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마법소녀(6)]
새로운 사람을 소개할때에는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저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없다는게 썩 불편한 뿐인 일이다.
<하늘 탑: 2층>
"새로운 하수인을 박수로 환영하자."
-"와, 와아..."
-"..."
미리네가 어색하게 박수를 치는둥 마는둥하고, 라나는 가만히 서 있다.
인사도 뭣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서서 하얀을 바라보고 있는것이 오히려 무서운 느낌. 그래서 라나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라나는 뭔가, 석연치 않은점이 있으니까. 조금 걸리는 점이 있었으니까. 그다지 정서에 좋아보이지 않았다고나 할까..
...
-"안녕하세요."
반면 하얀은 꿋꿋하게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내 목소리가 들리는 하늘을 잠시 올려다 보기도 했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열심히 할께요."
곧 굳은 표정으로 의지를 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얀의 상태는 좋아졌다.
단단해졌고, 또 날카로워졌다.
악마에 대한 적의를 그리고 복수심을 불태우기도 했고, 친구들을 구해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불타오르기도 했다.
나의 하수인이 되었으나, 이미 한번 신뢰하던 이에게 배신당해 죽임당한 만큼. 그리고 고통받은 만큼 믿음따위의 감정은 없었지만.
'이용당한다' 라는 사실 하나만을 붙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어느정도 냉정한 이야기었겠지. '하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되살릴 수 있어야 하고, 친구들을 되살리지 않으면 하얀을 이용할 수 없다' 뭐 대충 이런 이야기로 스스로 납득하고 있지 않을까?
밑져야 본전이라고..
아주 건조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겠지.
하얀은 어른이 되었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차갑게.
<하늘 탑: 2층>
그리고 말했듯이 던전은 2층에 진입한 상황.
지금껏 1층 언저리에서 하급 마물중에서도 버려진 녀석들을 상대로 해 왔지만, 이제 그녀들은 2층에 도착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얀이 합류한건 아주 성공적인 일.
"자, 그럼 어디 볼까... 큭큭 다치지 않게 몸 건강히 사냥을 마치고 나오도록 해라, 만약 다치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소중한 시스템 스킬을 사용해야 하니까 말이야!!"
-"염병하네."
* * * *
'아무도 믿지 않을거야. 내가 해내야 해' 라는 표정을 하고 있던 하얀의 실력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수치상으로 보이는 만큼이나 실제로도 말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법은 '기적의 마법' 중 하나, '희망의 마법'.
마법의 자원은 크게 마력, 신성력, 정령력 으로 나뉘며 영혼이나 다른 다양한 것을 자원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악마들은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여 마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크게 보았을땐 '성마법'도 그 중 한 갈래라고 해도 되겠지.
거기에 착안한 나의 마법. '감정'을 자원으로 하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든 마법 중 하나였다. 내가 한참 마왕이었을때 만든 마법으로 일반적인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
물론 감정을 자원으로 한다고 해서 그걸 소모하는 방식은 아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쉴틈없이 터져나오는 것도 아닌데 감정을 사용해 매말라버리면 너무나도 비효율적으로 리스크만 지는 최악의 마법 아니었겠는가?
이 마법은 감정을 이용하여 부스트를 얻는것과 방식이 같다.
감정이 강하면 강할 수록. 더 강하게 그 감정을 염원할 수록...
아주 강력한 마법이 되지.
스킬의 레벨따위가 있지만 그런것과는 상관 없이..
-"이야야얏-!"
콰앙-!
감정이 강하면 강할 수록. 초월적인 힘을 뿜어낼 수도 있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의 마법. '기적'은 그렇기에 붙인 이름이다.
하얀 마법소녀는 희망의 마법소녀.
'친구들을 구할 수 있어! 그 애들과 다시!!'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구해낼 수 있다.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불타오르는 하얀의 마법은...
-"키에에엑"
-"샤인!"
퍼엉-!
말 그대로 강력하다.
하얀이 쏘아낸 하얀 마법은 반짝이는 빛과 함께 마물에게 닿았다.
마물의 모습은 1층의 그 나약한 녀석들보다 좀 더 크고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걸 주워먹었는지 혈색도 좋아보이는 것들이었으나,
하얀의 마법 한발이 녀석에게 닿는 순간 그 마물은 순식간에 불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잔인하다거나 피가 튀어나오는 일들은 일절 존재하지 않았고, 마물의 팔이 태워지면 그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있을 뿐이었다.
"오호."
저건 기적의 마법의 효과중 하나, 사용자의 심상. 감정에 영향을 미친것이겠지. 본능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흐트릴 수 있는 현상을 제어하는 공격을 하게 된 것일테다.
하얀이 잔인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면, 하얀의 공격으로 인해 일어나는 잔인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컨피던스가 해놨겠군'
악마의 협조가 조금 있었던 모양이지.
아무튼,
그렇게 하얀과 라나, 미리네는 던전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미리네가.
-"오... 이거 괜찮네! 나랑 라나가 몰이하고 하얀이가 처리하는거 어때?"
하얀이 쏘아낸 마법의 위력을 확인하곤 새로운 사냥법을 고안했고, 라나야 뭐 미리네를 은근히 언니로써 대접하려는 모습도 있었기에 그 이야기대로 하기로 했다.
던전의 2층은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아서 미리네와 라나가 달려나가기 시작하면
-"앗 자, 잠깐.."
하얀이 쫒아갈 수 없는 속도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하얀은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멈추어 있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겠지.
-"다섯마리! 괜찮아! 괜찮지!?"
-"네!? 아, 네. 넷!"
띠링-
['20pt'를 획득했습니다.]
['낡은 기념품'을 획득했습니다.]
띠링-
['21pt를 획득했습니다.]
['부러진 이빨' 을 획득했습니다.]
띠링-
['18pt'를 획득했습니다.]
['나무 몽둥이'를 획득했습니다.]
띠링-
['19pt'를...]
하얀의 마법한번으로 수마리의 마물이 쓰러지고 포인트가 한꺼번에 손에 쥐어진다. 다양한 아이템은 덤이고, 모두 미리네의 보석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다. 아니 그것보다 이건 정말.
좋아.
사냥의 속도가 붙으면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많아지는 법 아니겠는가?
오늘부터는 던전에 대한 탐색 역시 가속을 붙일 수 있게 되것이다.
...
그래도 아주 작은 문제가 있긴 했지.
미리네의 주도로 몰이사냥을 시작한 것은 두번.
한번은 말했듯이 꽤 훌륭한 성과를 이루었는데, 두번째에서 문제가 터졌다. 큰건 아니고 정말 작은 문제.
하얀의 실수가 조금 있었다.
원래부터 조금은 덜렁인다는 느낌이 든다는 외견이었고, 지금까지는 굳은 표정이나 허망함 절망감 깃든 모습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니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평범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 하나를 내내 유지하고 있을수는 없지 않겠는가?
희망에 차오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 탓에 하얀은 마법한발을 실수로 쏘아 마물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 덕에 하얀의 마법에서 빗겨나간 마물들이 재빠른 속도로 미리네와 라나를 노리며 달려들었고, 하얀은 당황하여 다른 마법을 다급히 쏘아내려 했지만..
-"아..!"
소녀의 얼굴에 깃든 것은 절망.
-"하얀.. 아니.. 에이 시발..!"
그래도 뭐, 말했듯이 작은 실수.
미리네와 라나는 그런 하얀의 실수에도,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마물들을 보았어도 당황하지 않고 마물들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얀아 괜찮아!?"
그 후,
미리네는 걱정스럽게 하얀을 돌아보았지만..
상황은 꽤...
-"역시...나는... 아무것도... 못... 흐윽..윽..죄, 죄송해요! 저는 역시 아무것도 못하는... 난 아무것도 못했어! 으아아아앙!"
-"아니야 하얀아! 너, 너 진짜 잘했어! 너 진짜 잘했는데..!"
-"..."
푸욱- 푸욱-!
-"라나야...! 이미 죽은 마물시체를 기분좋은듯이 계속 푹푹 찌르지 말고 이쪽으로 좀... 아니 오지마! 그냥 그러고 있어! 피좀 닦아 그리고! 미치겠네 시발 진짜!"
-"어...욕... 욕까지 하실...!! 으흑...! 죄송해요! 더 잘할게요! 더 잘해볼께요! 흐아아아아앙!! 미안해 얘들아아아!! 내가 미안해에에에!!"
-"지, 진정해 하얀아!"
-"훗...후흐... 기세좋게 달려들더니 축 늘어진 꼴이라니..킥...크흐흣...아하..."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 좋네."
괜찮아보인다.
-"야!! 이거 어떻게좀 해봐 좀!"
* * * *
그 시각,
일명 마법소녀의 도시라고 불리우던 곳.
다섯 소녀들이 도시에 들이닥친 마물들을 퇴치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어주던 관광도시와 같았던 곳.
그만큼이나 밝고 화려했던... 시대에 맞지 않게 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었던 그곳.
그곳은 이제 조용해졌다.
암운이 드리워진듯 사람들의 표정도 상황도 여의치는 않았다.
'마법소녀들의 죽음'
다섯 소녀들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항상 밝은 도시의 앞에서 마물들과 맞서 도시를 구했던 소녀들은 도시의 뒤에서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서도 마물이라는 악과 끊임없이 싸워왔었고, 그것이 한계에 달했으며..
그렇게 앞과 뒤에서 도시를 지키려다가 죽은 것이다.
마물에게 당한 소녀들의 시체는 끔찍했으리라,
신원을 겨우 알아볼 수 있었던 수준이 되어 조용히 땅바닥에 버려져 있었으리라,
먹히지 않은것이 다행일까, 그중 한 소녀는 누군지 알아볼수도 없는 것이었으니 그녀들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죽은 소녀들로 하여금 그녀들의 이야기가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추모했다.
어느 학교의 몇반에 있던 학생.
어느 집안의 몇번째딸.
어느 사업가의 귀여운 아가씨.
혹은..
'C시'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던 '하얀'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목했던 가족과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던 소녀였다던가..
그러한 마법소녀이자 이웃 평범한 소녀들의 죽음은 C시를 너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말해보자.
그런 마법소녀들의 죽음이 알려지고, 그녀들의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켜진 도시의 시민들이 슬퍼하던 와중.
마법소녀가 사라진 C시에 일어날 일을.
악마가 벼려낸 마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그 끔찍한 이야기들을...
* * * *
<다시: 검은공간>
"그래서 하얀은 당분간 이곳에 있도록 해."
그런 이야기다.
뭐. 하얀은 대외적으로 죽은것이 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신분을 바꿀 수 없는 이상. 악마 컨피던스가 무언가로 변장하여 인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는 이상.
마법소녀로써의 하얀도. 그냥 평범한 소녀로써의 하얀도 저 곳. 인간세상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게 된 것이다.
"...네. 훌쩍."
하얀은 벌개진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 울어서 그런건지 몰라도 말이다.
처음 내가 발견했을때 울지 못했던 만큼 더 많이 울고 싶기라도 했던건지. 아니면 친구들을 향해 추모라도 하고 싶었던건지. 한번 열린 눈물의 수도꼭지가 열려 콸콸 쏟아내고 난 이후가 지금이다.
같이 던전에 있던 미리네와 라나는 당연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지.
'노동착취같은거 시키지 말고, 울리지 마라 미친놈아.'
미리네는 이렇게 당부하고 갔다.
...
아무튼간에,
하얀의 역할을 정했다.
"내가 지금부터 너를 실컷 이용하겠다."
장담한대로 하얀의 모든것을 탈탈 털어 이용해주도록 하자.
"너는 이제부터 포인트 담당이야."
"포인트...담당이요?"
"그래, 던전에서 마물을 사냥하는 담당. 마물을 사냥하면 포인트가 생기고 그 포인트는 너희들의 관리에 중요하게 쓰이지. 자 저기 앉아 봐."
"..."
띠링-
['나무 의자' 40pt]
필요 포인트의 기준은 아직도 모르겠지만,
의자 하나를 소환해내어 검은공간에 떨구고 그곳에 하얀을 앉혀놓았다.
자, 이제 시작해보자. 내 마법의 파편을 지니게 된 하얀이라는 소녀에 대해서..
"오늘부터 매일 10시부터 14시 까지는 수업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수업.."
"세면대와 화장실. 개인침실등을 얻고 싶다면 큭큭! 너의 손으로 얻는 수 밖에 없을거다! 돈이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하고 너의 교육비조차 그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댈거야! 내가 하는건 너의 돈을 빼앗고 마치 나의 돈인것 처럼 너를 교육시키는것 뿐이지 크하하하!"
"..."
"그래도 달에 한번이냐 1년에 한번 정도는 아주 약간의 돈을 줄거지만! 그건 엄청나게 쥐꼬리만한 금액이라 결국 넌 또 아르바이트나 해야겠지! 뭣하면 엄청난 크기의 마석을 스스로 구해보던가! 물론 그것도 내가 갈취해서 너의 교육을 위해 쓸거지만 말이야! 하하!"
"아...네."
좋은대답이다!
수업을 시작하자.
첫번째는..
"그럼 마법이론 수업부터 시작하지. 32페이지 펴봐."
띠링-
['촉수도 할 수 있는 마법기초 이론 1권' 50pt]
마법이론.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