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학교(3)] (39/112)



〈 39화 〉[학교(3)]

놀랍게도.


"그러니까 이 문제는 어떻게 푸는거냐면..."

떠드는 아이들은 없었다.

언제나 시끄러웠던 학급.
명문 고등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모두 학원이나 다른 곳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학교란 오직 출석을 위해서만. 가끔 필요한 내신을 위해서만 다니는 아이들이었고,

그들중 대부분은 당연하게도 다양한 방식으로 내신을 채울  있는 능력이 있는 아이들. 든든한 가족이라던가, 지인이라던가, 돈이라던가의 수단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반은 그런 아이들만을 모아두기도 한 학급이었으며,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엘리트반, 교사들에게는 문제아 반일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런 그곳이 조용하다.


말한것은 정수.

"한놈만 떠들어봐. 진짜 아주."

그래봐야 정수.


그래봐야 한심하고도 비루한 그 아이의 말.

그 말을 잘 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없었으나, 너무나도 당황했던 탓일까. 혹은 이상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던 탓이었을까..


그날 수업시간은 굉장히 조용했다.


울컥-
그날 수학교사는 울었다.

'내 진심이 통했어!'


<2학년 교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애초에 힘과 능력은 있으나 정수를 괴롭힐 의지를 잃어버린 재력은 차치해두고서라도 다른 아이들 재력의 동료들이나 혹은 재력의 동료들이 아닌 또다른 이들이 있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정수가 얌전히 당하고 있어주었더라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는 없었을테고, 자신들이 짜증날 이유도 없었을텐데, 재력이 다른 아이를 괴롭혀서 문제를 만드는 일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것은 감히 재력과 그 동료들에게 반항하고 있는 정수 탓이라,


그 정수에게 적대감, 적의, 그리고 같잖음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했다는 뜻.


그중 몇명은..


"그럼...오늘 수업은 끝이다. ... 그리고 정말 고맙다 얘들아. 이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있어서 별거 아닐수도있을테고, 너희의 지식은 모두 학원에서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란 곳이  그렇듯이 지식을 얻기 위한곳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작은 사회안에서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무대로써..."


교사의 말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러니까 이 선생님은 오늘 감동했단다. 정말... 흐윽... 이 진심이 통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선생님이 너희를 위해 여러가지.."

조금 오래 기다렸다가..


"아무튼 다음시간에 보자!"

교사가 반을 나가는 순간..!


"야!"

빠악-!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어떤 학생 하나.

"야 그만해!"


재력은 일단 말리는척 했다.
슬쩍 정수의 눈치를 보면서 소리쳐 말린것이다.

'저새끼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같은 소리를 함께 할 수 없었으니 재력이 할 수 있는 고작이었기도 했겠지. 그래서 일어나는 문제다.

그 짧은 순간 재력은 보았다.

정수의 눈빛을, 그 찰나의 순간에 재력을 향해 말하고 있는 정수의 입모양을.


입모양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재력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때만큼은 정수가  말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나중에 두고보자'


...
가장 두려웠던 아버지의  대사와 전혀 다른 종류의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 * * *


<아직: 2학년 교실>

정수는 약했다.
나약하고 한심한 녀석이었다.


몇번을 말하길.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수에게 차곡차곡쌓여온 이미지와 모습이기도 했던 것이다.

반항다운 반항도 하지 못하고 말도  못해, 잘 씻고다니지도 않았다. 기분나쁘게 웃는 일이 많았고 수업시간에는 항상 졸기만 했다.


성적도 최하위였고, 인간으로써 좋아할만한 구석이나 그에게 동정을 가질만한 구석은 없었다.


누구나가  이렇게 생각했을테지.


'당할만  녀석이라 당했어'


...

어느정도는 맞는말이다.


재력과 그 친구들은 정수의 자존감을 무너트리고 깍아내렸고, 매일같이 언어로써 그를 폭행하는 것은 물론, 불침번까지 서 가면서 정수의 잠을 방해했지만 뭐,
어느정도는 맞는 말.

정수에게 오물을 끼얹으며 조롱하고, 물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 적이 있었으며, 거리의 노숙자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끔 도와준다며 쓰레기통속에 넣어놓은적도 있었지만...


아무튼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단 하루도 맘편하게 잘 수 없었고, 누구도 정수에게 보통의 이유로 말을 거는 일은 없었을테니, 기분나쁘게 웃을 수 밖에 없었고 공부엔 손도 대지 못했을 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런데 그 녀석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수근거리던 이야기가 쏙 들어갈  있게끔.
충격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재력의 동료중 한명이 쏜살같이 달려와 정수의 등을 발로 차려했다.
반 아이들은 은연중에 그것을 응원했다. 새로운 타겟이  피해자들은 '정수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라는 사실에 환희했고, 평범한 아이들은 '건방진  꼴좋다' 라고 기뻐했다.


정수가 다시 꼴사나운 모습으로 돌아가면 반 아이들 전체의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이 만들어지는것 아니겠는가?

'걔는 당할만 했어'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일어난 일은 정반대.
정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몸을 일으켜 그의 발길질을 피하고는 그의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콰당-!
하고 조금 큰 소리가 났고,
 후에..

"켁...! 이 시..."

그가 욕을 하며 일어서서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순간.


쾅-!
다시  소리가 났다.
딱딱한 교실 바닥에 넘어진 그의 머리를 정수가 발로 밟아 커다란 소리를 낸것이다.

머리를 들려던 탓에 땅과 멀어지고, 예상치못한 발길질에 반응하지 못했으니, 머리는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을 것이고 그 순간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졌다.

...

그래서 교실이 조용해진것이다.


정적이 찾아왔다.

"괜찮아, 이런걸로 안죽어. 기절도 안했을거야. 아프긴 할거다. 머리가 흔들리고 3분 있다가 격통이 밀려오겠지."

정수는 담담하게 말한다.
아이들이 정수를... 그리고 바닥에 엎어진 이름모를 재력의 친구를 번갈아보며, 마른침을 꿀꺽 넘겨삼켰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정수는 그 다음을 이어 말했다.

"이 반에 이 학교의 이사장 딸이나 아들있어?"

이사장의 자식은 왜 찾아? 라고 반문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시선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재력을 향해 쏟아졌다.


"주재력 또 너야?"

"아니..나, 난."

"그래 일은 편해지겠군. 나중에 두고보자."

"..."


 다음에는..
교실을 나서기 시작한 것이 정수다.


일은 너무나도 쏜살같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쉬는시간 8분 밖에 안남았어! 이 배움의 터에 조폭지망생이나 인생 놓은 놈들있으면 당장  앞에 나와!"

불량한 이들을 찾아 부르짖고 있던가 했으리라,
자세한걸 기억하는 이들은 없었다.

괴상한 상황아닌가?
그 공인왕따가 갑자기 복도를 호령하며 돌아다니는것 말이다.


그것이 웃음거리가 되기는 커녕 알  없는 기운에 짖눌리고 있는 것이 말이다.


"그 자식이 좋아할 만한 영혼은 당장 튀어나오라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정신이 드디어나가버린걸지도 모르지.

물론 그 후에는 교사들이 쏜살같이 달려와서, 아무런 빽도 힘도 없는 정수를 제압할 것이 분명했겠지만..

"... 한명 한명 직접 찾아주지. 더 불만 있는 사람은 없어? 응?"


그는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야! 시발 정수새끼 드디어 돌았네."
"재력이 때문에 안건드려 줬더니 하. 참나."

덤비는 이들이 생기는 노릇.

시간을 정확히 말하면 이때부터였겠지.
정수는 새로이 나타난 두명의 소년들을 보며 비릿하게 웃었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감에 따라서, 그  소년이 달려들어 정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소년중 한명의 이름은 '기건투' 청소년 복싱 국가대표.
하지만 늘 그렇듯이 능력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요즘시대에 평범한 격투기 종목은 인기가 시들해져가는 중이었고,  더 화려한 싸움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투의 타고난 폭력성과 잔학성은 청소년 예선대회에서 달아오르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대 선수를 죽이는 지경까지 밀어붙였으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때문에 심판마저 때려눞혀..

자격박탈!


그 덕분에 이것저것 전부 포기해버리곤 비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데..


그렇게 몇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걸 했고 할 수있는 모든걸 했다. 그리고 이것도 같은 맥락.


건방진 왕따 녀석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것 또한 같은 이야기 아니겠는가?


분명 남과 다른 능력을 지녔고,
지금껏 건투를 건드릴 수 있는 이들은 없었다.


비교적 얌전히 지내왔지만, 싸울 일이 생길경우엔 건투 한명만 있으면 대부분의 상황이 깔끔하게 끝나기도 했다.


그런 정도의 건투는..


"너 이..."


뻐억-!
아찔해졌다.


'어?'


당황한건 한 순간이고,  다음에 보인 것은 정수의 얼굴이었다.
정수의 얼굴이 보인 후에는 복도의 천장이 보였고,  후에는 신발 밑창이 보였다.

그 다음엔..

콰직-!
눈을 감아버려서 잘 기억나진 않았을테지.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었다.

'내가 언제 넘어졌지? 어떻게 맞았지?'

상황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보이긴 보였을테다. 정수의 주먹. 날아오는 발차기 같은것들 말이다. 분명 몸이 충분히 움직여 반응하고도 남았을텐데. 전혀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아냐, 넌 아니야.  녀석은 너같은 녀석을 좋아하지 않아."


정수는 다시 영문 모를 소리를 했고, 건투가 겨우겨우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다음모습.


건투와 함께 정수에게 달려들었던  다른 친구의 모습.

그의 목을  손으로 붙잡고 있는 정수의 모습이었다.

* * * *


<2학년 복도>


"이... 이 새끼!"

그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눈깜빡하기도 전에 주먹을 내지를 수 있었던 청년이 사소하게 균형을 잃고 바닥에 무너지는 것을 본후에,

그렇게 비명지르며 달려오는 것이다.

눈에 깃든 것은 영문모를 두려움과 분노였고,


친구가 당했다는 것이 아닌, '감히' 나같은 것이 난동을 피웠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자의 눈빛이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상할 정도로 몸을  쓰고 있다는 것이 의문스러워 하는것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 그는

"너는 그 녀석이 좋아할 것 같네"


아마도 컨피던스가 좋아하는 영혼의 분류에 들어가지 않을까?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다른것은 없다. 자기자신밖에 생각하지 않으며 운이 조금만 나빴다면 금방 다른 괴롭힘 받는 아이들과 같은 포지션에 위치했을 것이다.

탐욕이 크고, 시기, 질투가 많은 편이다.

그로인해 저지르는 짓은 폭력하나로 일관되어 있고, 할 수만 있다면 인간성을 버리는 짓을 간단하게 저지르고도 남겠지.

그래서 목을 잡았다.
건투에 비해서는 한없이 나약한 녀석은 가볍게 손에 붙잡혔으니,

오늘은 이 녀석으로 하기로 했다.

"자, 네 기억을 보여라."


눈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내 손을 붙잡은채로 버둥거리고 있는 녀석의 목을 잡아. 그의 눈을 바라보아 말한다.


"과거를 말해"


띠링-
['최면']
['지배의 각인']
['복종의 손아귀']


아껴운 마력을 사용하여.


"어...어억!?"

모든것을 뽑아 내자.
그의 모든 기억. 경험과 과거에 있엇던 일.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과 그의 안에 잠재된 모든 것들을...


"자. 대답해."


"네..넷..."


* * * *

<스알학교: 3교시, 국어>


"의자."

재력의 친구가 달려드는 바람에 의자가 박살났으므로, 쉬는시간에 건져올린 또다른 친구중 한명. '절수' 라고 하는 녀석을 의자로 삼았다.


수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 절수는 왜 이반에 있니?"


"예!? 제가 있고 싶어서요!  불만이에요!?"

"아, 아니.. 수업에 나오는것도 긍정적인 일이구나..."

늙은 국어교사가 절수에게 무어라 하긴 했으나, 크게 신경쓸건 아니다.

"교사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배울 수 있는걸 배울 생각을 해야지 반항할 생각만 하면 쓰냐. 어리석은 녀석아."

"네...네! 그렇게 할께요!"

"동급생인데 나에게 경어쓰면 안되지"

"으, 응!"


한번 시작한 지배의 효과는 당연하게도 오래가진 않는다. 다시말해 절수가 굳이 나에게 복종된 상태를 유지하는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를 의자로 삼아, 불편한 척추뼈의 감각을 느끼면서 생각해보건데..

"좀 더 체계적으로 해야지."

다음시간부터는 조금더 체계적으로  필요성이 느껴졌다.
우선 마력의 소모가 제법 있을것 같았고, 건투라는 아이와 싸움아닌 싸움을 한 이후에는 어느정도 위협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녀석들..


'평범하진 않네'

평범하진 않다.

절수의 기억과 경험으로 부터 진짜 '조폭' 이라고 하는 폭력집단과 엮여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알았다. 쓸데없이 그곳까지 일이 커지는걸 원하지 않는다.


"이봐 절수."


"응? 왜, 왜그래 정수야?"
"너도 일진인가 뭔가 하는 그런거냐? 그럼 같이다니는 애들도 있겠네?"


"아, 응. 재력이네 보다는 아니지만..."


"아하, 주재력이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지. 학교에서 제일 강한게 재력이네인거지 그럼?"


"아, 아마? 돈도 권력도 재력이가..."

"그래... 그럼 부탁좀 해야겠네"


"재, 재력이한테?"

"아니 걔네 엄마한테."

"어?"

쉬는시간이후, 제대로된 관리를 위해서는 재력이의 도움이 필요할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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