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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재력이네 (9)] (29/112)



〈 29화 〉[재력이네 (9)]

온 몸의 신경이 곧두서기 시작하는 재력.
그건 어떤 감정도 아닌 불쾌감.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이 괴롭히는 찐따같은 녀석이 같이 있는것을 본. 반쯤 본능에 가까운 혐오감이다.


굳이 예를 들면 바퀴벌레와 자신이 안고자는 베개가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것과 같은 정도.

그래서 재력은 성큼성큼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보안팀.  경비원들도 당연히 재력을 알아보아 비켜줄것이고, 돌연 조퇴를 해버린 심기나쁜 재력을 막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재력.
대문이 박살나있는것을 보았을땐.

'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당장 조금전만 해도 거대한 마물이 나타나 학교 운동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그 덕분에 재력이 쉽게 나올 수 있엇지 않은가? 사상자는 다행스럽게 없었다지만 꽤 많은 부상자들이 있었지 않은가?


대문이 박살난것은 아무리 봐도 인간이  짓이 아닌 마물이라는 비정상적인 괴물이 하는게 아닐까 싶은 정도.


그래서 재력은 조급해졌다.

"뭐야! 왜 대문이 부숴져 있어!"

뭔가 이상해.
오늘은 마물을 두번이나 마주쳐버린 느낌.
그것도 한번은 집에서.

"엄마! 엄마!!"


사랑하는 어머니가 집에 있을 것을 떠올리면 당장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며 달려가는 것이 재력이었고,


그 후. 문을 열었을 때..


바로 그 순간!

"어?

본것은 진수성찬의 식사와  검은코트를 입고 있는 미녀가 열심히 식사를 즐기던 모습이 있었다.

"뭐, 뭐야 너희."

그 다음에는 정수. 그 다음에는 어머니인 부자영순.

재력은 그들을 하나하나 노려보기 시작했고..


"이 시발. 마 정수  개새끼가...!"

모든 감정은 다시 정수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 * *  *


"이 시발새끼야!"

라고 소리치는 순간.
덜컥-
하고 식탁이 밀려남과 동시에 라나가 일어선다.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면서도 보석안에 집어넣어두었던 검을 다시 뽑으려 했는데,


여기서 상대가 누구인지. 왜 저러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고민은 조금도 없이. 당장 눈앞에 닥친 불온한 위기에 대해서 대처하려는 생각만 가득했을 것이리라,


'적을 죽인다.' 라던가, '감히 그분 앞에서 뭐라고 하는거야' 라는 등의 하찮은 이유일수도 있지.


아무튼간에 그렇게 일어난 라나였지만,
 후, 특별히 그녀가 움직일 일은 없었다.

"라나는 돌아가도 돼."

"네?"


"싸줄까? 아니 싸가. 자영! 라나에게 적절한 디저트를 싸주도록 해랏!"


"하, 하지만."

"돌아가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난 후에 다음싸움을 대비하도록 해. 라나. 맛있는 디저트를 베어물어 행복한 기분에 잠기는 것도 잊지 말고 수행하도록."

"아...네, 넷.."


상황은 간단하게,
정수는 라나의 어깨에 부드러이 손을 올려 그렇게 말했고, 라나는 꿀꺽- 입에 남아있던 음식을 넘겨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라나가 움직이지 않고, 뽑아들었던 서슬퍼런 검역시 다시 집어넣었으니.

재력은 얼마나 다행일까.


하지만 그는 그런것도 모른채로 일단 소리지르고 있었다.
차마 다가가진 못했다.

만만한 정수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잠깐...어? 뭐야 저 사람은...'

광전사.
그 모습을 눈에 새겼기 때문일 수도 있지.

그 싸우던 모습을 기억한다.
 별명이 어울리게도 미친사람처럼 괴물의 다리를 베어나가던 것을 떠올린다. 그 굉장함에, 그 화려함에 눈이 빼앗긴것도.. 단적으로 말해 호감. 동경따위의 감정을 품은것도 말이다.


...

"어?"


그런 그녀가 정수와 함께 있고,
정수는 스스럼 없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는데..

어떻게 다가갔겠는가?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서 한걸음 내딛었던 재력이지만, 이 후.


말했던대로, 라나가 움직일 필요도 없던 일이었다.


빠악-!

재력이 제일먼저 들은 소리였다.
 후에는 정수의 모습을 보았고,
그 후에는..

"케헥..!"


밀려오는 복부의 고통에 배를 쥐어잡고 무릎꿇은 자신이 있었다.

'? ?? ?'

이유도 모르고 한대 얻어맞은 것이다.
언제 어떻게 때렸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 재력이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리니...

"하핫. 봐봐 재력아."


정수는 웃고 있었다.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키득거리며 웃음을 지어보고 있었다.

재력은 여전히 영문도 모른채로 헛구역질과 기침을 해대며 자신의 배를 붙잡아 결국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는데..

"신기하지 않냐."


빠악-!
그와 동시에 날아오는 발길질에, 재력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나버렸다.


발차기에 사람이 날아간다는 이야기는 들어만 보았지 경험해본적도 없고 본적도 없는 이야기었을테지만, 아무튼 재력은 그렇게 날아가 벽에 부딪혀버렸다.


맞은 부위는 복부와 그곳을 막고 있던 손등.
저릿거리는듯이 아파져온다. 의식하지 않아도 양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영문을 모르고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올렸다.

정수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진짜. 재미있고 신기한 일이야."

 녀석이 하는 말은 이해되지도 않았다.

대체 뭐가 재미있고 신기하단 말인가?
재력이 맞고 있는것이 신기해? 그게 재미있어? 그게 아니면...

"...?"


재력은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경악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으리라...

눈에서는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이해하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재력은 아무튼 그렇게 온 몸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재력은 보고 말았다.

"어, 엄마?"

 일련의 상황.
자신이 정수에게 얻어맞으면서 멀리 날아가기까지 했고, 기침을 하며, 호흡을 바로 하지도 못하고는 끅끅 거리고 있었던 그 상황속에서..

재력의 어머니인 자영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지 않은가?


"... 아...!"


무언가 이상한 방법을 쓴거야. 뭐 눈을 가렸다던가, 귀를 막았다던가 입을 막았다던가하는 방법이나, 나아가면 신비로운 [마도장비]같은걸 사용해서 어머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던가 하는 그런것 말이다.


하지만..


"아!"

아니었다.

자영은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바닥을 구르던 재력과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스윽 시선을 돌리고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자신의 팔을 붙잡아 무언가 굉장히 안타까운 듯 하면서도 어쩔  없다는것 처럼. 그렇게 말이다.

"아냐.."

무시. 아니, 모른척 하고 있었다.
아들이 맞고 있는데! 아들이 동급생에게 폭행당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보호하거나 그 동급생인 정수를 말리기는 커녕.

그냥 보고는 스윽 시선을 돌려 모른척..!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
그래서 더더욱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겠지. 그래서 재력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아냐, 엄마는... 언제나 상냥한..'

언제나 상냥하고 부드럽지.
재력이 무슨 잘못을 하더라도 감싸주려했고, 엄격한 아버지에게서 피할 수 있는 우산이었다.


어쩌다가 재력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녀 어머니가 온 몸을 던져 재력을 보호하려고 했었지 않은가?


 때 등에 나있던 어머니의 상처를 기억한다.

자신을 감싸 안으며 괜찮다고 눈 감으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재력이 수도없는 재벌가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그녀덕분이었던걸 다시금 떠올린다.


...

"웃기지!? 네가 얻어맞고 있는데 한마디도 안하잖냐! 응?! 크하하하!"

그리고 깨졌다.


산산조각 나버렸다.
가장 신용하는 대상에게 배신당해버렸다. 버려졌다?

재력은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렸을테고, 이 후부터는 한마디 더 꺼내지 못했다.

퍼억-!
그저 조금이라도 살살 맞기 위해서 몸을 잔뜩 웅크리는 것이 재력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 * * *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재력의 어머니인 자영 역시 생각이 있었다.
생각이 있다기 보다는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해버린 것이겠지.

'인간이 아니야'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능력자야'

능력자다. 아니면  이상의 무언가라던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던가, 뭐 그런걸지도 모르지

'저 사람 앞에만 서면 속이 이상해. 마음이 이상해... 평범하지 않게 되버려. 정신이...'

혼미하고 혼란하다.


그러니까 자영은 아무말 하지 못했다.

'괴로워..'

퍼억-! 퍽!
재력이 가벼운 발길질에 괴로워 하는 것을 보았지만, 여기서 무얼하든 정수에겐 거역하지도 반항하지도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혹여 그렇게 한다면, 반항하고 저항한다면... 다음엔 뭘 해버릴지 모를 일.

"하아... 하아..."


그러니까 자영은  모습에서 시선을 돌렷다.
흘끔 시선을 옮기긴 했었으나 겨우 그뿐이었지.


...

그래,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었지.
그래도 이건 자영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었으리라.


자영 흘끔흘끔 재력이 얻어맞는것을 보고 있다고, 그 괴로움을 눈에 새기고 있다고 스스로는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정수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자영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옮겨진,  장난스러운 눈빛과 그 표정 얼굴등을 보고 있었던걸 말이다.


'인간이 아니야.'


이렇게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깊게...

'내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야'


더 깊게..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해도, 어떤 짓을 하더라도 결코 저 사람에게 저항하지 못할거야'


뭐. 이정도면 되겠지.
 하더라도 저항하지 못하는 상대.

그로 인한...


'우린 이제 아마 평생...'
"앗♡"

굴종.

그 기대감.
패배감과 무력감.

'재력이가 저렇게... 반항한마디 못하고.. 두들겨 맞고 있어... 아... 앗♡'


저항하지 못하는 그 무기력에 대한. 흥분?
지배당하는 쾌감!

"아...♡"

넋놓고 보고 있었던 것은 무력하게 당하는 재력이 아닌,
자신의 집을. 자신을. 재력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배해버린 정수였던 것이다.


띠링-
['카리스마']
['압도']
['지도자']
['신용받는 자']
['신묘한 매력']

말하길.
아직 자영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완전히 정수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아마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녀는 군말없이 들어주고 말겠지.

어차피 저항할 수 없을거라고,
어차피 반항할 수 없을거라고,


스스로 굳게 믿으며 스스로 복종하고 굴종하는 것을 택하고  것이다.


"아...아아아악!!"


재력이 소리지르는건 들리지도 않았다.


* * * *



재력을 때리긴 했지만 복수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복수란 본디 '당한걸 되갚아준다' 라는 것이지. 나는 이 녀석에게 이정도로 얻어 맞은적은 없기 때문이다. 한대... 아님 두대? 전에 뒤통수를 한대 맞았던가?


"야 뒤통수 딱대."

"뭐?"


빠악-!
"컥-!"

그래 이렇게 맞은건 복수 했다.


물론 똑같이 갚아준다는 것이 복수는 아니지. 1.2배정도는 갚아줘야 복수라고 할만하고 2배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을테니. 힘의 가감을 주어 머리를 후려갈긴 것이다.


넘어져 있는 재력을 억지로 일으켜 때리고 나면, 재력은 깨달았겠지.

어머니는 자신을 돕지 못하고, 자신이 맞은 부위는 겉으로 티나지 않는 부위라는 것을...


뭐. 일단 이정도면 만족하는 정도라고 해둬도 되겠지.
나는 적당히 때리는 것을 끝마치고는 재력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재력의 머리를 잡아 살짝 들어 시선을 맞추고는..

생각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재력에게는 충분한 힘의 차이를. 그리고 아군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느끼고 있는 것은 무력감일테지. 집에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걸 깨닫도록 했다.


"나에대한걸 누구한테 한번 말 해봐. 학교에서 계속 괴롭혀보라고 친구야."


"...하아...아..."

"내일부터 나는 매일 학교에가서 라나에게 도시락을 전해주러갈건데, 만약 내가 그걸 실패하게 해보라고."

"...? 도, 도시락...?"


이제 내 학교생활이 좀 편해지겠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재력을 위해 다시한번 말해주었다. 애초에 재력이 당하고 있는 이유일텐데, 자신이 당하는 이유도 모르면 조금은 불쌍하니까.


"그래 도시락. 너네 무리가 내 도시락을 망쳐놨잖아. 기억못해?"


"지...지금 그런게.."

"네가 그 녀석들 대장이잖아? 네놈만 얌전해지면 그 녀석들도 전부 얌전해지는거 맞지? 그렇지? 내가 학교에서 편하고 안락하고 안전하게 라나에게 도시락을 무사히 전해줄 수 있는 상황이 될거야 그렇지?"


"뭐...?"

"그렇게 되지 않으면 난 또 너한테 와서 같은 짓을 해줄거야. ... 그보단 좀 더 심한짓을 하겠지. 네 녀석을 영양실조에 걸리게 해서 천천히 굶어죽게 만들어주던가, 그런거 있잖아."

"겨우..도, 도시락...때문에..? 내가..너한테..한짓..때문이 아니라... 그럼대체 왜 우리 엄만..."

"나한테 한짓? 그건 뭐. 나중에 죽으면 당사자끼리 잘 해결보고, 넌..."

그래. 우두머리를 잡는게 해결을 위한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인데, 그냥 거기서 패버렸다간 문제가 커질지도 모르니 그냥 작은 문제를 만들어 쉽게 접근  후, 그의 집을 장악해 나가면서 재력을 제압하면.. 좀더 쉽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향후 다른 문제가 터지더라도 다시 재력의 집에 찾아와 재력을 괴롭히면 되지않은가!

전문용어로는 '내리갈굼'

그것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이 집을 점거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 완전히는 아니야. 아직은 아슬아슬 하겠지. 시한폭탄 같은거지만, 나중에 빨간줄을 잘라버리면 그만이다.

"...다, 다른 방법도 많았잖아!  하필..!"

"어,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야. 마력도 필요했고, 여러모로..."

그런 이야기.
난 재력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리듯이 쓰다듬어준 후.


"좋아. 그럼... 이제 뭐가 필요하냐면..."


다음 계획을 세워보았다.
새로이 얻은 파편이라도 확인이라도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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