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재력이네 (7)]
붉은 마력이 검게 변해 그녀들의 몸을 휘감는다.
타오르는듯한 힘과 따듯한 기운이 온 몸의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키고 그녀들이 본디 가지고 있던 기술과 새로이 얻은 기술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주니.
띠링-
[이름: 최 미리네]
[백수]
['마왕의 축복']
['공격능력' E : 날카로운 일격을 가할 수 있다.]
['방어능력' F : 바람에 날아갈지도 모름.]
['마법능력' F : 신비함에 이끌릴 수 있다.]
['보조능력' F :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음]
[보유스킬]
-['급소 간파' 레벨: 3+3]
-['정확한 일격' 레벨: 3+3]
-['전이' 레벨: 2+3]
-['속성 마법 궁술' 레벨: 1+3]
미리네와
띠링-
[이름: 유라나]
[학생]
['마왕의 축복']
['공격능력' E : 끊임없이 몰아치는 공격능력]
['방어능력' E : 꽤 오래 버틸 수 있다.]
['마법능력' G : 마법의 재능은 조금도 없다.]
['보조능력' E : 이것저것 평범하게 하는 편]
[보유스킬]
-['재생' 레벨: 3+3]
-['전투 재생' 레벨: 3+3]
-['엉성한 검술' 레벨: 4+3]
-['타고난 직감' 레벨: 1+3]
-['투지']
라나의 능력은 이제 괴물을 퇴치하기에 충분한 힘을 갖추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더 많은 능력자들이 찾아오기 전에 일어난 일로, 라나는 자신의 몸안에 새로운 힘이 깃들고 또한 마왕의 축복이 내려졌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축복! 그 분께서 내게 축복을..!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광신적인 말을 내뱉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상황은 조금전과 별 다를바 없었으나,
온 몸에 칼날을 지니고 있던 괴물의 칼날을 모조리 부수고, 베여도 신경쓰지 않으며 피를 머금어 더욱이 커지는 칼날 조차도 베어 부숴버리고 있었다.
라나에게 새로이 흡수된 직감이란 능력은 정신없는 싸움도중에도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알게 했고, 새로운 공격과 거대해지는 칼날이 어디서 달려들게 될지 알게 되는 능력.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단순한 직감 같은것은 믿어도 의심한다던가, 알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라나는 그 직감을 믿었다. 애초에 의심같은건 하지도 않았으니, 라나는 점차 그 거대한 괴물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한편 미리네는
미리네도 같았지.
"궁술?"
자신이 얻은 힘을 깨달았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해보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활을 잡는 방법. 쏘는 방법과, 바람을 읽는 방법을 배웠는데,
거기에 더해..
'이게 그 마력인가 뭐시긴가 그거네.'
마법의 궁술, 자연스럽게 바람과 함께 떠돌던 마력을 깨우쳤으니..
"불꽃"
나지막히 입을 열어 자신이 사용할 속성을 말해본 이후에 다시금 화살을 당겼다.
생겨날 마법화살은 타올랐다.
발화한 불꽃이 이글거리며 라나의 손끝에 닿았지만, 뜨거움은 없고 따스함만이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라나는 정확히 노려야 할. 라나의 앞을 방해하고 있는 괴물의 심장과 그 주변을 노리며 힘을 주었다.
그 후에는..
파지짓-
터져오를 마력이 미리네를 휘감고.
파앙-!
사격.
터지는 듯한 파열음이 들렸고,
화살은 날아가 괴물의 칼날과 그 칼날을 만들어내는 피부를 부숴버렸다.
라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괴물의 몸으로 들어갔으며,
그것의 심장. 가장 중요해보이는 급소. 직감으로써 알아챈 라나는 바로 검을 휘두른다.
그와 함께 날아온 미리네의 번개같은 화살이 닿으면.
쿠우우우웅-
굉음이 들리고,
쩌적-
괴물의 몸이 갈라진다.
기기기긱-!!
괴물의 팔다리에 달려있던 눈이 점차 희미해지고 균열이 커져갔을때 쯤에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나 둘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괴물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형태마저 잃어 운동장을 자신의 사체로 뒤덮기 시작했으나,
그건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
"라나! 파편찾아서 튀자!"
"...!!"
그 후의 일은 늘 그렇듯이 같은 일이다.
라나는 시체속에서 파편을 찾아 도망쳤고, 미리네 역시 그렇게 자리를 피했다.
정수? 정수는 뭐 그곳에 있어도 의심받지 않을 위치에다가 특별히 도망칠 이유가 없었으니 그 자리에 남아 도망치는 그녀둘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고..
남은 능력자들은 어리둥절 상황을 살피다가 뒤늦게야 보호막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시발! 왜이리 늦어 이 병신들아!"
"보호막 없이는 난 능력도 못쓴다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또 소리를 지르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건 다름아닌 학교
그 창 바깥으로 괴물의 끔찍한 모습과 능력자 둘이 싸우는 것을 본 학생들은 저마다가 다른 소리를 소리치면서..
"와아아!"
"광전사 진짜 개쩐다!!"
"봤어? 그 마법소녀가 활쏘는거!"
"활을 쏘는데...! 저거 왠만한 능력자보다 엄청 낫네! 개쩐다 진짜!"
"아마 학교 지키려고 괴물 유인한것도 다 그 사람들 덕이잖아! 와아아아!"
열광하기 시작했다.
학생들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야기는 안그래도 은연중에 돌아다니던 두 사람의 소문을 더욱이 빠르게 퍼트리게 되었고,
머지않아 유명세를 탄것도 금방인 이야기.
그런 이야기에..
여기. 재력은.
"진짜...굉장하다."
동경을 시작했다.
고귀하고 고고하게 전장을 가로지르는 듯한 여전사.
자신의 몸이 베어지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적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그 검을 내지르는 광전사. 그 흩날리는 머리칼과 녹빛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고 할까.
능력자들에 대한 팬클럽따위가 한심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 했었지만..
'나도... 나도 저렇게 싸우고 싶어'
자신의 지루함. 재미없음에서 부터, 스스로 자신을 사이코라고 생각한다던가 하는 그런 감정을 전부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어'
능력을 가지고 싶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
그리고 그렇게 멍하니 창 바깥을 바라보고 있을때.
오직 재력의 눈에만 보인것이 하나 있었다.
'음? 뭐야? 정수?'
정수 말이다.
'킥킥 저 병신. 늦게 왔다가 뒤질뻔했나보네.'
정수는 학교 앞에 있었다.
아마 자신의 집에서 부터 진짜로 달려오느라 늦었고, 그 덕분에 괴물에게 죽을 뻔한거겠지. 기왕이면 어디 하나 잘려나가서 엉엉 우는 꼴을 보는것도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재력은 그냥 키득거려 웃으며 작은 숨을 토해냈다.
'조금 부럽긴 하네, 가까이에서 싸우는거 봤겠지'
조금은 부럽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어?'
창 바깥,
그러니까 정수가 있던 운동장에서, 정수에게 슬금슬금다가오는...
"엄마!?"
자신의 어머니가 보였다.
멀어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부끄러워 하는 듯이 몸을 꼬고, 조심스럽게 정수를 잡으려고 하는 모습.
정수는 그런 그녀를 낚안 채듯이 잡아 어딘가로 이끌고 가기 시작했는데..
"이... 이 시발!"
재력은 그 이상을 보지 못하고 교실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른건 몰라도 정수만큼은 안될 일이지.
자신이 괴롭히던 그 한심한 녀석과 자신의 어머니와 친해져가는 상상을 하는것도 역겹고 짜증나 죽겠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게 된다니 말이다.
아마 정수가 학교가기 곤란해 하니까 자영이 차로 태워다 준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화내고 있는건 그래서 화낸것이었다.
정수가 싫으니까. 딱히 이유없이 그 녀석이 파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달려간 재력.
뒤에서 소리치는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고함같은건 들은채도 하지 않고 운동장까지 내려오면, 거대한 마물의 사체가 돌맹이처럼 이곳저곳 굴러다니고있었는데,
재력은 그 마물의 사체를 파해쳐 달리며 정수를 목격한 곳으로 향했다.
막는 사람은 없었다.
능력자들이야 워낙 한심해서는 사태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었고, 어디선가 소문을 들은 방송국 놈들이나 개인방송을 한다는 녀석들도 와 있었으니까.
재력은 그 모든 것들을 뚫고서 정수가 들어간 방향. 즉. 자신들이 주 아지트로 쓰던 체육계 부활동 건물의 그 뒷편으로 갔는데..
"허억...허억... 뭐, 뭐야? 없어?"
없다.
아니 뭐, 있어도 좀 곤란한 것이긴 했지만, 재력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그 녀석이랑 엄마랑 왜 같이온건데? 그... 그게 왜..."
절대 당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자신의 성역. 보금자리가 침범당한 기분이었다.
재력이 한두걸음 그 뒷골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얀 백탁액들과. 아직 따듯하게 김이 피어오르는 듯한 쇼파 시트.
... 꿀꺽-
마른침이 절로 넘겨 삼켜지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는 것들을 떠올린 후에는..
"아냐, 하.. 내가 뭔 생각을 하는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다시금 자신의 기억과 경험따위를 상기시켰다.
정수는 그럴만한 힘도 능력도 생각조차 없는 한심한 녀석이며, 자신에게 완벽히 굴복해서 찌질대고 있는 녀석일 뿐.
어머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분이시고, 아버지의 옆을 든든하게 받쳐주어 지금의 집을 만들어준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런일이 무슨일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재력은 그렇게 납득했다.
오히려 정수에 대한 미움과 불쾌함을 키웠다.
더 괴롭혀야겠다. 더 잔인하고 더 비열하게, 그 녀석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로 말이다.
"그 씹새끼..! 진짜 반 죽여버려야겠어!"
그렇게. 재력은 다시금 다짐했다.
* * * *
부 자영.
그녀는 단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조신하고 조용하게, 무슨 일이든지 대체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여성. 어머니로써는 한없이 다정하고 가정을 지키는 사람으로써는 엄격하기도 한.
이상적인 어머니.
단아한 검은 머리칼은 곱게 묶어 옆으로 내렸고, 눈동자 역시 같은 색으로, 악세사리라곤 결혼반지 하나 뿐이기도 했다.
커다란 저택같은 집에 사는 안주인 치고는 굉장히 검소하기도 했다.
그런 자영은 이웃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다정하고... 또... 뭐.
많겠지.
칭찬할 점이야 수도없이 많이 있었겠지.
그런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아...하아.. 아..."
가느다란 한숨을 토해내면서 나의 앞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조금은 즐겁다.
"자, 어땠어?"
"하아... 이게.. 대체..."
자신도 알지 못했던 마력이라는 신비로운 힘.
그 힘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그 부귀와 영화를 눈에 보고 있겠지.
무릎꿇은 그녀에게선 나의 마력이 휘몰아치고 있다.
남은 잉여 마력을 그녀에게 소진했다.
그녀에게서 뽑은 마력을 그녀에게 돌려준다는 단순한 일이었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강력한 힘이나 혹은 감각따위를 되돌려주는 것으로,
아주 약간의 장난을 칠 수 있다면 이런것도 가능하다.
"짜릿했지?"
"아냐.. 난..."
특별한건 하지 못하더라도,
기억을 되새기게 하거나..
"내가 말했지? 분명. 네가 네 아들보다 나를 소중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아..."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것.
오늘 낮에 있었던 그 짜릿한 감각. 아들의 학교에서 불순한 짓을 하고 있다는 배덕감. 아들또래에게 범해지고 있다는 그런 배덕감. 그러면서도 기분은 좋았던지 몇번인가 절정을 맞이 하며 몸을 떨고, 몽롱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따라만 갔던 그 감각 말이다.
'어떻게 돌아왔지?'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분명 정수의 손을 잡았을 뿐인데 어느덧 돌아와 있다고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살짝 벌린 입술의 틈 사이로 나오는건 단어라기 보다는 감각을 되살리고 있는 애달픈 신음소리 뿐.
'이건...'
내가 했던 말의 뜻을 기억했겠지.
이제서야 깨달았겠지.
자신의 감정을, 감각을, 기억을. 자신이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는 그 육체적인 모든 것들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흔들 수도 있는 사람.
그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자영의 모든 것들이 이미 나의 손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
자영은 깨닫고 말았다.
'이, 인간이 아니야?'
라고,
"자, 말해봐 자영. 기분좋았다고. 이제 나 없인 살 수 없게 되버렸다고 말이야."
"아... 아...!"
쉴틈은 주지 않는다.
자영의 온 몸에 깊이 새겨놓고 지금 되살리고 있는 것은 그 아찔한 쾌감. 내가 없어지면 더이상 알 수 없게 될 그 강렬함.
"나..난.."
"뭐, 이제 필요없다면 나는 갈께. 다른 방법을 찾지 뭐. 아주 단순한 방법이 더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안돼..."
"평생 나와 만날일도, 비슷한 경험을 할 틈도 없겠지. 걸어놓은 내 '마법'은 그대로 둘거지만 말이야."
"!!"
"자. 마지막이야. 말해봐 한번."
"기분좋았어...! 기, 기분이... 좋았다고...으윽... 흐윽...! 하... 하지만... 안돼...나는.."
자영은 쉽게 패배한다.
나로 인해 기분좋았노라, 그 쾌락을 조금더 원하노라 말하고,
이제는 나없이 살 수 없다 말하는 그 순간.
스스로 완전히 넘어간게 아니라 위로하고 있겠지만,
"네, 네가 없으면 안될것 같아... 그, 그러니까 이것좀 멈춰줘.. 몸이.. 아...뜨, 뜨거워서..."
아마 그조차도 곧.
중독되어버리겠지.
축축해진 그녀의 속옷을 보며 미소지었다.
"하하, 원하면 졸라야지."
"윽... 아... 빠, 빨리.."
수줍게 다리를 벌리며 애원하는 자영의 모습을 보면서..
"자. 집안 침투는 이걸로 끝난 셈이네"
이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자영."
"으, 응?"
"냉장고에 재료 남는거 뭐 있어?"
"응?"
"라나를 살 찌울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