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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마법소녀(3)] (33/112)



〈 33화 〉[마법소녀(3)]

비명소리가 들렸다.


노란 마법소녀의 소리였다. 그녀의 옆에 나타난 거대한 괴수는 마치 그녀를 가지고 노는  했다.

비명소리는 꽤 오랫동안 울리다가 끊어졌지만, 소녀는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보지 못했다.

"왜 안움직여?"


악마가 말했다.
악마 컨피던스의 의아한 물음은 다행스럽게도 머릿속을 괴롭히는 소음이 아니었지만, 대신 소름끼치게 씨익 웃기 시작했다.

악마의 시선은 소녀에게서 녹색 마법소녀에게로 향했다.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녹색 마법소녀.


그녀를 툭- 하고 건드렸다.

"히익! 아아아아아!! 아아아악!!!!"


그러자 녹색 마법소녀는 경기를 일으키듯 몸을 떨어 비명을 지르더니 자신을 건드린 악마를 보았다. 한계까지 고개를 치켜 들어야 겨우 볼 수 있는 악마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는 터져나오는 울음소리를 참으려듯 입술을 깨물고는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다. '못해.  할 수 없어' 마치 그렇게 말하듯이 말이다.

악마 컨피던스는 조롱하는 투로 물었다.

-"왜그래. 응? 뭔가 좀 알것 같아?"
"으윽!"


머리를 뒤흔드는 목소리가 녹색 마법소녀의 머리를 뒤흔든다.

아, 이 얼마나 달콤한 모습인지. 컨피던스는 참을 수가 없다. 순수한 소녀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진실을 알수 있어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존재를 바라보는 것.

"크흐흐. 그래! 넌 언제나 이지적이었고 냉정했지.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더라도 무언가 걸리는 불안감이 있었겠지? 그저 기묘하다거나 마법으로 치부했을지도몰라. 하하! 그럼 뭐하겠나! 바로 행동하지 그랬어? 수상했으면 바로 행동했어야지 왜 안그랬는가 녹색 소녀야! 크하하하!"

악마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며 기분좋게 웃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계획대로라 자화자찬하며, 즐거운 유흥거리이자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했다.

녹색 마법소녀는 그 조롱에 점차 제정신을 찾는듯 했다.
말햇듯이 조금더 냉정해졌다.


녹색의 마법소녀는 믿음의 마법소녀.

자신을 믿고 가족을 믿으며 친구들을 믿는다.  상황을 벗어날 희망 역시 믿었다.

자신의 귓가에서 붉은 피가 뚝뚝떨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코와 눈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아무튼 녹색마법소녀는 정신을 차렸다.

그 때였다.


푸른색 마법소녀가 소리쳤다.

"사, 살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나, 난 아직 죽고싶지 않아요! 제발...!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단 말이야...! 난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악마님!"

푸른 마법소녀는 꿈의 마법소녀.

언제나 꿈이 가득했었지.  기발한 상상력도 있었을 것이다. 마음이 힘이 되는 그녀들의 마법에서  꿈의 마법소녀의 기발하고도 대단한. 결코 포기하지 않는 꿈의 마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던지.

하지만  탓일까.


"살려줘...살려주세요..."

누구보다도... 삶을 원했다.


"아! 기억난다. 꿈의 마법소녀. 겁은 많지만 꿈도 많아. 그래서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곤 했어. 아아! 이전날 약간 힘을 불어넣어 강화했던  간부도 네 덕분에 쓰러트렸지? 이 컨피던스는 정말 감동했다. 좋지. 기회는 아직 있다."

"저, 정말요?"
"죽여. 그럼 너는 내 심복으로 삼아주마. 마왕이 서 있는 자리에서 너만큼은 이 악마 컨피던스의 권속으로 삼아줄 수도 있지. 죽여라. 저 두명을."


"아..."


악마의 많에 그  많은 푸른 마법소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차츰 고개를 숙였다. 온 몸을 떨면서 천천히 숨을 몰아내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소녀와 녹색 마법소녀를 보았다.

녹색 마법소녀는 그 눈빛에서 무언가 느낀듯 다급히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 쥐었다.


소리쳤다.

"안돼! 저, 저 말에 속으면 안돼! 지금이라면... 지금 우리들이라면  수 있어! 우리 마법이라면... 우리라면...!"


"머,멍청한 소리하지마... 보, 복종해야 살 수 있어. 주, 죽여야 살  있다고!"


"크하하하!"


악마는 즐겁게 웃는다.
파란 마법소녀는 떨리는 몸으로 녹색 마법소녀에게 다가갔다. 파란 마법소녀의 마법은 자신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두꺼운 칼날로 바꾸어 버린다.

소녀는 멍하니 지켜보기만 하는 가운데

"아, 악마님을 위해서... 악마님을 위해서야... 미안해... 살아야.... 지금은 방법이 없잖아... 이해해줘... 알잖아...? 너희라면 아주 잘 알지!? 죽고싶지 않을걸... 죽지 않을거야... 그러니까...! 으아아아아아!!!"


파란 마법소녀는 달려가 그 두꺼운 검을 들어올렸고, 그것은 그대로 녹색 마법소녀를 향해 내리쳐졌다. 녹색 마법소녀는 다급히 뒤로 물러서 피하려 했으나 미처 늦어 푸른 검은 그녀의 콧등을 베고 지나가 버렸다.

퓨슛-!
"꺄아아악!!"


그 작은 상처에 녹색 마법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코를 감싸쥐었다. 엄청난 출혈이라도 일어난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게 실수였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파란 마법소녀의 검은 이젠  날렵하고 빠른 검으로 변해 녹색 마법소녀를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


검술은 없고. 마구잡이었다. 될대로 대라는 식의 마구잡이로 휘둘러 댔다.

마물. 아니 마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베는것보다, 같은 인간에 동료였던 그녀의 몸에 칼을 쑤셔박는다는게 얼마나 두렵겠어? 하지만 그게 오히려 고문이었다.

녹색 마법소녀에겐 깊지 않은 공격이 연달아 그녀의 몸을 베어나간 것이다.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물러서고 있는 그녀의 팔과 뺨. 가슴과 허리. 다리의 상처가 늘어난다.

마법소녀의 귀여운 복장조차 찢겨지고 찢어지며, 살갖에서는 피가 튀어나오고 흘러내려 남은 옷조차 붉은색으로 적셔버리기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녹색 마법소녀의 몸은 피투성이로 빨갛게 물들어버리고, 다리가 꼬여 넘어져 버린 그녀는 엉기적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것이 고작.


"아, 아파...! 그만..! 그만해..!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녹색. 하지만 파란 마법소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했다.

녹색마법소녀. 아무리 어른인척 했더라도, 성숙한척 말하고 행동했어도 결국엔 평범한 어린 소녀였을 뿐인 그녀에겐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상황. 하려던 말은 하지도 못하고 비명만을 질러 서서히 죽어가는 녹색 마법소녀.


하지만 파란 마법소녀는 멈추지 못했다. 자신이 휘두르고 있는 검에 녹색소녀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도 더이상 몸이 멈춰지질 않았다.

생각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제하게 된 생각은 하나 뿐.


'살 수 있어? 살아나갈 수 있어? 이제 죽이면... 죽이기만..하면...?!'


마음이 물들어간다고 할까. 파란 마법소녀의 검이 변했다. 마무리를 위해 검을 들어올렸다. 계속 베고, 베고. 끊임없는 비명소리를 들으니 익숙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들어올려진 푸른 검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내리쳐졌다.
푹-!

짧은 소리가 들렸다.


"커..커헉...어..."


결국 녹색 마법소녀의 복부를 꿰뚫어버린 푸른 검. 하지만 잘못 찔렀던걸까. 녹색 마법소녀는 죽지 않았다. 하기사 뭐. 배좀 뚫렸다고 바로죽을 수나 있었을까?

"마...막을수..잇..어... 마...마법... 기...기적이...마법..이..."

하지만 그것도 거기까지.

"이봐. 아직 살아있는데 쉬어도 되겠나 파란 마법소녀여."

악마가 작게속삭이는 것과 동시에..


"뭐, 뭐하는거야... 주, 죽어! 빨리! 빨리 죽어어어!!!"
푸욱-! 푹! 푹!


이번엔 확실하게, 더이상 고통을 느낄 수도 없게 목과 가슴을 노려 몇번인가 더 찌른 후에야... 그 푸른 검에 피가 끈적이게 달라붙고 약해진 마력으로 흐물거리던 푸른 검이 마법봉으로 돌아가버리고 나서야..


"하아... 하아... 나, 내가... 아..."


녹색 마법소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시체로 바뀌어 있었다.
푸른 마법소녀는 자신의 손, 마법봉을 바라보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친구를 죽인 것이다.


"하하...하."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 아, 악마님...제, 제가 죽였어요. 제가... 저, 저 이제 살려주시는거죠?! 저...!"

악마 컨피던스를 보며 외쳤다.
그는 자신의 멋진 뿔을 손질하다가 푸른 마법소녀의 말에 살짝 인상을 쓰면서도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일일히 말해야겠나, 아직 하나 남아있지 않나."

소녀의 몸이 떨렸다.


소녀는 섬뜩해졌다.

푸른 마법소녀는 악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녀를 바라보았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고, 눈은 제정신이 아닌듯 했다.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고, 마법봉은 다시금 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나는 예전부터 네가 마음에 안들었어."


마법소녀들이 사방에 죽어있다. 남은것은 푸른 마법소녀와 소녀  뿐.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지내며 함께 위기를 겪고 극복하며 또 성장한. 미래에도 영원히 친구로 남자고 약속하던 그녀들이 말이다.


"매, 매일매일... 희망이니 뭐니 하는거 진짜 싫었어..."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푸른 마법소녀는 울고 있었다. 눈물인지 튀어있던 피가 흘러내리는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렇게 걸어오고 있었다.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매일 힘내자느니 용기내라느니... 그런 영양가도 없는 응원듣는것도 짜증났어..!"


갈라져 있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것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준다고 나서는 것도 꼴보기 싫었어! 우정놀이 하자고 달라붙은것도! 나는 너희들과 다른데 다르지 않다면서 다가오는것도 부글부글 끓었다고! 전부 마음에 안들어! 넌 남의 마음은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항상!!! 웃게 해준다고 되먹지도 않은 짓 하는 것도! 내 손을 잡는것도! 툭하면 끌어안는것도! 괜찮다고  내밀어 주던것도 다! 다 싫어! 전부 싫었다고!!"


눈은 충혈되고 피눈물을 흘리며 온 몸에서는 무언가 뱉어내고 있었다. 끔찍한 형상의 안개.

"나... 나는 널 죽일거야."

그러고는 서슬퍼런 눈을 바로뜨며 검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한번 경험해본 준비된 '살인' 은 다행스럽게도 자세를 잡을 수 있게 했다. 한 손에 검을 바로잡아 고정하듯이. 한방에 찔러 죽이겠다는 듯이.


고통없이 보내주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경험을 살렸을 뿐이었을까.

"죽고싶지 않으면... 너, 너도... 빨리..으...윽...!"

한번에 찌르기 위해. 약간 거리가 벌어져 있는 상태에서 자세를 잡고. 또 가속하여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를 향해 검을 뻗었다.

푸욱-!
이번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녀는 이 일련의 상황이 시작되고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보았을 뿐이었다.


그래도 눈을 질끈감는 정도는 했겠지. 얼굴을 가린다던가, 보이는 것에게서 시선을 피한다던가..


문제는 그런 행동들은 아무짝에도 소용없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소녀의 복부에는 푸른 검이 찔려 들어왔고, 찔린 순간엔 끔찍한 격통과 함께 목구멍에 피가 차올랐다.

목끝이 따가워져 기침이라도 하면 이번엔 피가 터지듯이 터져나와 푸른 마법소녀의 손을 적셨다.


푸른 마법소녀가 웃는듯 우는듯한 기묘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풀썩-
그리고 소녀는 넘어졌다.


몸이 파르르 떨렸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죽고싶지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었다.


희미해져가는 의식속.

"해, 해냈어요 악마님! 제가..두, 둘다..주...죽였..죽였어요! 그러니까 이제..."
"음! 그래  했다!  심복이 되기에 충분하도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뿌연 시야속에서 푸른 마법소녀는 엎드려 악마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고, 악마는 그런 푸른 마법소녀의 머리를 기특하다며 커다란 손으로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아아... 감사합니다 악마님 감사해요. 저.. 여, 열심히.."
펑-
작은 소리가 들렸다.

"뻥이야."

그리고 정적이 들렸고.
툭- 하는 맥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르르... 크하하! 이거 참 배부르군! 좋은 감정이었어! 이 맛이 최고로 짜릿하지! 그래도 요긴하게 써주마! 너희 모두의 시체와 영혼도 모두! 그래... 자, 어디보자. 슬슬... 음?"


그 소녀.
하얀 마법소녀의 의식은 거기서 끊어졌다.

 *  * *

<검은 공간: ???>


악마는 그 검은공간에 서서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너무 오래 있었던것 같군, 자리를 너무 오래비웠어."

그렇게 푸념하면서 조금 웃더니 자신의 몸을 다시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검은 몸뚱이가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작은 형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색의 작은 동물같은 모습이 되어, 그 앙증맞은 날개를 파닥거리기 시작하면 허공으로 날아오를 수 있었고...

"우선 돌아갈까. 회수는 나중에 해도 되겠지.  기계도 회수하고 어이쿠 재촉을 하는구만."

작고 하얀 생물. 작은 새처럼 생기게 된 악마는 그렇게 날개를 퍼덕여 날은 후에, 치직- 작은 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추어 사라졌다.


공간은 다시 비어졌다.

살아 숨쉬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붉은 핏자국은 검은 공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어디론가 스며들어 사라져버리고, 죽은 시체 역시도 하나  형체를 감추어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런 그곳에.
살아있는건 없을 그곳에..

"이건 또... 뭐야?"


 남자가 나타났다.
살아있지는 않고 그렇다고 죽었다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한  남자 말이다.


툭-
그리고 그의 발에 채인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하얀 옷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머리칼역시 검은색에서 점차 하얀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던... 그 죽어가는 소녀 말이다.


"살아있네."


공허한 눈,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지만, 수명이 3초정도는 남아 있었을것 같은 그러한 소녀를 보며.

남자는 허공에 손을 들어올렸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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