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학교(6)]
사실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게 많이 있는편은 아니다.
나는 힘이 없고, 내 마법들도 지금은 전부 일시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시 효력이 나올만한 것은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다고 좀더 강력한 것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마력이 많이 들어가기에 생각도 해보지 못할 것이다.
"쮸읍...쯉♡"
할 수 있는건 그나마 자영을 이용하여 만일을 대비한 마력을 충전해 두는 정도... 그 다음은 알아서 하는 수 밖에 없다.
자영을 이용하던가, 혹은 그 남편을 이용하던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말해보길.
현실적으로 재력의 아버지이자 자영의 남편을 이용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니
'이게 잘 되야 할텐데...'
이렇게 생각하는 수 밖에.
"... 좋아."
일단 교장부터 족치기로 하자. 특별히 힘이 없으나, 충분한 힘이 있을 녀석이다. 권력을 얻기 위한 첫단계로써 애매모호한 권력자의 위치는 써먹기 좋은 법.
학교의 교장실에서, 교장의 의자와 책상을 빌려쓰며 권력자의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쯤.
"어휴, 오늘은 왜 이리 사고가 많은... 음? 뭐야?"
교장은 들어왔다.
* * * *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 교장은 교장답지 않은 인상을 하고 있던 남자였다.
반쯤 벗겨진 머리, 엄해보이는 인상. 주름은 근엄하게 지어져 있고, 뒷짐을 지고 있었으며, 체격은 작은 편이지만 쫙 벌려져 있는 어깨가 인상적인 사내다.
중년의 사내 치고는 기개가 있어보인다고 해야 할까, 산전수전 다 겪어본적 있던 백전 연마의 노장을 보는 기분.
인상을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흉흉한 분위기가 끓어오를 정도였는데,
...
그보다도
부자영은, 재력이 속한 가문의 안주인이라고 한들 그렇게 엄청난 권력이라던가, 뛰어난 지략이 있는건 아니었다.
자영은 내조에 헌신했고 좋은 어머니와 아내일 뿐이기도 했었지.
이따금 사업을 돕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결국 한발짝 멀리 떨어져서 사교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 특별한 일은 하지 않았다.
아내로써 재산의 지분을 아주 약간 가지고 있긴 해도, 뭐...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런 자영에게도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쌓아올린 좋은 어머니, 좋은 아내, 좋은 파트너로써의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은 자영이 움직이는데에 아무런 장애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너무나도 간단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었던 자영.
"네 급식비리에 관한 모든 정보가 이 안에 쓰여 있지! 재단의 돈을 야금야금 가로채고 학생들의 급식비를 빼앗아 너의 뒷주머리로 몰래몰래 챙기고 있던 끔찍하고도 두려운 범죄에 대한 정보들이다!"
그 덕에 교장에 대한 다양한 비리와 패악질중 하나, 가장 끔찍한 일중 하나였던 급식비에 관한 비리를 찾아내어 교장을 협박할 수 있었다.
교장은 처음에 보였던 그 강직한 모습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처음에는 코웃음을 쳤고, 그 다음에는 나를 역으로 협박하려 했다.
"너 학생이지? 이 건방진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이딴걸 들이밀어!" 라는 식으로 말이다.
뭐, 그것도 금방. 교장실의 책상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입가를 닦아내며 나오고 있던 자영을 보고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 듯이 입을 다물어버렸지만 말이다.
자영은 수줍어 하면서도 나의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부끄럽다는 듯이 엉덩이를 살짝 흔들어 내 의자. 아니 교장의 푹신하고 안락해보이는 의자 바로 옆에!
그러니 교장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뭐가 일어난거지? 지금.. 이 상황을 내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간에.. 몰래몰래 이사장의 돈을 갈취하여 자신의 주머니로 넣고 있었다는 것을 그 아내에게 들킨 것 아닌가?
그것이 진실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저 학생의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저 학생과 함께 자신의 비리를 밝히려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겠지!
'내가 한 다른 짓들도 전부 들킨건가? 아니... 아직 이런 정도라면...'
"네가 미성년자 성매매를 즐기고 불법 유흥주점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학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챘다던가, 일부 학생들을 이용하고 꼬드겨 부정입학과 추천등을 자행하고 있다는건 뭐! 상관 없고."
그건 단 한가지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직. 아직 발뺌 할 수는 있을텐데...!'
"아, 혹시 발뺌하려는것 같아서, 여기 녹음기랑 저기, cctv를 준비해 뒀지"
"뭐,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나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 재력어머님! 저, 저 말을 믿으시는건 아니죠!? 일단 이쪽으로 오시면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저 녀석 이상한 위조 문서들을 만들어 둔거 같은데.."
"..."
그는 좆됐다.
"네 입으로 진실을 말하라."
[띠링-
['최면' : 상대를 잠들게 하거나 무의식 상태로 만든다. 이후 어떠한 단어 또는 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
[상태이상 '최면' 부여]
['지배의 각인': 사용자의 명령을 듣게 되는 각인을 새긴다.] [모든 종류의 각인 효과 '10 레벨' 증가, 지배의 각인 대상의 모든 각인 저항효과 '5레벨' 감소]
['복종의 손아귀': 일시적으로 복종상태로 만든다.]
[적의 모든 저항효과 대폭 감소, 적의 모든 강화효과 대폭 감소]
"억...어억..!?"
이 이후는 단순하다. 교장은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자신이 해왔던 모든 일들에 대해 세세하게 고백했고, 자영은 그런 교장의 옆에서 가볍게 그 증거를 녹음하고 촬영하며 기록했다.
간단한 일이다.
몇번이나 말했듯. 일반인들은 능력자에게 있어서 아주 무력한 법.
게다가 그 능력자의 근원이나 마찬가지일 이몸의 마법이 있으니 감히 누가 저항하겠는가? 물론 배터리 기능을 해준 자영에게도, 그런 자영이 조용하고 꾸준하게 힘 써준것에 대해서는 감사할 따름이지.
"나중에 적절한 포상을 내려주도록 하지 자영!"
"으읏.."
아직 저항하는 '척'하긴 하지만, 그런 자영이라 하더라도 나의 부하라 할 만하다.
부하가 성공적으로 일을 끝마치면 적절한 보상을 주도록 하자. 자영에게 어울리는건..
"딜도라도 사줄까!"
"피, 필요없..! 필요없어!"
"그래, 내가 있으니까!"
"그런게 아니라... 으읏...!"
뭐 나중에 차차 생각해보고,
이 다음. 교장이란 남자를 내 손에 넣은 후의 목적은 하나 뿐.
"자 그럼 교장! 네 비밀이 까발려지는걸 원치 않겠지!"
"뭐, 뭘 하려는 거야... 마, 말하지마. 그, 그분에게 걸리면 나, 난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교장은 자신의 비밀이 까발려진 후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
자영의 남편인 주재산이라면 이런식으로 그의 비리를 밝혀낸다 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으로 간단하게 해결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교장은 그렇지 못했고, 주재산에게 짖눌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큭큭. 별거 아니야. 간단한 일을 하나 해주면 된다."
"뭔가 원하긴 하는구나!"
교장. 잔뜩 겁먹은 채로 침을 꿀꺽 넘겨삼키고 있다.
할 수 있는건 많으니, 주재산을 무너트리기 위해 아주 위험하면서 혹은 자살이나 마찬가지 같은 일을 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었을까.
혹은 자수?
그러나 내가 하는것은 더더욱 큰 일이다.
"이제부터 이 학교의 영양사는 이몸이 한다."
영혼의 단체 정화.
"큭큭! 그리고 급식비에 많은 투자를 하도록!"
"간단하네"
"큭큭큭... 꽤 많은 돈을 들여야 할거야! 이 학교의 전원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만한 양과 품질을 준비해야 할테니까 말이야!" "앗."
"마음의 정화는 맛좋은 음식에서 부터 시작되는 법이지! 어떤 악의도 품지못하고 점심시간만 오매불망기다리게 해주마!"
"아앗."
이 사악한 계획의 끔찍하리만치 사악한 점은 교장의 주머니로 들어가던 급식비를 돌려놓고 거기에 더해 교장의 주머니에서 급식비를 더욱 끄집어내는 한편, 학생들의 평균 체중을 늘리는 것.
그리고 매점 아주머니는 실직하게 된다는 것이지만, 그런 정도의 사악함이야 마왕에게 있어서 조금의 문제도 되지 않는다.
"큭큭큭. 특정 요일의 쉬는시간에는 간식까지 나가야 할거다!"
학교는 이제 나의 손에 있다.
* * * *
그 후,
맛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이 세계의 속담중에 재미있는것이 하나 있다.
"'기분이 저기압일땐 고기앞으로 가라.' 정말 좋은 속담이야." "그거 속담 아닌데"
아무튼 예로부터 영혼을 정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중에 하나는 맛좋은 음식과 기분좋은 잠자리. 가장 확실한 방법중에 하나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아무리 맛있는것을 먹더라도 타락할 놈은 타락하고 나쁜놈은 여전히 나쁘지만, 그거야 금방 해결할 수 있지.
모두가 회색언저리의 상태에서 검은색인 녀석 하나 찾는것보다. 모두가 하얀색인 상태에서 검은 돌맹이 하나 찾는것이 더 쉽다.
말하고 싶은것은 '평균'을 그렇게 끌어올리는 것이고, 이번 작전을 통해 이 학교의 영혼 평균치는 하얀색으로 기울어 검은색이 될 자를 쉽게 찾아낼 수 있으리라.
"후후후."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지. 그리고 이 다음에는 그렇게 검은색이 되는 녀석들을 찾아 처리하는 일이 남았는데..
'죽이기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봐야 학생. 나이도 어린 편이야. 그럼... 내 병사로 써볼까...'
그에 대한 고민을 하며,
"그럼 자영! 들어가서 잘먹고 잘 자도록해!"
"아...읏... 으...응.."
자영을 집으로 보냈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교장은 생각보다 나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앞으로의 작전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예정인듯 했다. 그야 자신의 온갖 비리가 까발려지는것보다야 돈을 조금더 낼 생각을 한 것 뿐이겠지.
돈이야 다른 곳에서 끌어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내가 상관 할바는 아니니까 넘어가고.
그렇게 나오면서 나는 미리네와 라나, 그리고 하얀의 영상을 살폈다.
관리인으로써 내 하수인들의 관리는 언제나 최우선이 되야 하는 것이기에, 잠시 다른 곳에 정신팔렸다지만 확실하게 바라보는게 좋겠지.
"음음."
라나는 여전히 방안에 있다.
'오?방안에 있네'
그녀를 가두던 강철같은 공부상자는 없어지고, 그 잔해는 옆에 어딘가에 놓여져 있었으며 라나는 평화롭게 자신의 방. 자신의 책상에서 공간을 넓게 쓰고 있는 중이었다.
"...?"
그녀의 옷에 피가 좀 묻어있긴 한데,
"라나... 설마 이녀석.."
아니 생각하지 말자. 구급차라던가, 자주일어나는 문제라던가, 어떤 학생의 다리가 괴상하게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그정돈 괜찮아. 그래."
크게 신경쓸정도는 아님을 기억하자. 아직 사건이 터진건 아니니까.
"하얀은.."
하얀도 공부중이다. 내가 건네주었던 '촉수도 할 수 있는 마법기초 이론 1권'에 대해서 빠르게 기억하고 있었고, 오늘 중으로 돌아가서 보게 될 시험만 통과한다면 바로 2권으로 넘어가도 될것 같은 수준.
'큭큭, 하얀에게도 포상을 줘야겠군...'
훌륭하게 교육과정을 따라오고 있는 학생에게는 그에 합당한 포상을 주는게 좋겠지.
교과서나 새로운 문제집보다는 휴식시간에 즐길 수 있는, 혹은 동기를 더욱이 강화해줄 수 있는 것들이 좋을 것이다.
생각하면서 다음에는 미리네의 영상을 바라보았다. 미리네는 여전히 자신의 집.
-"앗...♡ 으읏♡ 후으..읏♡"
.오랜만에 혼자라 그런지 스스로 위로하는 것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의자위에 걸터앉아서 다리는 책상에 걸쳐놓고..
"흠... 음?"
다만 컴퓨터에는 아무것도 띄워놓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 자신의 옷끝자락을 입으로 물고는 신음소리를 참는듯이 열심히 그 작은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미리네.
-"후우...으..♡ 개새끼..읏...♡"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듯한 미리네는 갸날픈 신음소리를 내며 그렇게 한참을 자위행위에 몰두하고 있었다.
"..."
문제는 크다.
"욕구불만이네 이녀석."
미리네는 욕구불만에 빠져있는 것이다.
띠링-
[이름: '최 미리네']
[상태: 욕구불만]
미리네가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