다. 물러가라. 방을 내주고 입단식을  수 있도록 조치하면 된다."


 후에는 귀찮다는 듯이 적당히 손을 휘저어버린다.


죽은 호기심이 다시금 깨어난다.


'왜? 능력? 뭘까? 파편? 죽이면 되나? 진짜로 죽여도 되는 분류인가? 파편을 가지고 있으면 죽여도 상관 없잖아!'

보석. 검. 옷. 장식. 마왕님께 하사받은 능력을 발휘한다면 5초, 아니 3초안에 가능할지도 몰라, 호위가 있는듯 하고 주변에는 미약한 마력과 강력한 마력이 흩날리고 있지만,

라나라면 가능해.


'나라면  수 있어! 죽일까 죽여버릴까?'


흉흉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히익!?"


그것도 모르는 신도들이 하나 둘씩 가까이 다가와 라나를 다시 안내하려는 순간에는 흠칫- 몸을 떨면서 거리를 벌리기도 했지만..

"하아..♡ 아♡"

라나의 숨은 이미 거칠어졌다.
천막을 사이에 둔 덕분에 라나의 눈을 들여다 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겁먹을 이유도 없었겠지.

'내꺼다.  앞에 있는 나의 공이야! 아...! 보고를 할까, 아니면 먼저 저질러서 깜짝 놀래켜드릴까!'


몸을 낮췄다.
그리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
보석에 아주 자그마한 힘. 변신을 할때와 같은 정도의 힘을 불어넣었지만 안에있는 물건이 바로 입혀지지 않았다. 기능을 하지 않는건 아니었을테지만,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마력을 들이부어야 겨우 작동하는것 같은감각.


'이건...'


여기서 라나는 반쯤 확신.
그리고 한발 물러서기로 결정했다.

'그래, 그렇구나. 아직이구나'

라나는 급하지 않다.
라나는 어리석게 행동하는 일이 없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완벽하게 상황을 계산하고 판단하여 가능성이 있는 순간에 뛰어드는 라나다.

그러니까 여기선 한발 물러섰다.
아직 이곳에 더 있어야 함을 상기한 것이다.

교주.

'일단 저 사람의 정체부터 확인해야 겠네'


라나는 조용히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 * *  *

아무튼이다.

라나와 그 가족이 조용히 사랑을 전파하는 만애교의 총본산중 한 곳인 A시의 숨겨진 산A 의 한 중턱으로 들어갔다.

만애교는 사랑을 전파하고자 하는 곳,
그 모든 사랑은 교주에게 있으며 교주로 부터 나오며 교주님의 말씀이야 말로 사랑의 말씀이니 교주의 명령은 절대적인 장소다.


모든 신도들은 교주의 말 한마디에 죽는 시늉이라도 할 정도로 충성적인 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단의 간부들은  열두명으로 교주와 열두사도라는 아이돌 그룹을 자체적으로 운영중이기도 한 곳.


"아이돌 그룹?"

<만애교: 신도 기숙사>

만애교.


이곳은 그중 신도 기숙사.
신도가 될 꿈나무들이,
그 영험하고 신비로운 만애교주의 품에 안기기 위해 노력하고 가꾸는 소녀들의 거처.

강제로 끌려온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자신의 뜻이 아니었던 이들, 혹은 완전히 빠져들거나, 이유나 목적이 있어서 들어온 이들이 수두룩  장소이기도 했다.

혹여 잠입한 기자나,
혹시 잠입해 친구를 빼내려고  이들도 더러 있겠지.


"응! 교주님과 열두사도라는 그룹이 있는데, 맴버수는 총 열명이고..."
"열두사도인데요?"


"각각 특별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야!"
"능력. 설정? 진짜 능력자가 있는세상에..."

"아무튼! 신도가 되면 그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까 와버렸지 뭐야? 하하"


그중 라나는 한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한 정도로 보였고, 하얀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하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것이 보통이지만,

라나가 보기에도 저 소녀의 옷은 원피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보일 정도로 야한 옷차림.

'...'


커다란 가슴이 부각되는 정도였다.


아무튼 그런 그녀의 이름은 알  없었지만,
자신을 '하나인 사랑, 일애 7번' 이라고 소개하고 있었으니,


"이곳을 많이 좋아하시는군요?"


라나는 부드럽게 그녀에게 웃음지어주었다.


"응! 이제 이틀만 더 있으면 나도 교주님의 총애를 받아, 다음 계급인 '십애' 가 될 수 있을거야!"

물론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듣고있지는 않았다.
대부분은 흘렸고, 필요한 정보만 흡수하기로 했다.


"너는?"

"네?"


"너는  위해서 여기왔어? 그냥 만애교주님의 사랑을 받으려고?"
"네? 아뇨?"

"어? 그럼 왜? 기분좋은걸 많이 해주는 곳인데, 만애교주님에게 사랑을 바치지 않으면 절대 얻을 수 없는데..."
"아아, 저는 더 대단한 분을 섬기거든요."

"만애교주님보다  대단한 사람?"


라나 생각에,
자신이라는 사람을 콕 찝어 이곳에 데려온 이유가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오랜시간 노리고 있었다던가, 자신이 마왕과 관련된 능력자라는 것을 알아서였다던가,   이유가 뭔지 궁금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무슨 이유라도 있었겠지.

자신을 꼭 이 교단에 넣고 싶어한 자의 소행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이곳에 자신을 떨궈 놓았으니, 이 숙소에 들어와 바로 옆에서 친근히 말을 걸고 있는 이 소녀는 자신을 세뇌하기 위한 사람정도 되겠거니 생각중이기도 했다.


"만애교주님보다 대단한 분은 없어! 그분이 손대는 곳은 모든 상처가 나아버리고 그분의 입맞춤은 앉은뱅이도 걷게 하신다고, 진짜배기 능력자이신데다가 그 세계기관에서도 인정받으신 엄청난 분이셔! 그리고 또 그분의 체액을 받아마시기만 해도 만병이 물러가고... 그게 전부 사랑의 힘이라.."

그러니까 라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만애교주님의 대단함을 설파하려는 이 '일애'를 위해 말했다.

"후후, 하지만 제가 섬기는 사람은 훨씬더 대단한걸요."
"그, 그럴리가 없어. 네가 섬기는 사람이 누군데? 만애교주님은..."


"그분은 요리를 잘하셔요, 상냥하시고, 또 그만큼 냉철하시죠. 수많은것을 창조하는 사람이에요."

우리 마왕님이  대단해.

"하하, 그... 그런 걸로 무슨... 우리 만애교주님은..."
"그 분의 능력은 이미 하늘에 닿아, 하늘에 사는 존재들조차 두려워 하는 분이에요. 한번 고성을 내지르면 하늘을 무너트릴 수도 있으시겠죠. 하지만 굳이 하진 않으세요. 왜냐면 그분은 아주 자애로우신 분이니까요."

"아니, 마, 만애교주님은 사랑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실 수도 있는.."
"그 분은 힘으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실  있죠. 그 위대한 뜻을 받들 첨병을 직접 만드시고 손보셔서, 그 분의 손이 닿지 않는곳이 없을껄요? 만애교주라는 자는 당장 당신만 해도 건들지 못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저의 그분은 지금 당장에라도 놀라운 힘으로 기적을 행하실 수 있죠."


"그, 그럴리가 없잖아."
"네? 그럴  있죠."


스윽-
라나는 손가락으로 벽을 눌렀다.
당연하지만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딱딱한 벽은 라나가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과 동시에 조금씩 균열이가더니 금방 구멍이 뚤려버렸다.


그것을 보여준 후,


"힘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답니다. 당신도 위대한 그분을 따르는건 어떠세요?"

샤삭- 소리내듯이 그녀에게 가까워졌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무, 무슨 소리야 나는 만애교주님께..."
"아니 아니, 그 사람은 결국 하찮은 사람이잖아요. 그분은 더욱 대단한 존재랍니다. 사랑을 바친다면 그분께 바치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아..아아.. 아니야..그게... 어..."


"잘 생각해봐요. 당신의 이름이 뭐였어요? 이름을 없애서까지 사랑할 가치가 있나요? 보답받았어요? 하지만 한번 보시는게 좋아요. 그분께선 바로바로 응답해주실  있어요. 눈으로 보여주신다구요. 소문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배기 '힘'을 가질  있게 해주죠."
"히, 힘...?"


"사랑으로 이루고 싶은게 있는거죠? 스스로 쟁취할 수 있게 하실거에요! 삼라만상 모든것을 '이루어준다' 가 아니라 '이루게 해주시는' 저의 신! 저의 위대한 그 분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수 있게 해줄거란뜻이죠!"
"아.."


"아무것도! 당신이 바쳐야 할건 그저 몸! 당신의 영혼뿐이에요! 그로써 힘을 얻고 당신은 그 힘으로 모든것을 쟁취할  있을거에요!"

"저, 정말? 그럼...아... 어라? 그럼 나, 그런거 안해도... 이런거 안해도 돼?"
"물론이죠!  분은 인간인 사도와 달라요. 신  자체! 하늘의 존재라고 한다면 바로 그분이나 마찬가지! 하찮은 사술이나 장난이 아니라, 기다림이나 죽음을 필요로하지 않고 더더욱 위대한 것을 보게 해주시니!"

"어라?"


그녀는 서서히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세뇌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라?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이 사람이 말하는 그분이 진짜 신이라면  비슷한 존재 보다 진짜 신을 따르는것 보다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 셈.


간단한 증명과 간단한 이야기
그것만 했을 뿐인데도...

"아! 제가 마왕님께 말씀드려서 당신은 꼭 축복받을실수 있게 해드릴께요!"
"네? 아...어, 네. 네..."

"그럼, 이제 이곳에 중요한 것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씀좀 해주시겠어요?"
"저는 자세한걸 몰라서...하지만... 배교자들을 가둬두는 곳이라면..."

라나는 빠르게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십수년동안 배워온 교육의 성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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