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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6. 학교] (37/112)



〈 37화 〉[6. 학교]

오늘도 머리를 좋아지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 양념치드향이 은은하게 나고 있는 조그마한 공부상자의  가운데에서, 라나는 펜을 끄적이고 있었다.

유 라나,
수능을 준비중인 수험생이기도 하며, 성격도 외모도 집안도 몸매조차도 전부 좋은 그녀는..

"..."

약간, 심기가 좋지 않았다.
방은 언제나 안정감을 주는 좁디좁은 공부상자 안이었고, 풍겨오는 향기도 여느때와 같았지만, 오늘부터는... 아니 오늘 만큼은 그다지 좋지 않은 라나의 기분.

'또 한명 늘었어'

그건 불안함이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 자신이 하고 있는건지 진짜의미의 사랑인지. 아니면 인간의 인지를 초월하고 있는 듯한 그 분에 대한 경외심이나 순수한 사모의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라나는 최근,

한명의 하수인이 더 늘어난것에 대해서 썩 좋지 않은 기분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강했다.

말하자면 라나보다도 강했을 것이다.


조그마한 키는 미리네와 비슷한 정도였고, 분위기는 우중충하달까 착 가라앉아서는 불안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던 작은 소녀.

미리네와는 달리 외견과 비슷한 정도의 나이에 펑펑 울기도 했었던 것을 기억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라나의 뇌리에 박혀들어온 것은 역시  강함.


'그게 마법?'

마법의 힘이었다.

희망의 마법을 비롯한 모든 기적의 마법은 감정의 강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것.

'그 아이가 그렇게 강하다고?'

 말은 즉.  '하얀'이라고 불리우던 그 소녀가 그정도의 강한 감정을 가지고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는 뜻이었겠지.

라나도 감정만큼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이나 동경이나 믿음이나 신앙이나 그 모든 종류의 감정 말이다.


그러니까...

분하다.


단순하게 말하면 자신보다도 마왕님에게 도움이 되는것같아 불쾌했다.


밀려나는것 같아서, 혹은 언제까지고 셋이서 있을  알았는데  하나가 늘어나서 그분의 사랑이 자신에게 닿지 않을까봐 혹은 자신에게 닿는 지분이 줄어들까봐 걱정되었다.

...말해보건데


질투난다.

빠득-
질투나.


음산한 기운을 풀풀뿜어내는 라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저 불쾌한 감정을 품는것이 아닌 어딘가에 풀어낼 필요가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펜은 이미 반으로 부러져 있었고, 라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라나가 일어서면 딱 그 크기가 들어맞는 좁은 공간에서,
라나는 뒤를 돌아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차가운 감각이 전해져 온다.


이전 양념치드향의 나무문이 아닌 강철로 이루어진 검은빛의 강철 문.
잠금장치의 갯수는 세개로 줄어들었지만 안에 들어있는 소중한 보물이나 다름없는 라나는 안전하게 감금... 아니 보관... 아니... 음. 뭐 아무튼,


그렇게 둘 수 있는 문이었다.

 집. 꾸며지지 않은 2층의 커다란 방.  한가운데 강철 공부상자!


"후후. 이러면 아무리 라나라고 해도 못빠져나오겠죠?"

"그럼 이게 얼마짜린데, 은행금고에서나 사용할 금고 방식을 공부상자에 옮겨놓았어, 우리가 열어주기 전까지 절대 열리지 않을거야."

 바깥에서 라나의 부모는 만족스럽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전날 자신들이 준비한 공부상자가 부숴졌을때 얼마나 당황했던가?
그렇게 잠금장치를 강화했지만 그조차도 부러져 버렸을땐 얼마나 허망했던가!

하지만 이거라면 걱정 없겠지.
거기에 항상 라나의 방에 한명이상의 감시인원까지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하핫! 평범한 인간이 이 공부상자안에서 나올  있을리가 없어!"
"매일 할당된 공부량을 채운 후에 우리가 직접 열어주지 않는한 말이에요!"

결코 나올 수 없는 무적의 공부상자를 만들었다 자부하고 있었다.
은행금고에서 쓸법한 특수합금을 이용한 강철의 상자를 보며,

그 부모님들이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그 순간.


우지끈-
"!?"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그럴리가.."

라나의 어머니는 홀린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안에서 소리가 들리고 있지 않은가? 본래는 모든 소리조차 차단되어 있어야할 그 공부상자 안에서 들리는 소리!


그 순간부터 어렴풋이 깨달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쿠웅-!

커다란 소리가 들려 상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바닥과 천장에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상자가 흔들리는 것을 말이다. 집이 흔들리는 것과 같았는데


쿵-!
다시금 커다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강철문의 한 곳이 움푹 패이기 시작했다.


"말도 안돼..."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밖에 없었다.


시간은 벌써 오후 10시경.

쿠웅-! 쿵-!
층간소음도 걱정되지 않을  단독주택에서 커다란 소리가 몇번인가 더 열리고 나면..

쿵!
강철공부상자의 문이 찌그러지고 연결 부위가 파손되어 라나의 방 멀찍이 날아가버리는 것을 그들은 보고야 말았다.

"아... 안돼!"


일단 어머니는 소리쳤다. 매번 그렇듯이..

"아직... 아직 3시간 더 공부해야 한다고 라나야!"

라나를 말리는 것이다.
강철문을 어떻게 부쉈는지.  부쉈는지. 라나에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이야 하겠지만,


일단 되는대로 튀어나온 이야기는 그런 것이었다.


"너는 얌전히 공부만 하면돼! 왜 자꾸 그 상자에서 나오는건데!? 간장치드로 바꿔줘야 하니!? 아니면 갈릭치드!? 말을 하렴! 대체 뭐가 불만이라서.."

라나는 공부해야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지.

"너는 우리 말을 들어야해!"

부모인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만 해.
딸인 라나는..

"대체 요즘 왜이래!  자꾸 거기서 나오는거야! 항상 말은 잘 들었잖니! 우리 말에 순종해야 네가 잘 되는걸 잘 알고 있잖니!"


순종해야만 해.

부모의 자식인 이상. 부모의 말을 새겨듣고 섬겨 들으며 그 말에는 순종하고 시키는대로 따라야 한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이 안되는것을 보고 싶겠는가?

이건 모두 부모의 마음이라, 딸인 라나를 잘 되게 만들기 위한...

'그래야 우리가...!'


그래야 본인들이 그 보답을 받을 수 있는..

"너는!"


인형으로써 존재해야만 한다.


"우리 말을 들어! 라나! 당장...! 다시 상자에 들어가! 나오지 말고 새벽 1시까지 문제집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해!"


그러기 위한 라나였다.
그런 라나가 이토록 반항하니 부모님들은 환장할 노릇.

당장 몇달전까지만 해도 완벽한 딸이었는데, 완벽하게 순종하고 완벽하게 자신들을 따르던 완벽한 딸이었으며, 이미 딸의 직업과 딸을 시집보낼 집안과 그로인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계산해내고 있었는데...

강철 공부상자 마저 부수고 나와버리니 정말 시야가 아찔해질 정도였다.

방을 나가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은채로 라나의 부모님들은 라나에게 호소했다.

계속 순종해달라고, 계속 인형으로써 있어달라고,


"..."

그러나 라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두 들은 후에,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운동 하고 올께요."


"유라나!!"

운동해야 한다.

여기서 그저 얌전하게 펜대나 굴릴때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할  같았다. 조금이라도  많은 경험을 쌓아서, 하얀이라는 소녀보다도 강해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격능력이 부족하다면 끊임없이 싸워도 지치지 않을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방어력이 부족하다면 아무리 쓰러져도 일어설  있는 근성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다른 능력이 부족하다면 노력으로 채우는 수 밖에...

"운도. 하고 온다고. 말씀드렸어요. 거기서 비켜주실래요?"


그러니까 라나는 운동하기 위해 강철의 상자를 부쉈다.
스스로의 의지로 그분을 위해 움직이기 위해 판단하는 것이다.

"아...! 저, 절대... 차라리 밟고..."

그리고 그 탓에,
그런 라나의 돌발적이고도 강단있는 판단에 라나의 어머니는 악수를 내렸고,


"..."

그 즉시 라나는 움직였다.
주저앉은 자신의 어머니를 밟고. 당당히 방을 나선것이다.


"아흑!? 네가 결국... !? 라나야! 유라나! 돌아와!!! 돌아오라고!! 호, 환기 장치 달아줄테니까! 5분 휴식에서 10분 휴식으로 늘려줄께! 공부시간도 새벽한시에서 새벽 12시 30분으로 줄여줄께! 라나야!!!"


뒤에서 들리는 말은 무시하고 말이다.

얼마전 새로 고용한 젊은 가정부와 눈이 마주쳤지만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지나쳤다. 머리칼을 쓸어 넘기면서, 한층 강해질 준비를 하고 있기만 했다.

...

그리고 2층. 라나가 가볍게 밟고 지나간 부모들을 생각했다.

"더 강한... 더 강한 공부상자를 만들어야 해. 내 딸이야, 내 딸이라고... 절대 못놔."


라나가 결코 도망가지 못하도록 더 강한... 더 대단한 물건이 필요하다고...

 *  * *





그 시각,


"좋아, 그럼 이 부분은 넘어가도 되겠군. 처음엔 이론만을 머리에 쑤셔 넣은 후에, 나머지는 실전으로 경험하는게 훨씬 좋을거야. ... 좋아 이제 쉬는시간."


하얀의 교육을 마쳤다.
하루 일정시간 공부 후, 복습과 예습은 자율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책을 한권 쥐어줬으니 할 일이 없거나 의욕이 생기면 읽겠지.

"큭큭... 어차피 이 검은공간에서  수 있는건 책을 읽는것 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물론 어느정도의 노림수도 있었던 것이고, 그렇게 시작될 일은...


"저, 저기... 마, 마왕... 그...카론.. 아니.. 그.."

"위대한 마왕 카론이라 부르던 정수라 부르든 아저씨라 부르든 상관 없어!"


"아, 그럼 아저씨."

"어 그래 뭐."

"그럼 제가 이 마법을 사용할땐..."

"어 이때는  수 있는한 컨트롤을 하는데..."


더더욱 박차를 가하는 교육시간이었다.
쿠웅-!


-"라나야아아아아!!"

 시각쯤에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 사고가 끊이질 않네."

*  * * *

...


아무튼 하얀은 그렇게 하수인이 되었다.

그리고 하수인으로써 쑥쑥 성장하고 있을것이고, 라나 역시 그에 자극받아 더욱이 강해지려고 하는 중이었다. 밤마다 가벼운 운동은 머리를 맑게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깊은 수면을 도와주지.


피로가 크게 가실  있는 효과를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칭찬할만 하군! 계속 그렇게 해!"


-"앗! 네에! 네 마왕님! 당신의 뜻대로 할께요!"

"어, 응..."

여차저차. 안정을 찾은 셈이다.

미리네는 뭐 여전히 게임이나 하면서 놀고 있지만 전투당시의 센스가 뛰어난 편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고, 저 녀석이라면 부족함을 알았을때 알아서 매꾸려고 하겠지.

이 역시 문제 없으니...

그 다음에는 다시금 파편에 집중했다.
하얀은  마법의 파편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

게다가 이 파편은 하얀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것이 아닌..


'받은거에요.'

받은것이다. 악마 컨피던스에게...


그렇다면 그 악마 녀석이 내 마법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가 남에게 주었다는 뜻.

"귀찮게 됐군."


귀찮은 이야기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음...'

학교에 앉아, 그것을 생각했다. 라나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어 놓고 준비를 하던 도중에...


주변을 다시 살폈다.


악마의 힘은 귀찮다. 컨피던스라면 더더욱 귀찮다.


그냥 악마도 귀찮은데 잘 알고 있는 악마인 이상 더더욱이다.
그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니, 주변에 있는 이들도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파편을 모아다가 남에게 줄  있단거지?'

내 마법의 파편을 어딘가에 '사용'하려고 하고 있어. 이 일반인들 중에서 누군가가 내 마법의 파편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

그런 생각으로 다시금 반을 살펴보면, 학급은 남녀공학. 학교의 숫자가 제법 줄어들었으므로 학생들은 한 반에 40명이 조금 안되는 숫자로 제법 많다.


그리고 보았다.

특히 주 재력.
내가 재력의 집을 점거한 이후 재력은 나에게서 손을 떼었는데, 그런 만큼 다른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말이다.

'왠지 반에서 나를 향한 적의가 느껴지는데 착각이겠지'

그것도 이상하게 재력이 아닌 나에게 적의가 쏟아지는것 같고, 반의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것도 좀 이상하지만 뭐 착각이겠지.

 몸의 원래 주인이 고독씹는걸 즐기는 녀석이었다고 이해하고 나면...


'그래 저런 녀석.'

이번엔 재력의 새로운 타겟에게 시선이 갔다.
통통한 녀석이다. 살이 쪘고 둔하며, 매일 수업시간엔 몰래 휴대폰을 열어 살색이 많이 나오는 영상물을 시청하고 가끔가다가 키득거리며 지혼자 웃곤 하는...

그런 녀석이었다.

'저런 녀석이 이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몸을 일으켰다.
쉬는시간임에도 내가 몸을 일으키자 나를 향한 시선이 또다시 느껴졌는데 적당히 무시하고,


난 그 뚱뚱한 재력의 타겟에게 다가갔다.


"이 병신새끼 이것도 먹을  있냐? "
"야! 이새끼 가방에 'C시의 붉은 마법소녀 에테리얼 폼 한정판 피규어(탈착가능)' 가지고 다니는데 미친 킥킥."
"아, 그거 존나관심없고 시발 오타쿠새끼야, 뚱땡아  이쁜 누나나 여동생 있냐? 내가 존나 따먹어주려고."

처음에는 말로써 살살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다.
뚱뚱한 그 녀석은 변변치않은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을 언급하는 재력의 동료에게 한번 화내려고 했지만, 금방 그 눈빛에 눌려 푹 고개를 숙여버린다.


그래. 이게 바로 컨피던스가 좋아할만한 녀석이야.

"야야..."

내가 그렇게 몇걸음 걸어 그들의 앞에 다다르자. 재력과 그 동료들은 조용해졌다.
아직까지도 나를 얕잡아 보고 있는 이들이 불쾌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재력이 나를 보고도 입술을 깨문채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이들 역시 특별한 행동을 하지 못했는데..


그 조차 무시하고 나는 그 뚱뚱한 이에게 물었다.


"너, 혹시 최면어플같은걸 가지고 있냐? 아니면 이상한 기능을 가진 물건같은걸 지니고 있지 않겠지!? 있으면 나에게 내놓는게 좋을거다!"

"..."
"..."

잠깐의 침묵 후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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