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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재력이네 (2)] (22/112)



〈 22화 〉[재력이네 (2)]

재력의 수많은 장난감 중.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가지고 놀고 있는 장난감은 다름아닌 정수.


마정수.


정수는 괴롭힐 맛이 나는 장난감이었다.


괴롭히면 괴롭히는대로 반항하려 했고, 그것이 지속되다 보면 오히려 본인이 지쳐서 저항할 의지를 잃어버리는 모습이라는게, 상당히 우스운 모습이기도 했다.


멀리서 그 녀석의 의기소침한 모습과 다른 녀석들에게 괴롭힘 받는게 썩이나 즐겁다.

그래서 재력은 정수를 괴롭힐 생각으로 가득찼다.

'아, 나 좀 가학적인 듯'


이런 생각을 같이 하면서 말이다.


'사이코인가.'


혹시 자신이 드라마속에 나오는 사이코 재벌 2세가 된것같은 생각을 하거나, 흔히들 빽빽 소리지르는 막장 드라마의 막장 부모님의 막장 자식이 된 것 같은 생각도 했다.


뭐, 같이 차를 태워주는 기사아저씨한테 욕을 하거나 뒤에서 툭툭 차는 정도의 장난은 해도  이상 심한짓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아무튼간에, 재력은 그런 자신이 좋았다.
싫기는 커녕, 의심이나 힘들어하기는 커녕. 정수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을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을 즐기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분명 어제까지는 그랬다.
어쩌면 며칠 더 그럴 수도 있고,

그날부터는 좀 달라졌다.


제일 처음은 정수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수가 문제였다. 그가 고분고분해지기 시작했던 때를 기억한다. 그의 집을 아지트 삼아, 그의 가족을 욕하고 험담해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그를 기억한다.

그 화나는대도 두려워서, 공포에 눌려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게 웃겼지.
나체로 만든 다음에 이웃에 민폐를 끼치게끔 시킨적도 있었던걸 기억한다.


그 때는 반항을 했지만, 몇대 때리고 협박좀 하니까 고분고분해져서는 인근에서 변태로 낙인찍힌것도 웃겼지.


경찰서에 잡혀가서도 아무말도 못하고 끅끅 거리던게 웃겼다.


...

그랬던 녀석이..


수근수근...
"뭐야.."
"왜 저래"
"진짜 가출하더니 미쳤나봐..."


이상했다.
아니 그보다 불쾌했다.

어제는 그럴 수 있다고 넘겼다. 가출해서, 어디 싸움의 달인이라도 만나서 자신과 맞서보려고 했을 수도 있지.

그러나 재력에게 있는건 힘뿐만이 아니라 권력과 지략역시 충분히 정수를 압도하고 남았기에 겁먹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좀 다르다.

분위기?
감각? 기척?

"아! 제한된 예산안에서 영양밸런스를 맞춰주고 새나라의 학생들을 위해 요리사들이 정성을 담아 만들어내고 있는 점심급식시간은 언제야 대체!"

아니, 말투? 행동? 성격?
 모든 것들이...


'저게 정수가 맞나..' 싶은 정도의 행동!


"쟤 진짜 뭐래.."
"우리 급식 횡령사건 터져서 도시락 먹는애들 많은데.."
수근수근
"우리 식당 급식은 교장 뒷주머니로 들어가는데..."
속닥속닥
"애초에 이사장도 급식비 존나 쳐먹고 그중 반은 때먹는다는 소문이 있어서 다 도시락이잖아"
수근수근


따라서  반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정수는 유명하지 않은가?

 주재력의 장난감으로 활동하고 있는,
매일같이 매점에가서 크림빵이나 사오고, 그게 안되면 교칙을 어기고서 교문을 넘어 여러 음식을 사와 재력에게 바치는 녀석.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재력이 대신에 한  바치는 그야말로 재력의 하수인.


선생님들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오히려 건들기 곤란한 재력 대신에 벌을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정수에게 벌을 주며 재력에 관한건 모른척 쉬쉬하는것이 보통이었는데..

사람이 달라진듯이 행동하고 있었으니 어수선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선..

모두
재력을 보았다.

"재력이라면 해결하겠지"


모두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
재력이 정수를 괴롭힘으로써, 정수를 공격하고 장난감으로 다룸으로써 자신들은 편안했으니까, 아무런 문제 없이 자신들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고, 흔히 일진이라 불리우는 이들 모두가 재력의 편이었으니 그들 역시 재력 하나만 가지고 노니 편했다.

"재력이가 다 해결해줄거야."

그러니 정수는 타겟이어야 해.
피해자인 편이 좋아.


그가 너무나도 괴로워 스스로 목숨을 끊을때 까지.

"재력이가 곧  원래대로 돌려놓겠지."


정수는 계속 재력에게 빌빌 대면서 괴롭힘 받아야만 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력을 보았다.

"뭐...야, 뭔데."

재력은 그 시선을 느꼈다.
아, 물론 크게 신경쓴건 아니다. 당연한 일이었고 안그래도 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장난감을 자신이 통제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재력은 우선 정수에게 다가갔다.

정수는 마치 불량한 학생이라도 된것처럼 책상위에 다리를 올리고 질겅질겅 뭔가를 씹고 있었는데..

'뭐야 저거 칡이야?'

칡.

아무튼 재력은 다가갔다.

물론 이야기나 다짜고짜 욕을 박을 생각은 아니다.
하는건..


다짜고짜..


"이 씨발 새끼야!"


뻐억-!


발길질 하는것.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던 정수의 옆구리를 발로 뻐엉! 차버리면서 기선제압을  후,


이런 웃기지도 않는 연극이던 뭐건 그만두게  생각이었다.


그대로 정수를 밟아 얼굴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으면 되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 씨발새끼 어제부터 진짜 단단히 돌았네!"

그렇게 당당히 소리치며 넘어진 정수에게 뛰어 갔다.
그대로 내려찍어 정수의 얼굴을 밟을 생각으로,

하지만 눈치채는 순간.


'어? 이새끼 어디갔어'


정수가 쓰러져야  자리에는 정수가 없었다.
칡뿌리도 같이 없어져 있었다. 아차 싶어 옆을 돌아보는 순간엔, 정수는  칡뿌리를 질겅질겅 씹는듯 하더니..

툭-
아주 가볍게 발길질을 한  했는데,


"어어?"


한 순간, 재력의 몸은 그 가벼운 충격에 균형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엇?"


그것도 한번에 넘어지지 못하고 자신의 몸이 균형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추하게 허공에 손을 허우적 거리고 몇번인가 다리를 다시디디며 다리고 꼬이고..
"이..!"

그리고 꽈당-
넘어지겠지.

그런 일을 당하기 전,
정수는 재력의 목을 잡았다.


정확히는 재력의 넥타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재력이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었고,


그 다음에는..

"하체가 상체에 비해 부실하군, 하체 운동좀 해야겠다."


"뭐?"


넘어졌다.
툭- 하고 손을 놓아버린 탓에, 재력은 자신이 넘어트린 책상위로 널부러 졌고...


그 이후는..

뭐 특별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반은 숨죽은듯이 조용해졌다.


누구도 한마디 하지 못했다.
단지 같은 반에 있던 아이들은 그것을 보았을 뿐이다.

재력이 정수에게 당한 모습을.

"이... 이!"

재력은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했을 때에 재력에게 남는것은 쪽팔림.


약하고 병신같던 정수가 자신을 가볍게 제압하듯이 하곤 넘어트려 피식 웃어 하체따위의 이야기를 한 것이... 참을  없을 정도로 쪽팔리게 되어버린 것이다.


역시 그게 맞는듯 했다.

어디선가 싸움의 고수라도 만나서 싸움이라도 배워온게 분명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상했지만,


거기에 더해서..

"야,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있지 말고 일어서. 나중에 허리아파서 고생하기 전에 말이야."


조롱.
"이...새끼가 진짜!"


이제부턴 화밖에 나질 않는다.
재력은 자신이 그동안 곁눈질로 배워왔던 길거리 싸움과 어느정도 소양으로 배우고 있던 복싱을 이용하기 위해 발돋음 했다.

우당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책상을 밀치고 정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시발!"


부웅-!


"이!"


붕-

"씹새끼가!"


부웅-!

주먹은 허공만 가른다.
정수는 주춤 거리는  같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재력의 주먹을 피했고, 이후에는 재력을 놀리듯이 키득거리고..


"너무 힘주지 마. 잘못하면 어깨 빠질 수도.."

"이...!"

부웅-


"네 나이쯤에도 꾸준히 관리하면서 쓸건 적당히 쓰고 해야.."


"시발!"

하는 말은 잔소리.
왠 노인네의 잔소리처럼 끊임없이 떠벌거리니, 또 그것이 조롱거리로 바뀌어 조금씩 반에는 웃음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그 이후엔 정수가
툭- 툭- 건드리는 것으로도 재력은 이리저리 넘어지기만 했고, 다시 일어나 덤비는 것도 정수의 털끝하나 건들지도 못했다.


그리고는..

참다 못한 재력이 소리를 질렀고,
재력의 무리들이 뒤늦게서야 정수에게 달려들었을 때.


"아... 맞다. 얼굴에 상처내야 하는데."


"...?"


잠시 섬뜩한 소리가 들리더니..


"걱정하지 마, 아직 복수하는거 아니니까."


"뭐?"

뻐억-!
재력은 의식을 잃었다.

마지막에 본건.
주먹이었는지 발이었는지도 보지 못했다.


*  * * *


자,

아주 간단한 일이다.


재력의 얼굴에는 상처가 났다.

무언가에 베인듯한 상처와 눈에는 멍이 들었고, 이빨은 하나 부러져 뺨이 많이 부어올랐다. 맞은것은 한대인데 상처가 복합적인 것은...

'마력을 썼기 때문'


마력을 사용했으니, 그렇게 말하면 그만인 일이다.
날카로운 마력, 무겁고 둔중한 마력 두가지 정도의 마력을 운용하는건 간단하지 않던가?

어찌되었건 그렇게 일어난 일은...


"야!  미쳤어!? 걔가 누구 아들인데 네가 재력이를 때려!"
"부모님도 없이 혼자 산다고 할때 알아봤다. 교육을 못받으니까...!"
"이 미친새끼! 이걸 어쩔거니 대체!!"




이런 일이다.
다수의 교사들이 나의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일단 뺨을 세대 맞았고, 내 손목은 누군가에게 잡혀 이리저리 흔들렸다.
머리는  다서번 정도 쥐어박혔나? 머리를 뜯으려는 듯한 행동을 하는 여성 교사도 있었고, 늙은 교감이나 교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회초리 같은 것으로 나의 허벅지나 엉덩이 등을 때렸다. 일곱대 정도.


...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런거에 일일이 복수하진 않는다.
기억은 할거지만,

애초에 의도한 상황이었기 떄문에 가만히 있었는데...


"오네."


의도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사들을 해치고, 모여든 학생들을 해치고 한 여성이 달려왔다.

사전에 얻은 정보. 그러니까 정수의 동급생이자 소꿉친구였던 양아지가 알려준 정보로재력에게 사건이 생기면 그의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먼저 온다는 것을 알았고, 오전 시간은 재력의 아버지가 굉장히 바쁠 시간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허억... 허억... 우, 우리 재력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재력을 굉장히 아끼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괜찮네'


 걸음 뒤로 물러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며 제대로 정돈도 하지 못한채로 달려왔는데, 고등학생이나  아들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피부와 아름다운 용모, 아줌마라고 생각되지 않는 몸을 하고 있었고,

얇은 옷차림과 어수선한 머리칼을 가지고 재력을 끌어안고 있었다.

재력의 얼굴을 살폈고,


"누가 대체 누가 우리 아들한테 이런거에요!?"

부드럽고 나긋할것 같은 말씨에서는 험한 소리가 나오며 날카롭게 주변으로 소리를 쏘아내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교사들이 나를 쳐다보았으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녀를 막을 사람은 없었고, 그녀는 있는 힘껏 손을 들어올려..


짜악-!
나의 뺨을 내리쳤다.

시큰거리게 아프다. 자칫하면 몸을 휘청거려야 했을 정도로 말이다.

"너 이거 어떻게 할꺼야! 우리 애 얼굴...!"

"..."


일단 지금은 얌전히 입을 닫고 있었고...


"너 부모님 어디있니! 당장 모셔와! 애 얼굴 치료하려면 얼마를...!"


그 다음에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불쌍해보이게

"그러니까 잔말말고 네 어머니 모셔오라고!!"

"죄송해요. 제가 어떻게든 사죄드릴께요."


"그러니까...! ... 너 설마 부모님도 없니!? 하! 그러니까 그런거야!? 어쩜 개미새끼하나 못죽일 우리 애를 이지경으로 만들어놔!?"


그저 사죄.
불쌍한듯이 고개숙이고 있으면...

아마 이때 쯤이겠지.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맞추면...

"그, 그만해 엄마!"


반, 아니 학교전체에서 군림하는 주재력은 벌떡 일어서고,  퉁퉁 부은 얼굴로 어머니를 말리기 시작하면... 뭐... 그렇게 차츰차츰 정리될 상황이다.


물론 내가 떠안을 징계위원회와 학교폭력위원회, 고소  여러 문제가 생기겠지만...

아니 지금은 괜찮아.
해결 할 수 있다.


나라면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미, 미안해 재력아! 널 개패듯이 두들겨 팬건 아니지만 네 하체가 너무 연약해서 어쩔  없었어!"

소리쳤다.

"그만해 엄... 뭐?"

"아무튼 내가  반애들 앞에서 부끄럽게 만든거랑  얼굴을 퉁퉁 붓게 만들어서 1주일동안을 고개도 못들게 다니게 한건 내잘못이니까!  사과할  있게 해줘!"

"너 지금 뭔 소릴.."

"내가 너네 집이라도 찾아가서 용서를 빌게해줘. 부탁해!"

"그 말은.."

노예로 삼아달라고
재력이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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