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마법소녀(4)] (34/112)



〈 34화 〉[마법소녀(4)]

전말은 이렇다.

거창한건 아니다.
우연이었지.

<검은 공간>

그 검은공간은 항상 나의 공간.
그러니까 봉인당해 나의 의식이 감금되어 있는 나의 감옥이었으며, 유일하게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한 곳이었다.


두 세계의 사이에 있다는 것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수 있을법한 일이었고...


뭐, 아무튼간에 나의 봉인지.


그런 검은 공간에서 평소와 같이 화면을 들춰보며 미리네와 라나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흠. 미리네에게서 성과가 그다지 없네, 역시 외부세계로 진출하는게 좋은가. 잃어버린 땅이라면 미리네가   있을테고, 미리네를 보낼  있게 되면 라나는 그걸 통해서 보낼 수도 있어..'

평범한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음?"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 의식만이... 혹은 나처럼 기괴한 방식으로 봉인당해버린 존재들만.. 그리고 내 하수인들만 들어올 수 있는 이공간에... 다른 이질감 말이다.

검은 공간에 떡하니 놓여있는 더블베드 침대는 그러려니 넘어가면, 그것은 나의 걸음을 옮기게 했다.

걸어도 걸어도 끝도 없을 공간.
애초에 공간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는 검은색은 나 혼자 있을때에는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침대가 생기고나서 뒤를 돌아보면... 점차 내가 있는 곳이 이동해감을 느낄 수 있게 된것이다.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는 과정이었겠지.
나는 무언가 변해가고 있었다.

오랜시간 봉인당해 의식만 몽롱히  다니던 이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고..


'역시 난 대단해!'


 후에는 공간의 이질감을 찾아 쫒아갈  있게 되었던 이야기다.
비로소 이 검은 곳을 손에 넣은 셈이었는데...

그렇게 쫒아간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눈을 감아 쫒아갈 것을 생각하면...


아니 이게 뭐람.

"뭔데 이게."

상황은 이미 실컷 일어나고 실컷 저질러졌으며, 그리고 정리되어가고 있던 참.


솔직히 놀랐다.


'진짜 뭐지?'

다른 사람, 다른 존재가 있다는것 자체가 말이다.
이제야 공간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이질적인 이들이 이곳에 드나들고 있었다니, 그게 얼마나 어이없고 놀라운 일이었겠는가?

그 자리에서 바로 생각했던건 이러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저 하늘위에 있던 '신'들이라면 당연히 이곳에 간섭할  있기야 하겠지만, 그들은 굳이 간섭하려 하진 않을것이다. 그건 느낌으로 알 수 있었던 사실.


그 이외라면 다른 세계의 새로운 마왕이라던가, 혹은 용사라던가 뭐 그런 정도였겠지.

정보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으나..


"아직 살아있네."

한명만이 이 난장판이 된 곳에서 살아남아 있었으니..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 초후에 완전히 죽을 예정이었을것 같았으니...


'안그래도 하수인 한두명  필요하겠다 싶었어'

마음속으로 혼쾌히 시스템을 조작하여.


띠링-
[하수인등록을 시작합니다.]

띠링-
[대상이 선택할  없는 상태에 있습니다.]
[강제 등록을 실시합니다.]

띠링-
[적성확인중]
띠링-
[확인 완료]

띠링-
['하얀'이 하수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를 하수인으로 삼았다.
그런 단순한 이야기다.

하수인이 되면서 부터 얻는 이로운 효과는 '마력'을 품을 수 있게 되고, 신체능력의 비약적인 상승과..


띠링-
[시스템 스킬 '회복'을 사용합니다.]

"내 관리를 받을 수 있단거지! 자! 이제 너는 내것이다! 나의 하수인이 되었으니 충분한 휴식과 식사후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세하고 자세하게 보고들어보도록 할까!"

내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  *  *

"..."


쿠웅-!
 그런 소리가 어울릴만한 분위기가 검은공간에 맺히기 시작했다.

있는거라곤 단조로운 침대 하나가 떡하니 있을 뿐이었고, 나머지는 내가 띄워놓은 간단한 미리네와 라나의 영상이었는데, 그 소녀는 멍하니 무언가 충격이라도 받은 듯 눈을 크게 뜨고 굳은채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외모는  '하얀'이라는 이름과 같이 새하얀 머리칼과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눈동자는 여느 사람들이 그렇듯이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초점이 희미하고 온 몸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으며,

그로인해 안그래도 갸날퍼보이는 몸뚱아리가 더더욱 야위어 보이고 있었다.


"이...  팔... 이 뼈다귀밖에 없는 팔이라니..."

솔직히 신경쓰인다.

내가 그녀의 뼈다귀같은 팔을 슬쩍 들어올렸다 놓아보아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축 늘어진 상태로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이럴테 필요한건 한명 뿐이지.

"야 미리네"


-"아씨!  짝이야! 말할때 시발 깜빡이좀 키라고 새끼야!"

"소환한다."

-"뭐? 아니... 야 잠깐, 지금 아지도 집에 와있는..."


띠링-
['강제귀환'을 시작합니다.]


미리네.

* * *  *


<여전히: 검은 공간>


검은 공간에서 머리를 긁적여보건데,


"이걸 내가 어떻게 하라고!?"

미리네로써는 방법이 없다.
라나는 후보에 넣지도 않았고,


다만 미리네는 속닥거리듯이 나의 멱살을 밀어 잡고 있었다. 얼굴이 약간 가까웠는지..

"시발..!"

미리네는 금방 작게 욕을 하고서는 손을 놓아버렸지만,
 문제될건 없다.


미리네는 나지막히  숨을 한번 쉬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래봐야 하얀과 비슷한 또래정도. 그래봐야 몇살 위일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미리네였기에 그 점도 웃기긴 했지만..


아무튼간에 미리네.
하얀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 그래서 이름이..."


"하얀이래."


"하얀. 그런 나이는..."

"이제 중학생 된다던데"


"어...음. 그래, 그럼 너..."

"거기에 왜 있는지는 모르겠고 마력을 가지고 있더라. 스킬도.  마법의 파편을 가지고 있어."

"나 왜불렀냐 시발아"


서로서로 이야기 하기 편해보이겠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또래에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고,  공간에 익숙한 미리네라면 하얀의 입을 열게 할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했는데, 별 소득은 없고.

대신 나는 눈앞에 있는 시스템창을 몇번인가 조작하며 다시금 하얀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띠링-
[이름: 하얀]
[무직]
[상태: '혼란']

['공격능력' E : 밸런스가 잡혀있는 올라운더 타입]
['방어능력' E : 강인한 정신력은 쓰러지지 않게 한다.]
['마법능력' D : 탁월한 마법능력. 본능에 가까운 힘이다.]
['기타능력' D : 왠만한 것은  할 수 있다.]


[보유스킬]
-['희망의 마법' 레벨: 16]
-['기적의 마법' 레벨: 3]
-['마법의 재능']


"역시.."

다시봐도 제법 놀라운 능력치.
이 세계에서 미리네의 초기능력치는 당연하고 라나의 초기능력치만 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마물과 어느정도 싸울 수 있게 된 지금 미리네와 라나의 스킬레벨을 생각해보기만 해도..

이게 어느정도 수준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있는 일이었겠지.


게다가  '재능'스킬은 귀한 것이기도 하기에..


더더욱 궁금해질 뿐이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 *


다시 조금 쉬고,


<아직: 검은 공간>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가장 떠올리기 쉬운 방법은


"각성의 마법같은걸 써볼까? 정신을 깨우는 마법."


"그게 뭔데?"


"만들어야지 지금부터. 수면마법의 응용이니까 일단 수면마법부터 만들어서.."

"바로 돼?"


"마력만 있으면 어느정도 시간이 걸려도  수있어."


"마력... 음. 다른건?"

마법을 만들어본다던가, 그게 아니면 뭐. 대화?
누구와의 대화냐 하면 하얀 본인이 아닌 미리네와의 대화정도다.

듣지 않는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그리고 보지 않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고 들리고 있을것이다. 단지 신경쓰지 않을 뿐.

그러니까 이야기하도록 하자.

"음... 우선 저 마법은 내 마법이 맞아."


"뭐래 또. 이 애가 말을 안해서 날 불렀다며? 그럼..."


"아니, 널 부른 이유인것도 있지. 하얀이 가지고 있는 마법은 틀림없는 내 마법의 파편이다."

마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둘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다보면 분명 미리네의 기억을 건드리는 단어가 하나정도는 나올것이다. 작은 반응이라도 확인할 준비를 하면서..


"'기적의 마법' 이란건데"


"얼씨구."


"마법이라는게 보통 '마력'이나, '신성력', '정령' 같은걸 쓰는거거든. 마법은 그러한 것들을 자원삼아 쓰는걸 마법이라고 하고, 신성력은 신성마법, 정령은 정령마법등이라 이야기 하지."


"흠."

미리네는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건지 풀썩 앉아 침대 쪽에 기대었다. 나와 하얀을 번갈아보기 쉬운 위치다.


"그 '자원'이라는건 당연히 다 다르긴 한데... 신성력을 자원으로 하는 '신성마법'은 당연히 마력을 이용해서 못쓰거든? 쓸 수 있더라도 매우 비효율적인 마법이 되어버리거나 그런 편이야."


"아, 그래... 그럼 우리는 무조건 '마력'을 이용하는 마법밖에 못쓴다는거네?"

"정령을 이용해서 신성마법을 쓸  없고, 마력을 이용해 신성마법을  수 없어. 각기 다른 자원을 사용하는 만큼 효과도 능력도 천차만별인데... 사실  세가지 이외에도 쓸 수 있는 자원이 몇개 더 있지."


마침 떠오른  이야기는 미리네에게도 충분히 도움되겠지.


"그중 한개가 영혼 마법이라고."


영혼마법.
영혼을 소모하여 사용할  있는 마법.
영혼이라는 자원만큼은 그 어떤 마법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영혼만큼은..

"특별한 학습도 필요없고 다른 무언가도 필요 없지. 오직. 재능과 각오만 있으면 쓸 수 있어."

누구라도 사용할  있는 마법.
여기서 미리네에게는 조금 반응이 있었는지 눈을 잠깐 빛내었지만,

하얀에게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다.
미리네는 툭 던지듯이 말했다. 관심있는 모양이다.

"아... 그래서 나도  수 있다고?"


"뭐... 그건 실험해봐야 할거 같은데. 정확히 정해진 사람만 영혼을 자원으로 쓸 수 있고, 그 정해진 사람이 영혼의 일부를 바칠정도로 각오가 강해야..."


이야기는 적당히 마무리했지만 영혼마법이라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에도 충분히 있을  있는 가정 '영혼을 빼앗는 마법에 당했다' 같은 것을 키워드로 꺼내어보아도 하얀에게 반응이 없으니 곤란하던 찰나.

왠지모르게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나의 공간에 들어올 가능성이 좀 있고,
인간 괴롭히는걸 좋아하고..
기적마법에 대해 알고,
파편에 대해 알고 있을법한 녀석...


"영혼마법은 분명 그녀석의 취미였지."

게다가 영혼마법하면 그 녀석의 특기다.

"악마 컨피던스..."


"!?!"


하얀이 반응했다.

"오. 드디어 반응했구나!"


"악...마?"

"그래 악마 컨피던스. 아는 이름이냐!"


"...악마.. 으윽...흑...우으으윽..."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시발 이 새끼가 드디어 애를 울리네"


미리네는 재빨리 하얀에게 다가가 달래기 시작하는데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건 둘째치고, 나는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악마 컨피던스.



"그 녀석이 여기에 있다고? 너와 관련되있어? 설마 너한테 기적마법을 준게 그녀석이야?! 그녀석이 내 파편을 쓰고 있구나!  씹새끼!"


나에게도 영 좋은 기억이 있었던 놈은 아니니까.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