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화 〉[학교(2)] (38/112)



〈 38화 〉[학교(2)]

악마 컨피던스는 영혼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종류가 제법 다양했던것을 기억한다.


용사의 고결하고도 고귀한 영혼을 좋아했던건 당연한 이야기고,
검게 물들어가고 있는 영혼을 좋아하기도 했지, 예를들면 언제나 정의를 추구하던 용사가 자기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타락해서 그릇된 행동을 자각없이 저지르고 다니면서 점차 물들어가는 영혼같은것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사악했으나 전혀 바깥으로 표출된적 없었던 영혼따위도 좋아했다.

기본적으로 영혼이라면 뭐든지  좋아하는 영혼덕후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녀석이었지.

...

그래도 가장 기억나는 것은 그런것이었다.


힘이없어 당하고만 있는 영혼 말이다.

힘이 쥐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타락해버리고 밑도끝도 없이 떨어지는 영혼. 그렇게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줄 수 있을 정도의 영혼.

단지 힘이 약하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 그 본성은 사악하고도 끔찍한. 혹은 추악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영혼.

악마 컨피던스가 가장 많이 가지고 놀았던 영혼이 바로 그런 것.


그렇기에 말한것이다.
당장 같은 교실 안에 가장 가능성 높은 사람을 콕 찝어 물어보았던 것이다.


딱히 근거는 없다.

그냥 얘가 의심스러웠을 뿐!


'최면어플같은걸 가지고 있을것 같아!'


이 역시 근거는 없다.

그냥 그럴것 같았으니,

"어...?"

그,
뚱뚱한 소년이기도 할 그는 나의 물음에 당황하여 그렇게 되묻고 있었다.
또한 슬금슬금 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주머니를 향해서 말이다.

휴대폰을 손에 넣으려는 것일까. 들켰다고 생각했기에 자신의 물건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었을까..


상관은 없지.

"내놔 새끼야!"

"나,  아니야!! 히익!!"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이상한 일은 전부 내 파편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해야 해. 그 악마 컨피던스가 정말 내 파편을 가지고 놀고 있다면...

이미 나를 특정하고 있을것이라 생각해야 해.
내 주변에서 어떤식으로든 활동하고 있겠지.

찾는다.


* * * *


<스알 학교>

재력은 눈을 깜빡거렸다.
조금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정수가 저질렀던 폭력이나 그 이상의 괴로운 모습을 보아버린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겠지. 그러니 이번에도 아무행동 하지 못하고 멈칫거렸는데..

일어난 일은 정말이지 기묘했다.

정수는 학교의 공식 왕따나 다름없는 녀석이지 않았는가?
특별히 재력이 건들지 않아도, 최근 그 행동이 이상하고 학교를 자주 빠지는 상황이 되어버려도, 정수는 아무튼 학교에선 고립된것이나 마찬가지인 하찮은 녀석일 뿐이었다.

물론 집에서는  아니긴 하겠지만...


아무튼 재력이 그런 정수에게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공격할 수 있었다.

정수도 그것을 특별히 건들지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았으니,

반의 모든 적의는 재력이 아닌 정수에게 향하고 있었던 일.


그러나 오늘 뭔가 달라졌다.

"거기서!!"

"허억.. 허억.. 아, 안돼... 이건 내꺼야...! 내꺼라고!"


"진짜 그따위 어플을 믿는게 아니겠지! 그 휴대폰을 내게 내놓아라 이 뚱뚱한 녀석아! 악마의 타겟이 되면 그 끝이 곱게 끝나진 않을거야! 그게 네게 행복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는 뜻이다!"


"꾸에에엑!"

돼지멱따는 소리와 함께 보이고 있는 광경은 정수가.
반의 뚱뚱한 소년이었던 '한 대지' 를 괴롭히고 있는 모습.


아니 그 정수가! 그 학교 공인 왕따인 정수가! 남을 괴롭히고 있는 그런 모습.


"하...하하..!"

재력은 뭔가 보일것 같았다.
무언가 살 길이... 정수를 묻어버릴... 아니 공격할 수있는 건수라도 잡은듯이 기뻐했다.

'저 새끼..!'

같은 동족을 본것 같아 조금 기뻐했고, 정수가 쓰레기같은 모습같아서 또한번 안심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상사병에 걸린듯이 몽롱한 모습으로 집에 있는게 괴로웠지만...

어쩌면... 저런 정수라면...

'가능성이 있겠어!'

혹시 이용할 수도 있겠거니 떠오른것이다.


그리고 그런 재력의 생각과 같이.
반의 분위기는... 아니, 2학년의 분위기는 흉흉해 졌다.

돼지...  아닌 2학년 뚱뚱한 소년 한대지가 소리쳤다.


"나, 나한테 왜이래!? 애초에 네가 재력이한테 반항하지만 않았어도...!"

"뭐?"


"네가 계속 괴롭힘 받았으면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있었잖아! 시발 개, 개새끼야! 왜 얌전히 안당하는데!? 너때문에 다들 불안해 하는거 안보여!? 그래서 내가 괴롭힘받았잖아!"


"뭐라는거야 이 뚱뚱한놈이.."

복도  가운데에서 대지는 소리치고 있었다.
손에는 자신의 휴대폰을 꼬옥 쥐고 있었으며, 정수에게 빼앗기기 직전인 것을 두고서 말이다.


정수가 재력의 괴롭힘에서 벗어난 이후.
갈곳을 잃은 재력의 패거리는 그대로 대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정수가 당해왔던 모든 괴롭힘의 종류를 말하라면 하루종일이 걸려도 부족할 정도였고, 그런 괴롭힘을... 지금까지 안전한 곳에서 정수를 방관하고 있던 대지가 당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말. 그다음에는 행동. 그다음에는 정신에서부터 대지가 가진 모든것을 빼앗기고 더럽혀질때까지 멈추지 않을 괴롭힘.


정수의 경우야 그 정신력이 남달라서, 혹은 무언가 강인한 의지가 남아있었기에 버틴것이지만..


만약 대지라면?


쉽게 죽어버리지 않을까?
쉽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다면...?
과연 재력패거리의 다음 타겟은 누가 될까?


"그게 무슨... 이 염병할..."


그런 이야기. 그런 자초지종.
요컨데 대지를 비롯한 같은반. 그리고 같은 학년의 아이들은 아직도 재력이 무섭다. 그가 무슨짓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계속 정수가 욕받이 폭력받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대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정수에게 적의를 품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정수만 얌전히 괴롭힘 당하고 있으면 우린 모두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있어'

불량청소년 패거리들을 모조리 잡고 있는 정수! 그 녀석이 다시 왕따 포지션으로 돌아와준다면! 괴롭힘당하는 포지션이 되어준다면..!


'재력패거리의 타겟은 항상 존재해야만 한다.'

"언데드왕이냐 시발! 왜! 왕따인 이 몸이 없어지면 관심을 잃은 재력패거리가 언데드무리처럼 날뛰어서 학교전체를 들쑤시고 다닌데!? 이런 개 같은 놈들을 봤나!"


그리고 정수는 화내기 시작했다.

"이건 못줘! 내,  최면어플이야!"

하지만 대지도 할 말은 있다.
정수대신 타겟이 되어 죽느니만 못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것도 억울한데,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에 들어온 새로운 힘 최면어플을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


이건 어쩌면 이전날 보다도 더더욱 굉장한 삶을 보낼 수도 있는 기회.


"네가 이상하게 되서 내가 그 대신이 되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것만큼은 절대 못줘!"

대지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지키기 시작했다.


"이, 이걸로 재력이를 TS시켜서 나한테 보, 복종하는 미소녀로 만들어버릴거란말이야!"

"거기엔 아마 그런기능 없어 미친자야!"


"꾸에에엑! 이거 놔! 이거...!"
빠악-!


물론 머지않아 정수의 손에 대지의 휴대전화는 빼앗겼고, 정수는 거기에 감돌던 수상쩍고도 검은 마력을 확인한 후.

바닥에 던져,
콰직-!


부숴버렸다.


"아...안돼에에!!!! 미소녀 TS 하렘이...!! 아...아악!"


"윽. 그 녀석이 좋아할만 하군. 어차피 그 마지막은 너 본인이 TS되서 영원히 지옥같은 곳에 떨어져 타락하는 결말이었을거다. 내게 고마워해!"


"그...그런것도 좋은데...아...아아..."


대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와 상처가 생긴 손과 얼굴. 그런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2학년 복도.

그리고  한가운데 서서는 혀를 차며 부순 휴대전화를 확인한 정수.
그런것들의 의미하는 것은 하나 뿐이었다.


'정수가 대지를 괴롭혔다.'
'학교폭력이다. 그것도 정수가 시작했어'

정수가 학교폭력을 시작했다는것정도 말이다.


하지만 이건 재력이 행동할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수는 상당히 가난하고 가족도 없으며 한심한 공인왕따. 그런 녀석이 학교폭력을... 그렇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광범위하게 안좋은 효과를 부르고 말겠지.


'정수가..'
'정수가 일을 저질렀어...'


굉장히 안좋은 소식이다.
...

주재력에게 특히.

* *  *

며칠 후,


띠링-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최면']
-['인식개변']
-['지배의 사슬']
-['지배의 각인']
-['복종의 손아귀']
-['사로잡는 매력']

단순하게 말해.
그건 파편이 맞았다.

그것도 내 마법 몇개를 적절하게 조합해낸 마법의 파편으로 만들어진 '물건' 이었다.

"컨피던스 새끼 대체 뭘 하는거야?"

악마가 생각보다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 이유도 알 수 없고 목적도 불분명한. 나의 파편을 이용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날 찾기 위함인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것일까?


...

가장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것은 당연 나의 육신.
갈기갈기 찢어진 나의 영혼과 육신을 모아 비어있는 마왕의 몸을 만들고 그렇게 새로운 마왕을 만드려는 속셈.

이거나,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이 새로운 마왕이 되고 싶은 속셈.
정도였겠지.


하지만 어느것도 장담할  없다.


이 학교에 파편을 지닌 물건을 놓은것은...


'날 찾기 위함인가?'

혹여 날 찾기 위함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아무튼 그 목적이 뭐가 되었던 악마에게 놀아나는건 더이상은 사양이다.


더이상 악마의 뜻대로 움직이진 않으리라, 올곧이 나의 의지와 힘으로 나의 부활과 복수를 끝마칠 계획이니.

"쯧. 상관 없지."

난 몸을 일으켰다.
바닥엔 대지가 누워 있고, 엉엉울고 있다.

"이 빌어먹을 인생을 바꿀 수 있을줄 알았는데! 시발 너는 왜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냐고1 애초에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일을 당할 필요도 없었는데!"


좀 화나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시발! 지금 누굴탓해!? 널 괴롭힌건 주재력과 그 무리였을텐데 왜 애꿋은 나를 탓하냐고!"


"너는 방관했잖아! 방관도.."

"너희도 나를!  몸을 방관하고 있었으면서 뭐가 잘났다고!!"


발로 밟아 주고 싶지만 참는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쉬는 시간이 끝나가니까.

"수업시간이야 들어가!"


복도에 모인 이들에게 소리치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슬금슬금 한두명씩 들어가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불쾌한 그대로다.


나를 가해자처럼 몰려고 하는 대지의 발언도,  학교의 어수선함도... 악마가 이 학교에 개입을 하고 있는것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아.

"... 나만 건드리지 못하게 하면 편할  알았는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도 괴롭히지 못하게 하는것까진 좋았는데 이 이후를 생각하지 못한 내 실책이다.

라나도 조금 있으면 이곳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이 시작된다고 한다. 미래가 결정되는거나 다름없는 일이라 하니 방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학교를 지배해야겠어'

우선 이곳을 철저하게 지배해야겠다.
...

가장 쉬운 방법은..

"주 재력."

"뭐...뭐야.. 왜..."

"이리와봐."

"뭐?"


"새끼야  때문에 괜히 욕먹었잖아!"


퍽!


폭력이겠지.
콰당-!
커다란 소리와 함께 아무렇지 않게 키득거리고 있던 재력을 때려 날려버렸다.

"이 개새끼야! 다음에 또 이런일 있으면 진짜 어떻게 되는지 보자. 내가 내가 하지도 않고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다른 애들한테 욕먹어야겠냐!? 응?! 내가 시발 비난받을 이유가 있냐고?! 응?"

"...! 이..으...??"

마땅한 반응을 찾지못해 얻어맞은 얼굴을 붙잡고 있는 재력.


"너희도! 이제 수업시작종 울렸는데 교과서 안꺼내고 뭐해!!"


그리고  다음수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최면어플을 박살낸 시점에서 악마에겐 나의 존재가 들켰다고 생각하자.


악마가 나의 주변에 무슨일을 저지르게 될지를 생각하자.
내 파편을 가지고 무슨 장난질을 칠지!
이 학교에 더 뭐가 남아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감시마저 해주도록 하자.

"오늘 수업시간에 누구 떠들어서 면학분위기 망치는 놈 하나 나와라. 꼭 나와라."

이제부터 이 학교는 내가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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