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재력이네 (4)]
"흐윽... 흐어아아아엉! 미안해에에에!"
미리네의 집에서, 미리네는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다.
컴퓨터의 앞에 게임을 하나 켜놓았지만 도무지 진행하지 못하고, 자신의 뒤에서 엉엉 울고 있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머리를 쥐어잡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내가아아아 흐아아앙 정수야아 미안해에에! 너무 무서워서어어어!!"
"아오... 좀! 좀!"
하루종일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는 것을 보며, 미리네는 벅벅 머리칼을 긁으며 내려왔다.
한숨을 내쉬어 앉아서는...
"야! 그만 울어! 걔는... 음,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알던 걔가 아니라.."
"흐윽...윽... 미안.. 미안해.. 너 중학생이니?"
"십새끼야."
"... 요즘애들은 입이 험하니까... 정수의 숨겨둔 여동생 같은건가? 그 애들한테 당할까봐? 흐윽.. 미안, 언니가 그 때 정수를 도와줬어야 하는건데"
"..."
대화를 포기했다.
그래도 아지. 엉엉 울다가, 자신을 위로하겠답시고 다가온 그녀가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고맙게도 느껴져서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를 억제한 후에..
"흐끅... 사실 도와주고 싶었어... 조금이라도... 그래도 벌칙게임 같은걸 빙자해서 그 애들 대신 내 빵셔틀로 하려고 하기도 했었고..."
"아니, 야."
"흑... 매일 아침 시간이 걱정되서 집에 괴롭히러 온다는 핑계로 와서 같이 다니기도 했었는데... 흐윽... 눈앞에서 떨어졌을땐.. 죽을만큼 후회했어,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아니...아오... 그래 시발 맘대로 해라, 안우는게 어디야."
이야기를 나누었다.
* * * *
그 시각은 아니지만,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밤이 궁금해지는 재력의 하루 시작.
'그 새끼, 제대로 왔겠지?'
재력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른 아침이다.
사람을 시켜 정수를 새로운 가정부(노예)처럼 부리기로 약속했으니, 이제부터는 매일 아침 먼 거리를 달려와야 하는 정수였고 재력은 그 녀석이 정말로 왔을까... 궁금해 하던 차였다.
몸을 일으켜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려는 재력.
그리고 그런 재력의 귀에
-"아♡ 아니야 이런건..뭔가 이상...앗♡"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 뭐야.'
재력은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서둘렀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난간을 붙잡고, 다소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1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들린건 어머니의 목소리었다.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어딘지 불안하고 수상했으니, 아무리 잔학하고 무도하다 자신을 자부하는 재력이라 하더라도 불안감이 엄습해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가고 있는 재력의 눈에는 그가 보였다.
정수.
마정수.
그 녀석 말이다.
재력은 어젯밤. 왠지 모르게 찝찝한 상태로 잠이들었다.
태도가 확확 변하지 않았던가?
'난 왜 이제서야 그런 생각을 하는거야?'
스스로도 그렇게 느낄 정도로, 칡뿌리를 질겅질겅 씹어먹으며 자신을 넘어트리고 얼굴을 가격하던 그녀석과 교사들과 어머니 앞에 놓이니 비굴하게 싹싹빌고 있는 그 녀석을 보면...
아, 그럴만도 하지.. 라고 넘길 수 있는건 아니었단 것이다.
의심하지 않은 자신이... 그리고 그걸 좋다고 받아들인 자신이 조금 이상해졌다.
그리고 나서 한걸음 두걸음 더 내려갔을때.
그렇게 보인 정수는 자신의 어머니 옆에 딱 달라붙어있었고...
"야!"
재력은 계단을 전부 내려가기도 전에 소리를 질렀다.
"읏!?"
화들짝 놀란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정수의 얼굴 표정을 보았다.
웃고 있었던가? 아니면 깜짝 놀랐나?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졌다.
이윽고 재력이 완전히 계단을 내려왔을때 쯤에는..
"재력아, 이, 일어났니?"
어머니는 환한 미소로 재력을 반겼다.
그리고 정수는...
"안녕. 약속대로 왔어. 어머니좀 도와드리려고, 못생겨진건 좀 괜찮아?"
"네가 뭔데 거기서...!!"
"말했잖아. 도와드리고 있다니까? 학교는 같이가자 가방 들어줄께. 운전도 해줄께 무면허지만"
"이 미친새끼야!"
제멋대로 굴고 있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이래선 안되지 않던가? 정수는 굴욕적인 모습으로 현관 앞에 서 있어야 했고, 재력이 멋대로 그 녀석을 갈구고 괴롭혀야 옳은 상황이었으리라,
"엄마! 대체 저 녀석을 왜 집에 들인거에요!?"
"그, 그야 네가 어제..."
바깥에서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어야 했는데, 자신이 괴롭히는 것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로 닭똥같은 눈물을 또르르 흘리면서 비참하게 문 앞에 나가 있어야 했는데!
"너...! 내가 네 가족.."
가족도, 소꿉친구도 정수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지인들과 소중하게 생각할 것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했는데도..
'이새끼는 왜...!'
정수는 빵긋 웃고 있었다.
칼질은 어디서 배웠는지 정갈하고 예쁘게 야채들을 채썰어놓은 것을 보면 짜증나기까지 했는데..
"이건 정수가 만든거야 재력아."
"시발..!"
"욕하면 안되지 우리 착한 재력이. 그렇지?"
'존나 맛있잖아!'
"큭큭큭... 맛뿐만이 아니라 건강도 챙긴 1석2조의 식사다."
"조, 존나 맛없는데..."
맛까지 좋으니 환장할 노릇.
애초에 정수가 정수가 아닌것 같았다.
예를들면,
분명 재력은 정수를 괴롭히고 있는데, 정수는 그 괴롭힘을 받지 않는것 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괴롭히는 대상은 정수가 맞는데, 눈앞에 있는 저 녀석이 아닌것 같다던가 하는 그런 기묘한 감각.
"크윽..!"
아버지가 안계시는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재력은 그런 찝찝하고도 기묘한 감각을 지닌 채로 등교할 준비를 했다.
차량을 타고 갈테니 시간이야 뭐 걱정 없을테지만..
'그래!'
"야! 너는 걸어와라"
"어? 나..난 걸어가?"
"그래, 시발 너때문에 오늘 아침부터 짜증났으니까, 여기서 학교까지 달려."
"아... 그럼..."
"큭큭.. 1교시 끝나기 전에라도 도착하면 좋겠네."
정수를 괴롭힐 순 있겠지.
그냥 단순히 괴롭힘에서 멈추는것이 아닌 미래를 망치는 방법.
학교 출석에서부터 문제를 만들고 자신이 아닌 다른 모두에게 미움받게 만드는건 기초중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방법.
재력이 정수에게 한 말은 '지각하고, 결석해라' 라는 말과 같았고, 그로인해 고등학교도 재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빌빌거리면 더 좋겠지.
'폐인으로 만들어 버려야지'
폐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아, 저번에 누가 마약같은거 가져왔다고 했는데, 그거 가지고 놀아도 되겠네'
뭐 여러가지 할 것도 많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재력그렇게 집을 나섰다.
차량을 타고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다.
물론,
"알았지? 빨리 뛰어와라, 점심시간까지 시발아."
정수는 집에 남겨두고...
'킥킥, 열심히 뛰어와라 병신'
웃었다.
* * * *
"뭐, 둘만 남았네"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렇게 말하면, 움찔 몸을 떠는 자영이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잡고는 살짝 떨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모를 일일 것이다.
부엌에도 자신의 아들 또래에게 엉덩이를 마구 만져지지 않나, 아들이 보는 앞에서도 끊임없이 다리를 만져지지 않나,
식사시간에도 할 수 있는 희롱을 전부 하는 그런 일들을 말이다.
막으려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막지 못했다.
혼란 마법의 효과가 남아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신묘한 매력]
이런거 때문일 수도 있지.
마력을 조금 회복하면서 부터, 파편으로 부터 회수한 나의 힘들. 즉 '스킬'들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없으면 있으나 마나한 글자일 뿐이지만, 마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나니,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흔히 말하는 '패시브 스킬'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적용되는 이것과 켜고 끌 수 있는 온오프 계열도 있지만,
이 [신묘한 매력] 이라는 스킬은 완전한 패시브.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싫어도 발동되는 종류
['신묘한 매력': 왠지 모를 매력을 느끼게 된다.]
[모든 마법과 기술효과에 '저항감소'추가. 모든 마법과 기술효과에 '효과 관통' 추가]
그리고
['신용 받는 자': 그 자체로도 믿음직한 존재가 된다.]
[모든 지도자 계열 스킬효과에 '50%보너스'. 적의 현혹계 스킬 저항레벨이 10만큼 하락. 적의 모든 저항력이 소량 하락한다. 대출상한 금액이 상승한다. 대출 이자가 감소한다. 대출기간이 증가한다. 낮은 확률로 갚지 않아도 된다.]
이런 스킬.
뭐 겨우 몇개의 파편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활동하기 좋은 스킬이 생기니 나야 편할 따름이지.
나는 그렇게 자영을 다시 보았다.
"집으로 들어가."
말은 편하게 한다.
그녀는 움찔 떨면서 대답하진 않았지만, 저항없이 집안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에는 간단하다.
"자, 재력에 대한 치부가 까발려지는게 싫으면, 가슴을 만지게 해달라고 큭큭.."
간단한것부터 시작하니까 간단하지.
저 커다란 가슴을 만져야 한다고, 이 육체의 본능이 강력하게 말하고 있었으니,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와 자영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곳의 현관에서, 그녀의 가슴을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시발 한 손으로도 움켜쥐지 못할 유방이라니, 대단해."
대단할 따름.
미리네의 가슴에 비교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치를 이곳에 써야 할까?
성장하지 못한 듯한 미리네의 몸과는 달리, 그녀의 몸은 이미 충분히 완숙된 여인의 몸. 가슴도, 엉덩이도 허리도... 최고급 관리를 통해 최고의 유전자를 갈고 닦은 듯한 모습임을 실감하고 있었다.
"앗... 안...돼엣...♡"
그녀는 나에게 깔려서는 가슴을 희롱당하고 있는데,
그 때 학교의 교무실에서 따귀를 날리던 모습은 없고 연약하게 나에게 당하기만 한다.
"읏"
작은 신음소리와 합쳐져서 조용히 가슴을 만져지고 있는 자영.
그녀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발그스름 붉어진 뺨과 촉촉한 시선. 그것이..
'아하.'
나의 고간을 향해 있다는 것을 눈치채어갔다.
그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후우... 재력이가 내 부모님까지 치워버렸으니까 말이야. 분해서 참을 수가 없단 말이지"
모성애를 자극하듯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연기라도 할랍치면...
그녀의 표정은 더욱이 애달픈 표정이 되어 손끝을 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효과가 나오기 시작할때 쯤이면..
"자, 잠깐만... 그..."
자영은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혼란마법은 아주 단기적으로 그녀에게 적용되었으나, 이 시점에 와서는 쓸 필요도 없게된 셈이다.
"혀, 현관은 안돼... 적어도 방에 들어가서.."
"좋아. 계속 만져도 된단 뜻이지?"
아차 싶어하는 자영. 하지만 그녀는 꾸욱 참아 한 호흡 쉰 후에 필사적으로 쥐어짜내어 다음말을 잇는다.
"손님용 방...에.."
"재력이의 방으로 할까!"
"그건 안돼!!"
재력의 방만큼은 안된다는 듯이 크게 소리질렀지만, 오히려 그게 더더욱 재력의 방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도 모른채로
['압도': 짖누르는 힘. 기운을 뿜어내어 적의 전의를 상실시키거나 저항하는 힘을 없애곤 한다.]
[상대의 모든 저항스킬을 5레벨 만큼 감소시키고 모든 저항력을 감소시킨다. 일정확률로 '전의상실'상태 유발. 적의 일부 패시브 스킬을 봉인한다. 의지계열 스킬의 효과를 대폭 감소시킨다.]
단순한 기력에 압도되고 짖눌리기 시작하며,
"으윽...흑... 아, 안돼는데.."
자영은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 시점에서 터트린 울음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혼란스러우며, 그런데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것에 대한 울음.
"괜찮아. 내 말대로 하면 아무일 없을거라니까."
"아... 하지만..."
"재력이도 네 남편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껄? 그야 당신이 내 말만 잘 듣는다면..."
'혼란'
"가슴만지는거 가지고 뭘 그렇게, 자. 빨리 올라와."
[신묘한 매력]
"시키는대로만 해. 심한짓 안한다니까"
[압도]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하여, 한 일반인. 그것도 마력이나 저항력의 티끝도 없는 사람을 하나 함락시키는건..
"읏...으.."
간단했다.
자영이 내 손을 잡아 2층, 재력의 방으로 따라올라오기 시작했고, 그곳에서는 간단한 일부터 시작했다.
"정말 가슴만 만지게 해주면 그 일은 비밀로 해주는거지?"
"맨가슴을 만질때야. 벗어."
"으윽..."
* * * *
마력. 마력. 마력.
그것은 어떤 행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신비한 힘의 종류.
몸안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특정 행동을 통해 얻을 수도 있는데 그중 한가지가 바로 성행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사' 라고 해도 아주 극소량의 마력정도는 회복할 수 있다는것이었고,
안좋은 이야기는 그렇게 얻은 극소량의 마력은 사용하지 않으면 그 즉시 날아가버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해보자.
이건 제법 쉽다.
"후우... 후우..."
눈앞에는 거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자영이 있었다.
자신의 가슴.
그것도 윗옷을 벗고 속옷마저 벗어 던진 채로 유방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부끄러운 듯이 거친 숨과 발그스레 붉어진 뺨만을 놔둔채로,
자신의 아들의 침대위에 손을 올려 놓고,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거친 한숨으로 나를 기다리면서도 간드러질듯한 목소리를 내며 살짝 눈을 뜨기 시작한 모습을.
웃을 수 밖에 없다.
이정도면 함락 직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하기사, 그래봐야 일반인이니까.'
그래봐야 일반인, 손안에 걸리면 간단하게 넘어올 그녀의 육체에 감사하면서...
"그럼 다음에는 호감도 작업인가... 부자영. 네 마음에서 재력이보다 나를 우선시하게 될때까지..."
"그, 그런 일은...절대 없어... 너는 가족을 뭐라고 생각하는거니...!"
"시끄러워. 그 새끼가 나한테 한짓만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릴정도로 짜증이 치밀어 올라. 그 녀석도! 그녀석의 모든 주변인물도 완벽하게 내 앞에 굴복시켜주지! 하루 세끼 식사랑 잠잘곳 입을곳 빼고 전부 빼앗아버리겠어!"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너무 끔찍해서 말하기도 힘든 정도지. 넌 내 복수를 위한 말이 되는거다 자영. 그리고 그렇게 될때까지 안끝나. 나는 굉장히 집요한 편이거든..."
기분나쁠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할것이다. 시간을 들여서 아주 천천히...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다. 평생 후회할 수 있도록, 재력이 가지고 있던 모든것을 빼앗고 짖밟은 후에야 멈춰버릴 이 복수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