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미리네2 (2)]
모텔로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아주 작은 헤프닝. 그러니까 미리네에 대한 모텔주인의 오해로 일어난 사소한 사건은 적당히 생략하자.
중요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다.
잔뜩 긴장하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던 미리네는 그 작은 입술을 꾹 다물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를 잡기라도 하면 흠칫 놀란듯 몸을 떨었고, 그대로 외투를 벗기면서, 그녀의 몸을 천천히 기울이듯 침대위에 눕혔다.
그 일련의 행동에 어떤 반항이나 저항도하지 않고 침체하여 받아들이는 듯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침대위에 누워있는것이 지금의 미리네.
바들바들 떨고 있는것이 얼핏 보이는 듯. 부끄러워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다리와 손, 원피스 너머로 슬쩍 보이는 썩 괜찮아보이는 귀여운 사이즈의 속옷이나 살결이 눈에 띄었다.
"... 빠, 빨리 하려면 좀하지!?"
그러다가 참지 못하겠는지 굳이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는데..
'생각보다 꼴리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미리네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생각.
이 신체에 깃든 사념따위가 남아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온전히 내 생각이다. 관계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닐텐데도, 마치 처음처럼 수줍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강한척 하려고 하는 저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손 끝을 대면 일일히 놀래며 몸을 떨고, 천천히 원피스의 끈을 내려 그 보드라운 살결을 내보이게끔 해도 입술을 깨물듯이 하곤 고개만 돌리고 있다.
그런 녀석에게..
"뭣..야...!"
얼굴을 파묻었다.
은은한 샴푸향과 비누향이 풍겨오는듯 했다.
"내가 전에 사준걸 썼구나!"
뭐, 화장실에 워낙 기능이 되어 있는것이 없어, 미리네의 생활을 위해 미리네의 생활비를 빼앗아 몇가지 구비해 뒀던 것이 떠올랐다.
좀처럼 씻는것을 귀찮아 하기에 그 양이 잘 줄어들지도 않긴 했지만, 친구를 사귀면서 종종 쓰게 되었다던가 한것 같은데,
그 빛이 지금에와서 다시 발휘하고 있으니.
나는 계속 미리네의 몸의 냄새를 맡듯이 훝으며 그녀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우읏... 읏!"
일부러 신음소리를 참는것 처럼 몸을 비틀곤 했지만 상관 없고, 곧이어 그녀의 속옷을 벗겨내어 버리면 이제와서는 알몸.
햇볕을 받지 않은 새하얀 피부, 작은 체구에 어울리는 작은 가슴. 확실하기 자기주장 하며 봉긋히 솟아있는것도 즐겁다.
체구에 비해서는 오히려 큰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이었으며..
"야..계, 계속 그런.."
"생각해보니까 지금까지는 얼떨결에 했었잖아? 이런건 원래 착실하게 준비하는게 상호간에 이로운 점이 많아."
"이로운 점... 그 개소...리..읏!?"
그녀의 음부에 나의 손끝이 닿는 순간, 미리네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허리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떠올리면 여기에 오기 직전까지 자기위로에 힘쓰고 있었지. 몇 십분 지났지만 영향이 없다곤 말할 수 없다.
이쯤이면 특별한 준비는 필요 없을 정도로 축축하게 젖어들어가고 있었는데,
"작은거라도 껴줄테니까 걱정 마!"
"..."
"뭐, 처음 사봤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음부터는 제일 큰 사이즈로 찾아오도록 해. X, XL 이런거 알지? 제일큰거, 크고 얇은게 여러모로 좋다. 굳이 안쓰는게 편하지만, 돈을 아끼려면.."
"아 쫌!"
옷을 벗어던지고 준비를 끝마쳐 미리네의 위에 서듯이 하면..
"..."
"..."
실감은 그제서야 났다.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본적이 있던가, 그녀의 옷을 벗기고 행위를 위해, 정상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본적은 있었던가,
서로간의 준비를 충분히 한 후에 마음을 가다듬고, '욕구불만'이라는 행위를 해소하기 위한 적이 있기나 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세삼스러워지는 것이다.
"..."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기 눈을 내리깔고, 두 팔은 나에게 잡힌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미리네다.
호흡은 점차 가빠져가고, 곧이어 있을 삽입을 기다리는 시선을 내리면... 그에 맞추듯이 그녀의 몸으로 천천히 삽입을 시작한다.
"읏.."
미리네의 작은 신음소리, 그리고 질끈감어버린 눈에서는 닭똥같은 눈물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는데..
이건 늘 그랬던 것이다.
그것도 곧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읏...아...앗..."
점차 소리는 달콤하게 내기 시작하고, 나의 움직임에 맞추어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는 고통스러웠던 모습이 사라지고 점차 해소되어가는 성욕에 몸을 맡길것이다.
"응♡"
금방이다.
"앗...잠...으읏♡"
무언가 말하고 싶은것 처럼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며, 가느다란 허리를 띄우고 있는 미리네, 그런 그녀의 두 팔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조금더 속도를 붙여 피스톤을 시작했다.
"하아... 아..."
변하기 시작한건 이쯤 부터다.
처음에는 그저 말없이 고개돌리고, 기분좋은면 참는듯이 입술을 앙 다물고, 손은 나에게 잡힌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소극적인 행동만 하던것이 미리네였지만,
점차 속도를 높히기 시작한 때부터는 슬금슬금 손을 움직이려 하기에 손을 놓아줬더니, 스스로 나의 목에 손을 감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분좋은 곳을 찾아 해매듯이 달콤한 소리를 내며 나를 껴안아 달라붙기 시작했고,
"앗...응♡ 거깃.."
그 다음 부터는 망설임 없이 꽈악 끌어안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읏... 하아... 그... 아.."
후엔 마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듯 했는데, 그 조차도 오래버티지 못하고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나에게 애원하듯 바라보기 시작했기에...
"한번 정도는 봐주지."
그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건 미리네의 마지막 선 같은것이라 할까, 나를 바라보면서 입은 살짝 벌리고는 혀를 조금씩 내밀고 있었는데, 누가봐도 입맞춤이나 키스 따위를 원하듯 매달린다.
흐름에 따라, 안아 들고 박아넣기 좋은 듯한 미리네의 보드라운 살결과, 그리고 나의 살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칼을 붙잡은채로, 입술을 맞추고 혀를 집어넣고 타액을 흘려넣듯 얽히기 시작하면,
미리네의 하반신이 움찔거려 더욱 나에게 다리를 감아낸다.
한번 시작한 그러한 행위는 이제 참을 수도 없이 진행되어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체위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으로 미리네를 범했다.
'범했다'라고 표현하는게 좋기야 하겠지.
종반에는 미리네가 거의 의식을 잃은 채로 나의 위에 올라타고있었고, 허리를 내밀고 몸을 젖히곤 흔들기 시작했는데,
연결된 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것을 생각하는지 못하는지
"하으...으..♡ 앗♡ 앙♡"
바들거리며 애액을 뿜어내다가 그렇게...
기절.
"흠. 콘돔을 쓰는것도 나쁘진 않네"
미리네가 준비해온 사이즈가 작은 피임도구는 한번 사정할때마다 요령좋게 갈아치우며 녹초가 되어 침대에 널부러진 미리네의 옆에 대충 묶어 던져놓았는데..
이게 또 묘한 성적흥분을 자극하기도했다.
"..."
... 조금은 기분이 다르다.
정식적인 행위.
서로 합의하에 제대로 준비하고 나서 진행된 것.
욕구불만을 풀어준다는 명목이 있긴 했지만, 미리네의 성욕은 이미 한참은 풀어버리고 난 이후였고, 무엇보다 나 역시 상당한 욕구를 쏟아내고 말았다.
"... 미리네."
알몸으로 녹초가 되어 있는 미리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하아...아... 읏...뭐..."
힘겹게 대답하는 미리네, 하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으며 아마 잠꼬대였다고 생각한다. 절정의 여운에서 해어나오지 못하곤 침대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시트는 갈고 자도록 해!"
그래도 어쩔 순 없지.
지쳐있는 미리네를 한번에 안아 들고는 침대 시트를 준비되어 있던 예비용으로 바꿔 깔아낸 후에, 미리네의 몸에 묻은 다양한 체액등을 닦아 주고 나서..
"한번 더 할까.."
"읏?! 뭐...뭐하는... 하읏..♡ 응앗♡"
한번 더 하고 나서.
새로운 깨끗하고 깔끔한 시트위에 미리네를 뉘어 놓고..
나도 그 옆에 누웠다.
"수면은 상당히 중요하지! 식욕! 성욕! 그리고 수면욕이니까!"
중요한 욕구는 채워놓는다.
몽마는 단순 성욕뿐만이 아니라 모든 욕구에 민감할테니... 미리네의 옆에서, 미리네가 깨지 않도록, 그녀의 마력을 사용해 은은한 수면용 안개를 만들어낸 후,
그렇게 나도 한숨 잠을 청했다.
* * * *
이름모를 모텔이다.
고급스럽진 않지만 낡지도 않은 곳.
의외로 있을만한건 전부 있는 장소.
방안은 아직 지저분하지만 누워있는 침대만큼은 깔끔하고 포근하여 적당히 숙면을 취할 수있었던 숙박객인..
"시발."
미리네가 먼저 몸을 일으켰다.
옷은 당연히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머리칼을 끌어모으면 자신의 몸을 가릴 수도 있기야 했지만, 일단 미리네는 아차 싶어 이불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가렸다.
그리고 나면 옆을 바라보았는데,
"시이발."
다시금 욕을내뱉는 옆에 있는것은 다름아닌 정수. 아니 마왕? 카론? 뭐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 없겠지.
미리네는 이전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니 물론 자신이 이끈 곳이다.
어떻게든 하겠다는 눈빛과 의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정수였으니까,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콘돔이나, 이웃에 민폐되지 않을, 얼굴 팔리지 않을, 부끄럽지 않을 그럭저럭인 상황을 만들었다. 행위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인사라도 하거나, 욕을 내뱉고 싶었기 때문이었겠지.
하지만..
"시이발.. 왜 자고 있는건데 이 개새끼.."
자신의 옆에서 곤히 눈을 감고 잠들고 있는 정수를 보니,
뭘 할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 얌전하고 말없는, 조용한 얼굴 표정. 항상 당당하게 '뭐가 문제야?!' 라는 듯한 표정이 아니라 곤히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 그것만 보면 어제의 행위가 떠올라 버렸다.
강제적으로 열심히 반항하려던 미리네와의 그것이 아니라
아주 부드럽고 배려 있었던, 그리고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기분좋았어..! 시발!'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되는 그날밤의 행위 말이다.
그리고 이번엔 가장 많이 한, 가장 오래한 행위는 키스였기에, 그 입맞춤과 자신이 무언으로 요구해대면서 입술을 혀를 내밀었다는것까지 기억하면..
'시이이이바아아알!!'
미리내는 절망했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다.
사용한 콘돔을 묶어 근처에 대충 버려놓았는데, 그 갯수가 정확히 14개.
편의점에서 4개입 짜리를 하나 샀고 혹시나 몰라서 한개를 더 샀었으며, 그리고 다시 떠올려 보기를 '정력이 좀 좋은 편이었던거 같은데 엄청 할지도 몰라, 아니.. 그냥 예비용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또 산것이 총 4개입 3상자. 그렇게 12개.
그리고 모텔에 구비되었던 비상용2개 까지 합하여 총 14개의 다 사용한 것이 그 주변에 널려져 있었다.
양은 굳이 말하지 말자.
"... 이새끼 은근히 조루인가. 하룻밤만에 무슨.."
그리고 고개를 새차게흔들었다.
'생각하지 말자, 괜히 어제생각나서 복잡해져. 잊어버리자. 어차피 이건 마력이라던가 몽마라던가 그런 엿같은 소리에 의한 하수인이라는 엿같은 일의 연장선이잖아'
단순히 사무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좋아."
그렇게 다짐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으음...음.."
옆자리가 뒤척이기 시작했고,
미리네는 화들짝 놀라 다시 누워 이불을 뒤집어 썼다.
"잔건가. 잠을 잔건 오랜만이긴 하군."
그리고 들려오는 정수의 목소리에 괜히 두근거리거나 얼굴을 마주보기 힘들어지기도 했지.
'시발 이럴필요 없는데! 몇번 한 사이인데 오늘 이거 했다고 굳이..!'
"미리네! 기상해! 여기 아침 조식이 나오는 곳이라고 했잖아! 시간이 아슬아슬해! 식사를 즐기는 적절한 시간은 약 15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해야 여러모로 좋으니까! 바로 내려가서 식사후에 향후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하도록 하자!"
'시발새끼 진짜.'
뭐, 그것도 한 순간에 잊혀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다.
미리네는 인상을 썼다.
두근거릴 뻔한 것이 진짜 부끄럽고 바보처럼 느껴지는 바보같은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오기까지 했고,
그 후에는 슬금슬금 이불을 내리며 이야기를 꺼냈다.
"야 이.."
정확히는 꺼내려 했다.
"일어나 있었네. 내려가서 조식 먹고체크아웃 하고 바로 나가면 되겠지? 앞으로 욕구불만일땐 바로바로 말해. 그때는... 미리네?"
"아...읏..! 아, 알았...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있는 정수. 그의 남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으니.. 미리네는 금방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어가버렸다.
그 속에서 얼굴을 가리고는...
"죽어야겠다 진짜."
자신을 욕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