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미리네2 (4)]
미리네는 생각했다.
'아니 이새끼들은 뭐지?'
분명 그녀, 정수를 찾아서 왔을 것이다.
언제나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며 항상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별 괴상한 짓을 하려고 하는 마왕이자 관리인이자 평범할지도 모를 인간이면서 보호자 비스므리한 존재인 그런 정수를 말이다.
그 정수는 말했던 특징과 같이 괴상한 일을 수도 없이 많이하는데, 그런 일중 하나는 성욕이라던가 인간의 '성'이라는 것을 제 맘대로 다루며 여럿의 여자를 두려고 하는 듯한 성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거기엔 이유가 있다곤 하는데..
마력을 얻기 위함이라던가, 관리를 위함이라던가 하는 그런 것.
그러나 그걸 미리네가 신경쓸 필요는 없고,
정수가 그런 목적을 위해, 혹은 핑계삼아 자신의 손아귀에 잡아놓은 어느 유부녀.
그녀의 집에서 한참 그녀를 범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들어 찾아온
<귀족동네: 뒷골목>
귀족동네의 뒷골목.
뒷골목까지 찾아온건 아니다.
찾아온건 귀족동네까지. 뒷골목엔 끌려왔지.
'부 자영' 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집을 찾기위해 오긴 왔는데 뒷골목으로 끌려온 것이다.
담배냄새에 기침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키헤헷"
기분나쁘게 웃는것은 미리네의 주변에 모인 수많은 청년들이었다.
교복을 입은 이들도 몇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으며, 보기 흉한 문신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공통점으로는 전원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다는 것과 자세가 불량하다는 것 정도.
'아이고야 내가 미쳤네'
미리네는 거기서 한번더 자신의 이마를 치며 자조섞인 생각을 했는데,
그 이유는 저기 서 있는 청년들의 곱지 않은 자세를 보며 '아, 저건 그 녀석이 화내겠네' 라는 생각을 해버렸다는 이유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정수의 생각을 하게 된 탓이다.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상관 없는 녀석을 떠올렸다는게 자존심이 좀 상했으리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저 기분나쁘게 웃는 이들은 기분나쁜 손가락을 미리네에게 향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한건 이 순간이었고,
미리네는 금방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상황에서 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다른 생각을 했다.
'도망칠까? 아니면 이 녀석들...'
도망을 쳐야하나, 도망치면 자신을 붙잡으러 달려올까? 하는 뻔한 생각을 한다.
뭐 어느쪽이든 좋은 선택이었다.
도망쳐도 미리네를 쫒아올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고, 해치우려 한다면 간단하게 해낼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 이전까지 미리네가 계속 가지고 있던 생각까지 포함해야 하는 것이 지금.
미리네는 지금 살짝.
기분이 나쁘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아줌마랑 하고 있겠지 그놈은, 여기서 이러는 것도 모르고 열중이라도 하고 있을거고'
살짝 불쾌하다.
'게다가 이 녀석들 나를 뭐? 뭐 어쩌겠다고?'
기분이 나빠.
'역겨운 놈녀석들, 분명 매일 이런식으로 살고 있겠지'
힘이 들어갔다.
이 와중에도 그들의 손은 미리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그리고 그 순간엔..
"기분나빠."
누군가가 미리네의 어께끝을 건드리는 순간.
"좀. 꺼져."
쾅-!
미리네는 이들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 * * *
재력은 두 눈을 껌뻑이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커다란 체구를 가지고 있는 청년 하나가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모습.
"끄아아악-!"
멀리 날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공중에 떠올랐다는 뜻이 아니라, 말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는 뜻이다.
한 순간에 부자마을의 커다란 골목길에서 빠져나가게 되어버린 것이 그 상황이었다.
작은 소녀 한명이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아니었을테고, 하물며 체중 100kg 의 거구로 상대를 체급으로 압살하는 것이 특기였던 노멀고 1학년 3반 흰수염 이란 별명을 가진 그를 날리는 것은 성인 남자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게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능력자' 라는 뜻이었겠지만, 한동안도 그들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채로 작은 소녀인 미리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이게!"
한심한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미리네는 가볍게 도약하며 물러섰고, 그 다음부터는 일방적인 싸움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 미리네는 얌전했다. 가볍고 아슬아슬하게 양아치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적절한 수준으로 손봐주고 있었다.
'훈육이라도 해주지 뭐.'
화는 났으나 가벼운 생각으로 그 청년들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양아치들은 비교적 자신만만하고 안전하게 덤벼든다.
"이... 이 쪼끄만 녀석이!!"
빠악-!
"작다고 하지 말라고 시발아!"
물론 선을 넘는 녀석들에겐 착실한 응징을 가했는데,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일단 열명이하로 숫자부터 줄이자."
마력을 가진 사람이 평범한 인간보다 몇배는 강력한 신체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는건 이제와선 당연한 이야기고, 평범한 능력자들보다 미리네가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은..
띠링-
['전이']
한 순간 깜빡이듯 모습을 감추어 양아치들의 뒤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특별히 무기를 손에 쥐지도 않았고, 입고 있던 후드는 그대로 주머니에 손 꼿은 채로 미리네는 가볍게 이동했다.
영문도 모를 이들은 한참이나 그런 미리네를 쫒아다니면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지만..
"야, 너."
"이 조막만한 새끼가 진짜!"
"아 씨발 진짜!"
빠악-!
한명 한명.
가볍게 후려갈기는 손길 한번에 달려들던 이는 한방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는 마른기침을 쿨럭이게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재력은 망연자실하게 그것을 본다.
자신이 열심히 끌어모은 수많은 아이들이 저 작은 소녀앞에 무력하게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아니, 무력하다 싶을 뿐인가? 한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것이 저 소녀.
미리네라고 하는 저 심플해보이는 듯한 소녀의 모습이었으니,
한번 발길질을 하면 앞에 있던 청년이 멀리 날아가버리고, 손으로 후려갈기면 기절이라도 한 듯 침을 내뱉으며 바닥에 엎어진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상대할 수 없는 상대. 초월적인 무언가.
"아..."
왜 재력의 일은 이렇게 꼬이기만 하는지.
왜 지나가던 여자애 하나 잡아서 겁탈한 후에 능욕하고 그녀의 인간생애 부터 가족까지 전부다 엉망진창으로 만들려고 했을 뿐인데,
왜 이런 일을 겪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왜!"
청년 하나를 발로 밟고는 심한 짓을 하지 않으며 적당한 수준으로만 혼내주고 있는 저 소녀. 어째서인지 그녀에게 밟혀 있는 양아치 하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해벌쭉 입꼬리를 늘리고 있었지만...
재력은 분한듯이 그 광경을 보며 주먹을 다시 쥐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은가?
"그, 그래... 이거라면..!"
정수를 무너트리기 위해 특별히 구해온 이 마도장비!
이것만 있다면!
"남은 놈들 전부 이걸 하나씩 가져가!"
"큭!"
"던져줘!"
"이 녀석... 강해!"
재력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때 불량그룹의 리더였던 몸이자 가장 유명하고, 가장 공포스러웠던 학교의 주인. 모든 이들이 재력의 앞에서 엉엉울고 있었어야 마땅한 존재로써, 상당히 빠르고 정확한 속도로 자신이 불러모은 이들에게 팔찌를 건네주었다.
마도장비. 가진자로 하여금 마력을 머금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잠깐 동안이지만 능력자 이상의 신체능력을 가질 수 있는 강력한 물건!
찰칵-
물론 재력은 끼지 않는다.
시험용제품이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모르니까 무섭다.
애초에 시킬 녀석들이 있는데 자신이 사용한다니 우스운 일이지 않은가?
"다 저년 죽여!"
이제 확인 작업따위는 필요없다.
강한 이들이 끼우던 말든, 작전 개시일을 조금 늦추면 그만인 일.
'그래, 정수를 상대하기전에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이상. 양아치들 일곱여명은 그 물건을 손에 쥐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좆같은 년이!"
"누가 누구더러 좆만하데 이 씨발아!"
쾅-!
이 순간 만큼은 싸움이 성립된다.
"어?"
소녀, 미리네는 방금전까지 가볍게 누를 수 있었던 이들이 쓰러지지 않고 주먹을 맞부딪혀 오니 당황했다. 양아치중 한명은 그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이 빌어먹을 년! 지금까지 힘 믿고 잘도 도망쳤지!?"
빠악-!
길거리 싸움의 스페셜 리스트라 불릴만 할 정도로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여 무릎을 올려 미리네의 복부를 가격하려 했다.
"...!?"
미리네, 당황하여 몸을 뒤로 빼었고,
그걸로도 모자랄 것 같았기에 [전이]를 발동하여 가까운 거리로 몸을 피했다.
파앗-!
작은 불빛이 청년의 앞에서 일어났고 그 후에 미리네가 사라졌으니, 두리번 거려 그녀를 찾고는... 찾아낸 후에 바로 미소지었는데..
"뭐... 이..!?"
파앗-!
미리네가 도약한 장소에 널부러져 있던 양아치중 하나가 미리네의 발을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기분나쁘니까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그리고 한마디 하려는 미리네를 향해..
"으아아아!"
혼신의 힘을 담아 주먹을 내지르는 청년이 하나,
싸움이라면 져본적 없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던 어느 학교의 짱.
향후 조폭계에 스카웃 될것이 확정되어 있는 그가... 재력이 준 팔찌를 끼고 미리네를 향해 주먹을 뻗은 것이다.
'...'
미리네라 하더라도 마력이 담겨있는 공격에 피해입지 않을 순 없다.
아플것이다.
피도 날 것이고,
운이 안좋으면 중요한 부위에 부상을 당해 전투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하지만 오히려 이 순간.
다리가 붙잡히고, 이 양아치 녀석들이 담배를 끄지 않았고, 자신의 몸을 만지려 하고, 거기에 불법적인 물건까지 사용해가면서 자신을 공격하려는 이들을 보는 순간.
"너네 진짜 안되겠네"
미리네는 확신했다.
"너희들... 아무렇지도 않게 날 죽이려고 들어?"
이 청년들은, 이 학생들이자 불량한 이들이 자신을 죽일 생각으로 덤벼들고 있다는 것을.
그 의미는 분명하지.
남을 상처입히는 것에 망설임이 없고, 사람을 망가트리고 타인을 망가트리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부류.
태어나서 단 한번도 진짜 진다는 것이, 그 후의 굴욕과 패배감 슬픔과 무력감이 뭔지 모르는 부류.
솔직히 말해 혐오가 난다.
"진짜 기분나쁘다 니들."
그래서 미리네는 진심으로 화내기 시작했다.
남은 마력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미리네는 다시한번 [전이]를 사용했다.
달라붙은 녀석이야 뭐 같이 딸려오겠지만, 관계없이 날려버리면 그만이고,
"어, 어디갔어 또!?"
"상관없어! 아까보다 지친게 보여! 쫒아가서 죽이면 돼! 멀리 벗어나지도 못하고 쓰면 쓸 수록 지치고 있어! 그냥 쫒아가면 우리가 이겨!"
"내가 시발 저년 뒤지는 꼴 보고만다!"
"저 좆만한 년이 감히 날 때려!? 시발련!"
저기 저곳에서, 굉장한 무기를 얻은 후에 킬킬대고 있는 이들을 차갑게 내려다 보았다.
미리네는 주택과 주택을 잇는 다리 위에 섰다.
균형을 잡는것도 신기해 보이겠지만, 그런것보다 미리네는 손에 보석을 쥐고 있었다.
"다리나 팔 하나씩만 쏴줄께."
"쏴? 뭘쏴. 능력이라곤 이상한 순간이동밖에 없지?! 다 들켰어 이년아!"
"너 비능력자 상대로 능력쓰면 잡혀가는거 알지?"
"넌 이제 뒤진거야! 시발!"
"얌전히 당했어야지, 능력자라고 뭐 안전할 줄 알았냐?"
"헤...헤헤, 존나 따먹고 너네 가족도 전부 내가..."
"갱생이 안되겠네"
찰나의 시간,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으나, 그 양아치들이 미리네의 선택을 도왔으니..
미리네는 이제 망설임없이 활을 빼들었다.
"달려들어!"
"잡아서 죽여!"
띠링-
['속성 마법 궁술']
"얼음."
그리고 활시위를 겨누었고, 그 순간. 그 일대 공간의 기온은 급격하게 내려가기 시작하며
차가운 냉기 돌풍이 불기 시작했으니..
이 순간만큼은 학생들도 아차 싶어 했으나,
이제 멈추기는 늦었다.
"아!"
슈우우욱-!
다른 사람의 등장이다.
"미리네 언니~"
콰앙-!
하늘에서 도약하듯이 내려오는 그녀.
그 얌전하고 조용해 보이는 그 소녀.
그 소녀는 하늘에서 내려오며...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런 곳에..."
콰직-!
가장 앞서 있던 이의 가슴팍을 꿰뚫으며 내려왔다.
"켁...케헥! 컥!"
"이런 애들은 죽여야 해요. 아무리 심한짓을 해도 죽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까 이렇게 덤비는거라구요."
"라, 라나...? 너..."
"자기들이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니까. 한명 먼저 죽이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구요 언니."
"..."
주변은 고요해졌다.
청년 하나가 가슴팍에 검이 꿰뚫린채로 괴로워 하고 있지 않은가?
"주, 죽였... 죽이...죽였어?"
"스알고 2학년 7반 강철주먹 김강철이 죽었..다고?"
털썩-
고요해질 수 밖에, 이해할 수 없는건 둘째치고 차마 보기 무서운 광경을 눈앞에 두었으니, 자신들도 저렇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삼아 저리 보여주니.. 숨이 턱 막혀올 수 밖에.
"라나, 너 지금 그렇게 막 죽이면...!"
"죽여? 아직 안죽였는데요? 그리고 주인님께서 죽이지 말라고 하셨으니까 죽이지도 않을거에요!"
"주인님? 정수!? 그 녀석...!"
미리네.
그 상황속.
갑자기 라나가 하늘에서 떨어져선 양아치 한명의 가슴에 검을 꿰뚫고 그 양아치를 밟고 내려와있는 상황에서도, 사용하려던 마법 화살은 잊어버린 상황에서도.. 그가 왔다고 하니까 반사적으로 웃음이 지어진다.
고개를 돌렸을땐 그가 있었다.
마정수.
"이럴줄은 예상했는데, 저런 걸 가져올 줄은 몰랐네"
한쪽에 여성을 끌어 당겨 안은 채로, 씨익 웃으면서 말이다.
미리네는 다시 입꼬리를 내렸다.
대신 인상을 팍 쓰며 소리쳤다.
"야! 근처에 있었으면 재깍재깍 왔어야 할거 아니야!"
그리고 그런 소리에 정수.
"그럴일이 좀 있었어. 마력이 느껴져서 라나랑 와본건데 뭐가 문제라는... 흠흠.."
바지춤을 고쳐 입으며 그렇게 말했다.
'개새끼!'
미리네는 속으로 욕했다.
* * * *
"끄윽..! 끅!"
그 시각.
그 장소,
<귀족 마을: 골목길>
재력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있는 힘껏. 필사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아 튀어나오려는 비명이나 울음소리를 필사적으로 참았다.
'겨우' 이런 마도장비따위로는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재력의 앞에..
"재력아..!"
어머니가 다가와주었다.
부자영. 재력의 어머니, 온화하고 아름다우며 상냥한 재력의 자상한 어머니. 다정하게 재력을 안아주려 온 것이겠지.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으니 위로 해주시러 온거겠지. 그녀는 재력의 어머니니까...!
하지만 그녀는
짜악-!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니!"
재력의 뺨을 후려갈겼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