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마법소녀(2)]
소녀의 시작은 그 작은 마스코트를 만나면서 부터다.
'나는 마법세계에서 온 서포터야! 나를 도와 세상을 지켜주지 않을래?'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나 그렇게 말한 그 생물.
'넌 마법의 힘을 가질 수 있는 소양이 있어! 세계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줘!'
말한 것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지만, 소녀에게는 놀라운 것이었다.
가령 다른 일로 예를 들어보면, 소년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옆에있던 가로등이 옵티머스 프x임 으로 변하며 '오랫동안 널 지켜봐왔다. 네가 바로 인류의 희망이다' 라는 소리를 듣는것과 같은 것.
그렇게 내미는 손을 잡지 않을 소년 없을테고, 따라서 그런 소녀 역시 없었던 것이다.
평소 나약하고 유약했던 자신이 싫었고, 조금더 다른 변화를 추구하던 그 소녀에게 마스코트의 제안은 달콤한 것이었고 꿈과 희망으로 부풀었던 것.
그렇게 소녀는 마법소녀가 되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고, 받아들인 마법은 강력하여 '나같은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금새 잊혀지곤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긍정적이고 희망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른들은 모르는 소녀의 은밀한 비밀.
나쁘진 않았다.
즐거웠고, 보람찼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과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잊혀지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어, 자신에게도 쓸모가 있다던가 하는 그 희망이 차오르는 그런 일.
그런 비밀.
동료들도 한명 두명 늘어났다.
자신과 비슷하게 혹은 사연으로써 함께 하게된 소중한 동료들. 자신을 포함한 다섯명의 마법소녀들은 각자가 다른 기적의 힘으로 마물들과 맞서 싸우며 강해졌다.
마물세계의 간부들과 마주치기도 했었지.
사람들을 변형시키는 끔찍한 마법을 쓰는 간부라던가, 마음에 간섭하는 간부들. 그들 모두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마물 세계를 지배하고 이 세계에 사악한 마물들을 불러들이는 악의 마왕이 있다는 이야기.
어둠의 악마라던가, 마왕이라 불리우는 그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소녀들은 당연하게도 그를 목표로 잡게 되었다.
1년동안, 수행도 했고 싸우며 성장했다.
간부들을 하나하나 쓰러트리며 실마리를 얻었고, 그렇게 마지막 싸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프고 즐거운 일들이야 몇 번 말해도 부족했을 일이었겠지.
1년동안 이어졌던 마물과의 싸움과... 그러면서도 학교를 비롯한일상생활과 개인적인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그 마지막을 알릴... 최후의 싸움이 시작되려던 때다.
'어둠의 마왕은 아주 강력한 어둠의 마법을 부릴테니까 조심해야 해!'
흔한 이야기다.
마법세계의 마스코트. 그 작고 귀여운 하얀 생물은 마법소녀들에게 조언하며 어둠의 마왕과 싸우게 될 공간으로 마법소녀들을 데려왔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건...
끔찍하고 강력한 어둠의 존재.
'어둠의 마왕!'
마법소녀들은 그것과 싸웠다.
강력한 마법을 쏘아내었고, 그건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어떤 마물보다도, 어떤 간부보다도 강력했으며 그 차원이 다르다 말할 수 있었지만...
말했듯이 그 꿈과 그 용기와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랑의 힘. 그 모든 것이 합쳐진 기적의 힘은
쿠웅-!
어둠의 마왕을 쓰러트리고 말았다.
...
그래 결국. 쓰러트리고 말았다.
* * * *
<검은 공간: ???>
"허억...허억... 해, 해냈어!"
"우, 우리가 해냈어 얘들아!!"
"드디어... 우리..."
마법소녀들은 어둠의 마왕을 쓰러트렸다.
그 시체는 검었고 가루가 되어 흩어져가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마지막 말을 하고 죽어야 할 것 같았으나, 그 시체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마법소녀들을 바라보며 입을 뻥끗 거리기만 할 뿐이었고,
그렇게 그것은 서서히 흩어져가기만 했다.
마스코트는 말했다.
"고마워."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간의 감정이 묻어나오는 듯한 말씨로 그렇게 말하자. 마법소녀들은 그에 화답했다.
"우리가 할 일이었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제. 세상은 평화로워 진거지?"
어느덧 다섯. 한명 한명 모여든, 붉고 푸르고 화려하고 화사한 그런 아름다운 마법소녀들.
"맞아. 너희 밖에 할 수 없었지"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마스코트는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마스코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낮게 공중을 날아 쓰러진 마왕의 시체를 내려다 보았다. 흩어져가는 마왕의 시체를 아무말 없이 응시한다.
"스코트? 왜그래?"
마법소녀중 한명인 붉은 마법소녀가 마스코트에게 물어도 마스코트는 아무말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상해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마스코트의 시선을 따라 마왕의 시체를 바라보면..
금방.
"힉..!"
털썩-
녹색의 마법소녀는 주저앉아 버렸다.
마왕은 죽어 흩어졌지만 시체가 남았다.
마치 껍질이 벗겨지듯. 마왕의 거대하고 흉측한 몸은 점점 사라지며...
"어...?"
죽은 인간이 드러난 것이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온 몸이 난도질 된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아."
파란 마법소녀는 뒤로 물러섰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겠지.
"스, 스코트 이게 대체.."
붉은 마법소녀는 마스코트에게 질문을 던졌으나,
마스코트는..
"큭...크흐흐...크흐... 키킥...크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섬뜩-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기운이 마법소녀들에게 닿았다. 깜짝 놀란 소녀들은 모두 뒤로 물러섰다. 1년동안의 싸움이 헛되지 않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싸울 준비를 시작한 것이었으나...
"스코트!"
"크하하하! 아! 정말 너희 밖에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정말! 정말 잘 해주었어! 나는! 이 몸은 정말 기쁘다!"
오싹해졌다. 그 귀여운 목소리는 어디가고 왠 대머리가 되기 직전의 아저씨 같은 목소리를 내는 마스코트. 아니, 거기에 더해 갈라지고 뒤틀린 듯한 괴이한 목소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공간에 차가움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쓰러진 마왕의 시체... 안에서 나온 인간의 시체조차도 어둠에 묻혀 사라지기 시작하고 공간에는 서늘함과 차가움이.. 그리고 한기가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마스코트는 한마디 더 했는데..
"뭐?"
"무슨... 소리야 그게"
"뭐가 거짓말이란거야?"
그 이후의 대답은 잠시 미뤄두듯..
우득- 우드득-
뼈와 살이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스코..."
마법소녀들이 마스코트를 마스코트라 부를 수 없게끔 되어가고 있다.
작고 귀여운 생물은 마구 뒤틀리더니 점차 몸집을 불려갔고, 하얗고 부드럽던 털은 점차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크...크하하하!"
소리가 갈라졌다.
눈을 깜빡이는 것과 동시에 그 작고 귀여웠던 마스코트는 거대한 모습이 되었다. 마치 '악마'와 같은 형상이 되었다.
크고 반짝이던 눈동자는 다섯개 뱀의 눈과 같이 날카롭게 소녀들을 꿰뚫어보고 머리에는 흉측한 세개의 뿔이 달려 있는 모습으로, 하얀 털은 검게 물들고 날카롭게 솟아오른듯 했으며 거대한 손은 마법소녀들 한 둘 정도는 가볍게 쥐어 으스터르릴 수 있을만큼 거대해져 공간을 매운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마법세계라니! 그런건 전부 거짓말이었단 뜻이다! 그래서 고맙단 말을 하고 있는것이다! 크하하하! 바로 이!"
거대한 악마가 그녀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어...?"
"악마 '컨피던스'가!!"
악마. 컨피던스.
"내 이름은 위대한 악마 '컨피던스'! 그동안 마법을 사용하느라 수고했다! 인간들을 찢어 죽이느라 고생했다! 크하핫! 너흰 정말 재능이 넘치더군! 파편을 사용하는 것도! 인간을 죽이는 줄도 모르고 기뻐하던 너희의 모습도!"
마법소녀들의 앞에 나타났다.
소녀들은 속았다.
"아, 악의...제국은? 이,인간을 죽이다니? 거짓말...? 무, 무슨"
푸른 마법소녀가 멍하니 그렇게 물었다.
"오! 걱정말라 푸른 마법소녀여. 모두 거짓말은 아니야. 너희 마법은 진짜! 진짜베기 마법이니! 악의제국은 거짓말이지만! 아 마법세계도 거짓말이다! 마물? 악마? 간부? 크하하하! 그것들도 뭐. 거짓말이라 생각해도 좋지!"
"개...개소리..."
그리고 붉은 마법소녀. 거대한 악마인 컨피던스를 보고도 소리치기 시작했다.
"개소리 하지마! 그,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한건 뭔데! 사람들을 괴롭히던 마물들을 해치웠어! 어떤 능력자도 못할 일이라고 했잖아! 우리가 할 일이라고 했잖아! 그건 다 뭔데!!!"
겁먹지 않는다.
붉은 마법소녀는 용기의 마법소녀.
악마는 그 마법소녀를 보고 흡족하여 크게 웃어 그녀를 가르켰다.
"그래! 맞아. 마냥 거짓말만 한건 아니야. 예를들면 뭐. 마물들은 이 몸이 끌어들인 것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건 너희 뿐이었어. 다 맞지"
그리고 그 앞에 커다란 화면이 나타났다.
마법소녀들의 모습이었다.
"가끔 내가 카메라 들고 다닌거 생각나지? 큭큭. 아 재미있었지. 좀 부끄러워 했어도 활동보고라고 하니까 금방 익숙해졌었지?"
마물들과 싸우는 마법소녀들의 모습. 마법소녀의 화려한 마법이 터지며 적과 싸우는 모습. 적은 흉측하고 커다란 괴물이었지만, 영상은 조금씩 바뀌어갔다.
"아...어?"
흉측한 괴물. 마물이라 불리우는 것은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뒤집어 씌인듯 온 몸이 점점 녹아내리면서도 마법소녀들의 공격에 팔과 다리가 찢어져가고 있는 모습으로.
절규하는 표정과 언어를 말하지 못하는 의미없는 입의 움직임이 보였다.
마물의 안에 들어있던 인간은 몸부림 치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 절규하며 구원을 소리쳤다. 하지만 소녀들은 그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마물을 공격했고, 결국 쓰러졌다.
피를 토하며 괴롭게,
눈물을 흘리며... 겨우 새어나오는 작은 목소리로...
'살려줘...'
목숨을 구걸하다가..
푸욱-!
살해당했다.
마법소녀들의 손에 의해서 그런 인간을 바닥에 둔 마법소녀들은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오늘도 수고했다며 웃고 떠들었고 자신들에게 환호해주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그 곳에 허무하게 남은 것은 오직 인간의 시체 뿐이었다.
"거짓..말..."
"환..상? 그게...다 환상..?"
"그래. 뭐 환상은 아니고 그걸 좀 뒤집어 씌웠어. 아니 상관 없지? 큭큭. 이 C시 자체를 조금 손 봤으니까. 솔직히 말해 마물을 일일히 공간찢고 나오게 유도하긴 어려워서 인간들의 힘을 빌린거지. 마물을 부르기 힘들면 인간을 마물처럼 위장하면 된다는 간단한..."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짓이야!!!!"
"흠."
붉은 마법소녀는 다시한번 소리쳤다.
"그럼 우린 지금까지... 대체 뭘 위해서... 그, 이건 거짓말이야 이, 이건...!"
"아! 좀 진정해라 붉은 마법소녀여. 마물로 쓴 인간들은 모두 악인이었어. 그러니까 이 쪽 녀석 '인간남성 32세 (직장인)'은 무단횡단을 했고.. 이 녀석은 '인간 여성 27세(능력자)' 좀 쌨지? 로비 바닥에 침을 뱉고 그냥 가더군. 닦으라고 했는데도... 그리고 저번 녀석 '인간 남성 30세 (무직)'는 직장이 없었어. ... 그래 무직이었지. 음."
"그런 이유로...? 대, 대체 왜... 우, 우리가 그 사람들을 죽...죽였다는거야?"
노란 마법소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나고 있는 일을 부정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악마 컨피던스, 그는 유쾌하게 웃었다.
"뭘! 즐거웠지 않나? 너희는 분명 크게 될거야! 그 강력한 마법을 가진 존재로써... 새로운 마왕의 왼편과 오른편에 나란히 설 수 있을거다! 1년동안 얼마나 많은 마물...처럼 생긴 인간을 죽여왔는지 생각해봐!"
"아...아냐.."
쿠웅-
기분나쁜 웃음과 함께 악마 컨피던스는 한걸음 앞으로 향했다.
"자, 이제 준비된 살인을 해볼까."
"아냐...아냐... 우린 대체 뭘 위해... 지금까지 한건... 이, 이건 거짓말이야... 안돼... 난.. 내가... 아냐! 네가 우릴 속였어! 네가!"
"그래 그래, 내가 속였다고 몇번 말했잖아. 쯧 하여간 항상 멍청하긴."
눈앞의 화면이 사라지고 악마의 손 끝은 붉은 마법소녀에게 향했다.
붉은 마법소녀의 머리하나보다 커다란 손가락.
붉은 마법소녀는 소리지르며 자신이 들은것들을 부정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 손가락을 보는 순간.
펑-
풀썩-
머리가 터져나갔다.
머리를 잃은 몸은 풀썩 내려앉아 무릎꿇었고 곧이어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며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이윽고 몸은 완전히 기울어 툭- 하는 힘없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져서는 움찔거리는 경련과 함께 피를 울컥울컥 쏟아내었다.
"아..."
"꺄...꺄아아아아악!!!!"
공간은 이제 비명소리로 가득찬다.
녹색 마법소녀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상태로 바들바들 떨어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어 웅크렸고,
노란 마법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 도망쳤다.
텅빈 검은 공간을 달려나갈 뿐이었지만 말이다.
"어?"
붉은 마법소녀 옆에 있던 푸른 마법소녀는 자신의 뺨에 튄 붉은 마법소녀의 끈적한 붉은 피를 만져보며 어이없는 신음소리를 내었고,
소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때 악마는 다시 말했다.
"그래 그래 뭐. 아무튼간에.."
귓가를 때리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로써 들려온다.
-"자. 대충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단지 듣는것 만으로도 머리가 깨질것 같은 목소리.
악마는 그런 소녀에게 관심조차 주지않으며, 곧이어 그 기다란 팔을 들어올렸다.
그 손 끝은 노란 마법소녀를 향해 있었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무언가에 막힌듯 튀어나오지 않았으니..
그와 함께..
-"오랜만이라 조준이 좀.."
치직-
악마의 손 끝에서 뿜어지는 검은 광선은 도망치던 노란 마법소녀를 향해 날아가 또 닿았다.
빠각-
저 멀리서도 들려온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도망치던 노란 마법소녀는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 후에는 피빛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을 보았다. 노란 마법소녀의 두 다리는 완전히 반대방향으로 꺽어져 있었고, 노란 마법소녀는 자신의 튀어나온 뼛조각과 피. 살점등을 보았겠지.
그리고 피빛 안개로부터는 검붉은색의 형체를 가진 짐승이 한마리 나타났다.
이 후엔 비명소리가 들린다.
소름끼치고 괴로운 비명소리가... 아주 길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악마는 거기까지 확인한 후.
그 다섯개의 눈으로 부드러운 듯한 눈웃음을 만들어 내어 다시금 남은 마법소녀들에게 강조했다.
"당장은 너희 중 하나만 있으면 돼. 뭘 해? 어서 싸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