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5.마법소녀(1)]
툭툭-
미리네는 채비를 갖추었다.
하품을 한번 하고는 모자를 쓰고, 거기에 매일같이 입던 낡은 후드를 뒤집어 쓰고는 방을 나갔다.
"너도 바로 집에 좀 가라."
"... 하하, 네."
최근 자신의 방에 와서 자주 죽치고 앉아있는 아지에게 인사를 한 후에 말이다.
후드 주머니에 손을 꼿고 인적드문 곳을 지나 도시.
A시에 간다.
* * * *
미리네가 할 일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다른 능력자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지 않나?"
다른 능력자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힘을 사용해서 마물과 싸우고 있는지를 보는 것.
파편을 여럿 모았지만 아직 내 마법의 파편은 없었다.
하기사 지금 공간을 열고 들어오는 마물들이야 다른 녀석들이 파편을 전부 먹어치우고 난 후의 그 찌꺼기.
그 찌꺼기를 먹으러온 나약한 녀석들이니까 그러려니 할 만하긴 했다.
힘이 강한파편일 수록 쉽게 노려졌을거고,
내 마법의 파편은 강한 파편이었겠지.
간단한 이야기다.
지금.
나에게는 '마왕의 축복'을 내릴 수 있는 힘과 조금이지만 마법을 만들어내 사용할 수 있는 육신도 있다. 마법의 파편을 가진 이들에게서 내 마법을 다시 돌려받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선 찾는다.
누구에게 무엇이 돌아갔는지..
확인해 보자는거지.
그러니 미리네는 아주 간단하게 기관으로 향하면 된다.
모든 능력자는 능력자 등록을 하게되고, 능력자 등록을 할 수 있는 곳중에서 가장 큰 곳이 '기관'이며, 상당한 숫자의 능력자들이 모여있으며,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이기도 하지.
이 기관의 수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전날 미리네를 통해 보았던 기관의 내부는 나도 놀랄 정도의 마도기계 들을 두고 있었으며, 어느곳보다도 확실하게 마물에게 대응할 수 있는 장소다.
그러니 미리네.
내가 보는 대로 기관에 입성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듯이 주머니에 손을 꼿고 들어가면서 하품이나 하면서 말이다.
-"아참, 그러고보니.."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라도 난 모양인지.
-"아니.. 아니다. 아냐 아무것도."
무언가 말하려다가 금새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돌리긴 했으나, 뭐 신경쓸건 없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던전에 갔다가 구해온 마석이 있었지. 정제 할 필요 없냐? 더 비싸게 팔 수 있을텐데?"
-"아 씨! 아무것도 아니라고!"
소리지르거나 말거나.
기관 건물안에 들어왔다는걸 잊은 듯한 미리네의 고함에, 기관 안에 있는 이들이 일제히 돌아보긴 했지만.. 생각보다 다른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그사람이구나"
-"저 애 또 왔네. 진짜 능력자 맞긴 맞나봐"
-"어디서 가져오는걸까. 미행이라도 해볼까.."
-"쟤를 미행하면 엄청 심각한 범죄자같잖아. 뒷조사하는것도 솔직히 좀..."
어느정도는 유명인.
어느정도는 눈에 익은 사람. 아이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우수한 능력자 쯤.
미리네의 위치가 그정도다.
물론 저기서 초보자용 장비인 검은 코트를 입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마물에게 화살을 쏘아 해치워 버리는 마법같은 궁술을 사용하는
'마법소녀' 라고 불리겠지만 말이다.
그러지 않은 지금은 평범한 '의문의 소녀 능력자' 정도인 셈이고,
나의 하수인으로써 활동할때는 '의문의 마법소녀' 정도인 셈이다.
...
생각해보니까 둘이 비슷하긴 하네, 그야 뭐 이 역시 상관없는 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갑작스럽게 관심을 받은 미리네는 모자와 후드를 다시금 푹 눌러쓰고는 접수터로 이동했다.
목적은 말했듯이 능력자의 확인.
그를 위해서 온 기관이니까..
-"저..저기, 느, 능력자 명단좀 확인할 수 있어요?"
가장 단순하고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모양이다.
능력자 명단 이라 함은 해당 기관등에 소속되어 있는 능력자의 명단이라는 뜻.
그 목적은 흔히 말하는 '파티'를 구하기 위함이고 '파티'는 '마석 수집' 다시말해 '잃어버린 땅' 이라고 하는 외부세계로 나가기 위한 동료를 모집하기 위함이다.
꽤 많은 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감추길 원하지만, 목숨이 걸려있는 외부세계로의 출장. 사냥등에서는 서로의 능력을 모른채로 싸우다간 쉽사리 목숨을 잃기 마련이니,
몇몇 능력자들은 자신이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능력이나 사용처들을 간략하게 적어 내어 동료를 모집하는데에 활용하기도 한다.
결국 스스로 적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도는 꽤 떨어지겠지만, 그정도만 있어도 충분한 것.
-"아, 명단이요? 파티를 구하시는거라면 저쪽 거래소에서 그 전 구역이에요!"
-"넷? 아, 그...아...네, 넷."
삐걱거리면서도 착실히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미리네.
난 턱을괴고 그저 그녀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겠지만, 실제 미리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한마디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시선을 받을때마다 호흡을 정돈하고 심호흡을 할 정도로 꽤 힘든 길을 걷는 중이다.
그리고 그 때 쯤이었다.
지루하게 미리네가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을때 쯤.
차라리 '같이 갈껄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지만, 미리네의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관여하지 않는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 때쯤.
-"잠깐만 같이가!"
-"좋아! 오늘이야 푸른아!"
-"로운이는 어디에 있어?"
-"와. 이런데 처음이야... 굉장하다.."
미리네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몇몇의 아이들.
"음?"
-"이런데에도 애들이 다 오네."
미리네는 그 모습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도... 흠. 아니다."
어울리진 않는데...
-"뭐 시발. 더 말해봐 시발."
"아냐. 일 열심히 해."
-"말안해도 할거야!"
* * * *
잠시 후,
휴계소라 함은 지친 헌터. 능력자들을 위한 휴계소다.
말했다싶이 이 기관에는 잃어버린 땅으로 단숨에 전이 할 수 있는 전이장치가 따로 있고, 그곳을 통해 도심과 그곳을 오가는데,
이곳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고 싶은자는 휴계소를 통해 동료를 모으곤 한다.
-"오 버터감자 있네"
휴계소였기에 버터바른 회오리 감자나 호두과자등의 간식거리를 판매하는것도 당연. 미리네는 우동을 하나 시켜놓고 근처에 앉아 그곳까지 걸어가고 있던 지친 몸을 휴식시키며..
명단을 살폈다.
-"뭐 없는데... '화염 능력자입니다.' 라던가 '2레벨 능력자입니다'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래? 흠. 그러고보니, 저번에 '사령관 타입' 마물이 나타났을때. 내 마법의 파편을 쥔 녀석도 있었어. 불꽃계열이었던거 같은데..."
-"음... 이런걸로는 몰라. 본인이 쓴거라 그런지 너무 간단하고 단순해. 확인하려면 직접 한명 한명 만나보는수 밖에 없겠는데?"
"거기 있는 녀석들은 동료를 원하는 녀석들이니까... 흠. 네가 잠입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이야기는 아닌데..."
미리네의 잠입. 인간 틈으로의 잠입을 이야기한다면... 그래, 나쁘진 않다. 다만 걱정되는것은..
-"어... 그 말은.."
"네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져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지.."
-"야! 나, 나 그런거 못해 시발!"
미리네 개인적인 문제다.
오랜시간 히키코모리로써 지내왔던 미리네는 최근에야 나라던가 아니면 아지와 조금 친해지긴 했다지만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를 겪고 있고, 본인도 싫어하고 있다.
맞지 않는 성격. 이라고 해도 되겠지.
-"모, 모르는 사람들이랑 우르르 다니면서 뭘 하라고? 아니 나 그런거 못해. 안할거야."
조금 겁먹고 있기도 한다.
이해 할 순 있다. 오랜시간 혼자. 있어봐야 둘 이상 함께 한적은 없으니 미리네의 대인공포증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다.
"흠. 이미 혼자 주절주절 거리는것에서 부터 다른 팀에 들어가기 힘들어질것 같지만, 뭐 이해는 한다."
-"뭐? 아. 으...윽..."
하지만 미리네는 한참 나에게 소리지르며 대화하던 중.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금방 벌개진 얼굴을 푹 숙였다.
-"시발... 말 좀..."
"내 말은 그냥 듣는척만 하지 왜..."
-"개새끼."
미리네는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아무튼 그녀, 다른 능력자를 찾는것은 잠시멈추고, 파티모집 명단을 손에 넣은 것으로 만족하면서 휴계소를 나갔다. 이미 팔릴 쪽은 다 팔렸다고 생각한 탓인지 걸음은 조금 빨랐는데..
-"아무튼 오늘은 이정도만 할래. 8시부터 경험치 두배니까 말걸지 마라"
"네 현실 경험치는 언제 올리려고"
-"...뭐, 그... 그거 하면 되.. 되지 않...나..."
"뭐라고?"
-"마, 마력...그거... 흠! 케흠! 그..섹... 쿨럭! 어흠..!"
"...?"
-"아 됐어! 시발! 마석정제... 가 아니라... 아씨! 마석팔고 집에 갈래!"
"정제해서 팔지.."
-"시끄럽다고!"
"맘대로 해."
오늘도 미리네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기관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미리네가 가는 길.
사람들은 미리네에게 관심을 가진다.
기관에 가끔 나타나는 시끄러운 행운의 요정이라거나, 아니면 미쳐있는 소녀라거나..
그것이 좋은관심이건 나쁜관심이건...
아주 천천히... 그렇게...
* * * *
그 시각.
그곳은 제법 유명한 곳이다.
일종의 관광지라고 해야 할까?
A시에서 멀지 않으며, A시보다는 아니지만 꽤 좋은 방어기계로 보호되고 있는 곳. 크기는 조금 작다지만 꽤 대도시라고 해도 좋을만한 장소.
그런 곳에 관광할 곳이 뭐가 있겠나 싶지만..
생각보다 있다.
요즘같은 능력자들이 돌아다니는 능력자 시대에 있어서 가장 팔기 좋은 상품이자 가장 인기있는 상품이라고 하는 것은 다름아닌 '능력자'
그 중에서도 C시 만의 특별한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것은..
'마법소녀'
마법소녀.
C시의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능력자들은 특이하게도 모두가 소녀들이었다. 귀여운 소녀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신비로운 마법을 사용했다.
게다가 그 소녀들은 모두가 특정 기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미등록 능력자였지만, 그 외모나.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그 특징때문에 '마법소녀'라 불리우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고,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마물 사태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겨우 1년 남짓의 시간동안 C시에는 마물들이 돌연 나타나는 일이 많았었다. 마치 A시의 최근 상태처럼. 갑작스럽게 균열을 열고 나타나는 거대한 괴수들로 부터.
단 한명의 피해자도 내지 않고 완벽하게 처리해내고 있는 마법소녀들.
인기는 최고 수준. 각각의 마법소녀들에게는 별명이나 이름까지 붙기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뭐, 그러한 소리는 적당히 끊기로 하고.
그 마법소녀들의 숫자는 총 다섯여명.
커다란 도시를 능력자들과 함께 지키며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신비로운 그녀들은..
지금.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는 중이었다.
"좋아! 모두들 준비 됐지!?"
"응!"
그 마법소녀들은 바깥에서는 신비한 능력자라고만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진짜 '마법소녀'였다.
차원을 넘어 찾아온 신비로운 생물은 1년 전. 마법소녀들에게 나타나 이렇게 말했었다.
'차원 너머의 사악한 악의 제국이 이 세계를 노리고 있어!'
그 단순한 이야기를.
'나를 도와 이 도시를 지켜줬음 해!'
그렇게 말이다.
그것의 이름은 스코트라 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고 귀여운 동물이었고,
그것은 마법소녀들에게 마법의 왕국에서 건네준 신비한 힘을 각각의 마법소녀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마법소녀들은 그렇게 얻은 신비한 힘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괴물들을 쓰러트리는.. 그런 진짜 마법소녀.
그런 그녀들이 이번에 1년.
수많은 싸움과. 갈등과. 각각의 상실과 성장. 꿈과 희망을 채워놓는 무수한 일들을 겪고. 드디어 시작되는 최종싸움.
"어둠의 마왕이 이곳에 있는거지?"
"맞아! 여기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마물사태의 근원인 어둠의 악마가 숨어있어! 그 녀석을 쓰러트린다면 도시는 평화를 되찾을거야!"
"그래."
어둠의 악마. 아니 어둠의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장소로 통하는 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이를 위해 A시까지 가서 중요한 아이템까지 빌려온 상황.
마스코트는 말했다.
"여기까지 고마웠어. 이 일년동안 너희들의 도움을 나는 정말 잊지 못할거야!"
소녀들은 화답했지.
"아냐, 우리도 이 힘을 얻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 우리들 모두 몇번이나 쓰러지고 넘어졌지만 많은 성장을 했다는게 느껴져. 사람들을 지키는 것에 보람을 느꼈고, 웃는 모습이 기뻤어. 우리도 이 일년을 잊어버리지 않아. 영원히 기억할거야."
일년. 마법소녀로써 사명에 가까운 일들을 해왔던 일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함께 싸워서 기뻤고, 우리들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것이다.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어둠의 마왕만 쓰러트리면 모든게 끝나."
붉은 빛을 가진 마법소녀는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이끌었다.
마지막 싸움에 각오를 다지며..
"가자."
마법소녀들은 게이트를 통해 들어간다. 그 어두운 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