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마법소녀(5)] (35/112)



〈 35화 〉[마법소녀(5)]

악마 컨피던스.

"마왕군 사천왕중 한 명. 말해보길 일명 2인자. 강력한 힘을 지니진 않았지만 음모와 계략에 능숙했으며, 수 십만 마물군단의 지휘관이자 군단장."

마왕의 사천왕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존재.


그 녀석은 예로부터 성격이 썩 좋지 않았다.

인간을 괴롭히는것을 그렇게 좋아했었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노는것도 좋아했고, 매일같이 음침하게 피식거려 웃곤 했었지. 매일 회의시간에 기분나쁘게 실실거리며 웃다가 눈치를 좀 주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정색하는게 불쾌한 녀석.

"음침한 새끼였어."


그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끝도 없지만,  중 하나는 나를 마왕으로 만들었던, 나의 귓가에 속삭여 용사로써 죽어가던 나를 마왕으로 만들었던 바로 그 악마의

친구였다는 점.


친구? 뭐 악마들에게도 정말 친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컨피던스는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악마 식스의 친구'가 찾아왔다고...


옆집에 살았다고 했던가, 소꿉친구였다고도 했었던거 같은데, 어릴때 도시락을 많이 나눠먹었다던가.. 음. 뭐 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아무튼  녀석은 마왕의 즉위를 축하한다며 찾아왔으며, 내가 잘 알고 있던 악마의 소개였기에 쉽게 내칠수도 없었는데..


"아... 그땐 내가 뭐가  없었지. 반쯤 조종당하고 있는 셈이라 아무생각도 없었던 상태였고..."

아무튼 그런 경위로 마왕의 사천왕이 되었던 그녀석이다.


'기분나쁜 인간 오타쿠'

짧게 정리하면 그런 느낌의 녀석.

"아 생각하니까  빡치네. 아무튼  놈 하는짓이 기분나빠도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쯧, 여기까지 따라온건가..."


그런  녀석이 여기까지 따라왔다니.

"흑..으흐윽..."

"야... 하얀이가 겁먹잖아! 그 뭐시깽이 이야기좀 작작해! 그래서. 뭔데!? 무슨 일인데!?"

그런 악마에게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 굳이 끄집어내 이야기해보면 하얀은 그에대한 트라우마따위라도 있었는지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는데, 그것을 미리네가 감싸 안으면서 달래주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보고 있다.


하얀은 겁먹은 것이 아니다. 분노라고 하기에도 애매하지만, 어쩔줄 모르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것 뿐이다.

그건 분명히 날카로운 적의.

"..."


생각을 좀 정리했다.

"그러니까 하얀. 그 악마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지?"


"아...나, 나는...아, 아무...것도..."

"아니! 말하지 마라!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도록해!"


"네?"


정리할 시간도 좀 필요하겠지. 나도 하얀에게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리할 시간.

일단.

"밥가져올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시스템!"


띠링-
['식탁' 40pt]
띠링-
['피로회복제' 30pt]
['피로회복제' 30pt]


"먹으면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도록!!"

밥부터 먹여야겠다.

* * * *

<잠시 후: 검은 공간>


"그래, 어디한번 말해봐."

오늘 준비한 식단은 충격적인 일을 겪어도 먹기 쉬운 음식으로 준비했다.


"샐러드는 좋아하지 않지만, 샐러드도 해 왔지. 큭큭. 땅공과 아몬드 바나나와 양배추를 섞은 바나나 샐러드라고 해도 좋겠지. 드레싱은 부담스럽지 않은 키위드레싱으로 했고 들어간 바나나 등의 음식에는 트립토판이 풍부하지! 트립토판과 세로토닌이 결합할땐 행복호르몬이 생성된다고 해!"

"얌마"

"그리고 메인은 바나나팬케이크로 준비해봤지. 의미는 특별히 없다! 단 음식은 여러 영양소를 충전시켜주는 한편 행복해지는 기분이 느끼게 하는 맛이니까! 케이크와 어울리는 음료는 당연히 칼슘과 마그네슘등이 풍부한 우유지! 애들은 우유를 많이 먹어야 쑥쑥 크니까! 제X 같은걸 타먹을 생각하지 말고 흰우유가 제일 좋아! 맛도 있고, 가끔 우유등의 유제품에 있는 유당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오히려 부담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너희는 아니야!"

"존나 대충이내 새끼."


그래 식단은 바나나 케이크와 바나나견과류 샐러드. 그리고 우유를 준비했다.
문제가 있을땐 단음식이 최고인 법이지.

"미리네 너도 많이먹어라, 키크는 음식이야."


"시발아!"


할 말이 없나보다 욕을 다하네.


아무튼 그렇게 식단을 준비해 놓고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것이다.

"먹으면서 이야기해도 돼. 그런 예의는 안따지는 편이라서 말이야."


"..."

하얀은 그런 음식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물론 처음 보았을때와 달리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반쯤 울먹이고 있는 중.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가준비한 음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코가문제인가? 데코레이션도 신경써야 했나? 요즘 애들은 그런 편인가?"

"아니야 병신아. 좀 조용히좀 해봐."


"나..난.."

그리고 약간의 기다림이 더 있은 후에,
하얀은 포크를 쥐었다.

그리고 울컥 터져나오려는 듯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팬케이크... 그 아이가 좋아했던건데... 나는...난...우윽...아, 아무것도... 아무것도 못했어... 흐아아아앙!"


그리고 운다.
머리를 짚었다.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한참동안: 검은 공간>


아직도 검은 공간.
내가 사들인 책상에 앉아 훌쩍이고 있는 하얀과 관전을 하고 있는 미리네와 함께 있다.

어차피 미리네야  할 일도 없기에 돌려보낼 걱정 없고, 하얀이야 갈곳도 없으니까 괜찮다.

우리는 이곳에서 하얀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길진 않았고, 짧은 이야기다.


"짧게 이야기 해봐. 오래하다가  울지 말고."

"..."

"난  악마를 알아. 보면 알지? 어떤 일을 당했든지 어떤 방법이든지 알 수 있는게 이몸이라는 뜻이다!"


짧게 해달라고 했다.

이야기는 1년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평범한 소녀가 마법소녀가 되어가던 이야기가 있었다. 동료를 만나던 이야기도 그녀들이 다섯명으로써 함께 싸워왔단것도... 그리고  마지막 싸움에 다다라갈 때 쯤에..


"마스코트가 악마로 변...해서..."


마법소녀들을 모두 죽였다.
라고 하얀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짧게 축약하긴 했지만 실제로 이 이야기는 몇시간에 걸쳐서 울다가 먹다가, 이걸 먹어도 되느냐는 고함에 가까운 이야기과 가끔 일어나는 비명소리가 섞이면서 할  있던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하얀은 점차 안정되어가기 시작했고, 샐러드와 팬케이크도 줄어들었다.


"미리네는 이제 그만먹어."


"..."


미리네가 먹은걸 치고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나면..


내가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


"그 애들 아마... 살릴 수 있을껄?"


내 솔직한 감상이다.

"쿨럭! 케헥! 켁! 뭐. 뭐야 소생같은것도 할 수 있어?!"

미리네는 마시던 우유를 조금 흘리면서 그렇게 되묻는다. 하얀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는 입을 벌리고 있고,

...

그래 본디 부활 마법이란 준비가 여러가지 필요한 법인데..
땅과 하늘. 온갖곳에 마력이 가득차 있는 나의 원래 세계였다면 그렇게 어려운 마법인것도 아닌 마법이다. 고위사제라면 할  있는 정도.


이곳에서도 '나라면' 어느정도 준비와 함께 할 수 있을것이 분명한데..

뭐 그건 잠시 미뤄두고서라도.


"그 녀석. 컨피던스의 취미중 하나가 '영혼마법'이었거든. 원래 영혼마법은 자기 영혼을 조각내면서 쓰는게 보통인데. 그 녀석은 남의 영혼을 이용해 마법을 쓰는걸 즐겨했어."


"그... 그건! 제 친구들이!!"

"그래 네 친구들의 영혼도 육신도 이용해먹기 좋겠다 싶어서 가져갔겠지. 어디에 써먹고 싶어할걸?"


"그럴 수가.."


그 녀석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
마왕의 사천왕이었으니까. 부하에 대해서야 당연히 알고 있지 않았겠는가.

 녀석의 '취미'는 반쯤 '강박'에 가까운 것이었다. 악마에게 근원이 있다면 아마 컨피던스의 근원은  취미다. 쓸 수 있는 영혼을 보면 결코 허비하지 못해.

"큭..."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났다.


"생각해보니까 그녀석. 그 당시 용사와 싸우게 되었을때 전력을 다해도 모를 일이었을텐데  용사놈 영혼 어떻게든 끄집어내겠다고 뻘짓하다가 죽었었거든... 큭큭... 진짜 그거 영상보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야."

그놈의 영혼에 집착하느라 이길 싸움도 놓쳐버리고 도망치던것이 몇번이었던가, 용사의 영혼이 얼마나 탐이 났으면 별 짓을 다해도 모자랄 녀석한테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질렀을까.

웃긴 이야기지.
그러니까  악마가 마법소녀란 녀석들을 죽였다면..

그 마법소녀들은 살릴 수 있다.
영혼을 어떤식으로든 이용하기 위해서 떠나보내지 않고 꽉 붙잡고 있을 테니..

사용하건 뭘하건 내가 그영혼을 발견하면.

부활시킬  있다.

"퍼즐맞추듯이 영혼 조각이라도 가져오면 돼. 마법소녀 당사자들이 포기하지만 않았으면 부활시킬 수 있어."


그러니 나는 하얀에게 그렇게 말했고,
하얀의 눈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저, 정말요?"


"그래."


"어...어떻게 하면... 제가 어떻게 하면 친구들을 되찾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해야!"

"큭큭. 하루 삼시세끼를  챙겨먹고 면학에 힘쓰며 아침일찍 일어나고 잘때는 양치질을 꼭하고 자면 된다."

"!!"


"그리고 내 말을 잘 들어야 하지.  하수인으로써!"

"...아... 그, 그럼... 그럼..!"


자 말해보자.


"친구들을 되찾고 싶다면 내 하수인으로써 끝없는 일을 해줘야 할거야.. 큭큭큭!  이제부터  위해 싸우게 되는거다. 내가 널 이용해주마!"

하얀은 이제 내 소유가 되었다.
내게 이용당할 것이다.

 *  * *


그 시각

<기관, 한국지부: 지부장 사무실>


기관의 한국지부. 높은 층의 사무실. 한켠.
열려있을 수 없는 창문이 뻥 뚫려있는 곳으로 한마리의 작은 새같으면서도 동물같은 것이 하나 날아왔다.

하얀색의 귀여운 작은 생물이다.

그 작은 생물은 날개짓을 파닥거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몇번의 일렁임 끝에..

파앗-!
작은 빛을 쏟아내어 그 모습이 변화했는데,


나타나게 된 것은 꽤 듬직한 체구를 하고 있는 남성. 불룩 튀어나와 있는 배, 탈모가 올듯 말듯한 애매한 머리카락과 적당해 보이는 수염. 한마디로 토실토실할것 같은 외모를 가진 중년의 남성.

"큭큭...크하하! 아! 작은 동물 모습도  좋지!"


신 영일씨다.
능력자 기관의 한국지부 지부장!

"하지만 역시 이 몸이.."


"아, 오셨네요 지부장님. 이쪽 처리할 서류요."

"!? 수. 수정씨!?"

"네. 여기 두고갈께요."


"아...아 응 그래."

어떤때는 작고 귀여운 마스코트. 어떤때는 거대한 모습을 한 악마 컨피던스. 그리고 또 어떤때는 한국지부의 지부장이자 전설적인 능력자로 이름떨치고 있는 한국지부의 지부장인 신영일!

그런 신영일은 막 몰래 들어와 자리잡은 사무실에서, 갑자기 나타나 서류를  놓고가는 수정씨를 뒤에서 바라보았다.

"봐, 봤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자신이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이 높디높은 건물이며 강력한 보안이되어 있는 곳을 자유롭게 드나들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되면..


요컨데 의심을 사게되면..
다시말해서 그렇게 의심하는 수정씨를 해치게 될 경우.


그렇게 돌아오는 크나큰 의심이걸렸다.

하지만 수정씨는 심드렁하게.

"네, 아뇨?"


"봐, 봤던거야 아니야?"


"관심없으니까 싸인이나 해주실래요? 저도 좀 바쁜거 아시죠? 요즘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C시에서 마법소녀라 불리우던 능력자 다섯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고.."


"아, 알았네.. 그래, 그렇군."

뭐 그런 걱정도 별것도 없이 지나간 이야기지만 말이다.
수정씨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면서 방을 나가버렸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아주 심플하고 건조한 여성. 아마 자신이 악마의 모습으로 사무실에 앉아있더라도, 서류에 싸인이나 하고 할 일을 처리하고 있으면 그냥 '커다랗고 검은것이 지부장이 됐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비서일을 훌륭히 해줄 것이 분명했다.

"아아. 수정씨.  그래서 당신이 마음에 든다니까...후후..."

그래서 영일씨는 웃으며 자신의 크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었다.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즐거운듯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오늘 하루. 아니 지금까지 공들여 키워왔던 그 뜻깊은 영혼들을 감상하기 위해서. 책상의  켠에 놓여있는 형형색색의 케이스.

자그마한 원형 통에 빛나는 것이 일렁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숫자가 하나, 둘...

"음? 뭐야."

넷.


넷?

"아니, 뭐야 분명 전부 죽었을텐데? 빨강. 노랑. 녹색. 파랑...큭큭 재미있었는데... 하얀색... 하얀 녀석이 없잖아?"


하나가 없어졌다.
악마 컨피던스가 직접 단련시킨 고품질의 영혼. 그렇게 탐내던 영혼을 갈고닦아 만들어낸 그 빛나는 영혼 하나가..


"왜 없어!?"


없다.

"이런..."

아주아주 소중한 영혼의 상자중 하나가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는 영일. 하얀색 영혼이 없다.

"이런 개...!!"

"지부장님"

"젠장 수정씨!"

"왜 저한테 소리지르세요?"


소리라도 지르려는 순간 수정씨가 들어오긴 했고, 영일은 다급하게 자신의 영혼 콜렉션을 책상 아래에 집어넣었지만, 차갑게 반응하는 수정씨.

"크윽... 미안하네! 좀 나가주겠나!!"

자신의 책상아래에 손을 집어넣고 다급하게 소리치는 영일을 보며 수정씨는 "으.." 혐오스러운것을 보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냥 나가버렸지만...


 덕분에 영일은 소리도 마음껏 지르지 못하고 있긴 했지만,

아무튼 영일.

'으아아아아아아아!!!'

속으로는 매우 크고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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