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재력이네 (6)]
-"앗... 안돼 이런곳에선... 잠깐만.."
-"조용히해!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어서 그래? 자기 아들의 동급생과 관계했다는 소문이라도 나고 싶은거야? 그거 내가 재력이한테 엄청난 선물을 줘버리겠는데!"
미리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빌어먹을 동네, 애새끼들도 섹스하고 지랄이네 진짜.'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물론 자신도 뭐 그러려니 하고는 있지만, 그 녀석은 인간이 아니라 세이프라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었던 미리네.
그런 것을 경험이니 뭐니로 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했던 미리네는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유지한채로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일단 할 말은 마음속에 정해두었다.
왁! 하고 소리를 질러버린다던가, 아니면 쌍욕을하면서 새로 구한 활의 성능을 실험해보는 척 쏴본다거나 말이다.
라나는 다소곳이 마물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그렇게 찾아간 소리가 나는 방향. 운동장 구석에 있는 부활동용 건물의 뒷 구석으로 다다른 순간..
"하아앙 앗! 안돼엣♡!!"
파앙-! 팡-!
"안돼긴 뭐가 안돼! 벌써 흥분해서 이곳저곳 빨딱세운 주제에! 기분좋아서 참을 수 없지!? 자! 말해봐! 기분좋다고!"
"으흣♡ 읏♡ 아앙♡ 아니야... 나는... 이런 짓 절대 용서 받을 수.. 하으응!"
파앙-!
"염병 시발."
미리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았다.
반응해야 할건 여러가지였겠지만, 일단 머리가 아파왔기에 머리를 짚었고, 그 후에는..
"무기 무기..."
무기를 빼어 들어, 활 시위를 당기고,
마법화살을 만들어내는 감각과 함께..
"앗♡ 앙♡ 안됏... 안돼엣... 안에는... 하읏.. 앙!"
"갈땐 간다고 말해! 안에 듬뿍 싸줄테니 아들과 동갑인 녀석의 아이를 베는거다!"
"하아아앙♡!!"
쏘아버리려던 그 때는.
결국 스콘, 아니 정수와 함께 더러운 장소에서 몸을 섞던 그녀가 절정에 달한듯 했기에, 미리네는 허탈하게 손을 내려놓고 말았다.
"아니, 야... 도대체..."
그리곤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녀, 이름모를 그 거대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여성은 벽에 기대어 발그스름한 뺨을 숨기지도 못한채로 가쁘게 숨을 내쉬고 있었고, 바들거리는 그녀의 두 다리로부터 하얀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중이었으니까.
미리네로써도 무언가 말하기 힘든 착잡함이 느껴지고 있었던 때.
그렇게 미리네가 다가가니, 정수는 그제서야 미리네를 알아차린 듯이 웃었다.
그래.
웃었다.
그야 말로 티없이 깨끗한 투로, 뭐가 잘못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채로 그냥 환하게 웃은 것이다.
"미리네!"
진심으로 만나 기쁘다는 듯이.
"큭큭, 식사는 제대로 하고 왔겠지!"
"아니 얌마, 지금 그게 문제냐?"
"당연하지. 넌 조금 있으면 싸워야 하는데 식사를 거른 상태에서 힘이라도 떨어지면 어쩔거냐. 식사를 챙기는것만큼 중요한건 없다고 내가 누누히..."
남의 식사나 챙기고 있는 정수.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뭔데!?"
"아. 음. 그러네. 너도 신경쓰일법하지. 걱정마 미리네. 다 너희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신경쓸 필욘..."
"하..."
그리고는 이상한 말을 했는데, 미리네는 그냥 이해를 포기했다.
역시 보통은 아닌 사람. 아니 인간이 아닐지도 모르는 녀석. 자신의 상식이나 원래 있던 관념으로는 정수와 대화하는 것도 힘들다고 판단한 미리네는 한두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선은 저기에서 지쳐 무릎꿇고 있는 그녀를 도와야 하기라도 했을까?
저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마왕이란 녀석이 옆에 있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와서 강제로 범했을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런건 아주아주 좋지 않은 일이니, 우선 그것을 멈추게 한 후에..
'아, 아니. 그리고... 이 새끼 대체 어떻게 해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미리네를 깨닫게 만들었다.
'어라?'
미리네, 지금.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을 도우려 하고 있다는 것을,
지극히 정상적인 히키코모리로써, 어디선가 사람이 죽건 말건 신경쓰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당한 여성을 보니 당연히 돕게끔 발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리네는 망설였다.
그리고 그 때쯤이면 정수 역시 손을 뻗었다.
"자, 일어나 자영. 네 일은 끝났어."
"하아.. 앗.. 이, 일...?"
"그래. 이 가슴과 몸으로 날 기분좋게 만들어 주었으니, 네 일은 끝났다는 뜻이야."
"후우...읏...♡?"
혼란.
좀더 쉽게 얻기 위한 편법중 하나인 혼란 마법의 영향이 남아있는 자영.
그 덕분에 영문을 몰라 하면서도 정수의 손을 잡고는 비틀비틀 움직였고, 그 후에는 그 구석에 낡은 소파위에 몸을 뉘었다.
"푹 쉬고어 체력을 회복하게 해주지.. 큭큭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안전한 이곳에서 말이야!"
"야... 그런데 너..."
그 순간.
그러니까 미리네가 말이 통하지 않을 정수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정수는 걱정할것 없다는 듯이 미리네에게 다가오며 미소짓고 있을 때.
그리고 미리네가 그런 미소를 보아 난감한 듯 한 걸음 물러서고, 그 후에 -"미리네 언니? 어디에요?" 라는 소리를 듣고,
황급히 라나에게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과 라나에게 만큼은 이 광경을 들켜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을 미리네가 한 순간.
지직-
이상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당연한 수순대로, 공간이 열리기 시작했다.
바깥에 있던 라나가 미리네를 찾으려고 잠시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쯤.
운동장의 한 가운데에서 이상한 소음과 함께 공간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균열은 점점 커지며 괴물 하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 야 저거 뭐야?"
제일 먼저는 할일없이 창바깥을 바라보던 이들 몇명이 알아차린다.
공간이 열리고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할때 쯤엔, 학생들이 알아차리고, 그 이후에는 그런 이들을 멈추려는 교사들이 알아차리게 되며..
그 후,
열린 공간으로 나타난 마물이 거대한 검을 하늘에서 내려치면서 모습을 드러내면..
그제서야 모든 이들이 알아차리게 되는데...
보통 여기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르듯이 들려야 정상인 것이었으나,
"오... 뭐 나왔는데?"
"야! 너희들 자리에 앉아!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이새끼들이 공부안하고 뭐해!"
"야... 저거봐. 저사람 그 사람아니야?"
"어? 그 귀신.."
"아니 광전사..!"
"그 광전사다!"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다.
학생도 교사도 갑자기 나타난 그런 유명인사에게 놀라 운동장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소수의 사람들은 미리네를 알아보며 소리치기도 했다.
"어? 그 초등학생 능력자. 마법소녀! 전에 삼촌한테 들었는데"
뭐 그런 이야기. 작은 키를 하고 뚱한 표정으로 활을 빼어들고 있는 그녀와 그리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는 라나.
전투가 시작되기라도 시작하면..
교실. 아니 나아가 학교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기 시작했으며,
그제서야 뒤늦게 찾아온 능력자들은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왜 또 저 녀석들이!"
예상못한 곳에 예상 못할 시간에 나타나버리는 마물을 퇴치하는 저 두 능력자에 대해서 말이다.
...
* * * *
싸움의 진행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타난건 괴물이었다.
굉장히 거대한 검을 들고 있던 커다란 몸집의 괴물
[크리쳐 타입: 칼날]
머리는 없고 등에는 거대한 칼이 수십개나 달려 있는 것이었다.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있었고, 날카로운 날붙이들이 그것이 디딘 땅을 긁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기기긱-
소름끼치는 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었고, 얼굴은 없는대신 손과 발에 있는 것은 뱀과 같은 눈동자.
"으... 또 괴상한게 나왔네."
미리네도 라나도 그 이상의 감상을 말하진 않았고, 곧바로 자세를 갖추었다.
라나는 검을 들고 파고들 수 있는 틈을, 미리네는 활을 잡아 노릴 수 있는 틈을 노렸다.
쿠우우웅-
괴물이 괴상한 소음을 내며 움직이고, 다행스럽게도 학교가 아닌 미리네와 라나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하아.. 하앗..! 드디어...!"
라나는 기쁘디 기쁜 얼굴을 하며, 자신의 신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달려들었다. 그 괴물의 온 몸은 칼날로 되어 있었다. 라나가 그 칼날의 틈으로 파고들면, 그것의 손과 다리에 붙어있던 것들이 라나의 뺨을 스치고 어깨를 스치고 발을 스쳐 지나갔으며,
피가 튀어나오면 그 피를 먹어 치우며 칼날은 더욱이 그 크기를 키우고 단단함을 증가시키며 라나를 위협했다.
틈이 보이지 않는 적.
이른바 근접 상대에게는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을 만한 괴물.
"...칫!"
라나는 혀를 한번 차며 뒤로 물러섰다.
평소였다면 뭐, 팔 다리라도 내어줄 생각이야 했겠지만.. 피를 먹을 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면 그 역시 소용없는것임을 알았고,
그 이후엔 자신이 다치면 그분이 좋아하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미리네가 끊임없이 쏘아내는 화살은 라나가 틈을 파고들 수 있게끔, 칼날 조각들을 부숴나가고 있었지만..
"시발 존나 많네! 라나! 일단 물러서서..."
많다.
괴물이 싸움을 지루해 할 정도로 말이다.
괴물의 시선을 옮겼다. 그 팔과 다리에만 달려 있는 눈동자로 좀 더 수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겨 탐욕스러운 칼날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저 가운데에 있는것만 유독 크고 굵직한게 이상하게 떨리고 있는데...! 저게 약점 같은데...!"
미리네는 아쉬운 소리를 하며 다시금 화살을 몇개 쏘았다.
날아간 화살은 역시 정확히 마물의 급소라 추정되는 곳으로 향해 날아갔지만 또 다른 칼날이 만들어져 급소를 막아 버리니..
'연사력 부족...'
그것을 압도하고도 남을 빠른 연사를 해낸다면야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미리네에게는 역부족.
"이런... 학교쪽으로 가잖아! 다른 능력자 새끼들은 대체 뭘 하는거야! 너희들 시발 저 녀석의 시선이라도 끌어!"
그래서 소리쳤다.
학교가 위험하니 능력자들이라도 모두 나서서 저 녀석을 막아보라고,
하지만 변명은 가관이다.
"너, 너무 갑자기 나와서 지금 대비할 수 있는 인원도 몇 없어서... 크윽! 저런 타입을 막을 수 있는 능력자가 없어!"
"그럼 보호막이라도 치라고!"
"너무 먼곳이라서...!"
"염병!"
그리고 그제서야 몇몇 학생들은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은 멍하니 그 괴물이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을테고,
도망치는 이들은 소수.
뒤늦게 학교로 들어온 다른 능력자들이 대피하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시각에.
"자, 내 하수인들아. 관리 받을 시간이다."
정수가 나타났다.
아니 마왕이. 직접 그 자리에, 눈을 부릅뜬 채로 말이다.
기기기긱-
쿠우우웅-!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학교가 아닌 파편의 힘이 느껴지는, 아니 파편 그 자체, 그 원래 주인이자. 그 모든 힘들의 '의식' 혹은 '의지'.
당연히 더 많은 것을 먹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테니, 금방 관심이 쏠리기 시작하자, 정수는 손을 들어올렸다.
"라나!"
"아... 아아! 악! 아아아!"
라나는 뭐, 그의 등장에 환희하며 전율하고 몸을 떨었으며,
"미리네!"
"옆에 있으면 빨리 와야 할거아니야 씨발아!"
욕을 했다.
그런거야 상관 없는 이야기고, 정수가 들어올린 손에,
띠링-
['미리네'가 '속성 마법 궁술'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띠링-
['라나'가 '타고난 직감'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두 소녀는 새로운 힘을 손에 넣었고,
그 후에는...
"이 마력은... 빨간색. 나쁘지 않네."
정수의 손 끝에서 붉은색 마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용할 마법은... 어디보자..."
그와 동시에
미리네에게, 그리고 라나에게 또 다른 힘이 느껴지기 시작하니, 자신들이 새로이 얻은 스킬을 확인하기도 전에, 온 몸에 감돌기 시작하는 따듯하고도 뜨거운 감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법이다.
아주 간단한 마법중 하나.
특별한 지식도 기술도 능력이나 재능도 필요하지 않은 것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마법.
[축복 마법]
신의 힘을 빌리는 종류나 그렇지 않은것이 종종 있긴 하지만,
아주 특별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중에서는 마력을 단지 전해주는 것으로도 축복을 내려줄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 중 하나.
"축복을 받아라 나의 하수인들아."
[마왕의 축복] 이다.
띠링-
['마왕의 축복' : 모든 스킬레벨 '3' 증가. 모든 회복 능력이 50%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