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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재력이네 (3)] (23/112)



〈 23화 〉[재력이네 (3)]

신체능력은 일반인과 같은 수준이다.


간단한 운동만을 함께 하며 적당한 식사를 챙겨먹고 있었지만, 원래 몸이라는게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자 않은가?

육체의 능력은 하찮아도 하루이틀 싸워보았던 것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 그 짧은 삶동안 싸우면 얼마나 싸우겠다고...
수십년을 전쟁터에서 굴러다녔고, 그 다음에는 마왕을 잡겠다고 온갖 산전수전 다 해내면서 대륙을 굴러다녔다.


마왕일땐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정도겠지.

데굴데굴 굴러 온 몸에 묻은 것이 나의 경험이고, 그렇게 베어버린 흙바닥의 향기가 나의 감각이다.

보는것도 듣는것도 잠깐 맞잡은 것으로도 전부 떠올려 낼 수 있었다.
싸우는 방법. 약한 몸을 가지고도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마력이 필요했기에..


"자, 잠깐만...기다려! 나 아직 안씻었어! 야! 뭔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일단 마력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야... 야! 시발!  친구도 지금 저기 있거든!? 저, 저리가!"


"누구? 아지? 쟤는 내 친구 아닌데"


"야! 아지 상처받았어! 운다! 쟤 울잖아 미친놈아!"

그 방에서는 미리네를 벗겼다.

벌겋게 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엉엉울면서 나와 미리네를 보는 아지도 그렇고,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보이면서도 앙앙거리며 결국 다리를 감아버린 미리네의 이야기는 적당히 생략하자.


"씨발..씨발...! 일주일 만에 노출플레이까지 했다고..? 미친... 시발! 이거 개 씨발이야 진짜!"

미리네가 화내긴 했지만, 아마 잠시간은 던전에 보낼 생각이 없으니 안전할 것이고, 이 소량의 마력을 이용하면 그만인 것이었다.

거기서 내가 원하는 것은 재력의 집이었다.


"그 귀족동네던데"

귀족마을이라는 곳에 갈  있게 된다면 일이 편해질것 같고,
처음부터 우두머리를 잡는것도 좋을  같았다.

단순히 '무력'만으로 해결  수 없는 부분이 여러개 있으니까..


"그냥 그 녀석 집으로 가는게 좋을것 같네."

"뭐? 그런게 돼?"

"흠...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지는  있던데?"


"이 시발놈 진짜... 이 이상 나는 끌어들이지 마라. 하수인노릇하는것도 돌겠는데 이상한 범죄에 연루되고 싶진 않으니까."


미리네, 주섬주섬 속옷을 챙겨입고 웃옷을 입은 후에, 다시 컴퓨터 의자에 앉아 머리칼을 벅벅 긁어 게임을 시작했다.

'체력이  붙었군'


체력이  붙은 모양이었다.
역시 한두번 하다 보니까 익숙해진걸까, 다음에는 좀더 강도를 높힐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미리네"


"읏?! 뭣♡! 뭐...!?"


"아니, 둘이 잘 놀고 있으라고"

"얘도 데려가 미친놈아!"

"데려가긴 뭘 데려가. 암튼간다. 식사거르지 말고 게임은 조금만 하도록. 그리고 칡뿌리좀 캐왔으니까 씻어서 먹어, 여자한테 좋은 음식이다."


"가 시발! 좀! 칡은 시발 언제 가져온거야!"


그렇게 된 이야기다.


미리네의 집에서 대강의 작전을 짜왔는데,


그 밑작업의 일부다.

재력의 집으로 잠입하는 것.
재력의 노예가 되는 것.
잘못한것이 있으니 재력에게 빌붙듯이 그에게 완전한 복종의 의사를 표현한 후, 시키는 일은 뭐든지하겠다는 등의 그런 작업 말이다.


어차피 이곳.
뭐 특별한 일이 있다고, 재력에게 있어서 의심할 일이 뭐가 있겠다고.


하하.


* * * *

"너 미쳤니? 네가 뭐라고 우리집에 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뭐 계획이라는게 늘상 그런 법이다.

항상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곤 하지. 그래서 언제나 두번째 세번째 계획을 세워두고 그 순서대로 내려가며 적절한 임기응변을 섞는것이 계획을 세우는 것의 기초다.


집에 쉽게 들이진 않을 모양이라,


다음 계획.

"... 아 그럼 재력이 어머니."


"너 좀 이상한 애구나...! 너같은 애는 콩밥을..."

아버지는 엄격하다고 했던가. 어머니는 유약한 편이라고 했었던가, 어떻게 단순한 소꿉친구에 동급생일 분이었던 아지가 이런 정보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지도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을 준비해왔던 모양이었다.

예를들면,
증거물.

아주 작은 것이지만, 평소 정수를 괴롭히던 재력에 대한 이야기들. 단체대화방이라는 수상쩍은 기능과도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 그럼 이건 어쩐다.."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기 전,
재력의 어머니. 그러니까 부자영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그녀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이미 '그녀'가 되어 있었다.

'이 몸 성욕 굉장하네'


솔직히  다음 계획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육체는 흥분하고 있었다. 생각이나 의지와는 아예 다르게 노는 본능의 영역이었다.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여성을 암컷으로 본것이다. 번식하고 싶은 대상. 가슴좀 출렁이고 땀좀 흘리면서 목선이 특히 눈에 띄어보인다던가, 번들거리는 피부와 조금만 눈에 힘을 주면  가슴의 속옷이 보일것 같다지만...


아니 이렇게 쉽게 흥분해서야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

라고 묻고 싶었지만, 이미 일부 남교사들이 같은 상태인 것을 보아 생각을 그만두었다.

어찌되었건.

"그, 그리고...저기, 죄송한데 보여드릴게.."


난 결국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들, 따돌림에 대한 문제들. 그 증거품들과 함께... 그건 사소하고 무마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저도  보호하기 위해서 이거라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약해도 인터넷과 제가 이용할  있는 모든걸 써볼 생각이에요."


"뭐...?"

그녀 혼자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끔 했다.

"저기 선생님들!  재력이의 어머니와 둘이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꼭 정식으로 사죄드리고 싶어요!"

"뭐...뭐? 어.. 음... 어머님? 그..."

"조, 좋아요. 무슨 말 하는지 들어는 볼께요."


그러면서 혼자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재력이한테도  다시 사과하고 싶어요. 용서해줘 재력아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 그래! 시발 네가 잘못했지. 개새끼 넌 이제 진짜 뒤졌다.."


재력은 찜찜해 하면서도 그 상황을 수긍했는데, 아마 이 순간을 죽을때까지 후회해주길 바란다. 지금이 바로 복수의  순간이다.


마음의 준비  하고 받는 복수가 무슨 소용이겠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리고 아주 훗날 깨달아 주는것이 이래저래 편하고 마음도 좋지 않을까.


아무튼 자영이 혼자 생각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이 후에는 혼자 생각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 생각이다. 단순하게 판단을 흐리게 하려 한것인데


여기에도 마력을 살짝 흘리면 된다.


['인식저해 마법']

인식을 살짝 비틀어주는 마법. 평범한 것을 평범하지 않게, 이상한 것을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인식 개변 마법'의 전 단계.


미리네와 라나가 싸울때 입는 의상에도 적용되어 있는 바로 그 '인식저해'를 사용하면..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혼란마법']
혼란 마법이다.


이로써 미리네에게 받은 마력은 거의 다 사용하게 되어 다시 충전이 필요하겠지. 충전이라는 말이 좀 그런가 싶은데 아무튼 그렇다.



교무실의 한 켠에 딸려있는 조용한 상담실.


학생들이 교사와의 진로상담이나 여러 상담을 하는데 이용하는 좁은 공간. 그 공간에 들어가서 나는 미리 속삭여 언질 주었던 것을 자영에게 보여주었다.

"어, 엇.. 우, 우리 아들이?"


자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당황한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남편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이 있을 것이고, 자식관리는 그녀의 몫이지만, 이렇게 문제가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될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혼란마법]의 효과를 받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생각조차 제대로 되지 않을 무렵에는..

뭉클-
내가 준비한 휴대폰(양아지꺼)의 영상을 바라보는데 여념이 없는 그녀의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었지만,


자영은 그런것도 모르고는 입가에 손을 가져다  채로 조금씩 떨고 있었다.

난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에 신경쓰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부드러운 감촉과 욕망의 끈이라는 것이 떨어져 나갈것 같았으나 참으면서.

"분명 논란이 생길걸요. 무시못할 정도로 큰 논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던간에 분명히 재력이와 재력이의 아버님이 하시는 일에 큰 지장이 생길거구요. 수습하는데 꽤나 공들이셔야 겠지."

그렇게 속닥거리듯이 이야기 하며,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로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아... 앗.."

이제서야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 듯. 당황하여 나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자영이었지만, 이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영상속에 나오는 자신의 아들의 모습.


그리고 나와, 자신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나의 손을 몇번인가 번갈아 보았다.

"나... 그, 그럼..."


"제가 계속 사과 할께요. 그렇게 해결하죠 재력어머님"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눈앞에 살랑살랑 거려주면...

"그냥 제가 재력이한테  잘해볼께요. 어머님은 재력이랑 저를... 좀, 친해지게만 해주시면 되는거잖아요? 그럼 아무런 문제 없을걸요?"

"으윽... 아, 알았어.."


자, 이렇게 하면 된다.
혼란스러운 자영은 내가 자신의 허벅지를 주므르면서 조금씩 그 치맛자락 안으로 손을 밀어넣다는  알면서도 상황의 혼란에 별 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옅은 신음소리만 내었는데..

'이  할까... 효과도 강하진 않으니까.'

효과가 강하지도 길지도 않기에 적당히 손을 때어내며 뒤로 물러섰다.
어쩌면 그녀에게서 마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즐거워지는 한편, 자금적인 문제도 해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것 같아 즐거워졌다.


"아, 역시 위기는 기회라니까."


위기는 기회인 법.
나는 자영과 함께 상담실을 나왔다.

재력은 그런 나와 자영을 번갈아 보곤 피식 웃었다.
이야기가 어떻게 되었는지 예상하고 있는 듯. 그 구겨진 얼굴을 하고서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나를 가르켰다.


그는 이제 나에게 복수할 생각인 모양이지.
그것도..


'부모님 공인! 괴롭힐  있는 놈이라니!'


이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을까?
어차피 오늘 나에게 맞은것은 우연이나 방심해서라고 스스로를 둘러대고 있을 것이고,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집이라면 얼마든지 나를 부려먹을 수 있을거라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내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한걸음 재력에게 다가가면, 재력은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넌 오늘부터 뒤졌다."

 죽일셈인가 보다.


* * * *


재력에겐 꿈이 있다.

노예 하나 가지고 싶다.
죽여도 때려도 찍소리 하지 못하는 그런 노예.

사실 꿈이랄건 없고, 이전에 한번 말했던 재력 자신이 생각하는 개인적인 이상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흔히 보고듣는 매체에 나오는 '사디스트' 혹은 '사이코패스' 뭐 그런 종류의 이들은 손쉽게 괴롭히고 학대할  있는 장난감이자 노예를 옆에 두곤 하지 않던가.


그들은 살인이 쉽고 폭행도 쉽고 성적인 학대에서 부터 인간에게  수 있는 모든 가학행위를 간단히 하지 않던가?


학생이라는 신분. 아버지의 사업이나 기타등등 여러문제로 인해 재력은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했으니,

'가학적이고 사이코패스 같은 나' 라는 자신의 이상에 맞지 않는것 같았단 뜻이다.

그래서 노예를 하나 가지고 싶었다.
가정부라던가, 뭐 그런 이들을 가까이에 두고 괴롭히면서 놀고 싶었다.


성적인 행위조차도 말이다.
몸을 마음대로 범하고 유린하여 울부짖는 여성을 때리고 공격하면서...

'아, 분명 최고겠지'

그렇게 한다면 최고일 것이라 재력은 생각했고,


오늘.
그 꿈이 이루어졌다.

계약서부터 쓰기로 했다.

"꼼꼼하네"

"네 삶부터 시체까지 전부 내거라는 뜻이야. 평생 노예지. 돈에 묶인 노예. 그리고 네가 계약을 어기면 네 목숨은 물론이고 네가 언젠가 가지게 될 가족이든 뭐든 전부  마음대로. 그리고..."

그리고 재력.
정수의 약점은 훨씬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굳이 쓰지 않았던 것으로..

"네 그 소꿉친구도 내가 가지고 놀거야."


소꿉친구마저. 재력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어, 그래 그건 마음대로 하고. 오늘부터 잘 부탁해. 내일 아침 일찍 여기까지 달려올께."


정수는 재력의 집으로 향했다.
부모공인 반노예로써, 언제까지고 재력의 수발을 들 대상으로써...


...


...

"..."
"..."
"..."

"밥 먹자."

달그락- 그런 소리가 숨막히게 들리는 그들의 식사시간. 아버지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들었다. 애초에 숨길수도 없게끔 얼굴이 망가진 재력을 보면 눈쌀을 찌푸려야 했기에 말이다.


그렇게 듣고나서 그의 감상은 간단했다.


"뭐, 그런 녀석 하나쯤 있으면 학교에서 문제생길때마다 써먹긴 좋겠구나."


칭찬

"네가  문제를 많이 일으켜야지. 공부랑 수험은 잘 되고 있겠지? 뒷돈 찔러주는것도 한계가 있을거다."

"네! 걱정마세요 아버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

"...오냐. 기대하마."

정말로 단란한 식사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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