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9. 라나 2] (54/112)



〈 54화 〉[9. 라나 2]

며칠인가 시간이 흘렀다.


하얀은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으며 나름대로  적응해나가는 단계.
미리네는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외부세계로 나가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앗! 엄청나게 정교하게 정제되어 보석과도 같은 마석을 팔려고 종종 와주시는 기관의 특급능력자중 한명인 미리네님 아니십니까!!! 어서오세요!!"

"시, 시발! 목소리좀 줄여요!"

기관에서는 그러한 취급을 받고 있는 미리네.


마왕의 능력이 너무나도 정교했기 때문에, 혹은 인간의 기술이 마왕의 능력이나 생각, 혹은 다른 세계의 기준선에 도달하고 있지 못했기에 일어나는 현상.


그야 마석이 나타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정수 혼자서 약간의 마력만 있으면 마력덩어리나 마찬가지인 마석을 마음대로 주물러 정제된 마석을 만드는 일을, 인간은 수많은 기계로 시간과 정성 노력을 들여 만들어야 하니,

그러한 마석을 최하급이라곤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한개두개, 혹은 열댓개씩 가져올 수 있었던 미리네는 그야말로 초신성 취급.

'마석을 다루는자'
'마석을 강화할 수 있는 능력자'
'엄청나게 희귀한 생산형 능력자이면서도 전투능력을 겸비한 능력자'
'사기적인 주인공 능력자!'

소문이야 많고 미리네를 부르는 이름도 점점 많아졌다.

"시발"


물론 관심받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미리네는 고개를  숙이며 모자를 눌러쓰고, 그렇게 평범하게 수속의 남은 일을 마치기 위해 기관으로 들어간다.


수근수근-
"미리네다"
"시골 동네 사냥은 질렸나봐"
"외부세계로 나간다고 하던데?"
"저 발에 밟히고 싶다."
"동료를 구하지 않을까?"
"동료가 되야겠다."


수근거리는 소리와 함께..

...


아무튼 외부세계로 나가는 수속을 밟는 미리네였지만,  수속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외부세계라 함은 잃어버린 땅. 인류가 한때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물에게 빼앗긴 곳으로, 인류의 무기는 무력화 되어버렸고, 써봐야 새발의 피수준의 피해밖에 입힐  없게된. 이른바 '마경'


한국지부에서 왼쪽 위. 북서쪽에 위치해 있던 거대한 대륙은 이미 그 8할이 마물에게 완전히 멸망하여 마경이나 다름없는 땅이 되어있다.

그곳에 있는 마물들은 지성을 가지고 있기에 무리를 이루고 작전을 세우기도 하며,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도 하기에 혹여 '전이 장치'라고 불리우는 이곳의 장치를 사용하는 능력자들이


실수, 혹은 세뇌나  기타 영향을 받기라도 하여 외부세계와 이어버리는 일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즉시  한국지부역시 멸망.

그런 과정이 흔하게 나타날 수있기에, 수속은 아주 복잡하고 철저해야 했다.


신체검사에서 부터 평소에  좋아하는지 특기는 뭔지 능력의 강함과 종류. 외부세계를 탐험할  있는 능력은 되는지 당해서 빼앗길 수있는 것들과, 생각과 평소 사상에 대해서도 모두 확인하고 검증한다.

"그래서 지금  경험은요?"

"뭐요?"

"성경험."

"시발, 좋아  죽이고 그냥 여기서 나가겠다."

"하하, 농담입니다. 역시 제 말에 현혹되지 않으니 최면능력 방어율..A 적어두겠습니다."


"...??"

아주철저하게 말이다.

-"미약한 최면 능력을 쓰긴 하던데, 일반인이나 약한 녀석이었으면 넘어갔을지도 모르겠군,  내가 조치하지 않았어도 아무렇지 않았을걸? 하찮은 녀석."

"이야, 진짜 대~단한 곳이네"

덕분에 기관에 대한 미리네의 환멸이 조금 늘어났지만,
그렇게 수속을 하는 중.

그리고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정수가 미리네의 화면을 보며, 미리네의 수속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는 바로  도중!!


* * * *



라나의 집에선,,

"그러니까 다시한번 말씀해주실래요?"

라나는 의문을 표하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에 하는거라곤 자신을 낳기만 해놓은 부모님들을 차갑고 벌레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뭘 하든지 말  듣는 순종적인 딸인척, 착하고 얌전하며 공부도 잘 하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그대로 투자당한 돈을 상환해줄 것같은 딸인척 하는 것 뿐이었지만,


요즘은 되묻는 일이 많아진것이다.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네'라는 대답밖에 할 줄 몰랐던 라나의 크나큰 변화라고 할만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만애교'에 한번 나가보려고 한단다."
"만애교?"


부모님들이 이상하졌다.
어떻게 이상해졌는가 하면,

조금 좋은 방향으로,

"그동안 우리가 가족끼리 대화를 많이 안했었지?"
"...?"

"조금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어보여, 네 장래희망은 뭐니?"
"장래...희망?"


"커서되고 싶은건 있니?"
"아뇨."

"꿈을 가져보는게 어떨까? 공부만 하는 삶에서 벗어나서 말이란다."
"두분. 정말... 이상해지셨네요."


조금 변했다.
평생 라나에게 꿈같은건 없었다.

꿈을 가지지 못하게 교육해놓았으니까 당연하지.
그 십수년동안 꿈을 가져본적이야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생겨나는 즉시, 또는 생겨나기도 전에 라나의 부모님은 그것을 박살내놓았기에, 지금의 라나에게는 기억나지도 않는 이야기었다.

하고싶은 것.
그것도 없었다.


그냥 살아 숨쉬고 있는것.
그냥 누군가의 뜻대로 인형마냥 움직이고 춤추고 노래하고, 공부는 하라고 하면 하고, 성적이 우수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했다.

그렇게 '세뇌'되어 오고 있었다.


그것이 라나다.


물론 지금은...

'꿈? 마왕님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분의 도움이 되는 거야.'


꿈은 마왕 카론의 도움이 되길.

하고싶은건

'그걸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싶어, 더 많이 도와주고싶어, 보탬이 되고 싶어'

정수의 보탬이 되고 싶다.

이것이 지금의 라나.
장래희망도 꿈도 삶의 목적도 이유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라나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삶의 기쁨이나 행복함, 쾌감이라는 존재를 알려준 것은 마왕 카론, 마정수. 오직 그분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시말하면,
라나의 부모님은 조금 늦었다.

그런 라나를 만들어왔고, 이제와서 바꾸려고 했지만, 라나는 이미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 마냥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을 시기도  것이겠지.

하지만 뭐,


라나.

"그래도 아♡ 좋네요."

이야기를 한다.
두 부모님에게 어떤 감정은 없다.


하지만 흥미는 조금 생겼고, 라나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타고난 직감]

그것이 직감.
여기에서는 손을 대어야 한다. 이 변화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그런 강한 직감과 함께, 그저 흥미롭게 상황이나 알고싶은 지식욕을 채우고 싶어진 욕망의 종류.

라나가 흥미를 보이는 순간.
두 부모는 안심한듯 얼굴을 활짝 폈다.

"아! 정말 다행이구나!"
"우린또 네가 거절하면 어쩌나 했지!"

"후후, 그래서 어떻게 할건데요?"

"지금 당장 만애교의 교회로 가는건 어떨까?"

그중 아버지는 '만애교'라는 종교에 대한 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라나는 몇번인가 고민하는 척 하고는..


"그럴까요?"

그 뒤를 쫒기로 했다.
너무 급하고, 너무 서두르는것 같고... 또 무언가 초조하고 지쳐보이는  사람의 안색도 신경쓰였으니까..


그런데,


"아, 가정부 언니도 같이 가는거에요?"


"으, 응? 응! 그래 그렇지. 늦었지만 우리를 위해 좀 도와준다고 하는 구나, 하하."
"... 그... 만애교라는 곳에요?"

"그래! 만애교의 신도분이셨거든! 우리둘에게 만애교의 좋은 가르침을... 후...후읏! 마, 많이... 앗! 아, 알려주셨...♡ 읏. 단다..아!"

가정부가 따라온다.


이전날, 쓰러진 가정부를 대신해 들어온 조금 젊은 가정부.
예쁘장하게 생겨가지곤 말수가 적긴 했지만, 지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라나를 보고 있었고,

집 바깥으로 나갔을 땐...
이미 차가 대기되어 있었다.

"마, 만애교에서 보내준 차구나! 다행이다 라나."


그리고 그 순간.
라나가 가정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아,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순간.

덥썩-
라나의 팔을 그녀의 부모님들이 붙잡았다.


'납치?'

납치라도 하는것 마냥.
거부하면 강제로라도 태우겠다는 것처럼.

"라, 라나야..."
"네 엄마."


"차, 차에 타자꾸나, 어서."
"그래요. 그렇게 해요."


"차,착하구나..하하, 빠, 빨리 빨리.."
"..."

"만애교주님의 신성한 축복을 바, 받을 수 있을 것같구나.."

그렇게 속닥거리며 말이다.
명백히 정상이 아니다.


눈은 퀭하고, 덜덜 떨고 있다.

'이상하네, 이런 사람들이 아닌데'

이상하다곤 느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프다고 느낄만한 힘으로 자신을 꽈악 잡고 있는 두 사람.
그렇게 서서히 미리 대기해있던 검은 차량으로 이끌고 있는 두 사람.

...

뒤에는 가정부.
앞에는 처음보는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정중하고 정갈하게 몸을 정돈하듯  후, 꾸벅 인사를 한다.


'??'

그 모든 것이 영문모를 일이지만,
라나는 일단 그 움직임에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런 이상한 일에, 자신의 집안일에, 굳이 정수를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았기에,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다간 곤란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단 생각 때문에,


'죽이지 말자. 짜증나도 죽이지 말고 참아보자. 죽이고 싶어도 꾹 참아보는거야'


그렇게 다짐했다.

* * *  *

...

이건 신화다.

아주먼 옛날,
하늘은 지상을 내려다 보고 있었는데,

 지상의 사람들은 타락할대로 타락해서 온갖 끔찍한 일들을 자행하곤 했다.

그 끔찍한 일들을 말로 표현하라 한다면 수도 없이 많았을테지만, 사회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크나큰 사건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현대의 어떤 범죄가 와도 비빌 수 없는 그런 끔찍한 일들.
그 모습을 본 하늘은 그러한 지상을 벌하기로 결정했고,

세상에 온갖 마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마물들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지상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그중 가장 강력한 존재인 '마왕'의 통솔 아래에 세상을 쓸어버리려 했다.


전쟁은 마치 학살과 같았으나, 인간중에서도 강력한 힘과 정의감을 타고난 이가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현대의 '용사'라고 부르는 자의 강림.


그는 수많은 마물군대를 뚫고 마왕에게 찾아가 1:1의 승부를 제안했으며, 마왕은 그 용사의 도전을 받아들였고,


수개월이라는 기나긴 싸움끝에 용사는 승리했다.

마왕은 패배하여 마물의 군단을 이끌고 뒤로 후퇴했으나

하늘은 이러한 인간의 가능성을 보고 감명받아 용사에게...

"아이를 내려줘서 키우라고 했어요? 저 이거 아는데, 미리네 언니가 좋아하는 게임중하나인..."
"아니, 아닙니다. 좀더 들어보세요."

잿불을 짊어지고 최초의 화로에 가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으며,
그는 머지않아 수많은 난관과 왕을 쓰러트리고 장작의 우두머리가 되었고..

"어? 이것도 왠지..."
"그리고..."


 순간엔 열두 사도들이 나타나 용사를 새로운 대륙으로 전이시켰으며, 그로인해 세상에는 막대한 피해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이를 두고...


"..."
"..."

아무튼 여차저차 해서,
하늘에  이들은 인간에게 기회를 내리기로 했다.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될  있을지 없을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
인간들에게 얼마나 많은 감정이 넘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감정이란 무릇 인간의 본질이라,
사랑도 쾌감도 기쁨이나 희열도 그 모든것을 감정이라 하며,

믿음,  망사 랑 중에 으뜸은 단연코 '사랑'이라 말씀하셨으니,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
하늘의 선택을 받아, 사랑을 힘으로 삼는  시대 최고의 종교.

백번 천번 그리고 만번의 사랑을 실천하라

"그것이 바로 저희 만애교!"

그것이 바로 '만애교'
수천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배일속에 가려진 종교.


"어서오십쇼. 새로운 사랑의 실천자 유라나님. 당신께서는 저희 만애교의 교주님인 일만사랑, '일만애' 님의 선택을 받으신 신실한 사랑이십니다."

라나가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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